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즈계의 락스타

The Beatles, White Album ©Wikipedia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Radiohead: Paranoid Android, "Ok Computer(1997)"

라디오헤드, 아마 많은 분이 좋아하실 것 같은데요. 이름만 듣고 낯설게 느껴지다가도 대표곡인 "Creep"을 들으면 바로 고개를 끄덕이게 되죠. 이 밴드가 전설이 된 이유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습니다만, 에디터 W는 그 이유를 투철한 실험정신에서 찾아보고자 합니다👩🏻‍🔬 특히 오늘 소개할 이들의 기념비적 앨범, "Ok Computer(1997)"은 라디오헤드의 실험정신을 극적으로 보여주는 예시이자, 당대 대중음악계에 큰 영향을 주고, 또 받은 앨범이라고 할 수 있어요. 이 앨범을 기점으로 쉬운 음악 혹은 의미 없는 음악으로 치부되던 락 음악의 흐름이 단번에 일렉트로닉적인 사운드를 필두로 하는 프로그레시브 락으로 흘러가게 되었기 때문이에요🤘🏻

앨범의 수록곡인 "Paranoid Android"의 경우에는 영국 작가인 더글라스 애덤스의 소설 "은하수를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의 영향을 받은 곡으로, 5개로 분리될 수 있는 섹션과 5박자 계열의 브릿지는 클래식 음악의 복잡다단한 구조를 떠오르게 하는데요. 명실상부 밴드의 대표곡으로 불리는 이 곡은 이제껏 수많은 아티스트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지만, 그중 한 아티스트의 작품이 제 귀를 사로잡았어요🤓 바로 오늘의 주인공, 재즈 피아니스트 브래드 멜다우의 편곡이었습니다.

Main Act

Brad Mehldau: Blackbird

1970년 미국에서 태어난 브래드 멜다우는 현재 살아있는 재즈 피아니스트 중 TOP 5를 꼽으라면 빠지지 않을 음악가입니다. 4살 때 피아노를 배우며 음악교육을 받았고, 라디오에서 팝과 락을 들으며 음악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고 해요. 이후 고등학교에서 재즈 밴드 활동을 거치며 뉴욕 뉴스쿨에 입학하는데요. 어릴 적부터 장르를 가리지 않고 가졌던 폭넓은 음악적 호기심은 멜다우의 음악에서도 잘 드러납니다👀 1999년, 그의 첫 솔로 앨범은 브람스, 슈만과 같은 19세기 독일 낭만주의 음악에서 영향을 받았으며, 이후 발표한 앨범에서는 피아노와 오케스트라를 전자 사운드와 결합하는 등 장르를 넘나드는 시도를 했죠.

그렇다면 오늘 글릿이 소개하는 곡 "Blackbird"는 어떤 장르의 영향을 받았을까요? 들어보면 아마 익숙한 분들도 계실 텐데요. 이는 밴드 비틀즈(The Beatles)의 불후의 명곡, "Blackbird"를 편곡한 것이기 때문이에요. 원곡을 작곡한 폴 매카트니는 "Blackbird"의 기타 반주를 작곡할 때 J.S. 바흐의 🔗"Bouree in e minor"에서 큰 영향을 받았다고 언급했습니다. 이처럼 브래드 멜다우는 한차례 대중 음악화된 클래식 음악을 재즈식으로 재구성하였고, 이는 그가 가진 다양한 음악적 관심사를 반영하는 것 같아요✍🏻

💡 하나 더! 멜다우의 "Blackbird"를 듣다 보면 잔잔한 통일감이 느껴지는데요. 이는 바로 멜다우가 활용한 '페달 포인트' 덕분입니다. '페달 포인트'란 상성부의 연주와 별개로 베이스 오래 지속하는 연주 기법이에요. 이 기법은 바흐가 살았던 바로크 시대 음악에 자주 쓰였고, 그래서인지 멜다우가 편곡한 "Blackbird"를 듣다 보면 그 시대의 음악을 재현하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바흐의 "Bouree in e minor"를 하나의 소재로서 적극적으로 활용한 것 같죠?

More...

Brad Mehldau: Your Mother Should Know

재즈바에 가면 늘 등장하는 곡들이 있어요. "Fly me to the moon", "Misty", 'Summertime"... 분명 같은 곡인데 연주자마다 색다르게 편곡되어 연주되곤 하죠. 흔히 재즈 스탠다드라 불리는 이 곡들은 편곡과 즉흥연주의 기초로 사용되는데요. 그만큼 아주 오랫동안 사랑 받은 작품이기도 합니다👏🏻 이 스탠다드는 누가 만들었고, 왜 스탠다드화되었을까요?

초기의 스탠다드 곡들은 대부분 미국의 브릴 빌딩에서 탄생했는데요. 이곳은 20세기 초, 실력 있는 음악가들의 성지와 같은 곳이었어요. 수많은 재즈 음악이 이곳에서 탄생하고 녹음되었거든요. 상업적으로 성공을 거둬야만 했던 재즈 음악가들은 음반사로부터 자작곡보다는 이미 한차례 이름을 알린 곡을 연주할 것을 요구받았어요. 그리고 그 곡은 대부분 브릴 빌딩의 음악가들이 배출한 곡들이었고요!😮

💡 하나 더! 이들은 약 1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재즈의 정전(Canon)으로서 자리하고 있는데요. 버클리 음대 학생들 사이에서 무려 70년이 넘는 시간 동안 활용되어 온 이 '재즈 리얼 북'이라는 불법 책은 바로 이 곡들을 모은 악보집입니다. 거의 몇백 쪽에 달하는 이 악보집은 버클리 학생들 사이에서는 필수적으로 외워야 할 악보로 여겨진다고 해요. 다행히도 2000년대 이후, 정식 출판사를 통해 출판되었다고 하네요!

"비틀즈의 음악에는 어느 누구도 부인할 수 없는 전 세계적인 보편성이 담겨져 있습니다.

그들이 남긴 음악은 문화와 세대 간의 간격을 넘어서며, 또 젊은 감상자들이 지속적으로 비틀즈의 음악에 담긴 보편적인 예술성에 매료되죠."

-브래드 멜다우

다른 이들의 곡을 자신의 것으로 즉흥적으로 재창조하는 것에 익숙한 재즈 아티스트, 브래드 멜다우. 누군가는 단순히 비틀즈의 곡을 '리메이크'하였다고 이야기할 수도 있겠지만, 재즈에서는 어떤 곡을 골라 자신의 방식으로 연주할지 결정하는 것 자체가 굉장히 의미 있는 시작입니다🤓 2023년, 브래드 멜다우는 오늘의 곡 "Blackbird" 이외에 또 다른 비틀즈의 곡을 리메이크한 앨범, "Your mother should know"를 발매하기도 했는데요. 마치 재즈의 스탠다드 곡들과 같이, 최근에는 비틀즈의 곡이 정전화가 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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