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205 | 2025. 7. 10

벗은 어떤 계절을 가장 좋아해? 2호😎는 봄, 그리고 여름밤. 추위를 잘타서 따뜻한 날씨를 선호하는데, 여름밤은 선선하면서도 포근한 공기가 참 좋아. 산책하거나 자전거 타기 딱이지.


근데 요즘은 여름이 고통스러워. 가뜩이나 모기에 잘 물리기도 한데, 날파리는 어찌나 많은지 잡아도 끝이 없어. 가장 골칫거린 건 러브버그야. 두 마리가 붙은 시커먼 벌레가 갑자기 떼로 달려드니까, 나도 모르게 몸이 굳더라.


이상한 건 러브버그가 최근 몇 년 사이에 확 늘었단 거야. 러브버그뿐이야? 야구장에 날아든 동양하루살이, 수돗물에 나온 깔따구, 나무를 갉아먹는 대벌레까지… 도심에서 낯선 곤충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어.


도대체 왜 이런 곤충들이 갑자기 나타나는 걸까? 왜 유독 수도권에 몰리고? 익충이지만 불쾌하니 죽여야 할까? 아님 참는 게 답? 러브버그를 실험실에서 키우며 연구하는 전문가를 불렀어. 낯설지만 흥미로운 곤충의 세계로 초대할게.🦟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이롭지만 성가신 러브버그
  2. 한 번 물어봤다: 불편하니 죽여도 될까
  3.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문화 뉴스픽
  4.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아래에는 무시무시한 러브버그 사진들이 있으니 주의해줘. 황인솔 소셜에디터
📂이롭지만 성가신 러브버그

첫 만남은 2015년 6월28일
  • 올해도 어김없이 곤충💡, 러브버그가 찾아왔어. 시작은 6월 말, 인천 계양산. 러브버그가 계양산 정상에 떼로 나타나면서 등산객 시야를 차단, 바닥이 러브버그 사체로 시꺼멓게 뒤덮였단 목격담이 쏟아져 나왔어. “재앙 수준”의 벌레 떼에 인천시엔 접수된 러브버그 관련 민원만 6월23일부터 7일간 440건, 서울시는 6월 말까지 약 4700건의 민원이 접수됐어. 
  • 러브버그는 2015년 6월28일 인천 산곡동에서 처음 발견됐어. 개인이 온라인에 러브버그 사진을 올리면서 알려졌지. 2018년 인천 수봉산에서 관찰됐다가 2020~2021년 인천 남동구, 서울 은평구, 경기 고양시에서 모습을 드러냈어.
  • 2022년엔 은평구와 고양시를 중심으로 러브버그가 떼로 나타나면서 ‘벌레 테러’가 사회 이슈가 됐어. 2023년엔 서울 동남권을 제외한 서울 전역에서 발견됐고, 작년엔 서울 동남권을 포함해 경기 남양주, 하남, 성남, 파주에서 추가로 확인됐어. 매년 출현 범위가 넓어지는 중.

암컷이 리드하는 사랑벌레
  • 러브버그 정식 명칭은 붉은등우단털파리. ‘파리과’지. 몸길이는 한 마리당 6㎜, 검은 몸통에 붉은색 가슴을 가지고 있어. 암수가 한 쌍으로 붙어 다녀 러브버그(사랑벌레)로 불리지. 둘은 엉덩이가 붙어있는데, 몸집이 큰 암컷이 수컷을 끌고 다녀. 수컷은 역방향으로 다니는 것.
  • 러브버그는 생존 조건이 까다롭지 않은 편이야. 따뜻한 온도와 습도, 낙엽만 있으면 되거든. 번식력도 강해. 털파리과 특성상 1년에 한 번, 애벌레에서 성충으로 우화💡하는데, 한 번에 200~300개 알을 낳아. 모기와 비슷한 수준. 수명은 수컷은 3∼5일, 암컷은 7일로 짧은 편. 6~7월, 2주간 대거 출현했다 사라져. 
  • 러브버그는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이로운 곤충(익충)이야. 성충이 되기 전 애벌레, 즉 유충💡일 때 낙엽 밑에서 식물성 유기물을 먹고 자라. 그 과정에서 낙엽을 분해해 흙으로 바꿔 토양을 비옥하고 깨끗하게 정화해줘. 어른이 되면 꽃가루를 옮겨주는 수분💡매개자 역할을 해. 턱이 없어 모기처럼 사람을 물거나 병원균을 옮기지도 않고 독성도 없어.

러브버그가 사랑한 날씨
  • 러브버그가 많아진 데는 몇 가지 이유가 있어. ①기후변화. 러브버그는 중국 남부, 일본 오키나와, 대만처럼 덥고 습한 아열대 기후에서 살았어. 한국도 최근 10년간 여름철(6~8월) 평균 기온이 오르고 비가 많이 오면서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환경이 됐어. 지금처럼 기온이 오르면 2070년엔 러브버그를 전국에서 볼 수 있을 거란 전망이 나와.
  • ②생태계 다양성 파괴. 2022년 은평구에 대벌레💡가 떼로 나타났어. 대벌레를 죽이기 위해 살충제를 뿌렸는데, 그때 러브버그 천적인 다른 포식자들이 덩달아 사라지면서 러브버그가 대거 출현했단 거지. 은평구가 편백나무를 인위적으로 심는 과정에서 곤충 생태계가 파괴됐단 주장도 나와.
  • ③도시화. 러브버그는 높은 기온만 좋아하는 게 아냐. 열섬현상💡이 일어나는 밝은 도시를 좋아해. 인공 불빛과 높은 기온이 번식에 유리하거든. 인천과 은평구는 산과 주거지가 맞닿아 있고 등산로도 많은 지역이야. 인구 밀도가 높다 보니 방제 작업💡도 잦고, 가로등도 더 밝게 켜지겠지. 이런 조건이 러브버그 대량 출현을 낳았다는 분석이 많아.
  💡  Hi-light
곤충: 머리·가슴·배 세 부분으로 나뉘고 다리가 6개인 작은 동물
우화: 번데기에서 어른벌레(성충)가 되는 과정
유충: 알에서 깨어난 곤충의 어린 시절, 번데기 전 단계
수분: 곤충이나 바람이 꽃가루를 다른 꽃으로 옮겨서 씨가 맺히도록 돕는 과정
편백나무: 피톤치드 향기로 유명한 상록수, 곤충들이 기피하는 나무 중 하나
대벌레: 대나무처럼 길쭉하게 생긴 곤충. 사람에게 해를 끼치지 않는 익충
열섬현상: 도시 건물이 태양열을 흡수·방출해 주변보다 기온이 높게 나타나는 현상
방제작업: 병해충이나 유해 생물의 피해를 막기 위해 개체 수를 조절하거나 제거하는 일
인천일보
‘불쾌한’ 곤충과 익충 사이 
  • 익충인 러브버그를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를 두고 의견이 분분해. 먼저, “익충이라도 불쾌감을 주면 해충처럼 관리해야 한다”는 주장. 러브버그가 사람 얼굴과 몸에 거침없이 달려들잖아. 차량에 러브버그 사체가 오래 남아 있으면 차량 페인트가 벗겨져 심하면 부식될 수 있다고 해. 러브버그 몸에 있는 산성 물질 탓이래.
  • 러브버그 민원이 늘어나자 결국 서울시는 올 3월 러브버그와 동양하루살이💡를 ‘대발생 곤충’, ‘유행성 생활불쾌곤충’으로 규정하고 관련 조례를 만들어 시행했어. 감염병을 옮기진 않지만 대량으로 나타나 신체적·정신적 불편을 주는 곤충은 방제할 수 있단 법적 근거를 만든 것. 
  • 조례에서 친환경 방제를 우선하도록 했지만, 불쾌감을 이유로 한 무분별한 곤충·생물 파괴가 발생할 거란 우려의 목소리도 커. 러브버그가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기간은 일주일 정돈데, 지자체가 나서서 방제해야 하냐는 거지. 러브버그만 방제할 방법이 없는 상황에서 무분별한 화학적 살충은 더 큰 생태계 혼란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으니까.
  • 러브버그에 대한 인식을 긍정적으로 바꿔야 한단 제안도 있어. 서울연구원은 러브버그를 스폰지밥처럼 캐릭터로 만들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어.

러브버그 가도 또 온다
  • 러브버그는 다음 주, 7월 중순쯤 자취를 감출 예정이야. 하지만 한국의 여름은 매년 더 더워질 테고, 러브버그 개체 수는 늘어나겠지. 러브버그가 중국 남부에서 북부로 올라왔듯이, 한국에서도 기온이 낮고 도시와 먼 숲으로까지 퍼질 수 있어.
  • 러브버그와 거리를 두고 싶다면 방충망과 창문의 틈이 벌어지지 않았는지 점검하자. 빛을 좋아하는 러브버그 유입을 막기 위해 암막 커튼도 효과적이래. 외출할 때 밝은 옷 대신, 어두운 옷을 입는 것도 러브버그와의 접촉을 줄여줄 수 있어.
  • 러브버그뿐 아니라 동양하루살이, 대벌레, 깔따구💡처럼 불쾌감을 주는 곤충이 늘어나고 있잖아. 기후변화와 도시화가 맞물리면서 새로운 곤충들은 계속 등장하겠지. 
  • 곤충을 박멸할 수도, 피할 수도 없다면 결론은? 슬기로운 공존. 곤충들을 ‘어떻게 잡을까’보다 ‘왜 나타났을까’란 질문이 인간에게도 유익할 것 같아. 곤충에 대한 불쾌감을 넘어, 우리가 살아가는 환경 전반에 관심을 돌리는 거지. 기후위기를 늦추기 위한 작은 행동을 시작해 보는 건 어떨까. 시간이 흐르면 러브버그가 생활의 방해꾼이 아니라 소중한 관찰 대상이 되어 있을지도 몰라.
  💡  Hi-light
동양하루살이: 하루살이과에 속하는 곤충. 몸집이 작고 날개가 반짝여 야구장 팅커벨로 불림
깔따구: 모기처럼 생겼지만 사람을 물지 않는 곤충. 하천이나 하수구에서 자람
연합뉴스

🎙️러브버그 왜 갑자기 많이 보여?

💬다른 나라에서 들어온 러브버그가 인천을 거쳐 서울로 퍼진 것 같아. 외국에서 들어온 개체의 특성상 천적이나 병원균이 없는 경우가 많아서 빠르게 퍼질 수 있어. 


🎙️병원균? 

💬원래 얘들이 살던 지역엔 곰팡이나 세균 같은 병원성 미생물도 같이 살고 있어. 그래서 러브버그 개체를 조절해줬을 테고. 근데 한국이란 새로운 환경으로 왔잖아? 그때 미생물들이 따라오지 않았을 수 있거든. 그럼 생존율이 높아지는 거지. 러브버그가 한국 환경에 잘 맞는 조건이기도 해.


🎙️어떤 점이?

💬러브버그는 까다로운 생물이 아냐. 따뜻한 온도와 습도, 그리고 먹이 자원만 있으면 살아갈 수 있거든. 근데 얘네 먹이가 다름 아닌 낙엽이거든.


🎙️그래서 산에서 많이 나타나는구나.

💬응. 또 한국은 사계절이 뚜렷하고 가을마다 낙엽이 풍부해서 애벌레가 자라기 좋은 조건이야. 특히 러브버그가 많이 나타나는 시기가 장마철 직전인데, 그즈음 비가 너무 많이 오지 않고 온도도 적당해서 번식하기 좋은 환경이 되는 거지.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그렇지, 많아도 너무 많은 거 아냐?

💬맞아. 확실하게 연구된 건 아니지만 러브버그가 대발생한 원인 중 하나가 살충제가 대량 살포된 거야. 2020년 유행했던 대벌레 기억나? 


🎙️기억나. 대나무처럼 생긴 벌레 말하는 거지?

💬맞아. 그때 대벌레를 죽인다고 살충제를 많이 뿌렸거든. 그러다 보니 러브버그의 애벌레를 잡아먹을 포식자들이 사라진 거야. 러브버그 생존율이 자연스럽게 높아지면서 개체 수가 폭증한 거지. 


🎙️기후위기 영향은 없어? 

💬러브버그는 원래 중국 남부 지역이나 대만, 일본 오키나와처럼 아열대 기후에서 발견됐어. 그래서 서울에서 발견됐을 때 기후 온난화 영향이란 해석이 있었지. 근데 나중에 확인해보니 중국 북쪽, 산둥반도처럼 한반도와 유사한 기후에서도 이미 살고 있었어. 추위에 적응하면서 북상한 거지. 


🎙️기후위기가 직접적인 원인은 아니다? 

💬만약 기온 때문이라면 러브버그가 한국에서도 온도가 높은 남쪽으로 퍼져야 하는데 지금 분포 상황을 보면 그렇지 않거든. 오히려 열섬 현상이 직접적인 원인일 수 있어.


🎙️열섬 현상?

💬러브버그가 서울 은평구, 인천 쪽에서 많이 등장했잖아. 수도권 지역은 도시 온도가 주변보다 높아서 겨울에도 기온이 높게 유지되는 편이거든. 러브버그가 겨울을 버티고 살아남을 수 있었던 거지. 도시가 생물 다양성이 떨어지는 것도 원인 중 하나야.


🎙️왜?

💬사람이 많이 다니고 사람과 가까운 곳일수록 생물 다양성이 떨어질 가능성이 크지. 러브버그가 많이 나타나는 산을 예로 들어볼게. 사람 밀집도가 높은 산은 등산로도 설치하고, 민원이 많이 들어오니 살충제를 더 자주 뿌릴 거 아냐. 그렇다 보니 도시에서 떨어진 산하고 비교해서 다양한 생물이 살기 어렵고, 러브버그 포식자도 상대적으로 적을 수 있지.


🎙️러브버그가 처음 발견된 곳도, 올해도 모두 인천이잖아. 특별한 이유가 있어?

💬왜 인천에서 대발생이 있었는지 따로 조사하진 못했어. 다만 추측할 수 있는 건, 인천 계양산 입구가 사람들이 거주하는 공간과 가깝단 거야. 바로 앞에 편의점도 있고 경인여대도 가깝거든. 사람들이 등산로를 많이 찾다 보니, 등산로에 가로등을 설치해뒀더라고.


🎙️아하. 러브버그가 불빛을 좋아해?

💬러브버그는 불에 끌리는 습성이 있거든. 가로등이 꽤 밝기도 한데, 밤새 켜져 있는 것 같아. 계양산은 밤 12시까지 가로등이 꺼지지 않더라고. 은평구 봉산도 저녁 7시부터 다음날 새벽 5시까지 밤새 불이 켜져 있었고. 러브버그가 도심에만 있었으면 말라죽었을 수 있는데, 가로등 불빛을 보고 산속으로 들어와서 살면서 개체 수가 점점 늘어날 수 있어.


🎙️수도권보다 더운 대구나 부산 같은 도시에는 왜 안 나타나는 거야? 

💬이미 유입됐는데, 눈에 띌 만큼 번식하지 못한 걸 수도 있어. 처음 러브버그가 알려진 것도 2015년 인천에서였는데, 본격적으로 나타난 건 2021년 이후였잖아. 코로나19가 유행했던 2020년대 초에 보건소에 러브버그 민원이 있었다고 하거든. 


🎙️다른 이유는?

💬앞에서 말했듯이 이 지역은 생물 다양성이 수도권보단 높을 수 있지. 러브버그가 자주 출몰하는 산이 도시와 떨어져 있는 경우가 상대적으로 많을 테니까. 또 러브버그가 생각보다 멀리 날지 못하거든. 수도권을 벗어나 멀리 퍼지지 못한 이유라고 봐.

🎙️러브버그 쉽게 말해 파리랑 비슷한 거지?

💬정식 명칭이 붉은등우단털파리잖아. 등이 붉고, 자세히 보면 몸이 벨벳처럼 돼 있거든. 한자 우단이 우리말로 하면 벨벳이야. 털파리는 말 그대로 털이 많은 파리란 뜻이지.


🎙️파리는 도망이라도 가지, 러브버그는 왜 이렇게 달려들어? 

💬중국에서도 그렇고 우리도 조사를 해봤더니 러브버그는 사람을 무서워하지 않는 것 같아. 아예 그런 개념조차 없다고 해얄까.


🎙️왜 그런 거야? 

💬사람 주변에서 살지 않아서 그런 것 같아. 남극 펭귄이 나오는 다큐멘터리 보면 사람이 옆에 있어도 아랑곳하지 않잖아. 호주에서 사는 동물도 마찬가지고. 반대로 사람 주변에서 사는 생물들은 사람을 무서워하는 경향이 있어.


🎙️예를 들면?

💬모기나 파리가 대표적이지. 잡으려고 하면 도망가잖아. 진화적으로 봤을 때 사람과 살면서, 도망가야 살 수 있다는 걸 체득한 거지. 잘 도망간 애들만 살아남는 자연 선택 때문에 그런 특성이 점점 강화됐고.


🎙️러브버그는 달라? 

💬러브버그는 숲 속에서 조용히 살던 애들이니까 그런 두려움이 없는 것 같아. 게다가 한 번에 알을 200~300개씩 많이 낳거든. 러브버그의 마음을 정확힌 모르지만, 몇 마리는 죽어도 상관없단 인식이 있을 수 있다고 봐. 


🎙️러브버그가 해를 안 끼쳐도 불편하다는 민원이 많잖아. 참는 게 답일까?

💬이 정도로 대발생하고 전국적으로 퍼지면 해충처럼 관리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봐. 다만, 러브버그를 죽일 수 있는 방법이 정확하게 연구가 된 상태에서 방제 작업이 이뤄져야 한단 거야. 그렇지 않은 상황에서 무분별하게 살충제를 뿌리면 문제가 커질 수 있어.


🎙️아까 말한 대벌레 사례처럼? 

💬그렇지. 다른 벌레를 잡으려다가, 애꿎은 다른 생물이 죽어서 러브버그 대발생을 통제하지 못한 상황이 생긴 거잖아. 생태계 균형이 무너지는 문제가 생길 수 있지. 또 러브버그는 살충제에 저항성이 있을 가능성도 있어. 파리나 모기처럼 말이지.


🎙️벌써? 적응이 빠르네.

💬직접 테스트한 건 아니지만, 살충제 저항성과 관련된 유전자가 일반 곤충보다 많은 건 사실이야. 유전자가 많다고 무조건 저항성이 있다는 건 아니지만, 가능성은 있어. 성충을 잡는 방법이 효과가 떨어지는 것도 있지.


🎙️어떤 점에서? 

💬러브버그는 성충이 되기 전에 낙엽 밑에서 산다고 했잖아. 생애 주기로 따지면, 1년 중에 대부분은 낙엽 밑에 있다가 1~2주 정도 반짝 성충이 돼서 활동하는 거란 말이지. 그러니까 핵심은 애벌레일 때 방제하는 건데, 여기에 대한 관리 방법은 없어


🎙️그럼 어떻게 잡아야 해?

💬나도 친환경적인 방제 방법을 연구 중이야. 러브버그에 기생하는 벌레가 있나 보려고 사육하고 있어. 예를 들어 파리 애벌레를 키우다 보면 성체 파리가 나와야 하잖아. 근데 가끔 벌이 튀어나오는 경우가 있어.


🎙️어떻게 그럴 수 있어?

💬벌이 파리 몸속에 기생했다가 숙주를 죽이고 자기가 대신 나오는 거지. 아직 러브버그는 그런 점은 못 찾았어. 러브버그만 공격하는 병원균이 발견되지도 않았고.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천적은? 

💬러브버그를 잡아먹는 천적이 없다는 얘기가 있긴 한데, 그래도 관찰했을 때 웬만한 포식자들은 잘 먹더라고. 사마귀나 지네, 그리마 같은 애들 말야. 특히 사마귀는 성충을 잡아먹지만, 지네나 그리마는 낙엽 밑에 있는 벌레를 잡아먹을 수 있어. 러브버그 개체 수를 조절하려면 이런 포식자들이 더 다양해져야 해.


🎙️러브버그를 없애는 건 쉽지 않겠네.

💬러브버그를 완전히 없애는 건 불가능에 가까워. 과거에 모기를 박멸한다고 DDT(디클로로페닐트리클로로에탄) 같은 강력한 살충제를 뿌렸지만, 박멸되지 않았잖아. 러브버그를 박멸하려면 낙엽을 다 치우고, 성충 나오면 바로 농약 뿌리는 작업을 반복해야 가능한데, 현실적으로 어렵지. 산에 나무를 죄다 깎아서 민둥산을 만들지 않는 한, 러브버그는 다시 생길 거야.


🎙️러브버그는 언제쯤 사라질까?

💬6월 말과 비교하면 많이 없어진 느낌이 들지 않아? 7월 중순쯤이면 사라질 거야. 성충 수명이 일주일 정도밖에 안 된다고 했잖아. 물론 개체마다 우화 시기가 달라서 전체 러브버그의 출현 기간은 한 달이 넘지만, 눈에 확 띄는 대발생은 길어야 1~2주 정도야.


🎙️장마가 늦어져서 러브버그가 더 길게 나타날 거란 얘기가 있던데.

💬장마하곤 크게 상관없어. 실험실에서 러브버그를 보면, 온도에 가장 민감해. 올해 특히 떼로 보였던 건 초여름에 온도가 평균보다 낮았잖아. 그래서 작년보단 일주일 정도 늦게 나타났어. 온도가 낮았다가 갑자기 확 올라가면서 러브버그가 떼로 몰려나왔고.


🎙️더워지니까 한꺼번에? 그게 어떻게 가능해?

💬러브버그 애벌레는 일정 온도가 되면, 번데기 될 준비를 해. 온도가 점점 올라가면 ‘조금 일찍 번데기가 될게’라거나 ‘더 더울 때 번데기가 될래’라며 조금씩 다른 시기에 번데기가 되거든. 1만 마리면 100마리씩 말이지. 근데 온도가 갑자기 확 올라가니, 1만 마리가 동시에 ‘이때다’라며 번데기가 된 거지. 한꺼번에 번데기가 돼서 한꺼번에 우화하니 개체 수가 훨씬 많게 느껴질 수밖에. 


🎙️앞으로도 러브버그는 매년 더 늘어날까?

💬기후에 따라 다르긴 할 텐데, 러브버그가 수도권에서 벗어나서 산림이 많은 지역에 어떻게 정착하느냐가 굉장히 중요한 포인트일 것 같아. 경기도 안에서도 양평이나 광주, 용인이 산림이 우거진 곳인데 아직 러브버그가 보고되지 않았거든. 이곳에 정착한다면, 러브버그가 한국 추위에 완전히 적응을 마친 상태기 때문에, 열섬 현상이 나타나지 않는 전국으로 퍼져나갈 수 있지.


🎙️러브버그가 더 늘어나면 생태계엔 어떤 문제가 생길 수 있어? 

💬러브버그는 낙엽을 분해하는 역할을 하긴 하지만, 그걸 원래 하던 국내 토착 곤충들이 있거든. 러브버그가 그 자리를 차지해버리면, 기존 분해자 곤충들은 설 자리를 잃고 종 다양성이 떨어질 수 있어. 생태계 교란의 한 유형이라고 봐야지. 


🎙️생태계에 혼란을 주는 외래종 또 뭐가 있지?

💬꽃매미나 선녀벌레처럼 나무의 수액을 빨아 나무를 약하게 만드는 해충도 있고, 불개미처럼 사람을 물고 위협을 주는 사례도 있지. 생태계 교란종은 강한 포식자인 경우가 많은데, 대표적인 예가 황소개구리야. 들어오자마자 물고기, 뱀까지 마구 먹어치웠으니까.


🎙️곤충 중엔 황소개구리 같은 포식자는 없어?

💬곤충 중엔 그런 경우는 드물지만, 농작물 해충이 들어오면 치명적이야. 만약 특정 농작물을 해치는 곤충이 있는 나라로 지정되면, 수출이 막히거든. 그럼 농민 피해가 커지겠지. 식물 검역을 까다롭게 하는 이유기도 해. 기후위기와 함께 외래종 유입이 많아지고 있어서 이 문제는 심각하게 보고 있어. 


🎙️러브버그를 잘 관리하기 위해 필요한 건 뭐가 있을까? 

💬일단 서울시가 만든 대발생 곤충 관리와 관련된 조례안을 만든 건 잘한 일이라고 생각해. 조례가 러브버그 방제를 무조건 강화하잔 건 아니거든. 조례가 생기면 방제 매뉴얼을 만들 수도 있고. 오히려 아무런 기준 없이 무작정 파리 취급하고 방제하면 그게 더 위험하니까.


🎙️지금 매뉴얼이 전혀 없어? 

💬위생 해충이나 농업 해충은 매뉴얼이 다 있어. 근데 러브버그처럼 사람을 직접 해치진 않지만 불편하게 만드는 ‘생활 불편 곤충’은 아직 매뉴얼도, 전담 부서도 없어.

서울시는 보건소에서 담당하긴 하는데, 사실 보건소가 이런 일 하라고 있는 곳은 아니잖아. 민원이 많아서 임시로 맡고 있는 거야. 이제는 이런 종들을 체계적으로 연구하고 대응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할 때라고 생각해.


🎙️일상에서 러브버그를 피할 수 있는 방법은? 

💬러브버그가 좋아하는 빛을 차단하는 걸 추천해. 창문에 암막 커튼을 활용하면 러브버그가 집으로 들어오는 걸 막을 수 있어. 방충망이나 창문 틈새를 꼼꼼하게 확인하자. 


🎙️러브버그 같은 새로운 곤충이 나타났을 때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새로운 생물이 등장했을 때 놀라고 불편한 건 당연해. 하지만 단지 보기 싫다고 다 없애버리면, 오히려 생태계가 더 망가질 수 있잖아. 중요한 건 ‘왜 이런 일이 생겼을까?', ‘앞으로 어떻게 해야 안 생길까?’란 질문을 던지는 태도야. 궁극적으로 영화 매드맥스에 나오는 사막을 원하는 게 아니라면, 자연을 즐기고 생물과 공존하려는 태도가 필요해.

  🖐️  Hi-five
1. 올해 인천을 시작으로 서울 전역까지 러브버그 떼가 나타나 충격을 줬어.
2. 기후변화, 생물 다양성 파괴, 도시 열섬현상이 출현 원인으로 꼽혀.
3. 익충이니 놔두잔 입장과, 불쾌하니 방제해야 한단 주장이 맞서고 있어.
4. 러브버그·동양하루살이 등이 떼로 나타나는 건 생태계가 무너졌단 신호야.
5. 무분별한 방제보단 생태계 균형과 곤충과의 공존 방안을 고민하자. 
📺금물로 그린 연꽃 금물과 은물로 연꽃 5송이를 그려 넣은 표지가 있는 고려시대 사경본이 한국으로 왔어. 이것을 내놓은 이는 일본 교토의 고미술 가게 주인이래.

📺혼문을 지켜 ‘케이팝 데몬 헌터스’ 삽입곡 7곡이 빌보드 핫100 차트에 들었어. 헌트릭스 노래가 사자보이즈보다 순위가 높았대. 혼문을 지킬 수 있어 다행이야. 
 
📺이게 다 공짜라고?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여성 감독 3인의 대표작을 상영하는 특별전이 열려. 영화 팬들 사이에 영양가 높다고 입소문 났대. 9월13일까지고 공짜야. 
📺아침이슬의 부활 김민기 전 학전 대표의 1주기를 앞두고 앨범 ‘김민기’를 LP로 복각해. 총 500장만 제작되었던 희귀앨범이야. ‘아침이슬’ ‘친구’ 등 명곡이 들어 있어.

📺1620도 회전하는 왕자 다닐 심킨은 ‘3연속 540도 회전’을 처음 선보인 발레리노야. 그가 소속된 유니버설발레단이 ‘백조의 호수’ 공연을 해. 19~27일 예술의전당.

📺슈퍼맨의 B급 유머 ‘가오갤’ 시리즈의 제임스 건 감독이 ‘슈퍼맨’을 12년 만에 부활시켰어. ‘진지맨’ 슈퍼맨은 B급 유머 감독의 영화에서 어떻게 그려졌을까. 

지난주 휘클리 Vol.204: 갓끈 묶고 하룰라라를 읽고 ‘케데헌’(케이팝 데몬 헌터) 보겠다고 한 휘클러들은 영화 어땠어? ‘업업업 위드 아워 보이스’… 귀에 못이 박이게 ‘골든’과 ‘소다팝’ 노래 듣고 있지 않아? 유튜브에 한 시간 분량으로 연속 재생 버전도 있더라고ㅎㅎ 다음에도 즐겁게 휘클리 읽어주길 바라.🕊


🤗케데헌을 통해 케이팝의 문화적 영향력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볼 수 있어서 좋았어. 요즘 스트릿트우먼파이터(스우파)의 ‘범접’도 나라의 정체성을 포함한 메가크루 미션에서 갓과 저승사자, 그 내면의 불안을 담았다는 점에서 케데헌과 비슷하다는 느낌을 받았거든. 우리의 여러 가지 전통과 문화가 노래, 춤 등으로 표현되고 많은 사람에게 쉽게 알려질 수 있다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고 생각해!

😉요즘 인기 있는 케데헌을 리뷰해줘서 좋았어. 호랑이가 편지 주는 움짤도 첨부한 게 재밌었어.

😊케데헌을 보기에는 내가 나이가 많을 거 같다는 생각에 안 보고 있었는데, 기사를 보고 함 용기 내보기로 했어.

🤣사실 케이팝도 잘 모르는 60대인 나도 이해할 수 있는 상세한 케데헌 이야기, 많은 도움이 되었고 넷플 영화도 꼭 보고 싶어지네. 

😊요즘 최대의 화제인 넷플릭스 애니메이션 케데헌에서 놓치면 안 될 포인트를 쏙쏙 짚어줘서 좋았어! 서울 풍경(북촌, 한강)이 너무 아름답게 나와서 황홀했어. 자연스럽게 차오르는 자랑스러움이랄까? 우리나라 멋지구나! 그리고 김윤하 평론가의 전문적인 시각도 인상적이었어. 케데헌의 성공이 특정 케이팝 아티스트의 성공보다 전 세계 대중의 케이팝 문화 전반에 대한 이해와 친밀도를 높일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오히려 어느 정도 외부인의 시각에서 바라볼 수 있게 일정 거리를 두고 만들어져서 이만큼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어. 비판할 점은 비판할 수 있으니까! 정말 재미있게 잘 읽었다!

😊신문을 보다 보면 정치, 경제 이슈로만 매몰되어 있어서 읽다가 피곤해져서 포기하게 되기도 하는데, 휘클리는 케데헌 등 동시대 핫이슈를 다루는 것 같아서 좋하~ 

😊세대별, 젠더별 갈라치기가 어느샌가 자연스러워지는 세상에 살고 있는 듯해. 지금처럼 모두가 즐길 수 있는 내용들 소개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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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운 여름, 해충으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휘클러를 위해 🦟해충기피제를 가져왔어. 편백잎과 계피큐브를 사용했다고 하니 화학 성분이 들어간 살충제보단 안심하고 뿌릴 수 있을 것 같아. 악취 제거 효과도 있어. 3명에게 보낼게. 의견 많이 남겨줘.

✔️마감은 다음 주 수요일(7월16일) 낮 12시야 ✔️휴대전화 연락처 ✔️레터를 받는 메일주소도 함께 보내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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