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금요일, 12월 넷째 주. 고래 싸움에 끼어버린 '연어'

12월 넷째 주 - 금요일의 커피팟

커피팟은 30대 밀레니얼을 위한 뉴스와 이야기를 전해 드립니다. 변화하는 세상 이야기와 그 속에서 잠시 생각해 볼 이야기를 월, 금 배달합니다.

즐거운 크리스마스 보내셨나요? 이번 주 외신에서는 보잉 737 맥스 이슈, 우버 창업자 엑시트 등의 뉴스가 화제였는데요. 커피팟은 조금 다른 이야기를 준비했어요. 1) 모닝커피는 '연어'가 미국과 중국 사이의 고래 싸움에 어떻게 끼었는지 살펴봤고요. 2) 에스프레소는 마이크로소프트의 주 4일 근무 실험 결과(!)를 전해드려요. 3) 아포가토는 AI를 말하는 세상에서 인간의 손길이 지닌 의미를 생각하게 하는 '책 수선가'의 이야기를 소개합니다.

+ 연말연시, 커피팟은 여러 의견을 반영해 더 나은 구성을 만드는 시간을 갖고자 합니다. 잘 정비해서 2020년 초입에 다시 찾아올게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1. 모닝커피 - '연어'가 미중 고래 싸움에 끼어버린 까닭

페로 제도는 아이슬란드, 노르웨이, 영국(스코틀랜드)의 중간에 있는 덴마크 자치령인데요. 테크 세계와는 거리가 먼, 어업을 주력으로 삼은 곳이죠. 인구도 5만 명에 불과하고요. 최근, 북극권에 가까운 이 작은 곳이 미국과 중국의 '5G' 고래 싸움 한복판에 놓였어요. 뉴욕타임스가 취재 기사를 통해 살펴봤습니다.

연어가 많고 평화로운 북쪽의 작은 제도, 페로 제도

무슨 일이 있었나요?

페로 제도에서 5G 네트워크 사업자를 선정하기로 한 게 시작이었어요. 아직 구체적인 계약은 진행되지 않았지만, 미국 정부가 덴마크 대사를 통해 먼저 개입했습니다. "화웨이(Huawei)랑은 계약하지 않았으면 좋겠다"라고 하면서요. 그러자 중국 정부도 가만히 있지 않았죠. "화웨이랑 계약하면 페로 제도와 무역거래를 확대하겠다"라고 회유를 시도했어요.

왜 여기서도 싸우죠?

미국은 그간 영국, 독일, 폴란드를 비롯한 유럽 국가들에 화웨이의 5G 네트워크 장비 사용을 금지할 것을 압박해 왔어요. 중국 정부와 연계된 화웨이 네트워크를 통해 스파이 활동이 일어날 수 있고, 이는 중대한 안보 위협이 된다는 이유였죠. 페로 제도 자치정부에도 같은 이유로 화웨이와 거래하지 않을 것을 요청한 거죠.
중국은 매번 화웨이와의 연결을 부정해 왔어요. 그런데 이번에는 페로 제도 자치정부의 고위 관계자가 중국 대사의 '회유'에 대해 말하는 녹취록이 공개돼 버렸죠. 내용인즉, "화웨이가 이번에 사업자로 선정되지 않으면 추진하던 자유무역 거래를 중단하겠다. 어류 수입도 줄 것이다"는 것이었고요.
페로 제도 총리는 "우리는 해외의 정부 관계자들에게 압력이나 협박을 받은 일이 없다. 사업자 선정은 지역 통신사업자인 '포로야 텔레(Foroya Tele)'의 결정에 달려 있다"라는 공식 입장을 내놓았지만, 이미 싸움은 벌어졌는 걸요.

그런데 왜 연어가 중요한가요?

페로 제도 수출의 90%는 연어, 고등어, 청어, 대구를 비롯한 어류가 차지해요. 연어 판매량의 약 7%는 중국으로 향하고요. 이를 더 늘리기 위해 2019년 8월엔 베이징에 무역 사무소를 열기도 했어요. 자유무역 논의도 이어가고 있었고요. 페로 제도 경제의 새로운 활로를 중국과의 무역 확대에서 찾은 거죠. 연어가 그 핵심에 있고요.

앞으로 어떻게 될까요?

페로 제도 주민들은 복잡한 감정을 느끼고 있어요. 미국에 대한 호감이 상대적으로 높지만, 지역 경제를 위해서는 중국과의 거래가 필수이기 때문이죠. 그들이 가진 자원(어류, 특히 연어)으로 경제 성장을 이끌어야 하는데, 그 키를 중국이 쥐고 있으니까요. 미중 패권 싸움 한복판에 놓인 이 작은 지역의 결정은 중국과 거래해야 하는 다른 유럽 국가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 이목이 집중될 것으로 예상돼요.

+ 샷 추가

유럽은 눈치 보는 중 중국과의 무역을 확대할 니즈가 있는 독일(자동차), 프랑스(항공기), 영국(의약품) 등은 이 거래에 가장 촉각을 곤두세우는 국가들입니다. 미국의 전통적인 우방이죠. 유럽은 이미 대중국 거래 의존도가 높아졌어요. 알리바바 등 이커머스 플랫폼도 유럽을 중점에 두고 해외 사업을 확대하고 있죠.
미국이 말하는 안보 위협 미국이 안보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전략 지역 중 하나가 북극권이에요. 전통적인 우방이자 북극권의 한복판인 이곳에 화웨이의 5G 네트워크가 들어와 정보의 흐름을 통제한다면? 그 가능성조차 반길 리 없죠.

++ 시럽 추가: 중국은 왜 페로 제도에서 연어를 수입할까?

연어 하면 원래 노르웨이가 유명하죠. 중국은 2010년에 인권운동가 류샤오보가 노벨 평화상을 수상하자 수상 주체인 노르웨이*에서의 연어 수입량을 줄였어요. 당시 양국 간 진행 중이던 무역 협정 논의도 중단되었고요. 중국은 증가하는 연어 수요를 맞추기 위해 대신 페로 제도산 수입량을 늘렸어요.

* 노벨상은 보통 스웨덴 한림원을 비롯한 스웨덴 측에서 선정하는 것으로 알려졌죠. 노벨 '평화상'은 노르웨이 국회가 선출한 5인의 위원회가 선정해요. 시상도 노르웨이의 오슬로에서 진행하고요.

2. 에스프레소 - 마이크로소프트의 주4일 근무 실험 결과는?

윈도우즈 리프레시 버튼(F5) 누르기

지난 8월, 마이크로소프트(MS)는 일본에서 주4일 근무 실험을 했어요. 8월 한 달 동안 매주 금요일은 쉬는 한시적인 실험(정식 명칭은 'MS 워크라이프 초이스 챌린지 2019')이었는데요. 직원 1인당 생산성이 40% 가까이 높아졌다는 결과가 나왔어요. 생산성 향상 측정 지표로는 전년 대비 같은 기간에 일어난 직원당 매출을 사용했고요.

어떻게 가능했죠?

'회의'와 '이메일 답변'에 들이는 시간을 줄였다고 해요. 회의는 30분 이내로 끝낼 것을 권장했죠.
추가로 할 이야기는 대면보다 온라인 메시지 툴(물론, MS TEAMS)을 사용했고요.

특별한 비법이 없어서 실망하셨나요? 해답은 간단하지만 실행은 간단치 않았을 텐데요. MS 일본법인 직원들은 대부분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고 하네요. (총 직원 2280명 중 92%가 새로운 가이드라인에 긍정적인 영향을 받았다는 설문 결과)

물론, 일각에서 마이크로소프트의 전체적인 성장세*가 영향을 미친 게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법 한대요. 과연 "주 5일을 채워서 근무했으면 실적은 더 좋았을 것이다"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

* MS 리더십과 성장동력에 대한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이번 주 월요일의 커피팟도 참고해 주세요.

+ 샷 추가: 직원뿐만 아니라 회사와 환경에도 긍정적인 효과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전기료 23% 절감
전년 같은 기간 대비 종이 프린트 59% 감소

실험 진행 기간 매주 금요일은 아예 사무실을 폐쇄했다고 하는데요. 직원들의 긍정적인 반응을 바탕으로 이번 겨울에 두 번째 실험을 진행한다고 하네요. 또 한 번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랍니다.

++ 시럽 추가: 일본이어서 더 의미 있었던 실험

'샐러리맨' 문화의 원조격인 일본은 지난 몇 년간 과도한 근무로 사망한 근로자 문제가 큰 이슈였죠. 외신에서는 일본어로 '카로시'가 있다는 것도 놀랍다는 반응이었어요. 근데 이 단어, 한국에도 있죠. '과로사'. 한국에선 주 52시간 근무제를 두고 여러 의견이 나오는데요.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의 본질이 무엇인지 생각하는 게 먼저 아닐까요. 일을 도와주는 많은 툴이 개발된(앞으로 더 개발될) 디지털 시대에 효율적으로 일하는 방법은 무엇일지 고민하면서요.

3. 아포가토 - 손에 잡히는 시간의 흐름, AI 시대에 책을 수선한다는 것 <아무튼, 주말>

손에 잡히는 책은 시간의 변화를 느끼게 해주죠

어떤 내용인가요?

사연 많은 헌책이 새 책으로 탈바꿈하는 곳, '재영책수선'의 운영자이자 책 수선가 재영 씨의 이야기입니다. 10평 남짓한 작업실에서 그가 무슨 일을, 어떤 생각과 마음으로 하는지 담아낸 인터뷰이기도 하죠.

어떤 부분이 좋았나요?

"종이 한 장에도 셀 수 없는 많은 가치가 담길 수 있다는 걸 느껴요. 전자책에도 필기는 할 수 있지만, 손에 잡히는 종이처럼 시간의 흐름을 담지는 못하니까요."

삶의 흔적과 이야기가 담긴 물건은 시간이 쌓일수록 가치가 더해집니다. 의뢰인과 충분한 논의 끝에 임하는 수선은 그 결을 더 선명하게 만드는 행위죠. 어쩌면 디지털 시대에 아날로그가 가야 하는 길이 여기에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한 문장입니다.

"보수용 종이로 찢어진 곳만 붙일 수도 있어요. 저는 책이 기능하도록 고치는 의미의 수선에 머물고 싶지는 않아요. 아름다움이나 서사(敍事)를 느낄 수 있는 작품으로 만들겠다는 욕심이 있어요."

기능을 넘어서 아름다움과 의미를 짓는 일. 책 수선도 그런 일이라는 점에서 하나의 예술로 느껴졌어요. 우리 사회가 실용과 기능에만 치우치지 않도록 다양한 분야에서 크래프트맨십을 발휘하는 일들이 생겼으면 해요. 그 가치도 인정받았으면 하고요.

+ 샷 추가: 책들이 새롭게 태어나는 과정은 재영책수선 트위터에서 일부 살펴볼 수 있어요. 기사에 나온 할머니의 일기는 물론, 저마다의 헌책들이 품은 이야기가 사뭇 생생하게 다가옵니다.

++ 시럽 추가: 2016년 뉴욕타임스 올해의 책에 선정된 책이자, 한국에서도 많은 사랑을 받았던 <아날로그의 반격>과도 이어지는 부분이 있죠. 저자 데이비드 색스는 2019 세계지식포럼에 참가해 "디지털 시대 아날로그는 자신의 개성을 보여주면서 공동체란 느낌을 갖게 하는데 아주 유용하다"라고 말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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