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NB 백지민 팀장

얼마 전 양파쿵야 카카오톡 이모티콘을 출시했다. 반응이 뜨겁더라. 인기를 실감하나?

출시와 동시에 10대와 20대를 넘어 전체 1위를 달성했다. 다양한 연령층에서 쿵야를 사랑해 주고 있구나 싶어 뿌듯하고 감사했다. 내가 담당자인지 모르는 또래 친구들이 인스타그램과 카카오톡에서 쿵야 짤을 공유하거나, SNS 프로필 사진으로 우리 팀이 만든 짤을 사용하는 모습을 볼 때, 새삼 쿵야의 인기를 실감한다.

인스타그램 피드가 화려하다. 어떤 콘셉트로 꾸미고자 했나?

유명한 핫플레이스라면 하나쯤 운영하는 인스타그램 계정이 있지 않나? 문의는 오직 인스타그램 DM으로만 받는 곳을 상상했다. 핫플레이스들이 인스타그램에 메뉴와 이벤트를 공지하며 브랜드의 컬러를 보여주듯, 쿵야 레스토랑즈 계정도 레스토랑의 정체성을 보여 주는 공간이다. 불사조 같은 쿵야들의 일상도 주된 콘텐츠다.

쿵야를 불사조라고 표현한 이유가 궁금하다.

쿵야는 2001년부터 ‘야채부락리’, ‘캐치마인드’. 〈쿵야쿵야〉 등의 콘텐츠에 등장한 전통 있는 캐릭터다. MZ세대와 함께 커온 캐릭터라고도 표현할 수 있겠다. 잊을 만하면 다시 돌아오는 쿵야 캐릭터가 마치 불사조처럼 느껴지더라. (웃음) 지금까지 이어지는 쿵야 캐릭터에 대한 꾸준한 관심을 ‘쿵야 레스토랑즈’ 프로젝트로 확장하고자 했다.

추억의 캐릭터인 쿵야를 리브랜딩할 때의 원칙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하다.

일단 본질에 집중했다. 쿵야는 넷마블의 대표적인 얼굴이다. 오랜 세월 사람들에게 사랑받은 만큼, 이전의 이미지와 강점을 유지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동안 쿵야가 등장한 게임과 애니메이션을 철저하게 분석했다. 또, 과거가 아닌 지금의 사람들이 쿵야를 소비하는 포인트를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고 판단했다. 타깃 고객인 MZ세대 친구들이 쿵야를 어떻게 기억하는지를 물었다. 대부분 추억의 캐릭터, 혹은 ‘조심해야 하는 맑은 눈’을 가진 캐릭터로 기억하고 있더라. 기존의 이미지, 그리고 지금의 타깃이 원하는 이미지를 조합해 캐릭터성을 구축했다.

쿵야 레스토랑즈는 MZ세대에게 특히 인기다. 비법이 뭔가?

지금의 MZ세대는 그저 귀엽기만 한 것 이상을 원한다. 입체적인 쿵야의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일명 ‘캐해(캐릭터 해석)’ 과정에 중점을 뒀다. 양파쿵야의 혈액형부터 시작해 MBTI, 성격, 직업, 과거, 이상형, 좋아하는 것, 싫어하는 것, 강점, 약점, 일상, 다른 쿵야와의 관계성, 꿈 등을 설정했다. 실제 존재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MZ세대가 MBTI에 열광하는 이유를 생각해 봤는데, MBTI 유형에 자신의 모습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인 것 같더라. 마찬가지로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캐릭터는 ‘나 같고, 너 같고, 우리 같은’ 캐릭터라고 생각했다.

영혼이 있는 캐릭터가 생각보다 흔치 않다. 그런 점에서 쿵야가 특별하게 다가왔다.

양파쿵야는 남들과는 다른 자신만의 모서리가 있는 모습으로 상상했다. 모든 모서리를 다듬어, 모두에게 사랑받기보다는 약간은 모나도 계속 생각났으면 했다. 영혼이 없는 건 매력이 없다. 아무리 예쁘고 멋있는 사람도, 진심이 느껴지지 않으면 오래 보고 싶지는 않더라. 사람들이 캐릭터를 한순간 소비하고 멈추면 브랜딩의 의미가 없지 않나. 이 전제는 우리 팀의 브랜딩 원칙이기도 하다.

인스타그램 피드를 보면 하나의 스토리와 세계관이 보이기도 한다.

쿵야라는 캐릭터에 얽힌 세계관이 정말 크다. 사실 쿵야가 정령이라서…. 그 방대한 세계관을 모두 전달하는 건 좋지 않다고 판단했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스타그램에 쉬려고 들어온다. 그런 공간에서 커다란 스토리를 무겁게 전달하면 피로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애니메이션과 연결된 공간인 쿵야 레스토랑을 만들고, 이 레스토랑을 홍보하기 위해 SNS 계정이 생겼다는 큰 흐름 정도를 설정했다. 물론 주먹밥쿵야가 합류한 것처럼, 쿵야 레스토랑즈도 계속해 스토리를 연결하고 확장하고 있다.

스토리의 연결과 확장은 왜 필요하다고 생각하나?

자기 이야기가 있는 사람이 언제나 매력적이지 않나. 지속적인 건 진정성 있게 느껴진다. 단순히 귀여운 캐릭터보다는, 나와 같이 호흡하고 있는 캐릭터에 더 마음이 갈 수밖에 없다. 그런 면에서 스토리는 무조건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속성 있는 캐릭터는 진정성이 있다. 진정성을 통해야만 사람들은 때로는 감동하고, 또 때로는 공감한다.

소셜 미디어라는 공간을 택한 이유도 궁금하다.

놀 수 있는 곳과 재미있는 곳에는 무조건 사람이 모인다. 마찬가지로 반응하고 싶은 콘텐츠가 있고, 반응하기 쉬운 공간이라면 인기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 공간이 소셜 미디어라는 결론에 닿았다. 지금의 소셜 미디어는 하나의 커뮤니티다. 사람들이 서로를 태그하고 메시지를 보내고, 게시글에 댓글을 단다. 쿵야 레스토랑즈에서도 세계관에 과몰입해 주시는 분들, 친구와 함께 놀면서 관계를 쌓으시는 분들이 많다. 놀고 소통하는 경험이 소셜 미디어에서만 쌓을 수 있는 강점이라고 생각한다.

기억에 남는 사례가 있나?

소셜 미디어에서 중요한 브랜딩 전략이 있다면 무엇인가?

소셜 미디어는 가장 공적이자, 사적인 세계다. 그래서 내 것에만 치중해서도, 남에게만 맞춰서도 안 된다. 양파쿵야의 경우, 캐릭터로서 소통하기는 하지만 ‘대중에게 말한다’는 느낌보다는 ‘개인의 삶을 표현한다’는 차원에 더 집중한다. 이런 종류의 브랜딩 계정이 지나치게 친절하면 오히려 호기심이 가지 않더라. 관심을 갈구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오히려 나다운 표현, 개인적이고 내밀한 것에서 출발하면 굉장히 매력적이다. 퍼스널 브랜딩이든, 제품의 마케팅이든, 결국 자신의 브랜드, 자기 자신이 가진 것을 표현하는 것에서 시작한다. 캐릭터 브랜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모두가 젊은 감각의 브랜딩을 원한다. 본인이 정의하는 젊은 브랜딩은 무엇인가?

세상에 없는 걸 만드는 건 너무 어려운 일 아닌가?

당연히 어렵다. 그래서 기존 레퍼런스의 빈틈을 찾았다. 기존의 캐릭터 브랜딩 소셜 미디어 계정들은 캐릭터를 지나치게 납작하게 쓰거나, 너무 무겁게 쓰는 경우가 많았다. 예를 들어 캐릭터는 그저 제품이나 브랜드를 홍보하기 위한 가면 정도에 지나지 않는 곳도 많았고, 때로는 캐릭터를 통해 장대한 이야기를 전하는 곳도 있었다. 기존의 레퍼런스가 놓치고 있는 걸 모아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했다. 설명적이거나 무겁지 않되, 캐릭터가 입체적으로 보이길 원했다. ‘이런 계정이 지금 있나?’라고 자문했을 때 답은 ‘아직 없다’였다. (웃음)

쿵야 레스토랑즈의 미래가 궁금하다.

사실 쿵야 레스토랑즈의 본질은 어디에나, 누구에게나 있는 일상의 이야기를 다룬다는 것이다. 우리 모두가 먼 미래에 무슨 일을 하게 될지 모르듯이, 언젠가 양파쿵야도 주방장이 아닌 다른 선택을 하는 시간이 올 수도 있을 것 같다. 중요한 건 모두가 함께 만든다는 점 아닐까.

오프라인 공간도 준비 중이라고 들었다.

본인이 정의하는 좋은 마케팅, 좋은 브랜딩은 무엇인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