음악을 들으며 지하철을 타고 가던 유령이. 옆 자리에 앉은 사람의 휴대폰 화면 속 그림을 보고 곧 자신과 같은 음악을 듣고 있음을 알아챘다는데?!
👻: 오늘은 음악을 사랑하는 플로터 여러분에게 음악과 가장 가까운 미술인 앨범 아트워크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드릴게령~ 

▲ 좌: 머라이어 캐리의 앨범 <Merry Christmas> (1994),
우: 싸이의 앨범 <싸이6甲 Part 1> (2012) 
수록곡만 좋으면 뭐해 🤔
유령이 플로터, 이 그림들을 보면 머릿속에서 어떤 음악이 재생되는 것 같지 않나요? 분명 눈으로 보기만 한 것인데도 말이에요. 그 이유는 무엇일까요? 바로 이 작품들은 단순히 한 장의 그림을 넘어, 여러 곡들이 담긴 음악앨범커버로 사용되기 때문이죠. 이처럼 앨범 아트워크는 수록된 노래들을 연상시키고, 곡의 이미지까지도 결정하는 아주 중요한 매개체 역할을 해요. 심지어는 앨범 커버만 보고 들을 음악을 결정하는 사람도 있을 만큼, 오늘날의 앨범 커버는 음악의 흥행에도 대단한 영향을 미치죠. 하지만 과거의 앨범 커버는 음악의 성공에 중요한 요소는 아니었다고.

사실 1960년대 이전까지만 해도 대부분의 앨범 커버는 아티스트의 사진이나 그림에 제목곡명을 적는 것이 다였어요. 그저 앨범의 표지임을 표현하는 것에 그칠 뿐, 다채로운 디자인을 통해 해당 앨범의 색채를 드러내는 일에는 크게 신경쓰지 않았던 거죠. 그러던 음악계에 변화의 바람을 불어넣은 한 밴드가 등장하는데요, 바로 세계적인 가수 비틀즈 ! 모두가 알고 있을 ‘횡단보도 사진’으로도 유명한 비틀즈는 앨범 커버를 하나의 예술 작품(artwork)로 인식하고 정성껏 디자인하기 시작해요. 그들이 앨범 커버에 들인 노력을 지켜본 사람들은 비틀즈의 앨범 아트워크에 주목했고, 앤디 워홀과 같은 내로라하는 유명 아티스트들까지 커버 제작에 참여하며 앨범 아트워크는 점차 미술의 반열에 오르기 시작했다는데.

👻: 처음부터 앨범 커버를 하나의 미술로 생각한 것은 아니었군령! 그렇다면 예술 감각이 돋보이는 대표적인 앨범 아트워크에는 뭐가 있을까령?!

▲ 비틀즈의 앨범 <Revolver> (1966)
POP, 힙합의 그 감성을 🎵
첫 번째로는 비틀즈의 7집 <Revolver>! 어딘가 난해한 듯한 이 앨범아트는 비틀즈가 함부르크 공연 때부터 친분이 있었던 음악가 클라우스 부어만*의 손에서 탄생했어요. 그리고 이 앨범 커버는 디자인계에 엄청난 혁신을 불러일으켰죠. 비틀즈 멤버들의 초상화가 동일한 그림체로 표현되지 않은 데다가 셀 수 없이 많은 얼굴이 콜라주*되었다는 점에서 이질감을 느낄 수도 있었거든요.

*클라우스 부어만: 독일의 음악가, 예술가, 음반 제작자. 비틀즈 외에도 많은 앨범을 디자인했음.
*콜라주: 별개의 조각들을 붙여 모아 새로운 이미지를 만드는 미술 기법

그렇지만 이 그림은 앨범 <Revolver>에 담긴 수록곡의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고 있어요. 이 앨범의 수록곡들은 당시 사회에 신선한 충격을 불러옴과 동시에 음악에 대한 실험성이 돋보이는 독특한 곡들로 이루어져 있었거든요. 수록곡들의 과감한 가사들은 사회비판적인 특징을 보인 것과 더불어 사이키델릭 록*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개척한 앨범이었죠. 이러한 특징을 앨범 아트에 잘 살려낸 클라우스 부어만은 1966년 그래미 어워드에서 최우수 앨범커버상을 수상하기도 했다고.

*사이키델릭 록: 환각제를 복용한 것처럼 몽환적인 느낌을 주는 음악

▲ 빈지노의 첫 솔로 앨범 <24:26> (2012)
다음으로는 빈지노 앨범 <24:26>! 이 앨범에는 한국을 대표하는 힙합 가수인 빈지노의 24세부터 26세까지의 삶이 담겨있어요. 감각적인 색채를 뽐내는 낙타 그림은 한국 힙합 앨범으로서는 다소 신선한 앨범 아트였는데요, 이는 아트디렉터이자 빈지노의 친구인 차인철 작가의 작품이에요. 작업 당시 차인철 작가는 빈지노로부터 낙타라는 키워드만 전해들었을 뿐, 어떤 구체적인 아이디어도 받지 못했다고 하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3일이라는 짧은 기간 동안 매력적인 앨범 아트를 완성시켰죠. 

낙타 자체는 빈지노가 닮은 동물을 뜻하지만, 낙타의 얼굴을 자세히 확대해보면 섬세한 붓 터치를 관찰할 수 있어요. 이는 그림을 그리는 것처럼 부드러운 느낌을 주는 수록곡들의 흐름을 나타내고 있죠. <24:26>의 앨범 아트는 기존에 찾아볼 수 없었던, 빈지노만의 고유한 매력을 담고 있는 커버였어요. 그래서인지 이 앨범은 팬들 사이에서 수록곡 이름이 아닌 낙타 앨범’으로 자주 언급되기도 한다고.

👻: 확실히 곡뿐만 아니라 앨범 아트도 개성이 있어야 사람들의 주목을 받는군령! 개성 하면 또 인디 음악을 빠뜨릴 수 없는데, 혹시 이 분야의 앨범아트에도 특징이 있을까령?

▲ 인디밴드 혁오의 앨범 아트들
인디음악의 개성도 앨범 아트에 🎨
가수별로 곡의 개성이 뚜렷하게 드러나, 수록곡 하나하나가 가수의 정체성을 결정짓는 인디 음악. 그렇기 때문에 수록곡들을 대표하는 앨범 아트워크의 영향력과 중요도는 인디 음악에서 더욱더 높아요. 그래서인지 여러 그림이 모여 인디 가수의 이미지를 나타내는 특별한 앨범 아트워크 또한 존재하죠. 대표적인 예시로는 인디밴드 혁오의 앨범 아트! 혁오의 앨범 타이틀 제목은 멤버들의 나이를 의미하는데요, 세월의 흐름에 따라 숫자가 하나씩 더해지는 앨범 속에 다양한 이야기를 집어넣었죠. 데뷔 앨범인 <20>부터 <22>, <23>, <24: How to find true love and happiness>의 앨범 아트는 나란히 두었을 때 전부 이어지는 것이 특징이에요. 이들을 모두 이어 붙였을 때 나이가 들어가는 과정에서 멤버들이 느끼는 생각의 변화를 한꺼번에 확인할 수 있다고.

밴드 혁오의 앨범 커버는 모두 노상호 작가가 작업했는데요, 아트워크를 하나하나 자세히 살펴보면 멤버들이 그 나이에 겪었던 과 느꼈던 감정들이 고스란히 드러나 있어요. 활동 초반 20살에는 총천연색*, 22살에는 파란색을 활용해 멤버들이 생각하는 나잇대의 컬러를 토대로 앨범 아트의 그림과 이야기를 구성했죠. 진정한 사랑과 행복을 이야기하는 앨범인 <24>의 경우, 다양한 형태의 사랑을 나타내기 위해 많은 사람들을 그려 따뜻한 색감과 함께 표현했어요. 이처럼 모두 모여 하나의 이야기를 나타내는 이들의 앨범 아트는 현대인들의 고뇌와 따뜻한 애정을 사운드와 가사에 담아내는 밴드 혁오의 정체성 그 자체라고.

*총천연색: 완전히 자연 그대로의 색이라는 뜻으로, '천연색'을 강조하여 이르는 말

👻: 다음 앨범의 앨범 아트가 이어지지 않는다면 괜히 아쉬울 것 같기도 하네령.
▲ 좌: 잔나비 2집 앨범 <전설> (2019),
우: ADOY 1집 앨범 <CATNIP> (2017)
최고의 앨범 아트는 뭘까? 🙄
이외에도 인디 음악에 관심이 있는 플로터라면 모두 알고 계실 다른 유명한 앨범 아트들이 굉장히 많은데요, 가령 인디밴드 잔나비의 정규 2집 앨범 <전설>스케치 없이 즉흥적으로 얹어진 강렬한 색과 터치들이 겹쳐 독특한 분위기를 형성하죠. 또한 밴드 ADOY의 앨범 <CATNIP>은 캐릭터의 알 수 없는 표정이 클로즈업되어 강한 인상을 남겨요. 이는 금세 지나가버리지만 영원할 것 같은 청춘의 단편을 노래하는 밴드 ADOY의 음악적 색채를 톡톡히 드러낸다고. 이렇게나 많은 앨범 아트들 중에, 미국의 음악 잡지 빌보드(Billboard)에서 지난 2020년 ‘최고의 앨범 커버’를 선정하기도 했어요.
▲ 좌: 벨벳 언더그라운드 데뷔 앨범 <The Velvet Underground & Nico> (1967),
우: 비틀즈 11집 <Abbey Road> (1969)
그렇다면 빌보드가 선정한 최고의 앨범 커버 1위는 무엇일까요? 바로 벨벳 언더그라운드의 앨범 <The Velvet Underground & Nico>인데요, 밴드의 이름 자체는 생소할지 몰라도 앨범 아트만큼은 어디선가 본 듯한 익숙한 그림체임을 유령이 플로터도 알아채셨을 거예요. 이 바나나 디자인의 아이디어를 제공한 사람은 바로 앤디 워홀 ! 유명 아티스트가 참여했기에 전 세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고 덩달아 앨범 자체도 널리 알려진 경우이죠. 2위는 바로 비틀즈 하면 떠오르는 유명한 횡단보도 사진인 앨범 <Abbey Road>의 앨범 커버에요. 즉흥적인 아이디어를 바탕으로 10분만에 찍힌 사진임이 알려지며 더욱 유명세를 얻은 작품이라고.

👻: 해외 음악계의 큰 손 빌보드가 앨범 아트를 언급했을 정도면, 그림이 음악에 주는 영향이 상당함을 확인할 수 있겠네령! 

▲ 앨범 아트워크들
저작권이 왜 없는건데? 😤
이렇게 음악계에서 점차 중요성이 커져 가는 앨범 아트이지만, 놀랍게도 시각적으로 한 앨범을 대표하는 이미지에는 저작권이 거의 존재하지 않아요. 음악의 경우, 곡에 대한 권리를 분배하여 작사, 프로듀싱 등 곡을 만드는 데 참여한 모든 사람들에게 저작권료 수입이 돌아가죠. 이와 달리 앨범 아트워크를 제작하는 예술가는 작업이 마무리되면 일회성의 보수를 지급받는 것에 그친다는 사실! 음원의 경우에는 저작권을 인정받을 수 있는 단체들이 존재하지만, 앨범 아트워크는 그러한 단체가 없기 때문이라고.
 
크러쉬, 딘, 로꼬 등 한국 유명 아티스트들의 앨범 아트워크를 맡은 홍정희 작가는 앨범 아트에 대한 인식이 개선되어야만 한다고 이야기해요. 음악에 큰 영향을 주는 하나의 미술 작품으로서 중요도와 가치가 점점 커짐에도 불구하고 앨범 커버 아티스트들은 합당한 대가를 받지 못하고 있거든요. 작가 본인이 직접 권리를 주장하고 나서지 않는 이상 저작권료가 보장되지 않기 때문에, 변해가는 미술과 음악 시장 트렌드에 따라 인식 또한 개선되어야 한다는데.

👻: 앨범 아트워크가 하나의 미술 분야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만큼 제도와 인식도 나아지면 좋겠네령!
플롯 TMI 💎
해외 음악앨범 커버에서 종종 보이는 이것

유령이 플로터, 혹시 해외 음악앨범 커버에서 다음과 같은 작은 라벨을 보신 적 있나요? 크기가 작아서 얼핏 보면 음반 제작사의 로고일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요. 자세히 들여다보면 ‘Parental advisory. Explicit content(부모님 주의. 노골적인 내용)’라고 적힌 이 라벨은 사실 수록곡의 가사에 노골적인 내용이 들어 있음을 경고하는 표식이죠. 이는 비속어성적인 표현이 자주 쓰이는 해외 힙합 음악 앨범에서 심심치 않게 발견할 수 있다고.

👻: 이 라벨이 어떻게 일부 음악앨범의 커버에 등장하게 되었는지 궁금하시다면 아래의 버튼을 클릭해보세령!
👻: 플롯은 여러분의 피드백을 기다려령!
👻연극과 예술! 생각보다 우리와 더 가까워요.
그런데 플롯은 왜 연극과 예술에 대해 말하는 걸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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