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첫'척석사 음악가의 삶

©unsplash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미씨 마졸리: 지나치게 밝은 어두움 (vl.페테르 헤레스탈)

이번 주에는 어떤 신보가 나왔나, 하고 돌아보던 중 눈길을 끄는 앨범을 하나 발견했어요. 커버 속 인상을 쓰고 있는 여성은 1980년에 태어난 젊은 음악가, 미씨 마졸리입니다. 그의 음악을 들어보면 분명 현대 음악인데 고전 시대의 음악 같다는 느낌을 받곤 해요🤓 시대를 막론하고 여러 양식이 결합한 마졸리의 음악 세계는 앨범에 수록된 신곡 "지나치게 밝은 어두움(Dark with Excessive Bright)"에서 잘 드러납니다. 지나치게 밝은 어두움이라니, 제목 속 모순은 마졸리의 음악을 설명하고 있는 듯하네요.

이 곡은 호주 챔버 오케스트라와 콘트라베이스 연주자 막심 비보의 악기를 위해 작곡되었어요. 작곡가가 아니라 악기를 위한 곡이라는 점이 재미있죠? 비보의 악기는 1580년 제작된 이래로 계속 수도원에 보관되어 있었다고 하는데요. 약 400년 만에 울려 퍼지는 이 악기의 소리가 매우 궁금해집니다👀

Main Act

Nora Holt : Negro Dance

👏🏻👏🏻 오늘의 메인 연주는 노라 홀트의 "Negro dance"였습니다!

노라 홀트는 음악계는 물론, 우리 사회를 살고 있는 사람이라면 꼭 알았으면 하는 음악가입니다. 흑인 여성으로서는 최초로 음악대학에서 석사학위를 받은 음악가거든요. 1895년에 태어난 노라 홀트는 음악 비평가, 가수, 피아니스트, 작곡가, 심지어는 사회운동가로도 소개될 수 있어요😮 1919년에는 '미국에서 흑인 음악가를 위한 단체(National Association of Negro Musicians)'를 결성하여 활동했고, 짧은 기간이지만 자신의 이름으로 된 잡지 <Music and Poetry>를 발행했습니다.

그의 '최초' 이력은 학위만이 아닙니다. 뉴욕 음악 비평가 협회의 최초의 아프리카계 미국인 회원이자 1966년 세네갈에서 열린 “제1회 세계 흑인 예술 축제”에도 참가했거든요👏🏻 그런 만큼 홀트의 행보는 가십거리로 소비되기도 했는데요. 가십을 주로 다루는 언론에서는 그를 "백인을 따라 한다."라며 비난하곤 했습니다. 이는 사회적/사교적인 활동이 곧 백인의 전유물로 여겨졌다는 시대상을 반증하는 듯싶어요.

💡 하나 더! 에디터는 홀트의 이력을 조사해 보며 감탄을 금치 못했어요. 음악적 욕심을 실현하기 위해 프랑스로 유학을 가서 우리가 잘 아는 🔗나디아 불랑제 와 함께 공부하기도 했고, 일본, 중국 등 아시아 투어를 하며 중국어도 배웠대요. 아무도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해 나갔던 홀트, 그 용기에 대해서만큼은 누구도 이견이 없을 것 같네요!

1932년의 노라 홀트 @blackpast

도둑맞은 악보;

💁🏻: 한마디로 정의내리기 힘들지만, 오늘은 작곡가라는 역할에 집중해 보려고...

👶🏻: 근데 홀트가 작곡한 곡이 단 두 곡뿐이라는데요?

💁🏻: 😅

사실 지금까지 악보로 남아있는 홀트의 작품은 2개뿐입니다. 기록에 따르면 200여 곡을 남겼으나, 악보를 보관하던 창고가 털리는 바람에 단 두 곡만이 전해지고 연주되죠. 심지어 그중에서도 정식으로 출판된 곡은 단 한 개입니다. 그 곡이 바로 오늘 Main Act에서 소개한 "Negro Dance" 이고요.

1921년에 작곡된 'Negro Dance'는 패틴 주바(pattin’ juba)와 같은 아프리카계 미국인의 춤에서 영감을 받았는데요. 패틴 주바는 발을 구르거나 팔, 다리, 뺨 등을 치며 박수 소리를 만들어 내는 리드미컬한 춤이에요. 그래서인지 곡을 들어보면 클래식 음악이라기보다는 재즈나 래그타임이 떠오르는 것 같아요🤩 홀트는 아프리카계 미국인이 미국에 정착하여 만들어 낸 문화에 집중했고, 이를 자신의 음악에 녹여내고자 했죠. 이 시기는 미국 내에서 흑인의 문화를 부흥하는 움직임이 커지던 시기이기도 합니다. 더 이상 백인의 문화에 편입하는 것이 아닌, 스스로의 정체성을 구체화하고자 한 것이죠. 이에 관해 조금 더 설명해 보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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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ke Ellington: Mood Indigo

19세기 후반부터 20세기 초, 미국의 농촌에서 생활하던 흑인들이 대도시로 이주하기 시작합니다. 이들은 무리 지어 생활하기 시작했고, 그 무리 중 하나가 정착한 곳이 바로 할렘이었어요. 같은 시기 미국은 페미니즘의 부상으로 사회적으로 엄청난 변화를 맞고 있었습니다🇺🇸 이에 인종평등을 향한 움직임도 강해지기 시작했고, 예술계도 이에 발을 맞추어 변화의 싹을 틔웠어요. 역으로 흑인 문화가 궁금해진 백인 예술가들은 흑인 예술가들이 어떤 소재에서 영감을 얻는지 집중했고, 곧 그것이 '흑인의 뿌리'를 찾는 과정임을 알게 됩니다. 그리고 이 시기 일어난 흑인 문예부흥 운동을 바로 '할렘 르네상스'라고 해요.

노라 홀트는 이 할렘 르네상스 시기의 음악계를 설명할 때 빠지면 안 되는 음악가 중 하나인데요, 위에서 언급했던 '흑인 음악가를 위한 단체' 결성하여 이들과 함께 흑인 음악의 부상을 도모한 것이 결과적으로 할렘 르네상스 시기 음악에 큰 영향을 주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할렘 르네상스의 대표 업적으로 꼽히는 것이 바로 재즈 음악의 보급이에요. 같은 시기 할렘 르네상스를 대표하는 음악가 듀크 엘링턴의 "Mood Indigo"로 오늘 레터 마무리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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