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는 3분기 2,800만 명의 구독자 순증으로 두 쿼터 연속 예상보다 높은 성장을 보였습니다. 3분기 신규 구독자 중 8%만이 북미권 거주자이고 대부분이 해외에서 가입했다고 하는데요, 북미권 OTT 사용자 중 81.1%가 이미 넷플릭스를 사용하고 있는 만큼 이미 넷플릭스의 북미 시장 침투력이 높기 때문입니다. 전체 구독자 중 북미 구독자의 비중도 직전 분기의 42%에서 37%로 하락했다고 합니다.

이러한 상황 때문인지 최근 9월, 넷플릭스는 영어권과 비영어권으로 나뉘어 있던 TV 부문을 글로벌 TV 부문으로 합치고, 비영어권 오리지널 콘텐츠를 맡고 있던 벨라 바하리아(Bela Bajaria)를 해당 부문의 VP로 결정했습니다. 그리고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하우스 오브 카드와 같은 작품을 성공적으로 들여왔고 오랜 기간 영어권 오리지널 콘텐츠를 담당하던 신디 홀랜드(Cindy Holland)는 올 10월부로 넷플릭스를 떠나게 되었습니다. 올 7월 공동 CEO로 부임한 테드 사란도스(Ted Sarandos)의 결정인데, 앞으로의 성장은 미국 내보다는 해외 구독자 증가가 더 우선적임을 시사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최근 넷플릭스는 퀸스 갬빗, 크라운 시즌 4 등 지속적으로 퀄리티 높은 오리지널 콘텐츠를 릴리즈하며 우수한 성적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넷플릭스에도 코로나로 인한 타격이 없었다고는 보기 어려운데요, 최근 투자 비용 대비 높은 지표를 보이지 못한 시리즈의 다음 시즌이 잇따라 취소되면서 많은 시청자들의 분노를 샀습니다. 아시다시피 미드들의 시즌 피날레는 다음 시즌을 기대하게 만들면서 애매하게 끝나는데, 그런 채로 다음 시즌이 취소되면 팬들은 아쉬울 수밖에 없으니까요. 데이터에 기반한 의사결정도 좋지만 구독자들의 신뢰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엔딩을 줄 수 있도록 미리 고지해야 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지난달 넷플릭스는 미국 구독 시장에서 월 구독료를 20% 인상했고, 월스트리트 분석가들은 지금의 인상이 내년 수익을 5억 달러 이상 높여주리라 예측했다고 합니다. 이외에도 틱톡처럼 세로형 숏폼 영상 피드를 도입하고, 전통적인 TV 시청방식이 인기 있는 프랑스에서는 시간대별로 콘텐츠를 편성해 방영하는 넷플릭스 다이렉트를 실험하는 등 다양한 방식으로의 콘텐츠 노출을 시험하고 있습니다. 이 기세를 몰아 내년에도 넷플릭스는 이 성장세를 계속 이어나갈 수 있을까요?

저는 넷플릭스의 시스템 덕에 코로나가 지속될 내년 상반기까지는 1위 자리를 잘 방어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다만 해외 구독자 영입으로 성장하더라도 비영어권 콘텐츠의 비중이 점점 높아졌을 때 미국 내 구독자의 반응이 궁금해져요. 비영어권 콘텐츠의 수요가 낮은 것으로 알려진 미국인데, 자막을 읽더라도 좋은 콘텐츠가 퀄리티에 걸맞은 호응을 받을 수 있을지 궁금합니다.

작년 11월에 론칭한 디즈니+는 5년 차 목표로 세웠던 구독자 6천만 명을 11개월 만에 달성하고, 3분기 기준 7,370만 명의 구독자가 이용하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디즈니에서는 디즈니+ 외에도 훌루와 ESPN+를 소유하고 있는데요, 훌루와 ESPN+, 디즈니+를 한 번에 이용할 수 있는 번들 상품 덕에 전 세계 1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빠르게 확보할 수 있었다고 합니다. 훌루와 ESPN+도 구독자가 각각 3,660만 명과 천만 명으로 대폭 증가했구요. 디즈니랜드로 인한 적자로 수익은 감소했지만 스트리밍 서비스에 대한 기대감으로 디즈니의 주식 역시 지난 8월부터 큰 폭으로 상승했습니다. (디즈니 주식 들고 있던 위너 푸쳐핸접👀!)

다만, 오리지널 콘텐츠는 부족하다는 원성이 자자해요. 스타워즈의 스핀오프인 만달로리안(Mandalorian)의 첫 번째 시즌이 2019년 12월 공개된 이후 성인을 위한 콘텐츠가 없다는 불만이 컸다고 합니다. 실제로 위의 수요 점유율을 포함한 여러 데이터에서 디즈니+의 점유율이 작년 12월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주고 있어요. 사실 이건 코로나로 인해서 제작 스케줄이 늦어졌기 때문인데, 계획대로라면 8월부터 세 개 작품이 연달아 공개되었어야 한다네요. 비록 한참 늦어졌지만 만달로리안의 두 번째 시즌이 10월 30일 오픈되었고, 이어서 픽사 영화인 소울(Soul)이 12월 25일에, 첫 번째 마블 시리즈인 완다비전(WandaVision)이 1월 5일에 공개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HBO맥스는 AT&T의 워너미디어에서 지난 5월 서비스를 시작한 스트리밍 플랫폼이에요. HBO는 우리나라에서도 유명한 프렌즈, 섹스앤더시티, 왕좌의 게임과 같은 대표작이 있는 제작사로, 최근 이 작품들에 대한 넷플릭스와의 판권 계약을 종료하고 HBO맥스를 통해서만 볼 수 있도록 했죠.

HBO맥스의 구독자 수는 조금 애매해요. 일단 AT&T에서는 HBO맥스의 총 구독자가 2,870만 명이고, 그중 액티브 유저는 1,270만 명이라고 밝혔어요. 이렇게 두 가지 지표로 발표한 이유는 기존 케이블 서비스 HBO 이용자라면 HBO맥스도 이용할 수 있기 때문이에요. 즉, 총 구독자 수에 기존 케이블 이용자를 포함했지만, 그중 아직 HBO맥스를 사용한 적이 없거나 사용할 수 있다는 걸 인지하지 못한 사람들이 절반 가까이 된다는 뜻이죠. 그렇다면 아직 3천만 명 가까이 되는 유저가 모두 OTT 유저라고 보긴 어려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