JUN 3, 2024
SEIN_LETTER
향에 대해 이야기해볼까요
냄새나 향기로 일컬어지는 대상을 자각하는 순간을 떠올려봅니다. 인상을 쓰며 자각하는 순간도 있었을 것이고, 자각하기도 전에 기분이 좋아졌던 순간도 있었겠지요. 그것도 아니라면, 자각하는 순간 그 냄새가 배어 있는 과거의 어떤 순간이 불쑥 떠올랐을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사람은 여행을 떠나기 전에 새로운 향수를 사서 여행 내내 그 향수만 뿌리고 다닌다고 해요. 나중에 그 향을 맡았을 때, 그 여행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후각기관으로 자각한 감각이 추억으로 연결되는 과정이 너무 자연스럽고도 낭만적이죠. 
  향기라는 건 지나간 시간을 붙잡아 주기도 하지만 누군가의 정체성이 되기도 하잖아요. 비단 향수뿐 아니라 샴푸, 바디로션, 핸드크림과 같이 많은 사람들이 가진 일상에 향이 깃들어 있다는 것도 눈여겨 볼 만하고요. 후각이 심하게 예민해서 향수를 싫어하는 사람이 아니라면 대부분 저마다의 향기템 하나씩은 가지고 있잖아요. 눈에 보이는 것도 아니고, 시간이 지나면 휘발되어 버리는 향기라는 것이 우리에게 미치는 영향이 작지가 않습니다.

취향 차이가 있기 때문에 향수 선물은 일종의 도전으로 여겨지는데요. 당신은 어떤 향기를 좋아하는지 궁금합니다. 이 레터를 채우는 질문들은 보통 제가 하고 싶은 이야기인 경우가 많기 때문에.. (ㅋㅋㅋ) 제가 좋아하는 향에 대해 먼저 말하겠습니다. 
  저는 한 마디로 정의하자면 새콤달콤한 향을 좋아합니다. 너무 상큼하기만 해도 어렵고요. 내내 달달하기만 해도 부담스러워요. 적당히 새콤하면서 달콤한 향기가 좋습니다. 그런 향기는 보통 과일, 꽃에서 많이 찾을 수 있어요. 다음으로 좋아하는 향은 시원한 향기인 것 같아요. 사실 아직까지 두 번째로 좋아하는 향에 대한 확신이 없긴 한데.. 풀 향기, 비누 향기 그런 것들을 좋아해요. 헤이즐넛, 바닐라 향처럼 무게감 있는 향은 어쩐지 어렵더라고요. 언젠가 이런 것들이 좋아지는 날들도 오겠죠?

누군가의 향을 맡고 서로의 향기가 어딘가에 배고, 집으로 돌아가 혼자 있을 때에도 그 향기가 남아 코를 간지럽히는 순간이 있을 겁니다. 그런 순간들을 모아 두고 이야기하고 싶네요. 재미있을 것 같아요.
백예린 - 물고기

썼다 지웠다 하며 글을 쓰고, 골랐다 버렸다 하며 말을 하는 과정은 읽고 듣는 이가 내 마음을 잘 이해해주기를 바라기 때문일 겁니다. '내 맘을 이해 못 하는 사람들을 만나도 상관없'다는 화자의 주장이 대단히 용감하게 느껴집니다.

하긴, '땅에서도 숨을 쉴 수 있는 물고기'라는데 한낱 인간에 불과한 제가 감히 하루아침에 그 용기를 닮기는 어렵겠죠. 하물며 물과 땅을 오가며 함께 숨쉬는 것도 아닌, '자유롭게 나는 새'에게 말을 거는 '물고기'라잖아요. 
  좋아한다, 사랑한다 말 한 마디 없는 화자의 투박한 고백이 계속됩니다. 늘 네 곁에 있겠다는 말도, 널 떠나지 않겠다는 말도 하지 않습니다. 외려 화자는 대상에게 '언젠가 잠시 널 떠'날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어요. 언뜻 생각했을 때에, 떠나기는 ''가 쉽지, '물고기'가 ''를 떠나나? 하는 의문이 들었는데요. 이내 바다가 하늘보다 작을 거라는 안일한 생각을 멈추기로 했답니다. 떠나는 건 떠나기로 마음먹은 쪽이 해버리고 마는 것이지요. 

'어디론가 사라져' 버릴지도 모르는 '물고기'를 기다릴 수 있는 힘의 원천이 무엇일까. '물고기'가 떠난 후면 ''는 눈에 보이는 모든 물고기에게서 '작은 타투'를 찾아 헤맬 텐데 그게 할 짓인가 싶긴 한데요. 떠나려는 사람을 떠나 보내는 힘, 돌아오려는 사람을 알아보고 받아주는 힘은 '자유'에 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언제든 그만둘 수 있으니, '자유롭게' 날아갈 수 있는 날개가 ''에게는 있으니 그 높고 넓은 마음으로 '물고기'의 '복잡한' '언어'를 알아봐 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바다 못지 않게 하늘이 크니까요.


시간이 갈수록 마음이 넓어질 줄 알았는데 어쩌면 좁아질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기도 했었습니다. 그런데 결국 마음이라는 건, 시시각각 넓어졌다가 좁아졌다가 하는 것 같아요. 당신이 정의하는 '자유'에 한 걸음 더 가까워지는 6월이 되기를 바랍니다. 이번 레터도 읽어 주어 고맙습니다. 답장을 기다릴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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