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음사 인문사회팀 신새벽 편집자
책은 사람이 만듭니다. 
유유에서는 보름에 한 번, 책의 사람을 만납니다. 
책의 세계에서 일하는 이들의 숨은 이야기를 궁금해하실 독자께 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보름유유 구독자 여러분. 유유의 편집사, 김은우입니다. 
선선하고 청명한 10월의 가을 날씨 만끽하고 계신가요?
유유의 구성원들은 2022년 마지막까지 독자분들께 재미난 책을 소개하고 싶어서 열심히 열심히 책을 만들고 있습니다!😊

지난 뉴스레터에서 편않의 김윤우 편집자님이 『철학책 독서 모임』이라는 추천해 주신 덕에 이 책을 읽게 되었어요. 그리고 이 책을 편집한 신새벽 편집자님을 꼭 만나 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요. 이번 인터뷰에서는 10년 차 편집자이자 '한국어로' 철학하는 즐거움을 함께 나누고 즐기고 있는 민음사의 신새벽 편집자님의 이야기를 들어 보았습니다. 신새벽 편집자님이 얼마나 이 일을 사랑하고 어떤 목표를 가지고 나아가고 있는지 여실히 느낄 수 있어 선물 같은 시간이었습니다.🎁
한국어로 철학하는 기쁨을 즐기고 나누는 사람
민음사 인문사회팀 신새벽 편집자

안녕하세요, 신새벽 편집자님! 이미 ‘편집자’로서 인터뷰를 꽤 하셨잖아요. 이번에는 업무와 연관된 내용은 빼고 나를 자유롭게 소개해 주신다면요?

안녕하세요, 정말 어렵네요. 한편 뉴스레터 ‘외모’ 편에서 저를 소개하는 닉네임 배너가 있어요. 저는 ‘패션과 내면을 보는 편집자’라고 소개해요. 여기서도 그렇게 저를 표현하고 싶네요. 흔히 ‘얼굴을 본다’는 말을 쓰는데, 저는 외모와 함께 내면을 보려고 노력하고, 책 역시 형식과 내용을 모두 보려고 하거든요.

 

그럼 사람을 볼 때 정말 패션을 보시는 거예요?!

네, 맞아요. (하하) 안과 밖의 종합적인 지식을 추구하는 사람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여 주시면 될 것 같아요.

 

올해 10년 차 편집자시죠. 민음사가 첫 직장이신가요? 저는 처음에 책을 일단 만들어봐야겠다는 생각으로 편집자가 됐지, 특별히 인문학 편집자가 되고 싶었던 건 아니었어요. 편집자님은 어떻게 인문학 편집자가 되셨는지 그 여정이 궁금해져요.

네, 민음사가 첫 직장이에요. 민음사 논픽션팀으로 입사한 후 이렇게 10년이나 채우게 되었네요. 제가 한때 문학청년이어서 문학을 많이 읽었어요. 문학을 매우 좋아했고, 또 좋고 싫은 작품이 확실한 편이었기 때문에 오히려 문학을 일로서 대하고 싶지는 않았던 것 같아요. 왠지 인문학 편집보다 문학 편집이 훨씬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그럼 10년 동안 계속 인문 편집자였던 건데, 다른 책을 만들어보고 싶은 생각은 없으셨어요?

네! 여전히 문학은 모르겠어요. 지금 만들고 있는 인문학 책을 앞으로도 쭉- 만들고 싶어요.


‘편집의 기쁨과 슬픔’에 관해 이야기해주세요. 제가 이 질문을 받아서 답한 적이 있는데, 선배 편집자는 이 일을 하며 어떨 때 슬프고 어떨 때 기쁜지 궁금하더라고요.

슬플 때부터 이야기하면... 주 업무인 교정지를 보기 싫을 때 슬프죠. ;;^^;; 일하면서 사람들과 소통이 잘 안 될 때가 가장 슬프고요. 거꾸로 기쁠 때는 회사 동료나 저자와 이야기가 잘 될 때. 특히 오늘 인터뷰를 청해주신 것처럼 ‘벗이 먼 곳에서 찾아오는’(『논어』) 경우입니다.

제가 학생 때부터 흠모하는 저자가 있었는데요. 그분이 운영하는 카페나 블로그를 구독한 지 10년이 지난 후 출간을 제의하는 메일을 보냈었어요. 그런데 2019년 당시에는 서로 이야기가 잘되지 않았어요. 그러다 이분이 2년쯤 지나 저에게 연락을 한 거예요. 새로 계획하는 저술에 의견을 구하시면서 출간 제의까지 먼저 해주셨어요. 이때가 강렬한 기쁨을 느낀 순간 중 하나였죠. 곧 이분의 책이 나온답니다.

 

민음사 편집부에 주간이 없다고 알고 있는데요. 어떤 방식으로 의사소통하고 사안을 결정하는지 궁금해요.

무언가를 결정하는 권한을 가진 건 상사, 경영진이라는 점은 어느 조직이나 마찬가지일 텐데요. 사안마다 다를 듯해요. 저는 단행본 기획은 제가 있는 인문사회팀 팀원과, 인문잡지 『한편』은 편집부 다른 팀 동료들과 함께 상의해요. 수시로 구글 채팅을 통해서나 사무실에서 이야기하고, 정기적인 회의와 상시적인 점심 약속(가끔 술자리)에 만나서 이야기합니다. 가능한 한 많은 의견을 구한 뒤에 보고하려고 하고요. 특히 잡지는 저 포함해서 편집자 다섯 명이 만들고 있어서 의견을 모으는 데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래도 의견 모으는 시간을 건너뛰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그럼 편집자의 기획은 대부분 자유롭게 진행할 수 있는 편인가요?

국내 기획은 회사에서 편집자 재량을 존중해주는 편이에요. 외서 기획은 선인세가 걸려 있으니 조금 더 제약이 있지만요. 잡지 만들 때는 특히 거의 전적으로 편집자가 진행하고 있고요. 『한편』은 개발할 때 경영진도 많은 의견을 냈고 창간까지 거의 1년이 걸렸어요. 개발 이후 잡지의 내용은 편집자들의 의견대로 채워지죠.


『철학책 독서 모임』을 읽고 정말 놀랐어요! 저자분의 글이 너무 좋았거든요. 신새벽 편집자님이 저자도 발굴하고 철학 독서 모임부터 기획했다고 알고 있는데, ‘철학책 독서 모임’의 시작을 좀 더 자세히 설명해주실 수 있나요?

외로워서 이야기를 나눌 동료를 찾아 나선 게 시작이었어요. 저는 철학책을 주로 만드는데, 회사에 인문서 편집자는 있어도 철학서 편집자는 거의 없거든요. 페이스북에서 지켜보던 박동수 편집자가 출몰할 법한 그레이엄 하먼 강연장에 찾아갔었어요. 좀 음습하지만…… 그분의 실제 모습을 보면서 만남의 가능성을 속으로 타진했습니다. 그때 첫인상은 ‘철학 진짜 좋아하는 사람’이었어요. 알랭 바디우 번역자인 박성훈 선생님이 공통분모였는데, 셋이 함께 만난 자리에서 철학 편집자 모임을 제안했고요. 이 모임이 잘 굴러가면서 그 안에서 『한편』 창간호 원고 청탁을 했고, 『철학책 독서 모임』 계약도 하게 되었어요. 지금 저와 팀을 이루고 있는 맹미선 편집자님도 이 독서 모임에서 만났어요. 이 인연으로 맹 편집자님이 『한편』 ‘환상’ 편에 글을 써주시고 지금은 이렇게 같은 회사에서 일하고 있죠. 그러니까 요즘 저에게 새로운 동료는 독서 모임 친구이자, 미래의 저자이기도 해요.

 

내가 들려주고 싶은 글을 찾는 일은 편집자에게 가장 재미난 일이지만 또 가장 어려운 일이잖아요? 편집자님은 기획을 하기 위해 어떻게 검색을 하시는지, 어떤 공부를 하시는지 궁금해요.

조금 부끄러운 얘기지만, 트위터 중독이 도움이 돼요. 한동안은 SNS와 책을 대립항으로 생각했어요. SNS에는 잡스러운 말들이 떠다니고, 책에만 제대로 된 글이 있다고요. 하지만 이제는 스마트폰을 떠도는 온갖 잡소리와 철학적인 생각을 “부분적으로 연결”(메릴린 스트래선)할 수 있다고 생각해요. 실제로 자기 블로그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필자가 되는 경우도 많아요.

그래서 특별한 방법이 있기보다 검색 엔진, SNS에 ‘스트래선’ 같은 검색어를 넣어서 누가 어떤 이야기를 하는지 일단 찾아봐요. 굉장히 오래 찾아보는 편이죠. 또 다양한 사람들과 여러 독서 모임을 하고 있는데 이 활동도 공부가 많이 되고 있어요.

 

책 말고 좋아하는 존재가 있다면요? 요즘 푹 빠진 관심사도 좋고요.

피아노 좋아해요! (우와, 저도요!) 코로나 이후로 요즘 공연이 많아졌는데, 최근 내한한 피아니스트 예브게니 코롤리오프의 연주회에서 행복을 느꼈어요. 피아노를 연주하거나 노래방에서 노래하는 걸 좋아하고요.

 

아, 술도 좋아하시는 것 같더라고요! 일하시면서 얻는 스트레스는 보통 술로 푸시나요?ㅎㅎ

ㅎㅎ 그렇습니다. 거의 술로 풀어요. 저자와 술 마시는 게 일이기도 하고, 멀리 있는 친구와 영상통화 하면서 마시기도 하고. 술 마시면서 숙취, 싸움 등 새로운 스트레스를 얻기도 하고 그러네요.

 

보름유유 구독자분들에게 ‘이 책만은 꼭 읽으면 좋겠다’라는 책을 한 권, 편집자님이 만드신 책 중에서 가장 아끼는 책 한 권을 추천해주세요.

철학책 독서 모임에서 읽었던 책인데, 그린비에서 나온 엘자 도를랑의 『자신을 방어하기』를 추천해드리고 싶어요. 도를랑은 프랑스의 젊은 여성 연구자인데, 폭력적인 압제자에게 폭력으로 저항하는 것이 정당하다는 주장을 여러 사료를 통해 펼쳐요. 한국에서는 ‘폭력’이 금기어나 마찬가지라 이 책이 많이 알려지지는 않았지만, 도를랑의 주장이 뇌리에 박혔습니다. 자기 주장을 담은 철학 연구서라는 점에서 굉장히 인상 깊게 읽었어요.

앞서 ‘편않’의 김윤우 편집자님이 소개해주셨지만, 제가 만든 책 중에서는 다시 한 번 『철학책 독서 모임』을 추천하고 싶네요. 김윤우 님이 “편집자들끼리 정기적으로 만나서 함께 책을 읽고 또 그걸 책이라는 결과물로 출간할 만큼 생산적인 활동이었다는 것이 참 멋지다고 생각했습니다”라고 평해 주셨는데, 이 ‘생산’이라는 경험이 특별했어요. 이 책을 생산하면서 20년 동안 배운 걸 쏟아부었기에 이제 다시 시작하는 기분이 들기도 해요. 그리고 ‘한국어로 철학하기’라는 편집자로서의 목표에 다가갔어요. 철학이란 늘 까다롭고 한국어를 잘 쓰는 일은 자주 경시되지만, 이 책은 한국어로 철학하는 즐거움을 드러내고 있다고 생각해요. 한번 꼭 읽어보시고, ‘한국어로 철학하기’가 얼마나 잘되었는지 함께 이야기 나눌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요즘 편집자님의 고민은 무엇인가요? 유유의 모토는 ‘작고 단단하고 재미있게’인데, 저는 유유에 입사한 이래로 어떻게 해야 젊은 독자를 잡을 수 있을까, 어떻게 해야 가벼우면서도 단단한 책을 만들 수가 있는 걸까 계속 고민하고 있어요.

저도 ‘가벼우면서도 깊이 있는 책’이라는 게 무엇인지 고민을 많이 했어요. 회사에서 요구하기도 하는 건데, ‘가볍다’는 건 ‘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라는 의미더라고요. 『한편』도 ‘탐구’ 시리즈도 독자가 잘 이해할 수 있도록 원고에 관해 저자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요즘 저는 책을 ‘조금만’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가볍다=독자가 이해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한다’뿐만 아니라 무게만이 아니라 출간 종수도 줄여야 한다는 거죠. 종이는 계속 비싸지고, 편집자에서 인쇄소까지 노동력도 부족하고, 지구적으로 자원을 아껴야 하는 상황이니까요. 그러려면 책의 가치를 올려야 하고, 다시 말해서 내용이 좋고 형식이 아름다울 뿐만이 아니라 권당 매출을 높여야 한다는 게 10년 차 편집자의 고민입니다. 한마디로 ‘팔아야 한다’죠. 팔기 위한 기획, 편집, 마케팅의 모든 노력에 더해서 ‘왜 팔아야 하는가’ 하는 인간적인 고민까지 더해져서 진짜 어렵습니다.

 

편집자 10년을 돌아보니 소회가 어떠신가요? 아직 어떤 독자를 위해 책을 만들어야 하는지 깜깜하고 일이 어려운데, 10년 차 때는 좀 쉬워지나요? 하하.

독자란 누구인가, 어디에 있는가…… 늘 어렵습니다. 저는 ‘한편의 편지’ 134호에 띄운 동네서점 후기 공유하고 싶어요. 올해 여름 ‘탐구’ 시리즈를 출간하면서 ‘팔아야 한다’의 일환으로 전국 동네서점 투어를 진행했어요. 서울, 속초, 부산, 대구, 포항, 구미, 제주에서 북토크를 열었죠. 한동안 비대면 행사만 하다가 대면 북토크를 진행하기가 쉽지 않았는데, 실제로 현장에서 독자들을 만나자 느낌이 무척 달랐어요. 대구 ‘여행자의책’ 벽면에는 “감동은 현장에 있다”라고 써 있는데, 바로 그런 감동이요. 그리고 ‘그저 좋다’는 감동만 느낀 게 아니라 여러 실질적인 고민도 생겼어요. 저자의 다음 책 기획, 지역과의 연결 방법, 열정노동과 번아웃 문제 등이 남았죠.

 

앞으로 어떤 책을 만드는 어떤 편집자가 되고 싶으신가요?

‘한국 저자가 쓴 세계적으로 읽히는 이론서!’ 한국에서만 이야기되는 것이 아니라 세계적으로 많이 인용되는 책을 5년 안에 만들고 싶어요. 가라타니 고진의 『일본근대문학의 기원』처럼 그곳에서만, 그 사람만 쓸 수 있는 독창적인 책을 생각하고 있습니다. 『한편』에서 만난 필자와 ‘탐구’ 시리즈로 첫 책을 만드는 호흡을 맞춰봤다면, 이제 저자의 주저를 내려는 기획이기도 한데요. 아직 갈 길이 멀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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