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 위로는 뜨거운 태양이, 목과 어깨 아래로는 미생물 가득한 차가운 물이 쉼 없이 넘실댄다. 하늘과 바다 사이는 수많은 사람의 유영과 웃음으로 가득하다. 물속 놀이로 차가워진 몸을 뜨거운 모래사장에서 데우고, 그렇게 뜨거워진 몸을 다시 커다란 물에서 데우기를 반복하다 보면, 지쳤던 한여름이 하늘의 볕, 땅의 모래, 그리고 바다의 짭조름하고 시원한 물로 치환된다. 봄 여름 가을 겨울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던 여름은 ‘그해의 여름 어느 한순간’으로 기억에 남는다.

그렇게 길지 않은 자연의 시간을 뒤로 하고 돌아온 집. 익숙한 그곳은 익숙해서 안온하고 익숙해서 싱겁다. 이런 생각은 나만 하는 게 아니다. 침대 옆 협탁이, 식탁 위 한켠이, 밖과 안을 이어주는 창문이, 안과 밖을 가르는 현관문이, 화장실의 휴지걸이 위마저도 생각한다. 우리 사이에 약간의 변화와 환기가 필요하다고. 당신이 나를 아름답게 품을 때 그 아름다움은 고스란히 당신을 위한 기쁨이 될 것이라고.

  

✉️ 팩토리에디션  심리스 플로우: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

팩토리에디션은 예술기획의 다양한 협업을 실험하고 실천하는 팩토리의 여러 활동 중 하나입니다. 아티스트와 감상자, 만든 이와 사용하는 이의 교감이 선순환하길 바라며, 동시대 예술을 비롯해 패션, 가구, 생활소품 등 다양한 장르를 선보입니다. 팩토리에디션이 제안하는 ‘심리스 플로우: 감상과 경험의 경계 없는 교감’을 통해 예술과 일상이라는 전혀 다른 듯한 두 세계가 서로를 자연스럽게 넘나들고 스미는 아름다운 순간을 직접 경험하시길 바랍니다.

seamless flow: art appreciation & craft experience

하나의 작품이 새로운 공간에 자리를 잡고 그곳에서 새로운 이야기의 싹을 틔우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그곳에서 팩토리에디션은 시작합니다.

에디션 하나하나에는 우리와 같은 시대를 호흡하는 다양한 아티스트의 단단한 노력과 사색이 담겨 있습니다. 같은 작품도 누구와 삶을 공유하느냐에 따라 새로운 이야기가 만들어지고 쌓이지요. 하나의 공간에서 예술과 일상, 사물과 사람이 서로를 넘나들고 스미며 저마다의 아름다움은 자라납니다, 팩토리에디션은 예술을 감상하고 일상 속 평범한 사물을 사용하고 경험하는 것이 다르지 않음을 깨닫고 환기합니다. 또한 그 속에서 일어나는 작은 교감들이 당신의 일상에 기쁨과 위안으로 자리할 것입니다.

리브랜딩 스토리

일상과 작품의 고요한 조응으로 마음 충만한 기쁨에 다다르는 경험을 선사하고자 하는 팩토리에디션이 2022년 리브랜딩을 통해 새로운 챕터를 열었습니다. 그 브랜드 스토리를 이번 레터에서 소개합니다.

키워드: 다층적 레이어, 다양함, 경계 없음, 우연성, 본질, 확장, 유연성, 투명성

서체: ABC favorite (산돌)

컬러: 회색, 파랑, 블랙

디자인 아이덴티티. 유나킴씨

진행. 김보경, 유나킴씨, 이지연

SNS @factoryedition.seoul

팩토리에디션 growing cup 자라나는 컵

프린트 에디션 w/ 최경주, 허정은, 민정화, 란디와 카트린, 그리고 SAA

작가와 제작자, 그리고 기획자가 끊임없는 조율로 전 제작 과정을 함께 만든 리미티드 에디션. 팩토리에디션의 많은 프린트 에디션은 2022년의 첫 전시 <TP> 전을 통해 만난 SAA와 협업하고 있습니다.

스크린 프린트 기반의 프린팅 프로덕션 스튜디오 SAA는 이산하와 정성훈이 도판의 분판 방식, 잉크의 발색 및 표현, 피 인쇄물의 속성 등 각 요소에 따라 모습을 달리하는 스크린 프린트의 실험적 특성에 주목하며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SAA는 파주에 있는 공방을 거점으로 동시대 아티스트, 그래픽 디자이너, 일러스트레이터를 위한 인쇄 컨설팅을 제공하며, 그 외에도 시각이미지 생산자와 인쇄 협업, 기관 또는 단체의 상품 개발, 예술, 디자인 전공자 및 일반인을 위한 강의와 워크숍을 진행하는 팀입니다.

축적된 수많은 경험으로 팩토리에디션을 더욱 풍성하게 해주는 이들과의 협업 에디션을 온라인숍에서 소개합니다.

최경주, 한정판 프린트 에디션, Grid drawing 02 / 01

민정화, 한정판 프린트 에디션, 마음 #10 / #2

Randi&Katrine 한정판 프린트 에디션 Tower interference / Towerman in Forest

팩토리에디션 w/ Luft in Okinawa

마키시 나미, Lauan Box

일본 오키나와에 위치한 루프트는 디자이너 다케시마 토모코와 마키시 나미가 설립하고, 현재 오케다 치카코도 합류해 공간, 가구, 기물, 생활소품 등 다방면에 걸쳐 작업하는 디자인 사무소입니다. 독일어로 ‘공기’를 의미하는 루프트(luft)는 본래 뜻과 같은 맥락에서 ‘공간이나 사물에 여백 혹은 그사이에 신선한 공기를 담는다’는 모토로 크래프트맨십이 돋보이는 디자인 작업을 하고 있습니다.

특히 마키시 나미의 ‘라왕 셸브’ 시리즈는 이미 많은 분의 사랑을 받고 있지요. 2022년에는 팩토리와의 다섯 번째 전시 <On and Around Table (by Luft + 𝛼)>를 통해 마키시 나미 디자인의 둥근 테이블로 다양한 이들을 초대해 이야기를 펼칠 수 있는 장을 마련한 바 있습니다. 수행과도 같은 디자인의 결과물은 다른 이들이 좋아할 법한 것이 아닌, 궁극적으로 마키시 나미 스스로가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하며 동시에 단정한 일상을 영위할 수 있어서 더욱 인상적이었습니다.

〈On and Around Table (by Luft + 𝛼)〉 전시 전경

“루프트는 전체적으로 좀 무겁고 심플하지만, 팩토리는 그것만 가진 게 아니잖아요. 예술, 공예, 디자인, 건축, 음악 등 다양한 분야를 나누지도 않고, 그들 간 우의를 두지 않고 혼재한다는 게 아름답다고 봐요. 예술은 현실 너머에 있는 접근 불가한 대상이고, 가구는 보편적인 거라고 나누지도 않잖아요. 예술 작품도 나름의 기능이 있는 프로덕트로 생각할 수 있고, 우리가 앉은 이 동그란 테이블도 어찌 보면 아주 미니멀한 작품으로 볼 수 있고요. (중략) 겉으로 보기에 표현방식은 달라도 밑에 깔린 생각에는 같은 것을 공유하는 것 같아요.” (<공간으로 시간을 만드는 디자이너, 마키시 나미>,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 112쪽)

팩토리에디션 w/ Lokal in Helsinki

Lokal helsinki 전시 전경

로컬(Lokal)은 팩토리와 비슷한 방향을 가는 동료이자 신뢰를 바탕으로 하는 친구의 관계로, 2016~2017년 <타이포크라프트 헬싱키 투 서울(Typocraft Helsinki to Seoul)> 전시를 공동 기획하며 핀란드와 한국의 크리에이터를 잇고 그들의 작업을 서로의 공간에서 선보인 바 있습니다. 2021년 여름, <Coming Home to Seoul> 전시를 통해 로컬 고유의 온도감을 지닌 아름다운 작품과 작가를 본격적으로 소개하기도 하였고요. 사진가이자 로칼의 디렉터인 캇챠 헤이글스탬(Katja Hagelstam)이 2012년 설립한 로칼은 고유의 미감과 뛰어난 크래프트맨십으로 2017년 핀란드 정부가 수여하는 디자인상을 받기도 하였고, 예술과 디자인의 지속가능성, 그리고 윤리적이고 친환경적인 가치를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특히 아름답고 기능적인, 그리고 시간을 초월한 오브제는 팩토리에디션이 추구하는 심리스 플로우(Seamless Flow) 메시지와 조응하는 지점이기도 하지요.

〈Coming Home to Seoul〉 전시 전경

사람들이 로칼을 하나의 집과 같은 모습으로 여기기를 바란다. 하나의 공간에 다양한 작가들이 서로 다른 재료와 각기 다른 사이즈로 작업한 작품들이 한 데 섞여 있는 모습이다. 대형 작품도 있고 가구도 있다. 작품으로서의 오브제도 있고 기능을 하는 오브제도 함께한다. 집도 마찬가지지 않은가. (중략) 방문하는 이들이 다른 예술공간과는 다르게 로칼의 문턱을 낮게 느꼈으면 한다. 편안한 마음으로 들어와서 즐길 수 있는 곳이길 바란다. (중략) 그런 이유로 여러 가지를 섞는 방식을 택했다. 그래서 로칼은 상점 혹은 갤러리 혹은 쇼룸 같아 보인다. 로칼에 처음 들어오는 사람은 도대체 여기가 어떤 곳인지 가늠하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인상도 좋다. 시간을 갖고 보면 될 일이다. 로칼에 대한 정보를 보고, 자주 오가다 보면 우리가 어떤 공가인지 조금씩 이해하기 마련이다." (<대체불가능한 언니들, 홍보라, 카티야 하겔스탐>, 『팩토리 친구들 factory friends』, 265-266쪽)

✉️ 프리뷰  한적한 숍

2023. 8. 17 ~ 9. 10

〈한적한 숍 Mindful shop〉 전시 전경,  2023.02

팩토리에디션은 당신의 일상을 돌보는 마음을 담은 작품, 사물 그리고 가구를 선보이며 일상과 예술의 틈을 부드럽게 메꾸는 동시에 이 둘 사이를 유영하는 풍경을 제안합니다. 

바쁘고 지치는 일상에 탐구와 여유의 순간을 선물하는 팩토리에디션은 오는 8월 17일부터 약 3주에 걸쳐 고유한 취향과 가치, 그리고 아름다움이 공명하는 브랜드와 제작자를 초대해 <한적한 숍> 여정을 시작합니다. 

팩토리에디션의 협업 작품과 더불어 성실한 두 손이 부지런히 움직여 만든 다양한 물건을 만나볼 수 있는 <한적한 숍>에서 일상과 예술을 오가는 자신만의 선선한 균형, 유기적인 태도의 확장가능성, 경계를 허무는 즐거움을 찾아가길 바랍니다.

기획 팩토리2 
진행 김다은, 김다인, 김보경, 김채리
디자인 김보경
에디터 뫄리아
디렉터 홍보라 
팩토리2 드림
팩토리2
factory2.seoul@gmail.com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 10길 15 02-733-488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