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참여연대 의정감시센터에서 활동하는 마늘이 집사 선영이에요. 😚 지난달 뉴스레터는 선거제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에 참여한 국회의원들의 발언을 다뤘었죠. 👉 <월간국감> 지난호 보기

국회가 국정을 감시한다면 우리는 국회를 감시하지!

우리는 월.간.국.감.

열 번째 뉴스레터는 이렇게 구성되었다오

• 이달의 국회의원을 알리오 개혁으로부터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의원

• 이달의 국회를 알리오 있었는데요, 없앴습니다

• 이것만 알면 나도 국회 감시 레벨업이오! 비례대표제를 개혁하기 위한 약속 1가지

🧄 이달의 국회의원을 알리오

 - 개혁으로부터 뒷걸음치다가 쥐 잡은 의원

선거제 개편 논의를 위한 국회 전원위원회가 열린 첫날. 국민의힘 이헌승 의원이 단상에 올라왔습니다. 그날 전원위원회를 지켜보며 속기를 하던 저는 한숨을 푹푹 내쉴 수밖에 없었는데요. 이를테면 이런 발언들 때문이었습니다.

👄 “최소한 병립형 비례제로 개정되거나, 비례대표제 자체가 아예 폐지되어야”

할 말은 많지만, 하지 않겠습니다 💬 구독자 님도 그동안 비례대표제를 강화해야 한다고 말해왔던 저와 마늘이와 같은 생각일거라 믿고 넘어가겠습니다.

👄 “준연동형 비례제에서는 위성정당 완전히 방지 못해, 실패한 이 제도를 계속 주장할게 아니라 20대까지 했던 병립형을 다시 도입해서 위성정당 원천적으로 차단해야”

위성정당을 법으로 차단할 수 없는 것은 맞습니다. 그러나, 위성정당은 창당하지 않으면 그만입니다. 위성정당을 만들었던 자당의 반성도 없이 준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매도하고 있네요. 정당 득표율만큼 의석 수를 가져가라는 선거법 개정의 취지에 역행하는 병립형 비례대표제로 다시 뒷걸음질 치자니요 😠

👄 “국민들 눈높이에서 바라보면 비례대표제는 중앙당 공천권을 강화하고 특정 정치 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전락해, 제도의 취지를 살릴 수 없기에 비례제 차라리 폐지하는게 나아”

비례대표제가 중앙당의 공천권을 강화하고, 특정 정치 세력의 기득권을 유지하는 수단으로 활용해 온 것은 제도의 취지를 살리지 못한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과 같은 정당입니다. 정당 내 공천 문화를 반성해야지, 제도를 탓할 문제가 아닙니다.

한숨을 푹푹 쉬면서 발언을 받아적고 있던 저는, 갑자기 눈이 번쩍 뜨였습니다 👀✨

👄 “만약에 비례제를 유지해야 한다면 당장 의석수에 연연할게 아니라 과거에 존재했던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 다시 살려서 절차적 투명성 확보해야”

선거제 개혁으로부터 뒷걸음 치던 이헌승 의원이 얼렁뚱땅 맞는 말을 하게 된 것입니다. 과거에 존재했다던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이 뭐냐고요?

🧄 이달의 국회를 알리오

 - 있었는데요, 없앴습니다

저는 2019년 12월 27일을 기억하고 있습니다(마늘이는 2020년 5월 30일생이라 나중에 알게 되었지만요).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도입을 골자로 하는 공직선거법의 처리일이었기 때문이죠. 이 법에는 중요한 내용이 또 있습니다. 바로, 비례대표제 개혁의 일환으로 비례대표 후보의 민주적 선출 절차 과정을 법에 명시한 것입니다 👍

• •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를 추천할 때는 선거일 전 1년까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당헌 또는 당규로 정한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야 함
  • 후보자를 등록할 때는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후보자 추천절차에 따라 후보자 추천이 되었음을 증명할 수 있는 회의록 등의 자료를 후보자명부에 첨부하도록 함
  • 이를 위반한 후보자 등록을 무효로 함

지역구와 비례대표 후보를 민주적으로 선출해야 한다는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의 각호로 신설되었던 이 조항들은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21대 총선을 코 앞에 두고 당시 미래통합당(현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은 각각 미래한국당, 더불어시민당이라는 위성정당을 창당한 것이죠😤 오로지 비례대표 후보만을 공천하기 위해서요.

그렇다면 두 위성정당은 공직선거법 제47조 제2항의 각호에 따라 비례대표 후보를 민주적으로 선출했다는 증거를 제출할 수 있었을까요? 없었을 겁니다. 그래서 참여연대는 제47조 제2항의 각호를 근거로 헌법소원을 걸어보았지만, 헌법재판소는 청구인 자격에 부합하지 않는다며 이를 각하했습니다. (형식논리에만 치중한 헌재, 할말하않 💬)

양당은 법을 위반했던 것이 꺼림직했던 것인지 아니면 참여연대의 문제제기가 못마땅하거나 귀찮았던 것일까요? 그것도 아니면, 다음 선거에서 민주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선출할 자신이 없었던 것일까요? 2020년 12월의 어느 날, 이 조항은 갑작스레 삭제되었습니다 👻 어떻게 된 일이냐면요.

📃 2020년 11월 5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소위원회 중

• 🙍 장지원 전문위원 “비례대표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추천절차 법정화 폐지 관련으로서 장제원 · 권성동 의원안입니다. (...) 검토의견은 개정안은 정당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하려는 취지로 생각됩니다. 현행법에 따른 절차가 정당 내 의사결정의 민주성 · 투명성 확보에 기여하는 정도와 당내 의사결정에 대한 정당의 자율성을 제약하는 정도를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결정할 사안으로 생각됩니다.”
• 🙍 박찬진 중앙선관위 사무차장 “검토의견과 같습니다.”  

각 상임위원회마다 배치되어 있는 전문위원은 국회의원들이 법안을 심사하기 직전, 해당 법안을 미리 검토한 의견을 발표합니다. 그리고 국회의원들은 이 의견에 많이 의지합니다. 그래서, 국회에서는 전문위원의 검토의견에 따라 법안 처리가 결정된다는 웃지 못할 우스갯 소리도 있습니다 😥

이 날도 그랬습니다. 전문위원이 장제원 · 권성동 의원안을 정당의 자율성을 최대한 존중한다는 취지로 보인다며 긍정도 했겠다, 피감기관인 선관위도 동의했겠다, 심사에 참여하는 국회의원도 비판적 의식 없이 수용했습니다.

📃 2020년 12월 1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 중

• 🙍 이은주 위원 “위원장님, 비례대표 국회의원선거 후보자 추천절차 법정화 폐지 관련해서 이것이 애초에 연동형 비례제와 연결된 법안이기 때문에 반대의사를 제가 밝힌 겁니다. 저는 동의할 수 없습니다.”
• 🙍 서영교 위원장 “이 부분에 대해서는 전체 합의가 이루어지고 있었으니까 이은주 의원님 안을, 여기에 이의의 내용을 다는 것으로 하겠습니다. (...)”

첫 심사 때 무심코 개정안 처리에 동의했지만, 이윽고 이 개정안의 문제점이 무엇인지 알아버린 정의당 이은주 의원은 해당 조항의 삭제를 끝까지 반대하며 법안 계류와 재심사를 요청했습니다. 그러나, 당시 소위원장이었던 국민의힘 박완수 의원은 다른 심사 법안과 형평성이 맞지 않는다며 반대했습니다. 행정안전위원장이었던 더불어민주당 서영교 의원은 합의가 이뤄졌으니 삭제는 하되 이 의원의 반대 의견을 달아두겠다고 하곤 심사를 마쳤습니다.

이렇게 소관 상임위의 법안 심사가 끝났습니다. 이제는 법안의 내용이 아닌 다른 법률 간의 모순은 없는지 살펴보는 체계자구심사를 위해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로 넘어갈 차례입니다. 같이 넘어가볼까요.

📃 2020년 12월 8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전체회의 중

• 🙍 김종민 위원 “그런데 제가 확인해 보니까 이 조항이 공직선거법이 아니라 정당법 조항으로 옮겨져야 된다는 취지에서 일단 폐지하고 정당법을 개정하는 걸로 그렇게 논의가 됐다고 그래요.”📃

아닙니다.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는 공직선거법에서 없애고 정당법에 명시하자는 논의를 한 적이 없습니다. 적어도 국민이 볼 수 있는 회의록에 따르면요.

• 🙍 김세환 중앙선관위 사무총장 “제가 아까 들어 본 말씀으로는 착각에 의한 것으로 이렇게 보여지는데요”

네, 그건 착각인가 봅니다.

• 🙍 윤호중 위원장 “그런데 이게 불과 뭐 1년 전에 여야 합의에 의해서 만들어졌던 것을 상임위 차원에서 여야 합의해 가지고 없앨 수 있는 건지, 이것 각 정당에 관련된 사항이라서 좀 의아하긴 합니다만 합의 개정이 이루어졌다고 하니까 그러면 그냥 그대로 처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공직선거법까지 처리를 하도록 하겠습니다."

윤호중 법제사법위원장도 의아했나봅니다. 그도 그럴 것이 패스트트랙으로 지정해 어렵사리 통과시켰던 공직선거법이었으니까요. 상임위에서 합의를 어떻게 이뤘는지도 의문이었을 겁니다. 뭐, 어찌 되었든 간에 비례대표 민주적 선출 절차 조항은 이렇게 전격적으로 폐지되었습니다. 허무하게도 말이죠 🤷

🧄 이것만 알면 나도 국회 감시 레벨업이오!

 - 비례대표제를 개혁하기 위한 약속 1가지

비례대표 민주적 선출 절차 조항은 종이에 잉크도 마르기 전에 지워졌습니다✒️ 이 조항을 폐지할 명분은 국회 회의록을 아무리 찾아봐도 없었습니다. 그러니 위성정당 창당으로 준연동형비례제의 취지를 훼손했던 두 거대정당이 전략 공천 등에 걸림돌이 되는 조항 삭제에 합작한 결과라 비판해도 그들은 할 말이 없을 겁니다.

그래서 오늘, 세 가지 말고 딱 한 가지만 국회에 함께 외쳐보자고 하고 싶습니다.

• 국회는 폐지된 비례대표 후보의 민주적 선출 절차 조항을 다시 법에 명시해!

항상 그래왔지만 올해도 역시나 선거제 개혁은 논의는 무성했는데 속절없이 시간이 지나가고 있습니다. 비례대표제 또한 다시 한 번 개혁의 대상이 되었습니다. 이제는 각 정당의 비민주적인 비례대표 후보자 공천 선출 과정에 문제를 제기해 왔던 유권자들에게 국회가 명쾌하게 대답을 해줄 때입니다. ‘우리는 반드시 민주적으로 비례대표 후보를 공천하겠습니다’하는 정당이어야만 비례대표 의석을 받을 수 있다고요.

🧄 마늘이와 친구들

 - 구독자 님의 생각이 궁금해

총 7명의 친구가 비례대표 후보자 명부의 모양에 대해 의견을 남겨주었어요. 고맙습니다! 가장 많았던 의견은 개방형 명부로 3명, 그리고 가변형 명부 2명과 폐쇄형 명부 2명이었습니다.

특히, 폐쇄형 명부를 선택한 친구는 개방형 명부제가 유명 인사에게 유리한 제도가 될 수 있어 비례대표제의 의미가 퇴색될 수 있고, 개표에 긴 시간이 들어 부정선거 논란 등으로 갈등이 깊어질 수 있을 거라 지적했어요. 나아가 폐쇄형 명부를 유지할 때에는 비례대표 공천 과정의 쇄신을 비롯해 정당이 비례대표 후보 선정 시 정체성을 철저히 검증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었어요.

개방형 명부를 선택한 친구는 공천권을 얻기 위한 당내 계파 갈등이 하루 이틀 일도 아니니, 정치인을 선택하는 것은 유권자의 자율에 맡겨야 한다는 의견을 남겨줬어요.

오늘은 비례대표 후보의 민주적 선출 절차에 대해 이야기를 나눴는데요, 이번에는 구독자 님에게 이런 질문을 해보고 싶어요. 그렇다면 민주적 선출 절차란 무엇일까요? 누가 어떻게 해야 민주적이라고 말할 수 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