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줍게의 쓰줍레터
Vol. 32
2024. 2. 10.

안녕하세요, 쓰줍게입니다!

겨울 잘 보내고 계신가요. 엄청난 한파가 이어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체감 온도가 영하 10도 밑으로 떨어지는 날들이 부지기수네요. 자연스레 쓰줍 나가기도 한 번 더 고민하게 됩니다. 그럼에도 나름대로 이어가보려 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우선 2주간 쓰줍게의 주요 활동들을 정리해본 후, 길거리 쓰레기통(공공 쓰레기통)에 대한 쓰줍게의 생각을 에세이로 나누고자 합니다. 레터와 함께 따뜻한 한 주 시작하셨으면 좋겠습니다. 감사합니다!

NEWS

쓰줍게의 주간 소식


1. 

1월 19일에는 인왕산에서 2030기후클럽과 플레킹(플로깅+트레킹)을 했습니다. 인왕산은 서울 풍경이 잘 보여서 좋아하던 곳이었는데 플로깅까지 하니 보람찬 일이었습니다. 인왕산 올라가기 전 골목길에서도 담배꽁초 등 쓰레기가 많았고, 주민분들이 응원의 말씀을 건네기도 했습니다. 인왕산은 특이하게 무속인들이 많이 모이는건지 무속 관련 물품이나 제사용으로 버려진 술병/캔들이 조금씩 보였습니다. 예전에 무속 목적으로 향이나 초를 피우다 산불이 난 일이 있었다고 하는데 그런 것이 좀 걱정되었습니다. 역시 담배꽁초는 산에서도 많이 발견되었구요. 쓰줍도 중요하지만 걸으면서 이야기 나누는 것도 재밌는 요소인데 산을 걸으면서도 모인 분들과 많은 이야길 나누었고 그 후에는 같이 밥먹으면서 더 많은 대화를 할 수 있어 보람찬 주말 아침이었습니다.


2.

1월 25일에는 문래창작촌에서 새로깅과 쓰줍을 했습니다. 영등포쪽에서 쓰줍을 한 건 처음이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모이셔서 골목의 쓰레기들을 싹 쓸어버리듯이 할 수 있어서 보람찼습니다. 문래창작촌 인근은 골목과 작은 가게들이 많은 소위 구도심의 도시구조였는데, 쓰줍게가 관심있게 지켜보는 도시공터가 많았습니다. 골목 사이에 유휴 용지로 남겨져 있는 도시공터들은 우연히 버려진 쓰레기가 치워지지 않고, 그 뒤부터는 지나가던 사람들도 쓰레기를 버리고 가도 이상하지 않은 느낌인지 쓰레기들이 점점 쌓였습니다. 아예 생활 쓰레기를 일부러 투기하는 경우도 있어보입니다. 그래서인지 이 날은 바지, 안경, 칼 등 독특한 쓰레기가 많았습니다. 또, 직접 베이킹한 마들렌을 나눠주셨는데 감동적인 맛이었습니다.


3.

1월 28일에는 인천시 검암동에서 쓰줍을 했습니다. 새로 이사한 집의 앞에는 동네 작은 산이 있는데. 산 주변으로 난 산책로를 따라 걸으며 쓰레기를 주웠습니다. 얼어붙은 물티슈와 과자 봉지, 담뱃갑들이 특히 많았어요. 날이 추워진 게 절로 실감이 됩니다. 연휴 덕분에 간만에 본가 근처에서 쓰줍을 할 수 있어 좋습니다.


4.

같은 날에는 서울시 서초구에서도 쓰줍을 했습니다. 눈이 내리던 연휴, 눈이 적절히 그친 날 집 근처에서 재활용 쓰레기 쓰줍을 했습니다. 빙판길에 미끄러지면 안 되니 등산화로 철저하게 대비했죠. 눈 내린 뒤라 그런지 눈에 파묻힌 쓰레기들을 많이 보았습니다. 얼어서 바닥에서 잘 떨어지지 않던 유리병들도 있었고요.


5. 

2월 5일에는 포항시 동해면에서 쓰줍을 했습니다. 한파가 본격적으로 찾아왔습니다. 짧게나마 근처를 산책하며 재활용 쓰레기들을 주웠어요. 추운 날씨였지만 마음이 조금은 따뜻해졌습니다. 어서 겨울이 지나가서 자유롭게 야외 쓰줍 할 수 있으면 좋겠네요. 최근 한참 못간 해변 쓰줍도,,,



쓰줍게의 모든 활동은 쓰줍게 공식 인스타그램(@ploggingcrab)에서 만나보실 수 있습니다. 아래의 링크로 들어가셔서 쓰줍게의 최신 활동들을 직접 확인해보세요! 


ESSAY

길거리에는 더 많은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독서 모임을 마치고 집에 돌아가던 어느 날이었다. 모임에서 마신 테이크아웃 컵을 어디에 버릴지, 나는 한참을 두리번거렸다. 그런데 아무리 걸어도 컵을 버릴 쓰레기통이 보이지 않았다. 가로등 옆에, 길 한가운데에, 벤치 아래에 버려진 쓰레기들만 보일 뿐이었다. 결국 쓰레기통을 찾지 못하자, 귀가를 위해 들어간 지하철역에 겨우 컵을 버릴 수 있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유독 길거리에서 쓰레기통을 찾아보기 어렵다. 이 문제는 사실 30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쓰레기 종량제’가 처음 시행된 1995년, 정부는 길거리 쓰레기통을 줄이기 시작했다. 가정에서 나온 쓰레기를 길거리 쓰레기통에 무단으로 투기하는 경우가 잦았기 때문이었다. 종량제가 안정적으로 자리 잡은 지금은 어떨까. 지방마다 사정이 다르다. 900개가 넘게 설치된 곳도 있는 반면(가평군), 1개도 없는 곳도 있다(화성시, 과천시 등). 서울특별시는 최근 ‘가로 휴지통’이라는 이름으로 새로운 디자인의 쓰레기통을 곳곳에 설치하고 있다.

  길거리 쓰레기통 설치는 무단투기 문제의 좋은 해결책이 될 수 있다. 눈에 쓰레기통이 보일 때와 보이지 않을 때의 심리적 차이는 생각보다 더 크다. 그렇지만 쉽게 늘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주장에도 일리는 있다. 쓰레기통을 대폭 늘리려면 공공 차원의 체계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새롭게 처리 시스템을 설계해야 하고, 많은 인력과 비용을 들여야 한다. 정책의 도입은 항상 이익과 비용을 신중하게 검토하며 이루어져야 한다.

  쓰레기통 주변에 오히려 무단 투기가 늘어난다는 목소리도, 가정 및 사업장에서 쓰레기를 투기하는 일이 생긴다는 지적도 있다. 어떤 취지인지 이해는 되지만, 그것이 ‘쓰레기통을 늘려서는 안 된다’는 주장을 뒷받침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쓰레기통을 늘리지 않는 것이 과연 쓰레기를 줄이는데 기여할 수 있다는 것인가. 연구는 그렇지 않다고 답한다. 쓰레기통이 있는 곳보다는 없는 곳에서 40% 더 많은 쓰레기가 배출된다는 것이다(대전세종연구원, 2018). 나아가야 할 ‘방향’은 분명하다. 길거리에는 결국 지금보다 더 많은 쓰레기통이 필요하다. 남는 것은 ‘얼마나’, ‘어떻게’의 문제이다. 

  우선, 방향성을 제시할 ‘법’의 존재가 필요하다. 지금까지 길거리 쓰레기통의 문제는 철저히 지자체별 정책에 의존해 왔었다.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는 법 규정 자체가 없었다. 그래서 지자체마다 입장도, 방향도 달랐다. 일관된 방향성을 만들어가기 위해서는 법률 차원에서 규정이 필요하다. 또한, 쓰레기통을 무작정 늘린다고 좋은 것이 아니며, 쓰레기통의 배치 또한 신중하게 고민해야 한다. 자칫하면 과유불급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유동인구가 많은 곳, 쓰레기 투기량이 많은 곳에 특히 많이 설치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사회 문제를 이야기할 때 항상 나오는 말이 있다. ‘개인’의 변화와 ‘법/정책’의 변화가 함께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런데 나는 두 가지가 분리된 것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법과 정책의 개선은 직접적으로 개인의 의식에 영향을 준다. 눈에 띄게 쓰레기통이 늘어난다면, 자연스럽게 길거리에 버려야겠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줄어들 것이다. 변화가 눈에 보인다면 사람들의 생각 역시 조금은 바뀐다. 그 힘을 믿으면서, 조금은 더 적극적으로 정책 개선이 있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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