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17 Dec 2. 2025
지난해 11월, 조수용 발행인의 첫 단독 에세이 <일의 감각>이 출간되며 그가 30여 년간 디자이너,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조직의 리더로 쌓아온 태도와 경험이 많은 독자에게 깊은 공감을 남겼습니다. 서점인이 뽑은 올해의 책(자기계발·경영·경제 부문)에 선정되며 그 여운은 더 오래 이어졌죠. 그리고 1년 만에 두 번째 책 <비범한 평범>이 출간되었습니다.

이번 책에서 조수용 발행인은 매거진 <B>가 조명한 수많은 브랜드 가운데, 오랫동안 마음이 머물렀던 51개를 골라 그 브랜드들이 자신에게 남긴 인사이트를 담담히 정리했습니다. 2011년 창간 이후 14년간 브랜드의 본질과 매력을 탐구해오며 다듬어진 고유의 시선이 각 브랜드의 이야기 속에 배어 있습니다. 책에 담긴 문장과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발행인으로서 그가 브랜드를 통해 무엇을 보고, 어떻게 생각을 넓혀왔는지 조금 더 가까운 자리에서 느끼게 됩니다.
📮

INTERVIEW
조수용 발행인과의 대화
Part 1. 브랜드는 반짝이는 조각이 아니라, 하나의 과정이다

✍️ Hyun Son
🎥 Summer Kim, Sarah Kim
📸 Dohyun Park
INTERVIEW
출간을 며칠 앞둔 11월의 어느 오후, 서울 종로구 사직동에 위치한 비미디어컴퍼니 사무실에서 조수용 발행인을 만나 이야기를 나눴습니다.
🎤
조수용 Suyong Joh
매거진 <B> 발행인·<일의 감각>, <비범한 평범> 저자
<일의 감각> 이후 두 번째 책입니다. 1년 만에 연달아 책을 쓴 계기가 있을까요?
첫 책을 진행할 때 이미 두 번째, 세 번째, 네 번째 쓰고 싶은 책이 떠오르긴 했어요. 책을 한 번이라도 써본 분들은 동의하실 텐데요. 쓰다 보면 '이건 따로 책 한 권으로 엮일 수 있겠다' 싶은 것들이 있잖아요. 그렇다고 막상 쓰려면 엄두가 안 나고, 내 주제에 무슨 책을 또 쓰냐는 생각도 들고요. 첫 책이 브랜드를 다룰 줄 알았는데 쓰다 보니 결국 '일'하는 태도와 본질, '감각'의 중요성을 담았어요. 물론 이 주제가 제게는 매우 의미 있지만, 주변에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가 한 챕터밖에 안 되는 것에 대해 아쉬워하셨어요. 그래서 이번에는 제 나름대로 브랜드에 대한 이야기를 해보자고 생각했습니다.
그동안 매거진 <B>에 실린 발행인의 글을 모으신 건가요?
처음엔 저도 그렇게 생각했지만, 결과적으로 대부분 새로 썼습니다. (웃음) 발행인의 글은 창간호 때부터 꽤 오랫동안 썼어요. 마감 전날까지 편집장에게 독촉 메시지를 받으며 '내가 왜 이걸 쓴다고 했을까' 하면서 엄청 힘들게 쓴 글이거든요. 그 글이 그냥 없어지는 게 아깝다고 생각했죠. 그런데 옛날에 쓴 글들을 그대로 싣기 어렵더라고요. 브랜드도 변했고, 제 생각도 변했고요. 그 시절 저의 근황이 많이 들어 있기도 하고요.
새로 쓰는 과정이 쉽진 않으셨을 것 같아요. 매거진 <B>가 이제 100호를 앞두고 있으니 그동안 99개 브랜드를 다룬 셈인데, 이번 책에는 그중 51개만 담겼습니다.
51개라는 숫자를 지정한 건 아니에요. 같은 이야기가 반복되거나 다른 브랜드와 차별화가 안 되는 경우엔 덜어냈습니다. 브랜드 하나하나를 소개하려는 마음보다는, 제가 하고 싶었던 이야기들을 잘 전달할 수 있는 매개체로서 적당한가를 보고 골라낸 목록이라고 할 수 있어요.
<비범한 평범>이란 책 제목은 어떻게 지었나요?
이번 책은 영어 제목을 먼저 지었습니다. 한동안 사전을 봤더니, '평범하다'랑 '비범하다'라는 두 말에는 공통점이 있더군요. 한자로는 '범(凡)'이 들어가고, 영어로도 'ordinary'라는 말이 합쳐져 같은 구조로 돼 있는 게 재밌더라고요. 여기에 'extra'가 붙으면 비범(非凡)’이 되고요. 'The Extraordinary Ordinary'란 영문 제목을 만들고 한글로 바꿨을 때 운율이 딱 맞는 느낌이 좋아서 바로 결정했습니다.
요즘 고민하는 화두가 ‘평범함’에 대한 건가요?
제가 디자이너나 경영자로 일해오면서 갈수록 느끼는 건, 브랜드나 디자인이라는 말에 너무 매몰될 필요가 없다는 사실이에요. 두 단어는 마치 만물을 여는 열쇠 같은 표현이거든요. 하지만 세상은 그 말 없이도 잘 돌아가고 있고 팬덤이 생겨나고 기업이 성장하기도 해요. 결국 내 일을 어떻게 대하냐, 내 관점으로 어떻게 살아가냐에서 승부가 나요. 자꾸 새롭고 다른 아이디어가 있을 거란 관점으로만 이 세상을 이해하려고 하면, 모든 게 그저 반짝거리는 조각들의 모음으로 보이는 것 같아요.
달을 봐야 되는데 달을 가리키는 손가락을 보는 상황이군요. 그러면 잡지 하나에 브랜드 하나를 다룬다는 매거진 <B>의 아이디어도 당시에는 평범했다고 보시나요?
조수용이라는 사람에게 갑자기 기가 막힌 아이디어가 떠올라 매거진 <B>를 시작했냐고 물으신다면 전혀 아닙니다. 제가 아이디어를 얻은 건 <모노클 Monocle>이나 <오프 Off> 같은 잡지들이었어요. 한 주제를 다루는 잡지, 콤팩트한 판형, 특집호 형식 등. 잡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보편적으로 알고 있던 것에서 제가 좋았던 기억들을 합쳐놓았을 뿐이거든요. 그냥 이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저렇게 할 수 있지 않을까 했던 거죠.
어쩌면 발간을 멈춰야 하는 위기도 있었을 텐데, 광고도 없이 잡지를 15년 가까이 지속한 과정은 비범하다고 볼 수 있겠네요.
맞아요, 그건 아무나 못하니까요. 그걸 지속한 시간을 칭찬해 주시면 좋겠습니다. (웃음)
책에 등장한 에피소드 이야기를 더 나눠볼게요. '르 라보 Le Labo' 챕터에서는 110까지 할 수 있는데 90 정도에서 절제하는 것을 언급했어요. 실무 단계에서 이를 실천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시간을 오래 들인 티를 안 내는 게 핵심이라고 생각해요. '이거 정말 오래 디자인한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수록 110을 넘어가고 있는 거고, '금방 한 것 같은데'라면 100 이하인 거죠.
‘금방 한 것 같은’에 대한 예시가 있을까요?
음식 플레이팅이 너무 예쁘다고 해볼게요. '이거 거의 1시간 동안 만졌을 것 같은데'라는 느낌이 들면 안 돼요. 방금 팬에서 볶아 대충 담아 탁 던졌는데 '되게 멋있다'는 느낌이 드는 상황을 선호해요. 아마도 주방에서는 그걸 연출했을 거예요.
힘 빼기의 기술이 필요하군요.
예전에 제가 이끈 제이오에이치(JOH)에서 전개한 식당 '일호식'이나 서점 '스틸북스'의 로고를 만들 때도 일부러 손으로 쓴 것 같은 느낌을 줬어요. 방문객 입장에서는 디자인을 중시하는 회사가 만든 로고 치고는 '의외로 소탈하네' 정도로 보일 수 있어요. 하지만 그 디자인, 정말 공들였답니다.(웃음) 시간도 오래 걸렸고 수시로 보면서 "너무 디자인한 것 같아, 좀 더 거칠게 했으면 좋겠어"라며 힘을 빼려고 했어요.
'블루보틀 커피(이하 블루보틀)' 챕터에서는 스페셜리스트와 제너럴리스트를 말하며 일반인의 시선을 강조하셨어요. 경영자로서는 어떤 편이었나요?
저는 일할 때나 사업을 할 때에도 본능적으로 제너럴리스트 역할을 맡으려고 했어요. 함께 일하는 사람 중에는 이미 유능한 스페셜리스트이거나 이 둘을 고루 갖춘 이들이 많거든요. 스페셜리스트들은 전문 영역에 파고들어 거기서만 세상을 보는 경향이 있는데요. 되려 저는 보통 사람의 눈높이를 대신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그게 더 재밌기도 했고요. 제너럴리스트가 된다는 건, 나와 관계없는 사람의 시각을 내 뇌 속에 넣을 수 있느냐의 문제예요. 이 시대를 살아가는 기본 소양이라고 생각해요.
"무엇보다 흥미로운 점은 창립자 제임스 프리먼의 이력입니다. 커피 전문가가 아니라 클라리넷 연주자였던 그의 예술가적 감수성은 블루보틀에 독특한 색채를 더했습니다. 그는 “음악이 소리뿐 아니라 침묵까지 다루듯, 블루보틀에서도 ‘비어 있는 부분’에 대해 고민했다”고 <B>와의 인터뷰에서 말했습니다. 바로 그 시선 덕분에 블루보틀은 단순히 커피 브랜드를 넘어 사랑받는 브랜드가 될 수 있었습니다. 오직 커피맛에 몰두한 전문가가 아니라, 삶의 여러 차원을 종합하는 제너럴리스트의 시선이 브랜드를 풍성하게 만든 셈입니다."
-조수용, <비범한 평범>, 「일반인의 시선 — 블루보틀 커피」 중
'발뮤다' 챕터의 제목은 '디자인은 사고방식이다'인데요. 디자이너가 발뮤다처럼 하나의 카테고리 안에서 완결된 '최종 해답'의 제품을 내놓으려면, 좁은 의미의 디자인만 해서는 안 되겠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안타까운 이야기를 먼저 드리자면, 디자이너가 뭔가 깨닫고 열심히 했다고 해서 상황이 바뀌는 경우는 드뭅니다. 어떤 조직에서 디자이너한테 요구하는 만큼이 얼마인지에 달려 있지, 디자이너가 그걸 넘어서 뭘 했을 때 인정받는 경우는 흔치 않거든요. 이건 디자이너 태도의 문제라기보다는 기업이 디자인을 어떻게 봐야 되는지의 문제에 가까워요.
그럼 긍정적인 이야기도 있을까요?
그래도 좋은 소식이 있다면, 내가 해서 될 수 있는 만큼이 분명히 있어요. 제가 <일의 감각>에서 말한 오너십이 중요해요. '디자이너가 뭐까지 할 수 있어?'라는 생각으로는 큰 변화가 안 생겨요. 이 회사는 왜 존재하는가, 뭘 어떻게 해야 성장할 수 있는가라는 단계부터 접근해야 해요. 그 과정을 하다 보면 나중에 오너 또는 결정권을 가진 사람이 "당신은 그냥 디자이너가 아니군요."라고 얘기하게 되죠. 이건 단순히 내가 결심해서 되는 게 아니라 후행적으로 되는 것 같아요.
"디자이너에게도, 남 일 아닌 내 일처럼 일할 수 있는 방법이 있습니다. 좀 비현실적으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클라이언트의 일을 내 일이라고 생각하고 몰입하는 겁니다. 물론 디자이너에게만 통하는 방법은 아닙니다. 모든 직장인이 이렇게 일한다면, 내 상사를, 상대 부서장을, 회사의 대표를 쉽게 설득할 수 있습니다."
-조수용, <일의 감각>
📩
조수용 발행인과의 인터뷰는 다음 주 화요일 뉴스레터에서 이어집니다.
두 번째 파트에서는 유통의 중요성, 좋은 사람과 좋은 브랜드의 공통점, 파타고니아에서 배울 점, 그리고 매거진 <B>100호 이후의 계획까지.
브랜드를 만드는 건 결국 사람이라는 이야기를 들려드릴 예정입니다.
🎤 TALK EVENT
💭 평범한 아이디어는 어떻게 비범한 브랜드가 되는가?
이번주 토요일 CGV 영등포에서 저자와의 북토크 이벤트가 열립니다.
아래 링크를 클릭하면 CGV 공식 홈페이지에서 예매할 수 있습니다.
(사인회는 16:30분부터 영등포 교보문고 이벤트홀에서 북토크 관람 고객 대상 한정으로 진행 예정입니다.)
📆 2025.12.6 (토) 오후 2시
📍CGV 영등포 5관
(서울 영등포구 영중로 15 타임스퀘어 4층)
📖 Now Release !
조수용 발행인의 신간 <비범한 평범>은 매거진 <B> 공식 홈페이지 및 전국 주요 서점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상단 표지 아이콘을 클릭하면 구매 페이지로 이동합니다.
SPREAD AND SHARE
💌 오늘 SPREAD by B 어떠셨나요?
움직이는 아이콘을 눌러
여러분의 생각을 들려주세요.
© 2025 B MEDIA COMPANY

Magazine B
#202, 32, Gyeonghuigung 1-gil,
Jongno-Gu, Seoul, Republic of Korea, 03176

구독 취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