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 18일, 한미일 정상회담이 진행됐습니다. 세 나라의 경제, 안보 협력 수준을 강화하고 구체적인 협력 방안을 명시한 공동성명이 발표됐죠. 그로부터 얼마 후인 8월 24일 오후 1시, 후쿠시마 원전 오염수 방류가 시작됐습니다. 한미일 간의 공조관계 속에서 한국이 주도적 역할을 수행할 수 있냐는 비관적인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이번 정상회담으로 더욱 공고해진 한미일 간의 삼각동맹의 여파는 상당히 오랜 시간 지속될 것으로 보입니다.

이번 주 폴라리스의 주제는 ‘한미일 정상회담’입니다. 한미일 정상회담의 과정과 결과에 우리나라의 주권 문제는 없었는지, 국민적 공감대가 없는 한일 간의 군사적 협력은 괜찮을지, 한미일 협력이 강화됨에 따라 틀어지는 한중 관계는 어떤 결과를 불러올지,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라는 국민의 요구는 지켜질 수 있을지 라는 네 가지 질문에 답해보고자 합니다.  

평화는 어떻게든 서로 양보해서 수용할 수 있는 접점과 공존의 논리를 찾는 것이다. 일방적으로 압도해서 승리하는 건 전쟁이지 평화가 아니다. 우리 국민은 전쟁 없는 평화를 원한다. 그래서 예방 외교가 중요한데, 대안의 가능성을 배제하는 외통수 외교정책을 펴고 있다. 어찌 보면 ‘힘에 의한 평화론’이야말로 가짜 평화다. 안보는 평화의 필요조건일 뿐 충분조건은 아니다.

문정인 연세대 명예교수

최근 1년 동안 한국과 미국, 일본 3국 간의 ‘삼각공조’가 강화되고 있습니다. 특히 한일 관계는 강제동원 피해자 배상, 후쿠시마 오염수 방류 등의 문제에서 한국 정부가 일본에 양보하며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데요. 지난 8월 워싱턴에서 열린 한미일 정상회담은 이러한 관계 변화의 결과라고 볼 수 있습니다. 세 나라의 경제, 안보 협력 수준을 강화하는 데 합의하며 3국 협력의 큰 틀을 명시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과 이를 기반으로 구체적 협력 방안을 명시한 공동성명 ‘캠프 데이비드 정신,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을 발표했습니다.

이번 회담의 핵심으로 평가받는 ‘한미일 간 협의에 대한 공약’에는 한 국가에 안보 위협이 발생할 경우, 세 나라가 공동대응을 위해 신속하게 협의한다는 내용이 담겼습니다. 협력 수준이 높은 만큼 ‘사실상 군사 협력이 아니냐’는 지적을 받고 있는데요. 대통령실은 “(법적 구속력이 없기에) ’우리에게 위협이 아니다’라고 생각하면 공동 대응에 나서지 않아도 된다”며, 군사 동맹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습니다. 그러나 지정학적으로 가까운 한국과 일본 사이에서, 한 국가에 가해진 위협은 다른 국가의 위기와 직결될 수 밖에 없기에 군사 동맹에 가깝다는 분석도 나옵니다.

신냉전이 고조되는 분위기 속에서 한미일 동맹 강화는 북한을 견제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는 한편, 중국과의 대립을 더 명확히 하게 된다는 단점도 있습니다. 실제로 정상회담 이후 중국은 이번 한미일 협약이 사실상 ‘미니 나토’수준의 안보 협력이라고 성토하기도 했습니다. 과거사 문제가 해결되지 않은 일본과의 공조가 꼭 필요하냐는 의문도 나옵니다. 그간 한미일 정상은 다자회의를 계기로 만나 대화한 적은 있지만, 별도의 회담을 가진 것은 이번이 처음인데요. 이러한 배경에는 한일 간 역사적 문제가 있습니다. 일본은 한국 포함한 다른 아시아권 국가들에도 전쟁에 대해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고, 그래서 동아시아 포함한 아시아권에서는 ‘나토’와 같은 집단방위체를 만들기 어려웠습니다.

반면 미국은 중국을 견제하고 ‘남중국해’에서의 영향력을 키우기 위해 한미일 공조가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상황입니다. 이번 한미일 공조 강화가 한국이 아닌 미국의 의사가 많이 반영된 결과 아니냐는 비판을 받는 이유입니다. 한국의 안보정책에는 미국의 의사결정이 큰 영향을 끼쳐왔습니다. 1950년 대한민국 국군의 작전통제권이 유엔군에 이양된 이후, 여전히 한국의 전시작전권은 주한미군에 있기도 합니다. 이러한 배경 탓에 한미일 공조를 위한 일본과의 관계 변화가 미국의 필요에 따른 것이 아니냐는 지적과 함께, 한국이 외교-안보 주권을 잃은 것 아니냐는 비판이 제기되는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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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일 정상회담에서 제기된 한일 간 군사동맹 가능성에 대해서는 여러 의견이 나오고 있습니다. 그 중 과거사 문제가 특히 두드러지죠. 올해 70년의 역사로, 국민적 공감대를 갖는 한미동맹과 달리, 한일동맹과 한일 간의 군사협력에 대해서는 국민적 여론이 만들어지지 않았습니다. 일본은 한국을 강제로 식민지배했던 역사가 있을 뿐만 아니라, 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전범국가입니다. 그런데 일본의 기시다 총리는 올해 광복절인 8월 15일에도, 군국주의의 상징이라 할 수 있는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보내고, 일부 각료와 국회의원들은 신사 참배까지 했습니다. 전범국가로서 제대로 과거사를 성찰했다고 보기는 어려운 태도입니다.

한국을 식민지배했던 과거사 역시 제대로 사과하지 않았습니다. 한일 관계가 형식적으로 개선된 것은, 제3자 변제안 해법(일제 강제징용 피해자 배상금을 일본 전범기업이 아닌 한국 기업들이 대납하도록 하는 방안) 같은 윤석열 대통령의 일방적인 양보 때문이었죠. 이렇게 과거사 문제가 제대로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우리 정부는 한국과 일본이 군사협력으로 나아가야 할 이유 역시 설명하지 않았습니다.

뿐만 아니라, 한일 간의 군사협력이 우리나라의 국익에 크게 도움된다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일본의 재무장(반격능력 보유)을 간접적으로 인정해주면서, 한반도의 안보 위기가 생길 수 있다는 지적 때문입니다. 일본이 북한의 도발에 반격을 할 경우, 우리 의지와 상관없이, 한반도가 전쟁터가 될 수 있다는 겁니다. 실제로 지난해 일본 정부는 ‘북한에 반격 능력을 행사할 경우 한국 정부와 협의할 것인가’라는 질문에, 일본의 자위권 행사는 다른 나라의 허가를 얻는 것이 아니며, 일본이 자체적으로 판단하겠다는 답변을 했죠. 일본의 재무장을 인정해주는 것이 우리나라의 국익과 직결되는 한반도 안보 위험을 낳을 수 있다는 겁니다.

한일동맹에서 한국과 일본이 대등할지 역시 미지수입니다. 지정학적으로 중국과 더 가까운 한국이 대립의 최전선에 서게 돼, 중국을 정면에서 상대하게 된다는 겁니다. 중국의 외교적·경제적 강압을 직면할 수밖에 없다는 거죠. 상대적으로 후방에 위치한 일본은 중국과의 관계를 비교적 자유롭게 운용하게 됩니다. 북한의 반발 역시 일본이 아닌 한국에 집중될 거라는 지적도 나옵니다. 통일연구원에서는 “북한이 정세 장악력 훼손을 막기 위해 도발을 강화할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기도 했죠. 결국 일본과의 군사적 협력이 한국의 국익과 거리가 있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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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번 한미일 회담이 국가 안보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당장은 정확하게 알 수 없습니다. 국제 정세를 긴밀히 살피며 예측하는 것이 최선이죠. 그런데 중국과의 관계가 틀어짐에 따라 발생하는 국익의 손실은 불가피해보입니다.

현재 한미일 협력체는 중국을 견제하고 포위하는 성격이 강합니다. 특히 한국이 ‘3자 협의에 대한 공약’에서 ‘남중국해에서 중국에 의한 불법적 해상 영유권 주장을 뒷받침하는 위험하고 공격적인 행동과 관련해, 인도-태평양 수역에서의 어떤 일방적 현상변경 시도에도 강하게 반대한다’고 밝힌 것은 중국을 직접 자극한 것으로 풀이되고 있는데요. 그동안 남중국해에서의 해상 영유권 주장이나 타이완 문제에 대해서 미일 간 성명에서는 다소 언급이 있었지만, 한미간 공동성명에서 직접 언급된 적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경제에서 중국의 영향력은 여전히 큽니다. 최근 한국의 대중 수출 의존도가 줄고 있지만 올해 7월까지 비중이 19.6%였고, 특히 한국 수출의 핵심인 반도체·배터리·희토류 소재의 40~80%를 여전히 중국에 의존하고 있는 상황입니다. 수입에서 중국의 비중은 미국과 일본을 합한 규모보다 크죠. 윤경우 국민대 중국학부 교수는 중국과 멀어지고 미·일 관계에 치중하는 건 경제 다변화 차원에서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습니다. 실제로 미국은 한미일 협력체를 통해 중국을 견제하면서도, 협력할 것은 협력하는 ‘디리스킹’ 정책을 펼치고 있습니다. 한국이 미국의 편에 치우치면 많은 것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입니다.

윤석열 정부는 줄곧 신냉전 대립질서에서 미국과 일본을 ‘내 편’으로 규정하고 나토와의 관계 강화에 집중해 왔습니다. 하지만 현 시대는 ‘신냉전적’이지 신냉전 자체는 아닙니다. 군사안보는 양 진영 간 대립구도가 대체로 맞지만 경제는 다극화되어 있고, 진영 간에도 상호의존이 크며, 진영 내부에서도 치열한 경쟁이 벌어지고 있죠. 이런 상황에서 신냉전 대립 질서가 강화돼 서방의 수장인 미국만 맹종하게 되면 다른 영역에서 큰 국익의 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입니다. 기후, 환경, 팬데믹, 테러, 대량살상무기(WMD) 확산 방지 등처럼 진영을 넘어 반드시 협력해야 하는 과제들도 많이 있죠.

3국 협력의 제도화가 가지는 도발 억지력을 무시할 수는 없습니다. 공급망 연대와 관련한 중국과 러시아의 도전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도 나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대통령의 “(한미일 3각 협력 강화로) 우리 국민의 위험은 확실하게 줄어들고, 기회는 확실하게 커질 것”이라는 발언은 청사진만을 그리고 있는 것은 아닌지, 3국 협력의 부작용은 고려하고 있지 않은 건지 묻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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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반의 국민과 야당의 동의를 얻지 못한 캠프 데이비드 원칙은 그 정당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은 3국 군사협의체 구성과 합동군사훈련은 안전보장에 관한 사항이기에, 국민과 국회 야당의 동의가 뒷받침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여론 역시 한미일 안보 협력의 성과에 대해 의구심을 드러냅니다. 설문조사에 의하면, 전국 만 18세 이상 남녀 1016명에게 한미일 정상회의가 경제·안보에 도움이 될 것 같은지 물었더니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답변이 56.3%, ‘도움이 될 것’이라는 답변은 41.6%로 나타났습니다.

윤석열 정부는 110대 국정과제에서 ‘국익우선의 실용외교’와 ‘가치외교’ 두가지를 외교 기조로 말했습니다. 여기에서 주목할 점은 ‘가치외교’가 우리 정부의 외교기조로 처음 등장함으로서 역대 정부와 확연히 다른 기조를 보여준다는 점입니다. 배인선 국방안보 평론가는 “가치와 규범이 유용한 담론이 되기 위해서는 대화와 소통과 토론이 필요하다”고 강조합니다. 하지만 가치외교는 특정한 가치만 신봉하고 상충되는 가치와는 대화를 하지 않아 배타성을 강화했고, 이로 인해 중국, 러시아와의 관계가 악화됐다고 말합니다. 이처럼 “가치의 진영화”가 이뤄진 이유에는 가치외교가 민주평화론 (민주주의국가 사이에는 전쟁이 없고, 평화롭다는 이론)에 근거하는데에 있는데요. 이 학설을 주장하는 일부는 평화를 위해서 민주주의의 적극적인 확산이 필요하며, 이것을 명분으로 한 전쟁은 정당하다는 논리를 펼치기도 합니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국민들이 원하는 것은 전쟁 없는 한반도 평화입니다. 안보 협력은 그 평화를 실현하는 데 하나의 수단이 될 수 있겠지만, 목표가 되면 안됩니다. 그렇다면 실제로 한미일 안보 협력체는 북한의 태도 변화를 끌어낼 수 있을까요? 경향신문 기사에 따르면, 한국 입장에서 3국 협력의 효용은 북한이 위협을 느껴 태도 변화를 보일 때 체감이 가능합니다. 정부는 이를 ‘도발억지’라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지난 8월 22일 북한은 일본에 군사 정찰에 이용 가능한 인공위성 발사를 통보했고, 이틀 뒤 실제로 정찰 위성을 발포했습니다. 김준형 교수가 “3국 협력을 통해 한국의 안보상황이 개선됐다고 하지만 여전히 북한은 하고 싶은 것을 다 하는 상황”이라고 풀이하는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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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통일에 대해 생각해본 적 있나요? 어렸을 때는 학교에서 통일 그림 대회같은 걸 열고, 북한 친구에게 편지 보내기 같은 걸 했던 것도 같은데요. 통일이라는 단어도, 북한도 이젠 너무 먼 이야기처럼 느껴지네요.

이번 레터를 쓰며 오랜만에 북한과의 관계에 대해 생각해봤습니다. 아마 많은 독자분들도, 저와 같이 북한이 멀게 느껴지시겠죠. 저처럼 통일이라는 건 이제 불가능하다는 생각을 하실지도요. 북한도 최근 ‘두 개의 국가’를 말하며 한국과의 선긋기에 나섰다고 해요.

그렇다면 우리는 왜 ‘정전’이 아닌 ‘종전’에 이를 수 없는 걸까요? 전쟁과 분단에 열강들의 의지가 반영된 만큼, 통일도 종전도 우리의 마음대로 될 수 없기 때문일까요. 종전과 평화를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요. 아무리 고민해도 쉽게 답이 나오지 않는 것 같습니다. 계속되는 안보 뉴스들에 왠지 무력감과 피곤함이 느껴지는 이유는 여기에 있을지도 모르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