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나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행동'일거야.
🎧 작업하며 들은 음악은 Fim de Sonho - Raul de Souza
[두 번째 노크 ] from Carol Chediak in NY
님과 이어가는 캐롤의 두 번째 이야기

턱괴는여자들 

  • 우리는 인문학공감능력이 세상을 구한다고 믿는 사람들입니다.
  • 우리는 변화가 필요한 것을 찾고, 바꾸기 위해 리서치하는 연구자들입니다.
  • 우리는 그 리서치 자료가 당신에게 필요한 것을 아는 사업가들입니다.
🔴 ON AIR
지금 성수동 '도만사'에서 캐롤 슈디악 사진전
«아마도, 여기(Possibly, Here)»가 열리고 있어.

한국 관람객에게 엄청난 애정과 관심을 가지고 있는 슈디악. 뉴스레터라는 지면을 통해 님과 보다 많은 것을 공유하고 싶다고 해. 

지난 뉴스레터가 캐롤에 대한 소개였다면, 이번엔 작품과 철학에 대한 이야기가 많아. 함께 볼까?
턱 Q5.

캐롤의 작가 노트를 읽으며 상상해보았을 때나 사진을 직접 눈으로 보았을 때 모두, 베타니아의 방들에서 굉장히 독특한 느낌을 받았어. 모두 똑같은 구조의 단칸방인데 말이야. 사진을 찍으면서 기억에 남거나 재미있었던, 예상치 못한 에피소드가 있어? 

슈디악

사진을 찍는 과정은 매우 천천히 그리고 신중하게 1년에 걸쳐 진행되었어. 나는 그들이  사진을 찍어야 한다는 의무감을 갖거나 은연한 불편함을 느끼게 하고 싶지는 않았거든.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명이 먼저 아직 자신의 사진은 찍지 않았는지, 언제 찍을 계획인지 물어보기 시작했어. 점이 재미있었지. ‘조지나라는 분은 이미 사진을 찍었음에도 기억을 못하시더라고. 사진을 찍어달라고 하셔서 6개월 간격으로 사진을 찍게 되기도 했지. 물론 나 아주 기쁜 마음으로 그녀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각각의 방은 밝기부터 냄새까지 그 주인의 연장선과도 같았다."
(좌) <Possibly, Here / Vademira’s wall>, 2010
(우) <Possibly, Here / Salvador’s wall>, 2010
© Carol Chediak
턱 Q6.

작가 노트를 보면, 글로 묘사된 ‘베타니아 주민들이 놀랄 만큼 어린아이 같고 활기차서 그들의 나이를 감히 추정하기 어려울때가 있어. 활자로 소개되는 인물들은 시간의 주름에 영향을 받지 않고 독특한 다차원적인 존재로 그려지더. 개인적으로 이 점이 ‘나이듦’의 의미에 대해 곰곰히 생각하게 만들었어. 그들을 옆에서 지켜본 너는  개념을 어떻게 인식하고 정의하는지 궁금해.

슈디악

‘베타니아’에서의 요가 수업은 대부분 의자에 앉아서 하는 부드러운 동작으로 구성했어. 휠체어를 사용하는 사람들도 참여할 수 있도록 했지. 베타니아엔 총 30명 정도의 주민이 있었지만 수업에는 보통 15명 정도가 참여했는데, 어느날 이런 질문을 하게 됐어. '요가 수업에 오는 이 열다섯명의 노인들이 공통으로 가지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 아마 요가 그 자체보다는 그들이 여전히 자신의 감정과 행동에 책임을 지고 싶어한다는 점일거라고 생각했어. 그들의 정체성에는 (나이를 먹으며 으레 가지게 되는) 피해 의식이 그리 복잡하게 연결되어 있지 않았어.


이 세상을 하나의 주체로 통과하려고 때 고통을 경험하지 않고서는 완주가 불가능해. 그것이 얼마나 두려운 것인지는 상대적이지만, 인생에서 배워야 할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이들은 더 깊은 관심을 가지고 그런 순간들을 탐험하는 것 같아. ‘베타니아’ 양로시설에서 내가 발견한 건, 일부 주민들은 우울감에 둘러싸여 삶에 무관심해지는 반면에 또 다른 이들은 활력을 발산하며 자신과 주변의 사람들을 돌본다는 것이었어. 이 경험을 통해 인생의 의미는 애써 찾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그저 이 놀라운 기회들에 감사하며 가능한 활기차게 살기 위해 지금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라는 것을 배웠어.


개인적인 희망으로는, 언젠가 내가 충분히 나이를 먹게 되었을 때 주제를 다른 관점에서 살펴보고 새로운 통찰력을 얻을 있기를 바라. 아마도베타니아 친구들과 나누었던 애정어린 기억들이 매일 아침 햇볕속에서 내 옆에 함께 앉아 다음 날들을 계획하고 있겠지.

12월 16일 진행된 에세이 쓰기 프로그램 <담는 방>에서 소개된 작가 노트 발췌본. 캐롤 슈디악의 작가 노트에서 발견한 활자의 힘은 <블라인드 에세이> 기획의 단초가 되었다. 내년 초 출판될 프로젝트를 아우르는 단행본 『아마도, 여기(가제)』에 전문 수록 예정.
©턱괴는여자들
턱 Q7.

도시를 중심으로 증가하는 인구 밀도와 경제적 제약을 고려할 때, 앞으로 더 많은 사람들이 불가피하게 아주 유사한 생활 구조 안에 놓이게 될거라고 생각해. 그 결과, 대량의 인구를 감당하는 데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크기, 모양, 상호 작용의 다양성이 부족한 건축물이 증가하게 되겠지. 특히 이런 현상은 인구가 1,000만에 이르는 서울과 같은 대도시에서 두드러져. 즉, 도시 공간에서 발현되는 본질적인 외로움이 확실히 있다는 얘기지. 앞으로 더 강화될 것이라는 걸 부인할 수 없고 말이야. 

슈디악

브라질과 한국은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있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을 함께 경험했지. 엄청난 상실이 있었지만 전 세계가 생존이라는 공통의 과제로 연결되면서 응축된 것처럼 느껴지기도 했어.


오늘날의 우리는 전대미문의 멘탈 팬데믹에 직면한 것 같아. 이 문제는 비단 전 세계의 대도시에서 혼자 사는 경험 때문만이 아니라, 본질과 욕구, 타인의 삶에 기여할 수 있는 방법으로부터의 단절이 만연해진 세태와도 관련이 있다고 생각해. 개인이 할 수 있는 것은, (우선은) 자신의 삶에서 선택했거나 또는 앞으로 선택할 수 있는 렌즈에 있지 않을까. 우리의 정신 건강을 우선시 해야해. 비판적 사고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외부 영향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정도를 좀 줄이는거지.

«아마도, 여기(Possibly,Here)» '턱괴는데이'에서 소개한 선행 프로젝트 <외로움을 끊고 끼어들기(팀 '외팔보')>. '외로움은 사회 구조적으로 형성된다'는 가설을 정립한 프로젝트로, 국립현대미술관 주최 '프로젝트 해시태그2022' 파이널리스트에 선정되었다.
©턱괴는여자들
턱 Q8.

브라질은 한국과 아시아로부터 지리적으로 멀리 떨어져 있지만, <Possibly, Here> 전하는 메시지는 놀라울만큼 공감되는 부분이 매우 많아. 혹시 대륙, 인종, 문화 또는 언어를 초월하는 다른 프로젝트 아이디어가  있어? 앞으로 어떤 예술적 시도를 계획인지 궁금해.

슈디악

내 작업은 인류가 공유하는 가시적이고 또 비가시적인 것들을 끊임없이 탐구하는거야. 대부분 지역성에 뿌리를 두는 작업들이지만, 그 영향력은 전 세계로 공명할 수 있지. 나는 다양성의 아름다움을 사랑해. 대륙, 인종, 문화, 언어를 초월해서 우리를 하나로 묶어주는 공통의 실마리를 탐색하고 있어.


내가 하는 작업 중 일부를 소개할게. 이 모든 것을 한국에 있는 독자들과 공유할 수 있어서 매우 기뻐!


  • <무엇이 먼저일까?>라는 이름의 어린이 프로젝트에 참여하고 있어. 브라질의 공립 및 사립 학교들과 1년 간 협력해온 프로그램이지.

  • 세 개의 독특한 사진 시리즈에 참여하고 있어. 세계 각 도시에서 인간 행동과 건축 간의 관계를 탐구하는 프로젝트들이야. 건축물은 사회적 행동, 가치, 필요성의 거울로 작용하면서 나의 작업에서 중요한 역할을 하거든.

  • 브라질 레오 데 자네이루 집에서 예술가들을 위한 레지던시 프로젝트를 개발 중에 있어. 예술적인 창작 활동을 할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을 만드는 건 나에게 개인적으로 큰 의미를 가지고 있어.


하나의 단어로 나 자신과 예술의 관계를 정의한다면, 그건행동일거야.

캐롤 슈디악 Carol Chediak (b.1979)

브라질 리우 데 자네이루를 베이스로 뉴욕도쿄, 최근에는 뮌헨에서 활동한다. 턱괴는여자들을 통해 이제 한국의 관람객도 만난다. 🇧🇷 🇺🇸 🇯🇵 🇩🇪 + 🇰🇷✨

사진을 기반으로 인류의 가시적이고 비가시적인 연결을 계속해서 탐구한다. 슈디악은 각 개인의 존재가 다른 모든 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우리 모두가 함께하고 동시에 살아있음을 인식하는 것이 어떤 선물이 될 수 있는지에 관심이 많다.    
캐롤과의 이야기 어땠어? 인간 보편의 문제를 짚어내고 그 이면을 탐구해 사진에 담아내는 작가만의 철학이 잘 느껴지지.

특히 자신과 예술의 관계를 '행동'이라고 정리한 것이 기억에 남아. 턱괴는여자들이 지향하는 '턱 괴기'는 문제를 직시하는 것뿐만 아니라 해결책을 가늠하고 자리를 박차고 일어서는 행동까지 포함되거든. 같은 철학을 가지고 각자 다른 매체를 통해 '현재 우리'의 이야기를 하고 있었던게 아닐까 싶어.

사실 이 글을 읽는 모두가 일상 속에서 추구하는 '턱 괴기'가 있을거야. 이를테면 인류애적인 행동들이지. 어떤 것 같아? 이번 주말엔 이런 생각을 해보며 «어쩌면, 여기»를 보는 시간 갖는 거 어떨까! 
턱괴는여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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