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바로 오늘, 조성진의 라벨 피아노 독주 전곡집이 정식 발매됩니다. 라벨 탄생 150주년을 기념하며 녹음한 이 앨범은 연주자 자신에게도 굉장히 특별한 경험이었다고 하는데요. 신보 인터뷰에서 작곡가의 전곡을 녹음한 것은 처음이라며 소회를 밝히기도 했어요🤓 그러고 보니 그가 쇼팽 콩쿠르를 우승하고, 도이치 그라모폰에서 앨범을 발매한 지도 벌써 10년이 되었네요. 어쩌면 전곡집이라는 도전은 또 다른 챕터를 여는 포문일 수도 있겠습니다.

한 작곡가의 전곡을 연주하는 것은 그의 인생과 철학까지 톺아보아야 하는 큰 작업이기에 더 의미가 있습니다. 그래서 많은 연주자들이 목표하는 것이기도 하죠🙌🏻 이번 앨범은 특히나 그 대상이 라벨이라는 점에서 더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그는 연주자에게 아주 구체적으로 연주 지시어를 적어둔 것으로 잘 알려져 있거든요. 라벨의 음악들로 꾸려진 이번 뉴스레터를 조성진의 신보중 선공개된 “Sonatine, M. 40”으로 시작해 봅니다. 조성진의 라벨을 가장 먼저 만나보세요🏃🏻‍♀️

Main Act

Ravel: Miroirs, Alborada del gracioso

에디터가 이번 앨범에서 가장 기대하고 있는 곡은 바로 “거울(Miroirs, M.43 for piano)”입니다. 이 곡은 라벨이 1904년에 작곡을 시작하여 1905년에 완성한 곡으로, 총 5곡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프랑스 파리의 젊은 예술가 모임인 '아파쉬'를 위해 작곡한 곡이죠. 실제로 5곡은 모두 아파쉬 구성원들에게 헌정되었습니다💌 각 곡의 제목도 참 예뻐요. 밤나방, 슬픈 새, 바다 위의 작은 배, 어릿광대의 아침 노래, 종의 골짜기. 이 제목들은 그가 헌정한 예술가들의 영혼과 성향을 담고 있어요. 그리고 그것이 마치 거울에 비친 모양새 같다고 하여 "거울" 모음곡이라고 합니다🪞 누군가가 나를 '바다 위의 작은 배'라고 표현한다면, 정말 낭만적일 것 같아요!

“거울”에서 라벨은 자신도 ‘내 음악에 익숙한 사람들도 놀랄만큼’ 새로운 화성을 사용했다고 언급했는데요. 그만큼 연주자들 사이에서 난해한 곡으로 꼽히곤 해요. 음악학자들은 “거울”을 시작으로 라벨이 본인만의 독자적인 음악 어법을 만들어 나갔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전까지는 상당 부분을 드뷔시와 영향을 주고받았기에 드뷔시와 닮은 부분이 많고요! 그래서인지 에디터는 개인적으로 드뷔시의 곡을 즐겨 듣는 분이라면 큰 부담 없이 들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 하나 더! 이 곡은 여러 지시어로 철저하게 관리되고 있는데요. 여기에는 음악적 변형을 최대한 제한하고, 나의 의도대로 연주해달라는 라벨의 바람이 담겨있어요. 이중 그나마 가장 자유로이 연주할 수 있는 곡이 있다면, 바로 두 번째 곡, "슬픈 새"입니다. 중간에 '애드리브에 가깝도록 연주하라'는 지시어가 있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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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bussy: Pelléas et Mélisande (Suite)

위에서 잠시 언급한 파리의 젊은 예술가 모임 '아파쉬(Les Apaches)'. 1903년, 라벨의 주도로 만들어진 이 모임은 '기존의 예술사조를 탈피하여 새롭고 혁신적인 예술을 꾸려보자'는 예술가들로 구성되었습니다. 이 모임은 매주 토요일에 모여 예술의 미래에 관해 논의했어요💭 세계 1차 대전으로 해체되기까지 20명이 넘는 멤버들이 이 모임을 거쳐 갔고, 그중에는 음악가 외에도 시인이나 화가, 비평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이 참여했다고 전해집니다.

이 모임의 명칭의 유래도 재미있습니다. '아파쉬(Apaches)'는 당대 파리를 활보한 갱단을 뜻하기도 하는데요👩🏻‍🎤 이들의 패션, 생활양식까지 포함하여 하위 문화로서의 의미를 강하게 가지고 있는 단어예요. 드뷔시의 “펠리아스와 멜리장드” 초연 공연을 보고 나오는 구성원들에게 한 신문 판매원이 이 갱단들을 다룬 신문을 나눠줬고, 그곳에는 “주의하세요! 아파쉬(갱단들)이에요!”라고 적혀있었대요🫥 기존 예술사조에서 벗어나 예술개혁을 외치던 구성원들은 이를 재밌게 여겼고, 자신들의 모임 이름에 활용한 것이죠. 여기서 알 수 있듯이, 이들은 드뷔시의 열렬한 팬이기도 했어요. 그러나 드뷔시는 정작 '아파쉬'가 아니었답니다.

이 모임은 구성원들의 집에서 모였을 만큼, 프라이빗했기에 구성원끼리 아주 가까웠다고 해요. 라벨이 그룹의 구성원인 레옹 폴 파르그와 연인 사이였다는 추측이 있을 만큼요! 레옹 폴 파르그는 당대 프랑스 최고 시인으로 평가받는 사람으로, "거울" 모음곡에서 그에게 헌정된 곡은 바로 첫 곡, "밤나방"입니다. 이처럼 그룹은 엄격한 규율 없이 자유롭게 운영되었지만, 여성은 절대 가입하지 못하는 법칙이 있다거나 하는 특이하고… 모순적인 룰을 가지고 있었다고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