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드 아실 드뷔시
보름달을 보며 소원을 빌던 유령이, 쏟아지는 달빛에 한껏 인상을 찡그리고 있었더니 어디선가 신비한 멜로디가 들려왔다는데?

👻: 오늘은 현대 음악을 잠에서 깨운 작곡가, 드뷔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령!

조성진이 연주하는 드뷔시의 <달빛>, 출처: crediatv
간은 심심하지만 자꾸 생각나는 평양냉면 같은 이 음악! 바로 드뷔시의 대표작 <달빛>인데요. 드라마틱한 전개보다는 한 폭의 그림처럼 흘러가는 느낌이 마음을 편안하게 만들어 주죠. 오늘은 이렇게 아름다운 선율의 <달빛>을 작곡한 음악가, 드뷔시의 이야기를 들려드릴게요!
▲ 클로드 아실 드뷔시, 출처: Bibliothèque nationale de France
천재의 거침없는 마이웨이 음악 세계! ☑️

드뷔시는 음악가 집안에서 태어나지는 않았어요. 어릴 적에 큰어머니에게 보내졌고, 그곳에서 처음으로 피아노를 배웠는데요. 넉넉하지 않은 형편에도 불구하고, 드뷔시는 큰어머니의 도움으로 당시 최고의 학원이던 파리 음악원에서 레슨을 받게 되죠. 러나 반항적이고 적응을 못 하는 건 천재의 숙명인 건지, 드뷔시는 여러 기행을 보이며 사회성이 떨어지는 모습을 보였어요. 그의 이런 반항심은 음악에서도 드러났죠.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화음을 작품에 사용하는가 하면, 모호하고 미묘한 화성을 사용하는 등 당시 학원에서 가르치던 방향성과는 다른, 제멋대로인 음악 세계를 펼쳤거든요. 우연히 그의 작품을 접했던 러시아의 대표 작곡가 차이코프스키도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고.


한 교수가 드뷔시의 음악을 듣고, “자네는 대체 무슨 법칙을 지키나?”라고 묻자 드뷔시는 “제 자신의 즐거움 외에는 아무것도 지키는 법칙이 없습니다.” 라고 답했는데요. 이 답변은 당시 드뷔시의 음악 철학을 직관적으로 보여줘요. 재능만은 출중했던 드뷔시는 로마대상*을 수상해 로마에서 교육받을 기회를 얻기도 했어요. 그러나 이 상을 받은 뒤로 음악적 전통을 무시하는 드뷔시의 고집은 더욱 강해졌다고.

 

*로마대상: 당시 프랑스 미술 아카데미 콩쿠르 1위에게 주어지던 상으로, 예술가들에게 최고의 상으로 여겨짐.

 

👻: 고집 센 괴짜 천재였군령. 그런 드뷔시가 자신의 이름을 알린 대표곡이 있다면서령?

▲ 아이작 유리베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출처: ArtPal

현대 음악을 잠에서 깨워내다 😴

드뷔시는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이라는 작품을 발표하며 인상주의 음악*이라는 새로운 장르의 문을 열게 돼요. 이 작품은 프랑스 시인 말라르메의 시, <목신의 오후> 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이에요. 목신*과 요정들이 목욕하는 장면을 마치 이야기를 들려주듯 선율로 옮겨 놓은 곡이죠. 원래는 전주곡, 간주곡, 종곡의 3부작으로 구상했지만 막상 완성된 부분은 전주곡뿐이었는데요. 나머지 두 곡이 필요 없을 만큼 너무나 만족스러운 곡을 완성했기 때문이에요. '현대음악은 이 음악과 함께 잠에서 깨어났다.'라는 평가처럼 현대음악에 큰 영향을 미쳤고, 동시에 드뷔시의 이름을 알리는 데 가장 크게 기여한 작품이기도 해요.

 

*인상주의 음악: 감각과 분위기에 초점을 맞춘 19세기 후반의 새로운 음악 양식.


*목신: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의 신.

▲ <목신의 오후에의 전주곡> 연주, 출처: hr-Sinfonieorchester

당시 음악계의 유행은 화려한 기교와 강렬한 선율이었지만, 드뷔시는 이 흐름에서 벗어나 플루트, 하프, 오보에, 작은 심벌즈 등의 소리를 사용해 나른하고 몽환적인 음악을 만들어냈어요. 도입부의 무반주 플루트 선율도 전통적으로 많이 쓰이지 않는 신선한 조합을 사용했죠. 이렇게 모호한 조성*과 자유로운 형식의 사용은 드뷔시의 거침없는 스타일을 그대로 드러낸다고.

 

*조성: 음악에서 주요 선율에 사용된 음의 조합과 조직.

 

👻: 인상주의 음악의 시초가 드뷔시였다니, 대단해령! 그런데 인상주의가 대체 뭔가령?

한 폭의 그림 같은 음악 🖼

당시 유럽의 주류 음악 장르는 낭만주의였어요. 낭만주의 음악은 주로 서정적이고 아름다운 선율에 반주가 붙는 스타일로, 풍부한 화성과 아름답고 감정이 가득한 멜로디가 특징인데요. 드뷔시는 이런 후기 낭만주의를 마무리하고 인상주의라는 새로운 사조를 도입했다고. 


*사조: 음악사에서 주로 시대별로 구분한 음악의 갈래.

클로드 모네 <인상, 해돋이> 1872, 출처: Bridgeman Art Library
이 작품은 대표적인 인상주의 화가, 모네의 그림으로 형태나 형식보다는 색과 빛에 집중해 표현한 게 특징이죠. 인상주의 화가들은 빛을 특히 중요하게 여겨서 빛에 따라 미묘하게 변하는 풍경들을 다양한 색채로 담아냈어요. 마찬가지로 드뷔시는 주제나 이야기보다는 곡의 분위기에 초점을 맞췄어요. 조성, 음계의 법칙을 벗어나 규칙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음악을 추구했죠. 드뷔시의 음악은 불규칙한 리듬, 전통적으로 금지되던 조성이나 진행의 활용 등 다양한 측면에서 혁신을 보였다고.

👻: 혁신적인 음악이라고 하니 드뷔시가 궁금해지는데, 또 어떤 음악을 들어보면 좋을까령?
가쓰시카 호쿠사이 <가나가와 해변의 높은 파도 아래> 1831,
출처: Réunion des Musées Nationaux

바다를 사랑했던 소년 🌊

드뷔시는 자연에서 많은 영감을 얻은 음악가였는데, 그중에서도 특히 바다를 좋아했어요. 선원 출신인 아버지에게 바다에 대한 이야기를 들으며 자랐고, 해변가에 있던 외할머니 댁에서 고독한 산책을 하며 바다와 끝없는 대화를 나누기도 했죠. 파도에 따라 시시각각 변하고, 빛을 받아 다양한 색으로 반짝이는 바다는 인상주의적 기법을 적용하기에 최적의 대상이었어요. 후에 우키요에*에서 영감을 얻어, 바다를 그린 관현악곡 <바다>가 만들어졌다고.

 

*우키요에: 일본 에도 시대의 판화 형태의 풍속화. 유럽인들에게 주목받아 프랑스의 인상파 예술가들에게도 많은 영향을 미침. 

▲ 드뷔시의 <바다> 교향곡, 출처: EuroArtsChannel

교향곡 <바다>는 3개의 악장으로 구성되어 있어요.

1️⃣제1악장은 ‘바다의 일출부터 정오까지’라는 이름으로, 낮은음의 현악기들이 조용한 새벽 바다를 그리다가 뒤로 갈수록 음악이 점점 고조돼요. 수평선 위로 태양이 떠오르고, 어두운 바다가 밝아지는 장면이 상상이 되죠.

2️⃣제2악장은 ‘파도의 희롱'! 우아하면서도 귀여운 음악이라는 평가를 받는데요. 현악기의 트레몰로 기법*을 사용해서 파도가 귀를 간질이는 듯한 느낌을 주죠.

3️⃣마지막 제3악장은 ‘바람과 바다의 대화'라는 제목으로, 상쾌한 바람이 바다에 잔잔한 파도를 일으키는 장면, 거친 폭풍우가 바다를 뒤흔드는 장면 등을 떠오르게 해요. 이 악장의 포인트는 밝은 바다와 어두운 바다의 대비예요. 다양한 음계와 변화무쌍한 조성이 두드러지는 이 곡을 듣다 보면 드뷔시가 사랑했던 바다를 함께 볼 수 있을 거라고.

 

*트레몰로 기법: 하나의 음을 빠르게 반복하는 현악기의 연주 기법

 

👻: 아는 만큼 들리는 클래식, 이제 드뷔시를 아니까 이 곡을 더 제대로 들어볼 수 있을 것 같아령!

▲ ‘드뷔시 에디션 음반 커버, 출처: Amazon Music

드뷔시의 투잡? 😱

드뷔시는 수많은 비평을 받은 만큼, 본인 역시 적지 않은 비평을 하기도 했는데요. 평론가들은 그에게 “음색을 지나치게 강조하며 형식이나 기본적인 법칙의 중요성을 망각하고 있다.”라는 혹평을 내렸다고 해요. 하지만 그는 굴하지 않고 끊임없이 자신의 음악 세계를 펼쳤죠. 이후 혁신의 필요성을 느낀 드뷔시는 거침없이 다른 음악을 비판하기도 했다고.

드뷔시는 당시 틀에 갇혀 있던 음악 교육에도 회의감을 느끼고 적극적으로 비판의 목소리를 냈는데요. 드뷔시는 아름다움은 직관적으로 감각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복잡한 예술들을 비판했어요. 또 '이해하려는 노력 없이도 음악은 우리 안에 자리하고 스며든다'라며 예술과 음악의 본질에 관해 이야기하기도 했죠. 그의 이러한 평론들은 드뷔시가 세상을 떠나고 3년 후인 1921년에 정식으로 출판되기도 했다고.

 

👻: 소신이 뚜렷한 사람이었군령. 평론집까지 낸 능력자라니, 더 멋있어 보이는데령?

플롯 TMI 💎
드뷔시를 향한 이와이 슌지의 러브레터

<러브레터>의 감독으로 유명한 이와이 슌지 감독의 작품 <릴리 슈슈의 모든 것>. 그런데 이 영화에는 제목부터 드뷔시가 담겨 있다는 사실! '릴리 슈슈'는 드뷔시의 아내 릴리의 애칭이었던 슈슈를 합친 말인데요. 릴리와 슈슈의 모든 것은 드뷔시 그 자체암시한다고 해석할 수 있는 거죠. 또 이 영화에서는 드뷔시가 작곡한 <아라베스크 1번 마장조>가 메인 OST로 사용되었다고. 

👻: 드뷔시에게 보내는 러브레터 같은 이 영화, 플로터 여러분도 함께 느껴 보시는 건 어떨까령? 
▲ 릴리슈슈의 모든 것 OST, 드뷔시의 <아라베스크 1번>, 출처: Lily Chou-Chou - Topi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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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롯을 통해 문화생활을 즐긴 플로터들의 후기가 궁금하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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