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영화 알못이 본 <브로커>와 그 외 작품들

안녕하세요, 님의 깊이있는 찍먹을 위한! 영화 소스 디핑입니다. 🎬🍟

감독 특집 제 2편, 배우 송강호의 칸 남우주연상 수상으로 화제가 된 영화 <브로커>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tmi. 오늘의 에디터가 호주를 여행하는 중이라 하루 늦었습니다. 🙏 그리하여 오늘의 디핑은.. 무려 호주에서 쓰는 한국 영화 뉴스레터의 일본 감독 이야기.. ✨)



🍟 영화 뉴스레터에 일.알.못의 등장이라..
님, <브로커> 보셨나요? 평이 갈리는 편이길래 그리 큰 기대를 하지 않아서인지, 저는 그럭저럭 재미있게 관람했어요. 이 대목에서 의아한 디핑러 계실 것 같은데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인데 기대를 안 했다니🤔❓ 사실 오늘의 에디터는, <브로커>를 보기 전 그 유명한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단 한 편도 본 적 없었답니다.. 😷 명색이 영화 뉴스레터 발행인인데 이게 웬 말인가 싶으시지요? 그만큼 일.알.못 이었다는 거죠. 🤣🤣

그런데 또, 은근 이런 분들도 있지 않나요? 영화계 거장이라고 하던데 나는 잘은 모르겠지만... 씨네필?을?지향하는? 사람으로서 어디가서 티 내기는 좀 그랬고... 사람들이 어느가좍 얘기 할때 나도 끼고 싶었고... 어떤 사연이 있길래 유명한 일본 감독이 한국 영화를 찍게 되었는지도 궁금하고요... 사실은 제가 그랬습니다. (뻔뻔.)

그래서 준비했어요. 일본 영화 알못이 보고 온 <브로커> 후기와, 더 알아가고 싶어진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들 소개!
(이미 잘 알고 계신 디핑러라면, 뉴비의 신고식을 귀엽게 봐 주시길.. 👀🙏)


그쪽도 송강호 덕후..? 👀💧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일본에서 아주 유명한 영화 감독입니다. 일본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도 인정받는 분이에요. 데뷔작부터 각종 영화제에서 크고 작은 상을 수상하며 주목받다가, 2018년 칸 영화제에서 평단의 예상을 깨고 <어느 가족>이라는 작품으로 최고상인 황금종려상을 거머쥐며 거장의 반열에 올랐습니다.
영화 <어느 가족> 포스터 /네이버영화
그는 사회적 약자의 주변적 삶가족애에 대한 이야기를 주로 그리는데요. 소개한 영화 <어느 가족>도 그렇고, 최근작 <브로커>에 이르기까지 조금은 뒤틀려 보일 수 있는 대안적 가족, '진짜가 아닌' 가족의 형태와 그 '진정한' 의미를 담아냅니다. 고레에다 감독의 특징이라 하면, K-영화 하면 떠오르는 소위 신파극 같은 전개가 아닌(나쁘다는 건 아니고요!) 담담하고 쓸쓸한 방식으로 찬찬히 감정과 메시지를 전달하는 특유의 연출을 꼽아볼 수 있어요. <브로커>를 보면서도 이쯤 되면 누구 하나가 대판 싸우거나(?) 펑펑 울거나(?) 하는 장면이 나올 때가 됐는데? 싶은 생각이 중간중간 들었는데요. 끝까지 그런 CJ-스러운 전개가 없더라고요. 아, 결말은 좀 한국영화 같지만요! 😅 이건 보신 분이라면 바로 이해하실 평. 🎬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영화감독으로 데뷔하기 전 모 방송사에서 다큐멘터리 PD로 일한 경력이 있는데요. 특유의 담담한 연출방식은 그 시기에 영향받아 가지게 된 스타일이 아닐까, 짐작해 봅니다. 일부에서는 그런 연출이 전형적인 일본 영화의 색채라 <브로커>가 다소 지루했다는 반응도 있더라고요. 하지만 저는 그렇게는 보지 않았어요. 중간중간 들어간 웃음 포인트들도 그렇고, "일본 감독이 만든 한국 영화"가 맞지 않나 싶었습니다.

맞는 비유일 진 모르겠지만, 현지화 잘 된 외국 음식 맛집 같았달까요? 이런 부분에서 역으로 호불호가 갈릴 순 있을 것 같습니다만. 저는 본래 이국적인 요리를 먹을 땐 무조건 향신료가 제대로인 본토 스타일을 고집하는데, 유일하게 돈코츠 라멘 종류는 꼬릿꼬릿한 육수 냄새가 덜한 이치란 스타일을 선호하거든요. 일본 영화에 대한 호오도 비슷했기에 여태껏 많이 시도해 보지 않았습니다. <브로커>는 그런 의미에서 쉽게 즐길 수 있는 난이도였어요. 아아, 그는 꿀꺽꿀꺽 들이킬 수 있는 좋은 이치란이었습니다... 랄까요 ww (일알못이지만 밈은 놓치지 못하는 인터넷 중독자의 모습..)
영화 <브로커> 스틸컷 /CJ엔터테인먼트 제공
그건 그렇고, 이쯤 되면 궁금해지는 점이 있어요. 그렇게 대단한 분이 어쩌다 한국 영화를..? 🤔 사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은 일본 영화계에 대한 비판적인 입장을 여러번 밝혀 온 인물이에요. 일본 내에서만 32억 엔 가량의 박스오피스 수입을 거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의 성공 이후, 유명 감독인 자신조차 1% 남짓의 수익을 배당받기 위해 여러 차례 불편한 협상을 거쳐야만 했다는 아쉬움을 토로했는데요. 제작사보다는 투자사와 배급사 위주로 돌아가는(👉셋이 뭐가 다르지? 디핑에서 여러번 다루었던 주제예요. 🍟<명량> 편, 🍟<크루엘라> OTT 편 참고!) 폐쇄적인 구조에 한계를 느낀 그는 해외 자본과 손잡는 새로운 프로젝트에 도전하게 됩니다. 그 첫 작품은 2019년 개봉했던 프랑스 영화 <파비안느에 관한 진실>이었고요. 두 번째 시도가 바로 <브로커>가 되었습니다.
AP연합뉴스 제공
이러한 어른의 사정을 차치하고서도, 고레에다 감독은 개인적으로도 한국 영화계와 꾸준히 교류해 온 것으로 유명합니다. 봉준호 감독과도 끈끈한 우정을 이어왔다고 하고, 이번 영화의 주역인 배우 송강호와 강동원, 그리고 다른 영화 촬영 일정으로 칸에는 함께 가지 못했지만 일전에 함께 <공기인형>이라는 영화를 찍었던 배두나와도 긴밀한 친분이 있었다고요. 이와 같이 이전부터 꼭 한번 함께 작업해 보자고 이야기를 나누었던 배우들을 <브로커>에 섭외했다고 합니다. 그 외에도 한국 드라마를 아주 좋아해서, <나의 아저씨>를 보고 영화계에서는 아직 경험과 인지도가 부족한 아이유(이지은) 배우를 여주인공으로 캐스팅했다는 후문도 있습니다. 저는 이 드라마도 전부 보진 않았지만 뭔가 감성이 일맥상통하는 것 같기도 해요.

그 중에서도 특히... 박찬욱과 봉준호를 비롯한 유수의 영화감독들의 뮤즈(..?)로 불리는 송강호에 대한 덕심이 지극했대요. 🤣🤣 모 매체와의 인터뷰를 통해, 베이비박스에 남겨진 아이를 안고 다정하게 말을 건네지만 그러곤 곧 팔아버리게 되는 역설적인 캐릭터가 송강호라는 배우의 이미지와 합쳐지며 <브로커>라는 영화의 첫 구상이 되었다고 밝힌 바도 있습니다. 이 정도면 뭐... 본인의 카메라에 송강호를 담고 싶어서 찍은 영화라고 봐도 과언이 아니지 않을까요? 감독님도 송강호 덕후라니.. 이 남자의 매력은 대체 어디까지? (??)


감독님, 필모 좀 구경하겠습니다 🎞
뉴비의 시각에서 쓰여지고 있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특집.. ✨👀 기승전 라멘 이야기로 끝난 <브로커> 후기와 함께, 고레에다 감독의 전반적인 영화 세계에 대해 훑어봤는데요.

짧게 소개했듯이, 이번 경험으로 저는 일본 영화에 대한 막연한 진입장벽을 조금 깨고(!)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또 다른 작품들에도 관심을 갖게 되었답니다. 혹시 오늘의 소스로 비슷한 경험을 하신 디핑러가 있다면? 디핑🍟이 소개하는 작품들을 함께 감상해 봐요. 오늘 언급하지 않은 작품 위주로 소개할게요!

영화 <아무도 모른다> 포스터(2004, 2017 재개봉) /네이버영화
🎞 <아무도 모른다(2004)>

박찬욱 감독의 <올드보이>가 칸을 휩쓸었던 바로 그 해, 최민식을 제치고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14세 소년이 있었습니다. 바로 위에 포스터를 소개한 <아무도 모른다>의 주역 야기라 유야였어요. 이 최연소 기록은 현재까지도 깨지지 않고 있다고 하는데요. 명감독 쿠엔틴 타란티노가 직접 "올해 칸 영화제에서 수많은 영화를 감상했지만 오직 그 소년의 표정만이 잊혀지지 않는다"고 극찬했대요. 놀라운 것은 이 영화가 해당 배우의 데뷔작이자, 생애 첫 연기를 한 작품이었다는 사실.. 😮

아이들이 전면에 등장하는 밝은 포스터 탓에 얼핏 봐선 잔잔한 힐링 영화로 여겨질 수도 있는데요. 그렇게 방심하고 감상했다간 정말 큰 코 다친다고 합니다. 일본 도쿄에서 실제 있었던 아동 방치 사건을 소재로 각색하여 만들어진 영화이기 때문이에요. 영화는 집을 나간 엄마를 기다리는 네 남매의 이야기인데요. <브로커>와 마찬가지로 아이들을 버린 엄마에게도 나름의 사연이 있음을 은연중 암시하기도 하고, 남겨진 동생들에게 마냥 어른스러운 형과 오빠가 되어주기엔 너무 어린 첫째의 혼란스런 내면을 그려내면서 이러한 비극은 비단 누구 한 사람만의 탓이 아닌 우리 사회 전체가 감당할 몫임을 주된 메시지로 담고 있다고 합니다. <브로커> 속 미혼모 소영(이지은 분)의 복합적인 인물 설정이 꽤 인상적이었기에, 조금 힘들겠지만 꼭 마음먹고 보고 싶은 작품입니다. 🙏

영화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 포스터 /네이버영화
🎞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고레에다 감독의 영화를 잘 몰랐음에도, 이 영화는 몇번 들어본 기억이 있는 작품입니다. 사실 줄거리 자체는 어디서든 한번쯤 봤음직한 내용이에요. 단란한 가정을 꾸리고 있던 한 남성이, 6년 간 소중히 키워온 아들이 자신의 친자가 아님을 알게 되고 생기는 고민과 갈등에 대한 영화라는데요. 그럼에도 불구하고 칸 영화제에서 심사위원상을 수상하고 국내외에서도 크게 흥행하는 등, 평론과 대중 모두에게 극찬을 받은 까닭이 있었겠지요? 본래 친아들이었을 아이가 자신을 빼닮은 모습을 보며 내심 안도하는 모습, 그러나 결국 긴 시간을 함께한 아들이 받은 상처에 눈물짓는 모습 등 복잡한 인간의 내면과 진정한 가족의 의미를 마찬가지로 잘 담아냈다는 평이 많습니다. 이러한 표현을 간접적으로 스크린에 그리기 위해 다양한 미쟝센과 영화적 장치가 시도되었다고 하는데, 어떤 느낌일지 특히 궁금하네요.

특히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는 최근 <브로커>를 둘러싼 SNS 바이럴을 통해서도 다시 한번 언급된 바 있었죠. "여성은 아이가 생기는 순간 어머니가 되지만, 남성인 나는 오래도록 아버지가 되었다는 실감을 갖지 못했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만들게 됐다"는 고레에다 감독의 인터뷰 내용에 한 여성 지인이 비판의 목소리를 전했었대요. 여성 또한 아이가 생긴다고 바로 모성애를 가지게 되는 것은 아니라고요. 이에 반성한 감독은 이후의 작품들을 통해 모성에 대한 보다 깊은 통찰을 담아내고자 했습니다. 자신이 낳지 않은 아이의 어머니가 되는 여성의 이야기(<어느 가족>), 아이를 파는 브로커의 여정에 동참하며 비로소 어머니가 되는 여성들의 이야기(<브로커>)와 같이 말이에요.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고 바꾸어나가는 모습은 언제 보아도 정말 멋진 것 같아요. 👍 그렇기에 저는 더욱 더 이 감독님의 <브로커>라는 시도를 응원해 주고 싶습니다. 분명 서툰 지점도 있지만, 이와 같은 의미에서 굉장히 사려깊은 영화였다고 생각하기 때문에요..! 😊

📖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깊은 작품 세계를 둘러싼 더 많은 이야기가 궁금하시다면, 감독님이 직접 쓴 자서전을 읽어보시길 권해드려요.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이라는 책입니다.

책 <영화를 찍으며 생각한 것> 표지 /yes24

말 그대로 스스로가 영화를 찍어오는 동안 생각한 것들을 글로 남긴 책이에요. 배두나 배우와 함께 작업했던 시기의 이야기와, 거의 매년 찾고 있는 한국 영화제들에 대한 소고도 남아있답니다.




오늘도_마지막_최종_최종.pptx: 🎞두 에디터가 좋아하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영화는?

  • 귤🍊: 저의 픽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입니다. 이 작품은 비판점도 있는 영화지만😅 유독! 기억에 남는 장면들이 있어요. 제목처럼 아버지가 되어가는 순간들의 연출이 좋아서, 괜히 상 받는 감독이 아니다..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님에게도 이렇게 특정 장면 장면들이 생각나는 영화가 있으시겠죠? 소개해 주시면 감사히 감상할게요. 🤗
  • 나물🌿: 저는 가장 최근 작인 <브로커>를 꼽겠습니다. 이유는 그것 밖에 안 봤기 때문입니다. 🤣 뻔뻔. 원래 저희 디핑은 그 날의 소스를 누가 썼는지 밝히지 않는 철칙을 가지고 있는데(아무도 모르셨을 듯)... 오늘은 저의 무지 덕에 불가피하게 밝혀지게 되었습니다. 그치만 생각보다 정말 괜찮았어요. 너무 큰 기대만 접어두신다면? 😙 특히 아이유, 아니 이지은 배우의 연기가 인상적이었어요. 솔직하게는 수상한 송강호 배우보다 더 돋보였다고 생각!



오늘의 디핑 소스🍟는 여기까지입니다.
명작 혹은 대작 춘추전국 7월을 맞아 준비한 감독 특집 두 번째 편,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편으로 전해드렸습니다. 어떠셨나요?
다음 주는 <외계+인>으로 돌아온, 믿고보는 오락영화 대대장.. 😎 최동훈 감독에 대한 이야기를 준비할게요. 기대해 주시길 🤟
오늘 소스를 읽고 느낀 감상과 의견이 있으시다면, 자유롭게 디핑🍟과 나눠주세요.
한 줄 짧은 생각이어도, 날카로운 비판이어도... 사소한 제안이어도 모두 환영이에요!
보내드린 소스의 시식평을 언제나 기다립니다 💝
 
그럼, 다음 주 월요일에 뵙겠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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