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노동자는 새로운 기회를 얻기 위해 막대한 비용을 들여 한국에 옵니다. 하지만 첫 걸음부터 브로커 문제와 임금 체불 등의 어려움에 부딪히곤 합니다. 문제는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이주노동자는 일하며 노동권과 생활권조차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는 실정입니다. 이로운넷의 <이주와 노동> 기획기사는 농촌, 조선업 등 다양한 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겪는 현실을 다각도로 조명합니다. 이주가 이제 한국 사회에서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 문제를 정확히 파악하고 적합한 대응책을 모색하자는 제안을 담고 있죠. 이주민 문제를 엄격한 비자 제한이나 생산가능인구 감소, 지역소멸에 대한 대책으로만 접근하지 말고 이주민 한 사람의 삶을 조명하며 이웃으로 공존할 방안을 모색하자는 메시지. 함께 들어볼까요?

농촌은 이주노동자 없이 운영되기 어렵다는 것은 모두가 익히 아는 사실입니다. 농번기마다 인력 부족을 겪으며 이주노동자 일손을 구하기 위해 애쓰는 농가 소유주가 적지 않죠. 작년 진안군의 이주노동자가 농업생산에서 차지하는 역할을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주노동자(합법적 계절근로자)를 고용한 농가의 농업생산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이 62.5%였다고 합니다. 이는 이주노동자 1명이 농가당 평균 3500만원의 생산액을 담당한 셈입니다. 흔히 이주노동자를 농업인력의 대체재라고 하지만, 이주노동자 자체는 대체불가재가 되어가고 있었죠.

그렇기 때문에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노동력'으로만 보아서는 안 됩니다. 인간은 경제적 동물이 아니라 감정과 유대감, 노동에 대한 성취감을 느끼는 존재이기 때문이죠. 이주노동자가 이 땅에서 느끼는 성취감 등은 향후 한국농업과 이주노동자 간에 서로에게 '공생'의 관계로 나아갈 수 있는 가능성을 열어줄 수 있습니다. 이에 이주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정착하고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합니다. 비닐하우스, 컨테이너, 조립식 패널 등 임시 가건물에서 거주하는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은 이미 언론에 보도된 바 있죠. 열악한 환경을 조명하는 것을 넘어 이주노동자 생활권을 보장할 수 있도록 중앙정부와 각 지자체에 이주노동자 정책을 총괄하는 조직을 설치하는 게 필요합니다. 지원체계가 강화된다면 언어교육, 의료보험, 이동수단 지원 등의 분야에서 민간영역 참여도 늘릴 수 있을 겁니다.

제도는 아직 미비하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타지에서 온 사람이 동료가 되는 일은 이미 시작됐습니다. 16년 동안 현대중공업에서 일한 노동자는 이주노동자들과 함께 일한 경험을 얘기합니다. 2014년부터 시작된 조선업의 위기는 2015년에 더욱 악화되었고, 조단위 적자가 발생하면서 정규직 노동자들의 대규모 구조조정이 이루어졌습니다. 이후 2018년부터 경기가 점차 회복되었고, 조선업의 선가는 호황기 수준으로 돌아왔죠. 이로 인해 인력이 급격히 부족해졌고, 많은 노동자들은 임금 회복을 기대하며 다시 채용될 수 있기를 바랐습니다. 그러나 회사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이주노동자를 대거 유입시켰습니다.

처음에는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불만이 컸습니다. 업무 숙련도가 낮고, 치안에 대한 우려 때문이었죠. 현장에 서 함께 일하면서 이러한 불만과 불안은 차차 해소되었습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알선업체를 통해 일을 찾고, 그 대가로 업체에 일정 금액을 지급하고, 집에 생활비를 보내며 살아간다는 것을 옆에서 본 것입니다. 기숙사와 식사는 무료로 제공되었지만, 업체 사장이 일부 금액을 공제하는 일이 적지 않았습니다. 이로 인해 필자는 이주노동자들이 타지에서 저임금으로 고생하는 모습을 보게 된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를 단순히 ‘일꾼’으로 보는 시각을 넘어, 잠재적인 지역 주민이자 '관계인구'로 접근하는 관점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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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은 아이들에게도 대물림됩니다. 이주민 2세는 존재할 권리부터 흔들립니다. 이주노동자들은 사업주에게 사업장 변경 동의를 받지 못한 채 직장을 옮기거나, 체류 자격 연장 실패해 미등록 상태에 놓이기 쉽습니다. 이 때 부모와 함께 체류 자격이 초과되거나, 신분 노출 우려로 인한 출생 등록을 못한 아이들이 미등록 이주아동이 됩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은 사회보험과 제도 혜택을 누릴 수 없습니다. 건강보험의 부재는 의료비 부담으로 이어집니다. 치료와 예방접종을 받기도 어렵습니다. 교육권에서도 빗겨나 있습니다. 원칙적으론 지방자치단체에서 고유식별번호를 받아 교육기관에 다닐 수 있지만 현실에서는 빈번히 거부당합니다. 신분노출에 대한 두려움과 경제적 부담으로 스스로 학업을 포기하기도 합니다.

성인이 된 미등록 이주아동의 삶은 체류자격을 획득하기 위한 기약없는 쳇바퀴입니다. 성인이 되면 1년 내로 출국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자진 출국해 단기비자, 유학생비자, 지역특화비자를 발급받아 학생으로, 노동자로 어떻게든 한국사회에서 살 수 있는 방법을 찾아 분투합니다. 하지만 제도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국민이 아니기에, 위험하고 취약한 일터에 배치돼 부모와 닮은 삶을 반복하기 일쑤입니다.

국내 미등록 이주 아동은 2~3만 명 정도로 추산됩니다. 그중 법무부의 구제대책 및 개선안으로 체류자격을 받은 아이들은 올해 8월 기준 962 명입니다. 체류자격을 받은 아동의 부모도 한시적으로 국내에 머무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아동을 도구로 한 불법이민 등 부작용”을 우려로 내년 3월까지만 구제대책을 한시적으로 운영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유엔 아동권리협약은 모든 아동이 가족의 신분을 이유로 어떤 차별도 받아선 안 된다고 권고합니다. 부모와 아이 모두의 생명과 권리를 앗아가는 법무부의 이주민 정책은 과연 지금 이대로도 괜찮을까요.

현재 이주민 정책은 이주민을 산업 현장의 '소모품'으로 봅니다. 그러나 이주민은 상품이 아닌 사람입니다. <한겨레>의 연재기획 ‘호준과 호이준 사이에서’에는 古강태완 씨의 30년 궤적이 담겨 있습니다. 미등록 이주아동으로 태어난 사람이 동등한 사회구성원으로 살기 위해 분투한 기록입니다. 이주민을 비인격화하는 시선에 균열을 내는, 인간의 생애사입니다. 희망차기도, 고통스럽기도 한 이주민들의 이야기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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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통령 탄핵안을 국회에서 통과시켰다는 사실만큼이나 인상 깊게 다가온 것은 집회 중 공지했다는 ‘평등하고 민주적인 집회를 위한 참여자 약속’이었습니다. 8년 전 시위에서는 상상하기 힘든 풍경이었기 때문인데요. 시위 주최 측은 현장에서 “집회 발언 시 여성, 성소수자, 장애인, 청소년, 이주민 등 사회적 소수자를 차별하거나 배제하는 말은 하지 않는다”는 문구를 반복적으로 안내해 평등한 집회 문화를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합니다.

8년 전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 시위에서 우리는 “암탉이 울면 나라가 망한다” “닭X” 같은 모욕을 계속 마주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해일이 오는데 조개나 줍고 있다”는 말을 듣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그런 문구를 못 본 척 지나쳤습니다. 8년이란 시간을 넘어 국회 앞에 다시 모인 사람들은 조개나 줍는다는 핀잔에 굴하지 않았습니다. 2016년 촛불집회 이후부터 지금까지 세상은 하나도 바뀌지 않았다고 한탄하는 이들도 많았지만, 저는 12월 국회에서 비로소 우리 사회의 변화가 현현하게 드러났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처음에는 계엄군이 국회에 진입해 의회 무력화를 시도한 상황에서, 조개를 줍는 일이 정말 중요한가, 의구심을 품기도 했습니다. 누군가 김건희 여사를 ‘쥴리’ ‘술집여자’라 칭하면서 윤석열 정권을 둘러싼 문제의 핵심을 벗어나려 들 때마다 분노하면서도 생각했습니다. “그래도 더 중요한, 우리가 집중해야 할 문제는 일부 세력이 뱉는 ‘사소한’ 언사가 아니지 않은가.”

그러다 장혜영 의원의 인터뷰를 만났습니다. 어쩌면 8년 전 그런 모욕을 감내한 대가가 이 대통령의 탄생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깨달음을 얻었습니다. 2022년 대통령 선거 당시, 성별 간 갈등을 조장해 2030 남성 유권자를 확보한 윤석열 대통령은 약 2년 뒤, 2030 여성을 주축으로 한 민심의 심판대에 섰습니다. 이러한 역설은 광장에 선 우리에게도 교훈을 줍니다. ‘조개를 줍는 일’, 즉 각 집단의 인권과 평등을 주창하는 일은 어쩌면 ‘해일’이라 불리는 ‘대의’를 이뤄내는 핵심 수단일지도 모릅니다.

경제학자인 리 배짓의 저서인 <차별비용>은 인권이라는 가치를 강조하면서 동시에 인권이 어떤 이익을 가져다줄 수 있는지를 제시하는 것이 더 효과적이라고 주장합니다. 그러면서 각 국가가 성소수자를 차별, 혐오하면서 GDP가 얼마나, 어떻게 손실을 보았는지 수치로 증명했습니다. 작가의 주장을 한국에 대입하면, 우리는 나와 나의 내집단이 ‘이득’을 얻기 위해서라도 다른 집단의 배제를 필사적으로 막아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이 논리를 이번 주 레터의 주제인 외국인 노동자 문제에 적용하면, 우리 사회가 이주민을 비롯한 외국인 노동자를 배제하고 무시할 이유라는 것이 전혀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기도 합니다. 이제 한국 사회도 이주민 없이는 ‘굴러가지’ 않으니까요. 다시 말해 그들을 차별하지 않는 것이 내국인인 내게도 이득이 되는 셈입니다. 우리는 광화문에서 다시 만나겠지요. 열심히 조개를 주우면서 해일을 막아봅시다. 핫팩과 내의는 필수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