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irty LAB. 24 새해인사

2024/1/30 화요일 | 웹으로 보기 | 구독하기

*2024년 더욱 깊어지고 새로워질 써티랩을 위해 연구원들은 새해부터 모였습니다. (2024.01.03)

푸른 용의 해, 2024년에도 써티랩과 함께 해요!

써티랩, 어떻게 시작했더라? 🤔

🦫비버

써티즈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2024년을 시작하는 1월, 잘 보내셨나요? 새해 다짐을 계획했다가 작심삼일만에 포기한 사람도, 어찌저찌 잘 해나가고 있는 모두를 응원합니다. 끊임없이 새로운 마음으로, 새롭게 시도할 것을 선언하고 선포하시는 여러분이 되기를 바라요. 제 친구의 말마따나 시작은 그리 쉬이 시작되는 것이 아니니까요.

3년 차에 접어든 써티랩은 서른, OO세대, 2030처럼 나를 지칭하는 단어들에 대해 질문하고 스스로 그 답을 내려보는 탐구에서 시작했습니다. 2년 동안 수많은 질문을 던져보았고, 이 질문에 나만의 답을 내려보고자 고민했습니다. 써티즈 여러분도 그런 시간이었기를 바랍니다. 하지만, 나를 지칭하는 단어가 이정도에서 끝나는 일이었다면 이렇게 어렵진 않았을 것 같기도 합니다. 남자, 여자, 장애인, 비장애인, 직업과 외모, 나이와 능력 등 아직도 너무나도 많은 단어가 나를 대신하여 나를 대변합니다.

🔖 ‘안다’고 말하는 것은 무엇일까. 무엇을/얼마큼 알아야 ‘안다’고 말할 수 있는 것일까. 만약 그 얼마큼에 대한 명료하고도 세부적인 기준이 있다면, 그 범주 안에 드는 것들을 알게 되면 정말로 거리낌 없이 ‘안다’고 말할 수 있게 되는 것일까. (중략) 그래서 나는 ‘안다’고 말하지 않길 원한다. 무언가를 안다는 것은 종결형이기 때문이다. 아는 것은 끝날 수 없다.

최근에 읽은 책 <보란듯한 몸, 초과되는 말들: 배리어컨셔스 공연>에서 안다는 것은 끝날 수 없다고 이야기합니다. 나를 알아가는 일은 끝나지 않는 여정 같은 거지요. 그래서 이 여정을 함께 걷는 이들과 함께 재미있었으면 좋겠다 싶습니다. 서로를 알아가면서 또 나를 더욱 잘 알게 되는 만남입니다. 써티랩 연구원들과 또 써티즈 여러분과 더욱 가까이서 말이죠. 2024년은 더욱 더 서로를 돌아보고, 사랑하기를 힘쓰며, 의지하고 보호하고 기대어 살아가는 우리가 되기를 기대해봅니다.

🔖 그래서 우리는 우리를 서로 필요로 해야 한다. 서로의 말을 점검하고 조정하고 수용할 수 있는, 서로에게 ‘중요한 타자’들로서의 우리의 세계다. (위의 책, p.153)

🐶더기

요즘 써티즈가 생각하는 삶의 화두가 무엇인지 궁금해요. 2024년 제 삶의 화두는 ‘연결’입니다. 써티랩과 써티즈를 연결하는 일, 그동안 흩뿌려 놓았던 일을 커리어로 연결하는 일을 궁리 중이에요. 써티랩은 2년동안 총 21개의 화두를 꺼냈어요. 희망, 소비, 독립, 일, 집, 세대, 쉼, 불편, 가족, 연애, 안전, 교육, 죽음, 말, 표준, 중독, 질병, 돌봄, 도시, 노동, 친구라는 단어로 30대를 말했죠. 지금 이 중에도 써티즈의 시선을 오랫동안 붙잡고 있는 단어가 분명 있을 거예요. 써티랩은 올해도 우리의 삶을 관통하는 그 화두를 계속 꺼낼 계획이에요. 다만 우리를 더 깊이 연결하는 방식으로요.

다가오는 2월 4일은 입춘이에요. 매년 입춘이 오면 문 앞에 붙여진 입춘대길 붓글씨를 물끄러미 바라보곤 했습니다. 봄이 왔으니 더욱 일이 잘 풀리길 바라는 마음으로요. 하지만 올해 입춘은 조금 다릅니다. 여물위춘(與物爲春)이라는 사자성어를 마음에 되새기려고요. 여물위춘은 타인과 함께 봄을 맞이한다는 뜻인데요. 저는 써티랩 덕분에 지난 20대의 봄을 맞이했습니다. 써티랩을 운영한 덕분에 평생을 모르고 살았을 이웃들과 깊이 연결되었고 20대의 끝을 만개하며 끝냈죠. 부디 써티즈도 그러하길 소망해요. 봄으로 가는 그 과정에 써티랩이 서있을테니까요. 우리 봄의 시작을 함께 감각해요.

💧아콧

써티랩이 벌써 3년 차를 맞이했다는 사실에 감개무량합니다. 첫 해는 씨앗을 심어 새싹을 틔우는 시간이었다면 작년은 마디를 만들고 뿌리를 내리는 시간이었던 듯 합니다. 그 시간을 돌아보며 그래도 한 뼘 쯤은 자랐다는 걸 느끼며 뿌듯함과 감사함을 함께 느낍니다. 따스한 눈으로 지켜보며 응원의 말을 건네고 때로는 선뜻 시간과 마음까지도 내어주신 써티즈가 있었기에 그 시간 동안 무럭무럭 자랄 수 있었습니다.

추위에 한껏 움츠러드는 겨울을 지나며 이제는 가지를 뻗고 꽃을 피울 준비를 해야겠다 생각합니다. 겨우내 양분을 모으고 한껏 햇볕을 쬐며 피워 낼 그것이 어떤 형태가 될 지 기대하며 기다려주세요. 부디 더 많은 이들을 만나고 따스함을 더해 가는 올 한 해가 되길 바라봅니다. 따땃한 봄을 함께 맞이하길 기대하며 더 알찬 시간을 만들기 위해 체력도 심력도 잘 다져둘게요! 춥지만 마음 만은 따뜻한 겨울 보내시길☃️

📚베르

2024년 첫 달이 마무리되어 갑니다. 신년사를 써서 전달하기엔 조금 늦은 감이 있지만, 우리에겐 설날이라는 또 하나의 새해가 있으니, 조금 빠른 신년사라고도 할 수 있겠네요.

저는 큰 의사결정을 하기 전에 무언가를 많이 '읽는' 편입니다. 나은 결정을 하기 위해 나름 고심하는 것이지요. 사회적 인간이어서 금방 들려오는 이야기에 쉽게 부화뇌동하기 쉬우므로, 그전에 나만의 논리나 남들이 모르는 이야기를 축적하기 위해 노력합니다. 그래서 (안타깝게도) 의사결정이 남들보다 조금 느립니다.

2024년 봄, 우리는 큰 의사결정을 앞두고 있습니다. 바로, '선거'인데요. 토론과 대화로 가치를 창출하는 일을 좋아하는 한 민주주의자로서 저는 유별나게 선거철엔 각종 '말과 글'의 싸움에서 허와 실을 분별하기 위해 애씁니다. 물론 저 또한 쉽게 부화뇌동하느라 그 분별에 뒷심이 약하다는 걸 고백해야겠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은 분별을 기하기 위해서 제겐 선거가 다가오면 정치와 민주주의에 관한 책을 한 권씩 읽는 버릇이 있습니다. 왜냐하면, 제가 행사하는 표가 나의 의사와 개인사가 반영된 표이기를 바라기 때문입니다. 흩어져 있으므로 내가 행사한 투표용지 한 장의 힘을 알기 어렵지만, 우리가 누리고 있는 선거에서의 '권리' 자체는 피와 땀의 역사적 산물이라, 부화뇌동의 한 표가 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선거철에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하는 것으로 제 신년사를 갈음하고자 합니다. 각설하고, 첫째로는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입니다. 우리가 뽑는 이는 군주가 아니라 시민의 대표일 뿐이지만, '리더'의 자질을 살피는 데엔 좋은 책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한편, 현실주의적인 마키아벨리 <군주론>과 비슷한 시기에 쓰인, 이상주의적인 토머스 모어의 <유토피아>도 좋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 한 가지로서 좋은 선택지가 될 것 같습니다.

둘째로 추천하고 싶은 책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입니다. 1859년에 출판된 책임에도 불구하고, 오늘날에 쓰였다 하여도 크게 틀리지 않은 내용을 담고 있는 고전 오브 고전입니다. 그만큼 오늘의 사회는 밀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할 수 있겠지요. 자유로운 토론과 대화를 장려하는 민주주의 체제하에 살아가는 시민의 덕목과 지켜야 할 가치는 무엇인지 고민할 수 있도록, '자유'에 관한 문장을 많이 제공하는 책입니다.

마지막으로, 요즘 제가 읽고 있는 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바로 파커 J. 파머의 <비통한 자들을 위한 정치학>이라는 책인데요. 이 책은 교육사상가로 알려진 파커 파머가 쓴 '민주주의'에 관한 책입니다. 문장이 따뜻하고 푹신푹신한데, 그 문장을 쓰게 하는 동기는 날카롭고 냉철합니다.

오늘날 우리 정치 영역에서는 '정치 철학이나 정책의 경합'이 사라진 것처럼 보입니다. 단지 '힘'과 '힘'과의 격돌만 남았으며, 그 힘을 구성하고 있는 게 '철학'이나 '정책'이 아닌, 많은 이들의 마음을 속여 내 편(당 또는 진영)의 이익이 되도록 '표를 삼키는' 일이 되어버렸달까요. 선거가 삶에 미치는 영향을 느끼는 정도는 사람마다 다르겠습니다만, 그 영향은 분명하게 있는 것이어서, 혹시 신년에 책을 읽기로 결심하셨다면 신년사에 언급된 책을 고려해 주시면, 적어도 우리 사이에선 토론과 대화할 수 있는 조건이 조금 더 마련이 되리라 싶습니다.

아, 여러분의 신년사도 듣고 싶네요. 아래 마련되어 있는 써티랩 창구에 글을 남겨주셔도 좋고요, 각 연구원들의 채널도 뉴스레터 말미에 링크되어 있으니, 전달할 마음과 생각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남겨주셔도 좋겠네요! 그럼, 새해 복 많이 받으시고, 몸과 마음이 안전한 2024년이 되시길 기도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