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슈 풀어봤's UP/ 합격률이 전부는 아니야!
• 국제개발협력 ON-AIR 
• 나의 문화 답사기/ [다큐멘터리] 피리어드: 더 패드 프로젝트

국제개발협력 관련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ODA 일반 자격증의 사후관리에 대한 불만을 게시한 글을 보게 되었습니다. 글쓴이는 ODA 자격증의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점과 실용성에 대한 불만을 말했어요. 

이 글을 보게 되었을 때 글쓴이의 불만이 무엇을 향하는지 공감할 수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저도 2013년~2014년도 쯤에 ODA 자격증을 취득했습니다. 아마 그때 ODA 자격증이 처음 세상에 나온 시기였고 KOICA 신입사원 공채를 준비하고 있었기 때문에 스터디 그룹 멤버들과 함께 시험에 응시했죠. 시험 응시 후 ODA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KOICA 신입사원 공채 외에 ODA 자격증이 취업에서 이득이 된다고 느끼지 못했습니다. 

약 10년 동안 이어진 ODA자격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2021년 태영호 의원실의 조사를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ODA 일반 자격증의 문제점은 저조한 합격률로 분석했습니다. 태영호 의원실은 ODA 일반 자격증의 합격률이 31.8%(2019년), 34.5%(2020년), 17.2%(2021년 7월 기준)인 점을 지적하면서 ODA 일반 자격증의 저조한 합격률로 인해서 ODA 전문인력 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해석하고 있죠. 하지만 ODA 일반 자격증을 취득하는 사람들은 다르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앞서 보여드린 국제개발협력 커뮤니티의 글처럼 ODA 일반 자격증의 사후관리와 실용성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하는 것을 보았을 때 공급자(KOICA)와 수요자(자격증 취득 희망자) 사이에 생각의 차이가 존재한다는 것을 알 수 있어요.

이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요? 그리고 ODA 일반자격증의 진짜 문제점은 무엇일까요? 이번 기사는 ODA 일반 자격증의 실효성에 대하여 알아보려고 합니다.

자격증이란 무엇인가?

자격증에 대하여 제대로 알기 위해서 자격의 개념부터 살펴보고자 해요. 주인중 외(2019)에 따르면, 자격은 “개인이 주어진 기준에 대한 학습 성과를 달성하고 특정 작업부문에서 직무를 수행하는 데 필요한 역량을 보유하였을 때 얻을 수 있는 평가과정의 공식적인 결과(증명서, 졸업장, 권리증 등)로 노동시장과 교육 그리고 훈련에서의 학습결과의 가치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것”이라고 분석합니다. 이를 위해서, 직무에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자격이라고 합니다(주인중 외 2019, p.13~14). 자격증이란 특정 업무를 수행하는데 있어서 필요한 지식, 기술, 태도를 일정한 형태의 평가 과정(예: 자격증 취득 시험)을 통과했을 때 얻는 공식적인 증명서인 것이죠.  

취업 준비를 위해서 자격증 취득 시험을 응시해본 분들이라면 잘 아시겠지만, 자격증은 국가자격과 민간자격으로 분류됩니다.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p.6)

교육부 자료에 따르면, 국가자격은 국가(전문)자격(예: 변호사, 의사, 공인중개사 등), 국가기술자격(기술자, 기능장, 기사 등)으로 분류하고 민간자격은 공인민간자격과 등록민간자격으로 구분됩니다. 

(출처: 교육부 보도자료 p.6)

이 중에서 오늘 우리가 함께 알아볼 자격은 민간자격(공인민간자격, 등록민간자격)입니다. 왜 국가자격이 아니라 민간자격을 다루느냐?에 대한 답변을 드리자면 KOICA에서 제공하는 ODA 일반 자격증은 ‘등록민간자격증’이기 때문이에요.

민간자격이란 무엇인가?

민간자격은 1997년 자격기본법 제정을 통해 도입된 제도입니다. 민간자격의 도입은 산업 발전에 따른 다양한 자격수요에 부응하고, 자격제도 관리주체의 다원화 및 자격제도의 기회를 개인에게 개방하기 위함이었습니다. 민간자격을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각 분야의 전문성을 공식적으로 인정받고 역량을 개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하기 위해서 도입된 제도이죠. 

민간자격의 기본 방향

1. 직업교육훈련과정과의 연계
2. 산업계 수요에의 부응
3. 직업교육훈련과정의 다양성과 창의성 제고
4. 평생학습, 능력중심사회 정착에 기여
5. 자격간의 호환성과 국제적 통용성의 확보 등

출처: 주인중 외 (2019) p.23 

*저자 재구성

이런 맥락에서 출범한 민간 자격증은 국가 외의 법인, 단체, 개인이 신설하여 관리 및 운영하는 자격증에 해당하는 등록민간자격과 법인만 등록이 가능한 국가공인 민간자격으로 구분되는 민간자격이 출범하게 됩니다. 

많은 사람들에게 전문성과 능력에 대한 공신력을 제공하기 위해서 시행된 민간자격은 언론과 전문가들을 통해서 품질에 대한 문제점을 지적 받기 시작합니다. 전문가들의 연구내용을 종합적으로 정리해보면 민간자격 중 등록민간자격의 문제점은 1) 공인자격을 얻은 민간자격(공인민간자격)의 저조한 등록률, 2) 공급자(법인, 단체, 개인 등) 중심의 자격증 운영 실태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공인민간자격은 2000년부터 시행된 제도입니다. 김덕기, 이유진(2015)의 연구에 따르면, “공인민간간자격제도는 사회적 수요에 부응하는 우수 민간자격을 국가(개별 정부부처)가 공인해주는 제도”라고 합니다. 

공인민간자격제도를 운영하는 법인들은 공인기간 5년 내에 1회에 한하여 공인자격 기간(국가공인 민간자격을 유지하는 기간)을 5년 연장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서 법인들은 민간자격의 품질을 지속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의무를 수행함과 동시에 공인민간자격은 국가자격에 준하는 대우와 자격 명칭을 독점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부여 받게 됩니다. 하지만 국가공인자격 신청 추이는 공인민간자격 제도 도입 후 현재까지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추세입니다. 

(출처: 출처: 김덕기 외(2021) p.51)

김덕기 외(2021)의 자료에 따르면, 공인제도 참여가 저조한 이유는 공인을 받기 어렵다는 점, 그리고 등록 민간자격 여부만으로 자격 수요가 충분하며, 등록 민간자격 수준에서 적절히 운영되면 수요자에게 자격의 공신력을 줄 수 있다는 점 입니다. 

그래서 민간자격을 운영하는 법인, 기관, 개인 등은 공인절차가 까다로운 공인제도를 신청하지 않고 등록민간자격의 지위를 유지하되, 해당 자격증이 전문성과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는 내용으로 홍보하는 홍보수단으로 활용하게 되었죠. 이로 인해서, 자격증의 종류를 잘 모르거나 등록민간자격증과 국가공인민간자격증의 차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은 ‘등록자격’이라는 용어만으로 충분히 검증된 자격증이라고 판단하고, 취득하는 사례가 증가하게 되었습니다. 

공인제도에 따른 혜택이 존재하고 있지만, 민간자격증을 운영하는 기관, 법인, 개인 등이 공인제도를 이용하지 않는 문제점은 자격증에 대한 정보 비대칭 문제입니다. 왜냐하면 민간자격증을 운영하는 기관들은 각 기관의 이름이 가지는 가치와 공신력을 바탕으로 수요자(예: 취업 준비생, 은퇴 준비자 등)에게 각 기관에서 제공하는 자격증이 시장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갖춘다고 홍보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게다가 자격증을 취득하는 수강생들은 ‘등록자격’이라는 용어만으로 해당 자격증이 충분한 공신력을 갖춘 자격증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에 자격증 정보에 대한 정보 비대칭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왜냐하면 등록민간자격증은 자격기본법 제18조에 의거해 민간자격 관리자의 결격사유만 없다면 누구나 민간자격을 신설 및 등록할 수 있기 때문이죠. 예를 들어서, 저도 특별한 결격사유만 없다면 ‘김치앤칩스 뉴스레터 자격증’을 등록 및 발간할 수 있습니다. 

결국 ‘등록자격’과 공인제도를 통해서 인증된 ‘공인자격(국가공인민간자격)’과의 차이를 정확히 알지 못하고 법인, 개인, 기관 등이 발급해주는 자격증을 취득하게 되어서 취업 혹은 역량개발에 적절히 활용하지 못하는 사태로 이어지게 되는 것이죠. 

ODA 일반 자격증의 문제점은 무엇일까?

지금부터 얘기할 ODA 일반 자격증의 문제점을 파악하기 위해서 민간자격에 대한 개념들을 알아보았습니다. 그렇다면 ODA 일반 자격증의 문제점은 합격률과 취득률로 볼 수 있을까요? 

저는 ODA 일반 자격증의 문제는 두 가지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등록민간자격’으로서 ODA 일반 자격증의 품질보다 발급기관(KOICA)의 공신력을 바탕으로 운영하는 현황입니다. 둘째는 ODA 일반 자격증에 대한 인지도와 활용도입니다. 

KOICA ODA 교육원 홈페이지를 통해서 ODA 일반자격증은 ‘등록민간자격’으로 등록되어 있으며, 자격관리기관은 한국국제협력단(KOICA)라는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앞에서 말했던 것처럼, 자격증 종류에 대한 어느 정도 지식이 있는 사람이라면 ODA 일반 자격증이 어떤 종류의 자격증인지 파악할 수 있겠죠. 게다가 시장에서 ODA 일반 자격증이 어느 정도의 영향력을 가지고 있을지 추측할 수 있겠죠. 

(출처: KOICA ODA 교육원 홈페이지)

하지만 자격증의 구체적인 종류와 정의를 정확히 알지 못한다면 KOICA라는 공공기관에서 발급하는 자격증으로 국제개발협력 업무를 수행하기 위해 꼭 필요한 자격증이라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게다가 해당 자격증은 KOICA 채용(공채, 인턴)과 ODA 사업 참여에 도움이 되는 사항들이 우대사항으로 제시되어 있습니다. 취업 준비생들뿐만 아니라 KOICA에서 발주하는 사업을 수주해야 하는 국제개발협력 관련 민간 기관, NGO 등에게도 ODA 일반 자격증은 매우 중요한 자격증이 되겠죠. 

(출처: KOICA ODA 교육원 홈페이지)

그래서 ODA일반 자격증은 등록민간자격의 지위를 유지하더라도 국제개발협력 관련 일자리를 얻기 위한 취업 준비생과 KOICA에서 발주하는 ODA 사업 수주를 희망하는 사업 참여 기관이라는 고객들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죠. 또한 KOICA라는 무상원조 기관으로서 지니는 명성과 공신력으로 인해 ODA일반자격증의 지위는 국제개발협력업계에서 영향력을 갖춘 자격증으로 보였겠죠. 어쩌면 공인민간자격으로 인증을 받기 위한 서류작업과 인증 과정은 KOICA 입장에서 상당히 비효율적인 과정으로 생각되었을 것 같아요. 

결국 ODA 일반 자격증은 KOICA 취업(공채, 인턴)과 ODA 사업 입찰에서 가산점이 필요한 사람들에게만 집중되어 합격률과 취득률이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추세로 이어졌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ODA 일반 자격증의 낮은 합격률과 취득률이 우리나라 ODA 인력양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라 ODA 관련 업무를 수행하는 사람들(고객)로부터 ODA 일반자격증의 실용성, 사후관리와 품질 관리수준이 낮다고 평가 받기 시작하면서 응시생이 감소했을 것으로 보입니다. 응시생의 지속적인 감소는 ODA 일반 자격증의 합격률과 취득률 감소로 이어졌을 가능성도 있죠. 

소비자들은 바보가 아닙니다. 더욱이 당락으로 모든 것이 결정되는 취업 준비생들에게 유용한 자격증을 취득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죠. ODA 일반 자격증은 KOICA 채용에서만 우대사항이 있을 뿐 타 기관에 취업할 때 ODA 일반 자격증의 유무는 중요한 요인이 아니었습니다. ODA 일반 자격증의 제한된 활용 범위는 ODA 일반자격증의 활용도와 인지도를 낮추는 결과로 이어졌을 것입니다. 그리고 실용성도 낮다는 평가로 이어지게 되었겠지요. 

또한 ODA 일반 자격증의 실용성을 낮추는 요인은 빠르게 변화하는 국제개발협력 환경을 반영하지 못한 교과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자격증 취득에 필요한 교과 과목은 국제개발협력 첫 걸음과 국제개발협력 분야별 이슈입니다. 사후관리 시험 과목도 동일하죠. 

자격증 소지자의 편의를 도모한다는 이유도 있겠지만, 자격증 취득 후 일정 수준 이상의 현장과 실무경험을 얻은 실무자들에게 개론 수준의 교과 과정이 역량개발에 도움이 될 수 있을까요? 심지어 자격증 유효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자격증 소지자가 얻는 우대사항은 KOICA 사업 참여 가산점 외에 실무 현장에서 얻는 이익이 없으므로 ODA 일반 자격증 유효기간을 연장하는 것보다 다양한 사업에 참여하는 것이 득이 될 것 같습니다. 

결국 10년 전과 달라진 것이 없는 자격증 취득 교과 과목은 예전보다 복잡해진 국제개발협력 업계의 환경, 직무 역량과 내용 등 외부의 환경변화에 따라가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습니다. 그리고 수요자들로부터 ODA 일반 자격증의 사후관리에 대한 문제점까지 지적 받게 된 것이죠. 

정리하면 현재 ODA 일반 자격증의 문제는 낮은 합격률과 취득률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오히려 ODA 일반 자격증이 KOICA를 홍보하는 수단으로 전락해버렸으며, ODA 교육원이 제시하는 비전 달성을 저해하는 제도가 되어버렸다는 점이 문제이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