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님의 재택근무 버킷리스트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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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오늘 하루는 어떻게 보내셨어요?

저는 님이 잠들어 있던 시간

북한산으로 일출 산행을 다녀왔어요🌞

졸려 죽겠어요.😨

그래도 오늘 하루를 버틸 수 있었던 건

'운해'를 봤기 때문인데요.

운해란

구름 위에 솟은 산꼭대기가

바다의 섬처럼 보일 때의

구름 상태를 말해요.

오늘은 출근 전 타임어택으로

북한산 일출 산행을 다녀온

이야기를 들려드릴께요~!🙌

오늘 하고 싶은 말

님의

재택근무 버킷리스트는?

재택근무러의 시간은 출근러와 다르게 흘러간다

재택근무로 인해 내가 얻은 것 중 가장 귀한 것은 ‘시간’이다. 특히, 출퇴근 시간을 온전히 나를 위한 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다는 것이 너무나 귀하고 소중하다.

오직 출근 준비와 이동만을 위해 하루 평균 4시간 정도를 소모해왔다. 하루가 20시간인 줄 알고 살아왔는데 재택근무는 잃어버린 4시간을 온전히 나에게 되돌려 주었다.

처음 재택근무를 시작했을 때는 이 넘치는 시간을 모두 잠으로 꾹꾹 눌러 채웠다. 그동안 늘 갈증을 느끼며 외쳤던 제발 5분만 더를 외치지 않을 때까지 내게 더 주어진 2시간은 내리 잠만 자는데 사용했다.

모두가 출근하는 시간에 남들보다 더 많이 자고 더 늦은 시간까지 침대에서 뒹굴 수 있다는 것이 큰 행복으로 다가왔기 때문이다.

뒹굴다가 핸드폰을 봤을 때 시간이 만약 9시 15분이라면 아, 지금쯤이면 출근러 이고웅이가 군자역 환승 구간에서 마천행 열차를 안 놓치려고 미친 듯이 뛰어가고 있겠구나라며 혼잣말을 하면서 시간의 자유를 만끽했다. 나중에는 자유를 느끼다 못해 시계도 잘 보지 않게 되었다.

갑자기 생긴 2시간은 생각보다 꽤 길다. 평소보다 충분히 늦잠을 자고 일어나도 출근까지 최소 30분 이상이 남는다. 3초 컷 이면 직장에 도착하는 재태근무러에게는 30분이란 넘치는 시간이다.

그 결과 눈 깜빡할 사이에 1주일이 지났다. 뒤돌아서면 어느새 월 말이. 시간은 흐르기만 할 뿐 돈처럼 저축할 수도 원하는 양만큼 묶어둘 수도 멈출 수도 없는데 재택근무도 언제까지 지속될지 알 수 없기에 출퇴근 시간에 대한 해방감을 충분히 느낀 뒤에는 여전히 흐르는 시간에 대해 고민이 많아졌다.

출근을 하면서 아쉬웠던 점들을 떠올려봤다. 날씨가 좋은 날이면 사무실에 앉아만 있는 시간이 너무 아쉬웠었다.

왜 때문에 비 소식은 늘 주말에만 몰려있었다. 창밖으로 화창한 날씨를 볼 때면 당장 나가서 자전거를 타고 한강을 달리고 싶었다.

7시에 퇴근하는 직장을 다닐 때는 늘 컴컴한 밤이 되어야만 회사를 탈출했다. 회사 옥상에서 빌딩 숲 사이로 조금 새어 나오는 일몰을 구경하는 게 유일한 낙이었던 것 같다.

사무실에서 앉아 있는 것 말곤 크게 몸을 쓴 것도 없는데 왜 그렇게 지치고 피곤한지. 돌아와서 무언가 시작하려니 일단 쉬고 보자는 생각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그래서 하고 싶었던 것과 할 수 없었던 것들 사이에서 재택근무가 끝난다면 앞으로는 불가능한 것들을 적어보고 재택근무 버킷리스트를 실행해보기로 했다.

재택근무 버킷리스트 - 도전! 출근 전 북한산 일출 등산

오늘 일기 1일차에서 이야기했듯 우리 집은 강북 5대산에 둘러싸여 있다. 불암산, 수락산 사패산, 도봉산 그리고 북한산까지. 새벽에 택시 타고 간다면 입구까지 모두 15분 컷에 도착 가능하다.

등산을 좋아하는 사람에게는 정말 축복받은 거주 지역인데 5년을 넘게 이쪽 동네에서 살았지만 한 번도 산에 가지를 않았다. 산을 좋아하기 전까지는 말이다.

아무튼, 출근 전 일출 등산에 도전해보기로 했다. 출근 시간이 10시라 9시에 하산해도 출근 준비하는데 시간적 여유가 충분했다.

지난 재택근무 기간 동안 이미 수락산과 불암산 그리고 북한산까지 일출 등산에 성공한 바있다. 수락산에 갔을 때는 때아닌 폭설이 내리는 바람에 길을 잃어서 제시간에 맞춰 집으로 돌아오지 못할 뻔한 해프닝도 있었지만 무사히 하산할 수 있었다.

이번 일출 등산은 기온이 영상으로 올라가고 처음 시도해보는 등산이다. 해도 길어진 만큼 일출 시간도 앞당겨졌는데 요즘은 해가 5시 14분에 뜬다. 마지막 일출 등산보다 무려 2시간이나 빨라져 있었다.

북한산 정상까지 최단거리는 북한산 백운대 탐방지원센터에서 출발하는 코스. 북한산 백운대 탐방지원센터부터 정상까지 내가 조금 빠른 걸음으로 올랐을 때 50분 정도 소요되기 때문에 일출 전에 미리 자리 잡으려면 집에서 3시 20분에는 출발을 해야 한다.

네이버 블로그 오늘 일기 챌린지 3일차 일기는 북한산 일출 등산 다녀온 것을 작성하겠다며 호기롭게 잠들었으나 꼭두새벽에 일어나는 것은 지옥 그 자체였다.

아, 모르겠고 다시 눕고 싶었고 아니 누웠다. 몇 번을 계속 누웠다.

같이 산행을 약속한 일행이 없었다면 나 혼자만의 약속으로 산행은 끝났을 것이다.

사실 산행을 함께한 친구도 피곤하다며 다음 기회로 미뤄주길 바랐지만 너무 쌩쌩했다. 심지어 일출 산행을 위해 밤까지 새웠다고 하니 설레는 그 마음에 차마 나중에 가자며 돌을 던질 수가 없었다.

눈을 감은 채로 양치질을 하고 잠이 하나도 안 깬 상태에서 옷을 입고 밖으로 나왔다. 모든 일이 그렇듯 일단 집 밖으로 나오면 절반은 성공이다.

본격적으로 돌계단을 오르기 시작하니 반바지에 반팔을 입고도 땀에 옷이 흠뻑 젖기 시작했다. 습도가 95% 이상.

가볍게 오르려고 일부러 물도 안 챙겼는데 그나마 차고 있던 힙색마저도 산을 오를수록 무게감이 느껴졌다.

절반 이상 올랐을 때는 하늘이 점점 보랏빛으로 밝아지더니 산과 도시가 바다에 잠겨 있는 것처럼 끝없이 펼쳐진 구름바다가 보였다. 운해였다.

운해는 구름 위에 솟은 산꼭대기가 바다의 섬처럼 보일 때의 구름 상태를 말한다. 북한산 정상까지 등산은 이번이 5번째인데 운해는 처음이었다.

잠깐 넋 놓고 바라보다가 서둘러서 정상으로 향했다. 정상에는 이미 6~7명의 사람들이 일출을 기다리고 있었다.

늦게 일어났을 때 내가 항상 마주하는 하늘은 미세먼지 가득 뿌옇고 답답한 하늘이었는데 북한산 정상에서 바라본 하늘의 모습은 압도적이었다.

운해는 해가 다 떠오른 후에도 더 짙어졌다. 일출과 함께 하산하려던 사람들도 한참을 자리에서 일어나지 못하고 북한산 정상의 멋진 뷰를 즐겼다.

운해를 제대로 보려면 비가 쏟아진 다음 날 산 정상을 찾아가야 한다. 그래도 운이 좋아야 하고 이렇게 멋진 운해는 보기가 힘들다고 한다.

오늘 정말 포기하려고 했는데 일어나지 않았다면 얼마나 후회스러웠을까 싶다. 포기하지 않고 일어나서 출근 전 산을 올라준 나 자신에게 감사를 전한다.

사라 샤킬<나는 피터가 머문 곳을 알고 있다>, 사진 콜라주, 2018

Sara Shakeel<i know a place where peter stays>

운해를 처음 본 내 마음을 대체 어떻게 표현하면 좋을까 생각하던 찰나 집으로 향하는 지하철 플랫폼에서 우연히 사라 샤킬의 작품을 마주쳤다.

사라 샤킬은 콜라주 아티스트로 평범하거나 지루할 수 있는 일상의 이미지에 환상적이고 몽환적인 색상과 크리스탈 이미지를 결합하면서 SNS에서 백만 팔로워를 지닌 인플루언서 아티스트로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그녀의 작품은 이번이 한국 첫 전시인데 특히 <나는 피터가 머문 곳을 알고 있다> 이 작품이 지금 내 마음이다. :) 작품으로 오늘 내 마음을 대신하며 일기 -끝-

새벽 일출을 마치고 다시 집에 도착했는데 아직도 8시 23분. 오늘 일기를 쓸 시간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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