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임!!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하게 될 너를 미리 환영한다. 러닝 좋지. 근데 너 러닝을 잘하는구나?
 
036_새해에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똥(?)을! 
오막 to 한아임
2024년 1월
 

아임!!

정말 오랜만에 한국에 방문하게 될 너를 미리 환영한다.
러닝 좋지. 근데 너 러닝을 잘하는구나? 나는 고작 뛰어봤자 30~40분 사이다. 그 이상은…. 힘들어…. 물론 조금씩 늘려보려고 하고 있지만 말야. 아직 나의 체력은 딱 그 정도인가 보다. 근데 넌 50분을 뛴다고?? 대략 한 시간을 뛰는 거네. 대단하다...
그나저나 요즘은 또 한 2주째? 도통 뛰질 못하고 있다. 날씨가 추워진 탓도 있지만 내가 음원 발매를 위해 마무리를 하느라 생활패턴이 다 깨져버렸거든. 미리미리 하려고 했음에도 그 해야 하는 일의 물리적인 양을 내가 따라가지 못해서 몇 날을 밤을 새웠다. 물론 그러고도 최종 결과물이 100% 마음에 들진 않지만, 뭐 항상 그런 거 아니겠어? 
가수이자 프로듀서인 윤종신 씨가 한 말이 있다. 
윤종신 - '내 작업물은 똥이라 생각해.' 파문
어렸을 때는 뭐든지 결과물을 완벽하게 만들어내려 끝까지 집요하게 잡고 있는 사람들이 대단했는데, 요즘엔 이 마인드를 가진 사람들이 너무 대단한 것 같다. 약간 다르지만, 불교에서 말하는 '집착을 버리는' 마음과 비슷한 것 같다. 물론 윤종신도 대충 하는 게 아니라 '완벽'을 추구하겠지만 자기가 정한 '시간'에 다다르면 미련 없이 놓아준다는 이야기겠지. '월간 윤종신'을 할 수 있는 것도 이런 마인드가 깔려있기에 가능한 것일 거다. 
그런 의미에서 나는 멀어도 한참 멀었다. 놓아주기란 너무 어려우니깐 말야. '조금만 더, 조금만 더, 조금만 더..!' 하다가 정작 중요한 것을 놓치는 경우가 허다하고, 오히려 결과물이 더 안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조금만 더 하다가 오히려 더 조급해지는 것이지. 얼른 똥 싸고 다음에 먹을 음식을 바라봐야 하는데, 그게 참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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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튼, 저런 초보자적인 과정을 거쳐서 2024년 1월 4일에 나의 새 음원이 나온다. 총 4곡을 묶었는데, 그중 하나는 특정 한 곡을 다른 버전으로 편곡한 것이니 사실상 3곡이라고 볼 수 있겠다. 사실 연말에, 아니 그전에는 크리스마스 이전에 내고 싶었으나 내가 '놓아주지 못해서' 결국 연말도 아니고 연초로 밀리게 되었다. 그렇지만 연초도 뭐 나름 느낌 있으니까. 똥인데 연말이든 연초든 무슨 상관이랴. 몇 월인지, 계절이 언제인지, 무슨 상관이랴!! 길게 보면 이 또한 너무나 사소할 것임을! (이렇게 생각하려 노력 중이다...) 중요한 건 게을리하지 않고 이 기세를 이어 나가는 것이다. 이 힘을 그대로 받아서 2024년에 낼 음악을 지금부터 쭉 또 준비해야지. 새해에는 더 정기적으로, 더 많은 결과물을 내는 것이 목표다. 항상 그렇긴 했지만 말야.

근데 한동안 음악 작업을 하다 보니까 딱 마무리가 되고 나서 한동안은 아무것도 듣고 싶지 않았다. 아니, 듣더라도 정말 조용한, 그냥 흘리듯이 들을 수 있는 것들을 듣게 되더군. 내가 만든 음악이 막 무슨 헤비메탈이나 사운드 빵빵한 일렉트로닉이나 이런 거라서 그렇다기보단, 자꾸 확인하고 확인하다 보니 귀가 혹사당한 느낌이다. 그래서 본능적으로 귀가 쉬고 싶어 하나 봐.
HYBS - Ride
이런 거. 나는 차를 타고 다닐 때 음악을 진짜 진짜 크게 틀고 듣는 편인데, 최근에는 볼륨도 아주 작게 하고 이런 종류의 음악만 듣고 있다. 인디 팝 중에서도 심신의 안정을 가져다주는 듯한, 아주 일정한 볼륨의 사운드와 코지한 느낌의 목소리...
이런 음악을 들으면 들을수록 진짜 좋은 음악들엔 많은 게 필요 없는 것 같다. 최소한의 악기와 트랙들을 가지고 꽉 찬 사운드가 들리게 하는 것이 진짜 고수. 다음번 앨범은 꼭, 꼭!!! 이런 식으로 접근해 보려고 한다. 더 정제되고 더 깔끔하게….
HYBS - Would You Mind  
하루 종일 들을 수 있다. 아직 이분들의 음악이 일주일 내내 들을 정도로 발매된 건 아니라는 게 아쉬울 따름이다. 갑자기 방금 깨달았는데, 귀가 피곤해진 나를 붙잡은 매력이 정제되고 깔끔하고 잔잔한 사운드 뿐만은 아닌 것 같다. 그런 사운드만큼 감정이 일정하고 담백하달까? 그게 가장 중요한 것 같다. 그래서 듣는 사람도 아무렇지 않게, 흘러가듯이 들을 수 있는 것 같다. 피곤해지지 않고. 질리지 않고. 
다음번 앨범은 이미 이름도, 커버도 정해져 있다. 사실 내가 찍어 둔 사진이 너무 마음에 들어서 앨범의 컨셉이 먼저 정해진 경우다. 나도 이런 것은 처음이기에 '음악이나 하고 싶은 이야기가 먼저가 아니라 앨범 커버를 먼저 정하고 그거에 맞춰서 음악을 만든다고??' 하는 생각이 스스로도 들지만. 뭐 어떠냐. 내 맘이다. 이런저런 방식으로 작업을 해보는 거지! 아주아주 재밌는 작업이 될 것 같다. 여름이 되기 전에, 혹은 여름이더라도 초여름에 맞춰서 나오면 좋을 것 같은데. 아임은 3월에 오기로 했잖아!!? 그때 또 뭔가 콜라보로 작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그것이 이뤄지도록 내가 잘 구상을 해볼게. 생각만 해도 재밌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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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임! 작업을 하자는 얘기를 하다 보니 생각났는데,
글 작성일 기준 어제! 오랜만에 우리의 친구 혜원 기획자와 에디터J와 재혁이를 만났다. 실명이 나와도 괜찮겠지? 뭐 어쨌든. 혜원과 재혁은 진짜 졸업하고 한 20년 만에 보게 된 것 같은데, 어제 아주 하루 종일 깔깔거리면서 웃었다. 오랜만에 만난 어색함은 하나도 없었지. 우리의 중학교 시절이 그렇게나 오래됐다는 것도 신기하고, 그 당시의 바이브와 말투가 단 한 명도 바뀌지 않았다는 것도 신기했다. 정말 어찌 이럴 수가 있는지. 들으니까 그 당시의 저 녀석들의 목소리와 말투가 생각나면서 아무도 변하지 않았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물론 외모가 늙는 것을 막을 순 없지만 말이야. 
그리고 이야기하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는데, 사실상 학교를 매우 조용히 다녔던 아임으로 인해 우리가 다 모이게 되었다는 거야! 너는 아무것도 안 했지만, 사실상 아임이 네가 우리를 20년 만에 만나게 해준 것이 맞다. 
네가 한국에 오는 3월에도 다 같이 또 모이기로 했다. 더욱더 재밌을 것으로 예상되는군. 그리고 다들 기억이 뒤죽박죽되어 있어서 같은 시기를 각자의 기억과 해석으로 듣는 맛이 있다. 혜원이랑 또 무언가를 기획하고 있다고 들었는데 나까지 3자, 혹은 종원이나 재혁이까지 4, 5자의 콜라보가 되면 아주 재밌을 것 같구만. 그리고 내가 생각한 게 있는데, 당신의 한국 여행기를 내가 사진으로 담아보는 것은 어떨까. 영상도 담으면 좋은데 아무리 간단하게 찍더라도 영상이라는 것은 편집이라는 아주 귀찮은 프로세스를 거쳐야 하기에, 섣불리 제안할 수 없지만 사진은 나도 취미로 하니 재밌고 또 3개월간의 한국 여행이 색다를지도? 여튼 더 이야기해 보자꾸나.
Joji - Sanctuary
같이 작업할 생각을 하다 보니, 예전에 아임이 가사화 시키고 싶은 글에 내가 조지 Joji 느낌의 음악을 붙이자고 했던 기억이 난다. 이번에 그 프로젝트를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 나의 부지런함이 관건이겠군. 3월에 함께 작업을 하려면 지금부터 기세를 이어 나가야 한다! 시동을 지금부터 걸어놔야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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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나저나 아임이 직전 편지에서 한 말에 너무나도 공감하기도 하고 또 다짐하게 된다. 스스로를 믿고 Yes라고 말하는 것! 그것만큼 쉽고도 어려운 일이 있을까. 천성적으로 그게 되는 사람들이 있다. 정말 좋은 의미로 끝없이 긍정적인 사람들. 나는 천성이 그런 인간은 아니라고 생각하는 데 의식적으로 그러려고 노력 중이다. '의식적으로 노력'한다는 것 자체가 천성이 그런 사람은 아니라는 거겠지 하핫. 그래도 계속 그걸 의식하는 덕에 나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고 있는 것 같다. 좋은 쪽으로 말야. 나 스스로 세뇌시키고 있는 느낌이랄까…. 천성이라는 것은 바꿀 수 없는지 모르나 삶을 살아가는 태도는 바꿀 수 있겠지. 그리고 그건 아임의 말대로 나 스스로에게 달렸다. 좋게 생각하면 좋은 일이 온다~ 이 말이야.
그래서 그런지(?) 얼마 전에 운 좋은 일이 하나 있었다. 다니엘 시저 Daniel Caesar가 내한을 했었다. 너무 좋아하는 아티스트라 몇 달 전부터 예매해서 기다리고 기다리다가 드디어 공연 당일이 되었는데, 비가 아주 폭우처럼 쏟아지는 것이 아니겠어? 공연장 들어가기 전에 밖에서 대기를 해야 하는데 말야. 게다가 난 머천다이즈 후드티를 사려고 했는데 (후드티 집착남 오막...) 내가 원하던 후드티는 다 팔리고 없는 것이 아니겠어? 비만 맞고! 그래서 차선책의 후드티를 샀고, 공연장에 들어가기까지 몇 시간을 밖에서 기다렸지. 그렇지만 좋게 좋게 생각했지. 오 아주 비가 시원하게 내리는구나. 무슨 좋은 일이 있으려고 하하하. 공연 날짜가 총 2일이었는데, 내가 원래 다음날 공연을 보려다가 시간이 안 돼서 그날 간 것이란 말이지.
그날 그래서 뭐 어찌저찌 공연을 잘 보고 나왔어. 공연도 너무너무 좋았고. 근데 그다음 날 공연이 공연 두 시간 전에 취소됐더라고. 아티스트의 개인 사정으로! 물론 공연이 취소되어서 못 본 사람들은 너무 안타깝지만, 그 악천후와 모든 불행이 나를, 공연을 보게 하려고 그랬던 걸까! 싶더라. 게다가 집에 와서 보니 후드티가 너무 마음에 들더라고? 하하하하하하. 사람 마음 참 간사해.
Daniel Caesar - Creep (Radiohead)
여튼, 공연을 그날 간 덕에 이런 희귀한 커버도 볼 수 있었다. 다니엘 시저가 부르는 Creep이라니!! 저번에도 말했던 것 같지만 최근에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 뿐만 아니라 유명한 아티스트가 내한 공연을 오면 최대한 보려고 하는데 올해는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들만으로도 내한 공연이 꽉 채워져서 너무 좋았다. 오아시스의 노엘 갤러거 Noel Gallagher 공연을 못 간 것이 좀 아쉽긴 하지만 말야. 또 찾아보니까 내년에는 크리스티안 쿠리아 Christian KRIA가 내한하더라고. 후…. 볼 것이 너무 많다 너무 많아.
Christian Kuria - Ride
마침 얼마 전에 싱글도 새로 나왔다. 아마 새 앨범을 내기 위한 초석이겠지? 스포티파이가 알려주는 연말 결산에 내가 올해 가장 많이 들은 곡이 크리스티안 쿠리아의 <Deep Green> 이었다. 이미 고막사람에서 두 세번은 소개했던 것 같아. 근데 이 곡도 아주 <Deep Green> 만큼이나 좋은 바이브를 풍기고 있구나. 찾아보니 가사가 아주 간단하다.

Wasted time
I lied
But still you ride
(You ride, you ride)

Wasted time
All night
But still you ride
(You Ride)

이 노래 가사는 거의 이런 내용의 반복이다. 가끔 이런 노래를 들으면 가사가 노래 안에서 메시지뿐만 아니라 '소리'로서 어떤 기능을 해야 하는지 잘 알려주는 것 같다. 의미도 중요하지만, 음악이라는 것 안에 있는 요소로서 그냥 좀 더 잘 부합하는 소리로, 더 자연스럽게 잘 흘러가게 하는 그런 가사. 그런 가사도 참 매력 있다. 나도 작업하다가 마음에 드는 가사가 나오는 경우는, 생각해 보면 그냥 외계어로 흥얼거리다가 얻어걸린 가사들인 것 같다. 비트나 반주에 나도 모르게 무의식적으로 잘 녹아드는 소리를 불러보는 게 아닐까 싶어. 오히려 억지로 끼워맞추려 하면 마음에 안들때가 있다. 그 의미가 얼마나 좋든 상관없이 말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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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가오는 새해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면 좋겠다. 내 노력들이 자연스러운 노력들이었으면 좋겠어. 오래 산 것은 아니지만, 한 해가 가고 새로운 해가 다가올 때마다 최대한 나답게 살자는 다짐을 하는 것 같다. 그 전보다 조금 더 말야. 내가 좋아하는 것에 떳떳하고 내가 하는 일에 떳떳하고 노력들에 떳떳하면 좋겠다. 
3월이면 사실 얼마 안 남았다 정말로. 2024년은 조금 더 자연스러운 신나는 일로 시작을 할 수 있겠구나! 아주 기대가 된다. 혹시나 프로젝트들을 진행하다가 빠그러지더라도 실망하지 말자 그리고. 뭐 그럴 수도 있지. 그래도 우린 계속할 일을 할 뿐! 더 많은 똥을 세상에 내놓자꾸나.
Himesh Patel - Something (The Beatles) (from the movie 'Yesterday')
마지막으로 내가 좋아하는 곡이 나온 좋아하는 장면을 같이 올린다. <예스터데이>라는 영화의 한 장면인데 실제 영화에서는 삭제된 장면이라고 알고 있다. 갑자기 지구에 어떤 이상 현상으로 인해 그동안 세상 모든 사람이 당연하게 알고 있던 '어떤 것들'이 사라졌다는 설정인데, 예를 들면 코카콜라 브랜드, 비틀즈 이런 것들을 사람들이 모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그 와중에 저 남자 주인공만이 비틀즈를 기억하고 있어서 비틀즈 곡들을 자기가 만든 것처럼 불러서 유명해지는, 그러면서 생기는 해프닝들을 그린 영화인데 개인적으로 영화 자체는 막 좋아하진 않지만, 저 삭제 장면은 너무 좋아서 여러 번 봤다. 저렇게 좋은 장면을 삭제하다니 안타까울 뿐이다. 그리고 저 곡의 원곡도 첨부해 놓겠다. 너무 좋으니까!
The Beatles - Something
이 노래와 함께 새해 복 많이 받거라 아임. 이 편지를 읽은 모든 고막사람도.
2024년에는 대체로 행복만 있길 바란다!

Happy New Year!!!


- 1월4일에 음원 나오는
오막이가

 
이번 편지를 보낸 오막은...
기약 없이 찬란한 미래를 꿈꾸고 있는 음악 프로듀서다. 학창 시절 미국 Omak에서 1년 동안 살았던 기억과 행복의 느낌을 담아 이름을 '오막'으로 정하고 활동중이다. 평소 말로 생각을 전달하는데에 재주가 크게 없던 오막은 특정 장르의 구분 없이 음악을 통해 생각을 전달하려고 한다. 앞으로 고막사람과 함께 오막 자신의 작업량도 쑥쑥 늘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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