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송 참사 첫 번째 판결
2023년 7월 15일.
충청북도 청주시에서 폭우로 불어난 미호강 강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다수의 인명 피해가 발생했던 날입니다. 어느새 일 년이 흘렀습니다.
참사 이후, 미호강교 공사 현장에서 기존 제방을 허물고 부실한 제방을 쌓았기 때문에 강물이 넘쳤다는 지적이 나왔습니다. 같은 해 12월에는 시공사 현장소장과 감리사 감리단장이 재판에 넘겨졌고요.
(감리단장은 공사를 발주한 곳을 대신해 공사 전반을 관리·감독하는 역할을 합니다)
저는 지난 1월부터 5월까지 이들의 재판을 지켜봤습니다.
지금 생각해 보면, 이 재판은 '그날 미호강 강물이 왜 넘쳤는지'에 대한 답을 찾아가는 과정이었던 것 같습니다.
피고인 감리단장을 포함해 모두 18명의 증인이 법정에 왔습니다. 미호강교 공사 관계자 10명, 공무원 4명, 하천정비 공사 관계자 2명, 설계 기술자 1명 등이었습니다.
길어진 신문에 법원 불이 모두 꺼져 휴대전화 플래시를 켜고 계단을 내려온 날도 있었고, (이전에 레터로 전해드린 적도 있지만) 재판장에게 혼나는 증인들을 조마조마하게 지켜본 때도 있었습니다.
증언을 할 때 증인들은 손짓발짓을 동원했습니다.
미호강교가 있는 지역에 왜 강물 '병목 현상'이 일어나는지, 다리 상판을 올리는 공사는 어떻게 진행됐는지, 제방을 쌓을 때 포크레인 바가지로 어떻게 두드렸는지, 흙더미가 어느 정도로 어떻게 쌓여 있었는지.
미호강교 설계도면이 제시되면 손짓발짓의 정도는 더 강해졌습니다.
변호인들은 모니터 앞에 나와서 설계도면에서 어떤 정보를 읽을 수 있는지 설명했습니다. 설명을 듣는 재판장은 '그래서 조서에 어떻게 적어야 하느냐'며 말로 정리하려고 했고요.
저는 처음에 이 재판이 답답하고 어려웠습니다.
미호강교 교량과 제방 공사에 대한 전문적인 내용이 많았습니다. 무슨 말인지 잘 알아듣지 못해서 들리는 대로 받아치기 바빴습니다.
그래도 비슷한 말들을 여러 번 반복해 듣고, 미호강교 다리 위와 아래에 직접 가보니 이전보다 더 많은 내용을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무엇보다도 재판장이 어떤 결론에 도달했을지가 궁금해졌습니다.
재판장은 지난 5월 31일 판결을 선고했습니다.
'미호강의 범람은 자연재해가 아닌 피고인들의 과실 때문이다'.
코트워치는 이런 결론에 이르게 된 과정을 네 편으로 나누어 연재할 예정입니다.
* * *
청주지법 재판에 가려고 했던 6월 19일.
재판이 잠정 연기됐다는 사실을 당일에 알았습니다.
제가 가려고 했던 재판은 현장소장과 감리단장의 새로운 재판이었습니다. 이들 두 사람은 건설기술진흥법과 하천법 위반 등 혐의로 또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시공사·감리사 법인과 직원 4명도 함께요.
새 재판도 5월에 끝난 재판과 같은 재판부가 맡았습니다.
이후에 확인해 보니, 새 재판이 잠정 연기된 이유는 시공사 측의 '법관 기피 신청' 때문이었습니다.
신청 사유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형사소송법에 따르면 '불공평한 재판'이 우려될 때 피고인은 법관 기피 신청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재판에서 재판장이 보인 모습들을 시공사는 불공평하다고 받아들인 걸까요? 끝난 재판을 복기함과 동시에, 새 재판에서의 법관 기피 신청이 받아들여질지도 지켜봐야겠습니다.
덧붙여, 지난주 김주형 기자가 레터로 보내드린 '아리셀 참사' 취재와 관련해서도 첫 기사가 나왔습니다.
코트워치는 현재 제기된 의혹과 쟁점이 앞으로 수사와 재판 과정에서 어떻게 다뤄지는지도 계속해서 살펴보고자 합니다.
(이 레터는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