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사 님, 오늘 레터는 '수리 3부작'의 마지막 편이에요. 좀 지겨우실 수도 있겠지만(...) 어떤 용사님들에게는 큰 도움이 될 거라 믿으며 주구장창 써봤어요. 다만 쓰면서도 마음에 걸리는 부분이 있었는데, 지난 레터에서 소개한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지구용 리뷰 다시 읽기(feat.전자책 선물 이벤트중)의 이건해 작가님이 요런 조언을 해 주시더라고요. 작가님도 직접 스마트폰 배터리를 교체해 봤는데 누구나에게 추천하긴 어렵다고요. 예를 들어 리튬이온 배터리는 잘못 만지면 화재나 폭발을 일으킬 수 있고(물론 워크숍에서는 김학민 대표님이 충분히 주의를 주셨지만, 혹시나 혼자 자가수리에 도전한다면 도움 받기가 어려우니까요), 가짜 부품에 속거나 아예 수리에 실패할 수도 있을 거고요. 

그렇다고 하면 안된단 뜻은 아녜요. 작가님은 “숙달되지 않은 개인이 스마트 기기의 배터리를 교체하기엔 시기상조라고 생각한다”면서 “개인이 큰 걱정 없이 수리를 하려면 법이 개정되어 제조사가 구조를 변경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짚어 주셨어요. 기업들이 가만 있는데 소비자들만 고쳐보겠다고 뚝딱거릴 필욘 없단 거죠. 그러면서 “사설 수리도 공식적으로 인정되고 수리비도 낮아지는 방향으로 변하지 않겠느냐"고 덧붙이셨어요.  

참, 앞서 공지한 지구샵 그로서리(인스타 계정) 식사권 이벤트 당첨자 발표할게요. 뇽(전화번호 뒷자리 8410)님, 장*영(8089)님 축하드려요! 곧 지구샵 그로서리에서 연락 주실 거예요. 이번달 중으로 사용하셔야 하는 거 잊지 마시구요. 당첨되지 못한 용사님들은 이참에 연남동 나들이 겸 지구샵 그로서리에 들러보시길요. 

어쩌다 보니 물건을 고쳐쓰는 이야기를 2회 연속 보내드렸는데요. (이건해 작가님의 <아끼는 날들의 기쁨과 슬픔> 리뷰, 아이폰 배터리 교체 워크숍 후기) 오늘은 앞의 두 레터를 아우를 수 있는 중요한 이야기를 전해드리려고 해요. 에디터들도 그냥 기업들이 만들어주는 전자제품들을 별 생각 없이 써 왔는데, 지난달 23일에 서울환경연합이 주최한 '수리할 권리 활성화 방안 토론회'에서 "아...내가 그동안 호구였구나..." 싶은 대목이 많았거든요.  

우선 왜 자꾸 수리수리 운운하면서 고쳐 쓰겠다고 하냐면요. 옷이나 신발은 소비자가 의지가 있고 방법을 익히면 고쳐 쓰기가 쉬워요. 경우에 따라서는 가구, 집까지도 고쳐 쓸 수 있고요. 그런데 전자제품은 기업이나 전문가들의 협조가 없으면 불가능. 전자제품은 보통 구조가 복잡하고, 비싸고, 정해진 부품이나 도구가 필요하기도 하거든요. 

그래서 버려지는 전자폐기물이 2019년 기준 전세계 5300만톤으로 5년 사이 21%나 늘었대요. 2030년엔 7400만톤까지 늘어날 전망. 이 폐기물은 각국에서 처리되는 비율이 17%뿐.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저개발국가로 수출되는 경우가 많아요. 그리고 이런 폐기물에는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이 포함된 경우가 많은데 전세계 1250만~5600만명(여성, 어린이도 포함)으로 추정되고요(WHO 보고서 한글 번역본은 여기).   

당장 그날의 식사를 위해 열악한 코발트 광산과 전자폐기물 처리장에서 일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KBS 환경스페셜에서 너무 잘 담아주셨더라고요. 사실 오늘 레터에 나오는 이야기들을 다 다루고 있어서 요거 한 편만 보셔도 성공!    

게다가 전자제품은 애초에 환경을 오염시키면서 채굴한 다양한 광물질로 만든 부품을 쓰기도 하는데, 이걸 그냥 버리면 너무 아까운 거죠. 자원도 자원이지만, 유럽환경국(EEB)에 따르면 유럽 내 모든 스마트폰을 1년씩만 더 써도 2030년까지 매년 210만톤의 탄소배출량(=100만대 넘는 자동차가 1년간 배출하는 양)을 줄일 수 있대요.  

그렇다고 '영원히 쓸 수 있는 제품'을 만들 수는 없으니 자연스럽게 고쳐서 오래 쓸 수 있도록 만들어야 하는데...당연히 기업마다 서비스센터가 있지만, 비싸고 오래 걸리죠. 그런데 기업이 수리 매뉴얼을 제공하고, 부품도 팔고, 도구도 빌려준다면? 그리고 공식 서비스센터가 아닌 곳에서도 마음 놓고 수리를 맡길 수 있게 된다면? 그때부턴 해볼만하겠죠.  

그리고 이런 일들은 실제로 일어나고 있어요. 저번 레터에서도 언급했지만 애플은 미국에서, 삼성전자는 우리나라와 미국과 유럽 일부 국가에서 '자가 수리 키트'를 제공 중. 왜냐, 유럽을 중심으로 '수리할 권리'에 대한 요구가 높아지고 있고 이미 법과 제도에도 반영이 되는 단계거든요.  

미국 매사추세츠주는 자동차 제조사들이 소비자뿐만 아니라 독립 수리점(=카센터)에도 각종 수리 정보와 수리 장비 판매를 제공하도록 하고 있어요. 차량 제조사의 공식 센터에 찾아갈 필요 없이 가까운 카센터에 가면 되는 거죠. 물론 브랜드별, 모델별 '잘 고치는 센터'를 선호하는 소비자들도 있겠지만 소비자 선택권 자체가 넓어진 셈. 이밖에 정말 많은 사례들이 토론회에서 소개됐는데 궁금한 분들은 유튜브 라이브 다시보기 추천드려요. 

사실 에디터도 처음에는 "어련히 잘 만들어 놨겠지", "수리할 '권리'까지 얻어내야 할까?" 싶었는데 듣고 보니 고개가 끄덕여지더라고요. 이번 레터까지 '수리권 3부작'을 꾸역꾸역(?) 전해드린 건 님도 용기를 얻었으면 해서예요. 에디터들은 이건해 작가님의 <아끼는 날들의 슬픔>을 읽으면서 고쳐 쓰고 아껴 쓰는 삶을 조금이라도 따라해봐야겠다는 결심을 했었거든요. 마침 수리권 토론회에서는 왜 수리를 해서 오래 써야 되는지, 왜 우리에게 그럴 권리가 있는지 구체적으로 배울 수 있었구요. 심지어 아이폰 배터리 워크샵에서 실제로 뚝딱 배터리를 교체하는 분들의 모습을 보고 힘을 얻었죠. 

그리고 고치고 아끼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도와주는 스타트업이나 단체들도 요즘엔 꽤 많아졌는데 앞으로 레터에서 차근차근 소개할게요. 앗참, 그리고 수리수리다수리 팀에서 추천한 '리페어 컬처'란 책도 있어요. 오늘 레터는 유난히 공부할 걸 잔뜩 안겨드리는 느낌이지만...기억해 뒀다가 힘 닿을 때 읽어봐요 우리.   

온난화 때문에 홈런이 늘어난다는 건 또 무슨 소리? 말도 안 돼 보이는데 신뢰할만한 연구 결과가 있대요. 👆위 이미지를 누르면 영상으로 연결됩니다.

⛔개고기는 이제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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