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에서 화자는 운 것 같은 아이를 울지 않았다고 쓰고, 할머니와 막걸리에 대해 마음대로 씁니다. 그리고 자기가 쓴 말 위에 덧칠을 합니다. 화자는 왜 진실도 아닌 일기를 쓰고 지우고 쓰다듬는 행위를 반복하는 걸까요.
영국의 소설가 존 파울즈는 평생에 걸쳐 스무 권 분량의 일기를 썼습니다. 그 일부는 '나의 마지막 장편소설'이라는 제목으로 출간됐습니다. 파울즈는 자신의 글이 과학처럼 진실을 찾는 게 아니라, 진실을 느끼게 해주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흰 겹”의 화자가 되찾으려고 하는 “느낌에 대한 느낌” 역시 진실에 대한 느낌일지도 모릅니다.
그렇다면 동시대의 사람들이 일기를 쓰고 공유하는 이유도 왜인지 알 것 같습니다. 일기에서 중요한 것은 사실로서의 진실이 아니라, 진실의 느낌입니다. 망각되는 일상 속에 잠깐이라도 진실이라고 할 만한 순간이, 서로의 삶이 있었다는 걸 느끼고 싶기 때문에 우리는 일기를 공유합니다. 그것이 비록 이 미친 세상의 관음증과 나르시시즘의 일부로 타락할지라도, 잠시나마 삶의 기록을 통해 진실의 느낌을 갖고 싶기 때문에, 우리는 쓰고 지우고 쓰기를 반복하는 것 아닐까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