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는 마늘이 집사 선영이에요. 😚 지난달 뉴스레터는 선거제 개혁에 자꾸만 역행하는 권역별 병립형 비례대표제를 다뤘습니다. 👉 <월간국감> 지난호 보기

국회가 국정을 감시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감시하지!

우리는 월.간.국.감.

열일곱 번째 뉴스레터는 이렇게 구성되었다오

• 이달의 국회의원을 알리오 인사청문회 중 후보자를 데리고 나간 의원

• 이달의 국회를 알리오 부적격 후보자가 검증을 통과하는 법

• 이것만 알면 나도 국회 감시 레벨업이오!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위한 자세 4가지

🧄 이달의 국회의원을 알리오

 - 인사청문회 중 후보자를 데리고 나간 의원

“애기야 가자!”도 아니고… “갑시다!” 🏃‍♂️ 

제가 <월간국감>을 쓰면서 가장 많이 넣은 문장이 있다면, 국회는 법만 만드는 것이 아니라 행정부를 견제한다는 것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 방법 중 하나가 인사청문회입니다. 장관 등 고위 공직자의 도덕성과 전문성을 검증하죠. 쉽게 비유하자면 국회의원은 인사청문 과정에서 면접관 역할을, 후보자는 지원자 역할을 합니다. 

그러니까 장관 후보자가 인사청문회 도중 자리를 이탈했다는 것은 면접 도중 뛰어나간 지원자와도 같고, 그 장관 후보자에게 “갑시다!”라며 자리 이탈을 권했다는 것은 면접관이 지원자를 데리고 나갔다는 것과도 같습니다. 상상이 되시나요? 아, 이미 일어난 일이군요 🤯

“저 주식이 내 주식이다. 저 사업이 내 사업이다. 왜 말을 못 하냐고!”

여성가족부 장관 후보자로 지명된 김행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쉽게 시작되고 끝날 거라 생각하진 않았습니다. 🔺 2013년 청와대 재직 당시 공직윤리를 위해 주식을 팔아야 하지만 이를 지인에게 잠깐 맡겨놨다가 되찾았다는 이른바 ‘주식 파킹’ 문제, 🔺 위키트리 부회장직을 맡고 있는 소셜뉴스 기업 위키트리에서 여성을 성적 대상화하고 성폭력 피해 사실에 2차 가해하며 트래픽을 유도하는 ‘혐오 산업’을 방치한 문제 등 따져 물어야 할 일들이 참 많았으니까요.  

시작부터 엉망이었습니다. 👤 의사진행발언을 하겠다며 질의를 나눌 시간 까먹는 의원 👤 후보자가 대답할 시간도 없이 질의를 가장해 호통만 치는 의원 👤 해명과 소명이 아닌 억울함으로만 사태를 무마하려거나 고발하라며 응수하는 후보자까지… 아수라장이 된 인사청문회는 “도저히 이걸 감당을 못 하시겠으면 사퇴를 하시든가요”라는 권인숙 위원장의 말에 파국에 이르렀습니다. 

여당 의원들은 위원장으로서의 중립을 지키라고 거세게 항의하고, 야당 의원들은 후보자부터 태도를 제대로 갖추라고 맞붙었습니다. 그런데 이때, 국민의힘 지성호 의원이 벌떡 일어나 장관 후보자와 여당 의원들을 향해 “갑시다!”라고 제안합니다.  

그는 장관 후보자의 대변인이 아니라 국회의원입니다. 장관 후보자를 둘러싼 수많은 의혹과 논란, 부처 운영의 방향성에 대해 질의하고 검증하라는 임무를 가진 국민의 대변인입니다. 인사청문회 때 계획적인 질의로 장관 후보자를 비호하는 여당 의원들은 봤어도, 후보자를 데리고 나가는 의원은 듣도 보도 못했습니다. 후… 이 분노가 거의 다 써가던 원고마저 뒤엎고 새로 쓰게 만든 원동력이 됐어요. 😡

결국 정책 질의는 하지도 못하고, 도덕성과 공직윤리에 대한 질의만 답도 없이 이어지다 인사청문회는 말 그대로 ‘쫑!’나고 말았습니다.

🧄 이달의 국회를 알리오

 - 부적격 후보자가 검증을 통과하는 법

2000년 6월, 인사청문회법이 제정되었습니다(참여연대는 1996년부터 도입하라 주장했어요). 그전까지 대통령이 밀실에서 진행해왔던 행정부 고위 공직자 검증 과정을 국민이 뽑은 국회의원에게도 맡기게 된 것이죠. 이후 여러 차례의 인사청문회법, 국회법 개정을 통해 2005년 7월부터 장관 후보자에 대해서도 인사청문이 시작되었습니다. 생각보다 얼마 안 됐죠? 그래서 시작해보는 질답!

🙋 정부가 장관을 임명하려면 어떻게 하면 돼요?

🧄 (1) 정부는 국회에 장관 후보자 임명동의안을 제출합니다. 이 때 5가지 서류를 함께 제출해야 합니다.

: 직업ㆍ학력ㆍ경력 내역 ＆ 병역 신고 내역 ＆ 재산 신고 내역 ＆ 최근 5년간의 소득세ㆍ재산세ㆍ종합토지세의 납부 및 체납 실적 ＆ 범죄경력

: 정부는 국회에 임명동의안 제출 → 국회는 소관 위원회에 회부 → 위원회는 3일 이내로 인사청문회 진행 → 위원회는 인사청문회를 마친 뒤 채택 여부 결정 → 채택되면 인사청문결과보고서를 본회의에 보고 → 국회의장은 지체 없이 정부에 송부 

🙋 잠깐, 그럼 국회가 장관 임명을 못하게 막을수는 없어요?

🧄 없습니다. 인사청문경과보고서에 부적격 의견을 담아 채택하든, 혹은 아예 채택하지 않든 시간만 지나면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으니까요. 면접관이 지원자를 어떻게 평가하더라도 결국 최종 합격 결정은 사장이 하는 것과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윤석열정부 출범 이후 많은 장관 후보자가 국회의 부적격 판단을 받거나 인사청문결과보고서가 채택되지 않아도, 국민이 아무리 비판해도 임명되었습니다(문재인정부 때도 별반 다를 바 없었고요). 대법관처럼 장관 후보자도 국회의 임명동의를 거치도록 하려면 헌법을 개정해야 하는 문제도 있고요. 

🙋 장관 임명을 막을 수도 없다면 인사청문회는 뭐하러 해요?

🧄 네, 충분히 이런 의문을 가지실 수 있어요. 앞서 말했듯 청문회 결과와 무관하게 대통령이 임명할 수 있으니까요. 하지만 인사청문회는 국회가 국민이 보는 앞에서 공직 후보자를 검증해 대통령의 독점적(!) 인사권을 견제한다는 의의를 갖습니다 👀

국민은 생중계되는 인사청문회를 보면서 공직 후보자에 대한 이모저모를 알게 되고, 정부는 국민 앞에 제대로 된 공직자를 지명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받게 되니까요. 만일 국민의 거센 비판에도 임명을 강행한다면 정부는 지지도나 신뢰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겠죠 📉

한편 후보자의 답변을 국민이 듣는 것 또한 대단히 중요합니다. 그러니 의원들 또한 무작정 호통만 칠 것이 아니라 후보자의 충분한 답변 시간을 보장해 줘야겠죠. 

🙋 왜 청문회에서 정책 검증은 없고 정치적으로 싸우는 모습만 보이는것 같죠?

🧄 국회가 제대로 일하기 싫은 건 아닐 거예요. 국민과 언론의 관심이 집중되는 만큼 의원 스스로도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을 기회니까요. 

다만, 길어야 3일 뿐인 인사청문회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려면 후보자가 국회에 의무 제출하는 5가지 서류말고도 추가로 요청해야 할 자료가 너무 많아요 📑 후보자가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제대로 파고들어야 하니까요. 그래서 귀한 청문회 시간에 의원들은 수십 가지의 추가 서류 제출을 요구하고, 후보자는 이를 다 못 내거나 안 내는 경우가 종종 생깁니다. 

그러다 보니 후보자의 정책 검증은 뒷전으로 밀려버립니다. 정책 검증이 위주가 되는 청문회를 위해서는 매번 고질적으로 등장하는 부동산과 주식 문제 등을 미리 검토할 수 있도록 주민등록 이전내역, 부동산이나 주식 및 채권 거래내역 등을 국회에 의무 제출하도록 하는 방안도 고려해볼 수 있을겁니다.

🙋 그럼 인사청문기간만 늘리면 되는건가요?

🧄 기간만 늘리면 국민적 피로감과 국정공백만 더 커질수도 있어요. 사실 정부가 애초에 사전 검증을 철저히 해서 도덕성 문제가 없는 후보자를 추천하면 될 일이긴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국회가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면 됩니다. 고위공직자를 임명할 때 필수적으로 검증해야 할 항목과 절차를 법률로 명확히 규정하는 겁니다. 

적어도 대통령실(또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이 후보자의 도덕성 검증을 전혀 안 해 누가 봐도 자격 없는 후보자를 두고 인사청문회에서 싸우는 모습을 예방할 필요는 있으니까요. 인사검증 절차에 다양한 시각의 입장이 인사검증에 반영되도록 하는 것도 필요합니다. 이를 통해 객관성을 높이고 도덕성, 공직윤리가 사전에 좀 더 검증될 수 있다면 국회에서 진행되는 인사청문회도 정책 질의 중심으로 한 발짝 옮겨갈 수 있을 겁니다.

🧄 이것만 알면 나도 국회 감시 레벨업이오!

 - 제대로 된 인사청문회를 위한 자세 4가지

최근 언론보도에 따르면 윤석열 대통령이 비공개 국무회의에서 국회를 상대로 “당당하게 대응하라”, “공격에도 움츠러들지 말고 싸워달라”고 당부했다 합니다. 그러나 정부와 국회는 아이러니하게도 협력적 견제 상태를 유지해야 합니다. 정부가 요청한 예산안을 검증해 수정하고 처리하는 것도 국회고, 정부조직을 크게 개편하려 해도 국회가 만든 법률에 근거해야 하니까요. 국민의 대표인 국회와 정부는 미우나 고우나 국정운영 파트너일 수밖에 없어요 💃🕺 

그래서 정부와 국회가 강대강 대치를 이어갈수록 국정운영에는 공백이 생겨버립니다 🕳 공격에도 움츠러들지 않고 싸우다 ‘드라마틱하게 엑시트’한 김행 후보자의 행방불명처럼요. 물론 국회 또한 인사청문회를 후보자에게 호통치거나 흠집 내기 위한 자리로만 만들어서는 안 되겠지만,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나은 장관을 뽑기 위한 정부의 철저한 사전 검증일 겁니다. 결국 장관후보자를 최초에 지명하는 것도 대통령이고, 마지막에 최종 임명하는 것도 대통령이니까요. 맞아요, 모든 인사 실패의 책임자는 대통령입니다! 👊

그래서 오늘은 국회 뿐만이 아니라 정부를 향해서도 외쳐야 할 것 같습니다.

• 정부는 후보자 재산, 도덕성 처음부터 제대로 검증하고, 그 결과에 책임을 져!
• 국회는 <고위공직자 인사검증에 관한 법률> 제정해서 사전 검증을 체계화해!
• 우리는 후보자의 답변이 궁금해, 국회는 후보자가 답변할 시간을 주면서 질의해!
• 도덕성 검증뿐 아니라 후보자의 정책 기조와 방향에 대한 검증도 잊지 마!
  

🧄 마늘이와 친구들

 - 친구의 생각이 궁금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