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위터 창업자와 넷스케이프 창업자의 대결!
2021.12.24 | 401호 | 구독하기 | 지난호

안녕하세요!
실리콘밸리에 나와 있는
신현규 특파원 입니다
바다 건너 실리콘밸리에는 '마크 안데르센'이라는 인물이 살고 있어요. 대단한 사람이에요. 1995년 인터넷이 처음으로 보급되던 시기에 거의 처음 웹 브라우저 '넷스케이프'(Netscape)를 만들었던 인물이니까요. 그리고, 거기에서 그치지 않고 인터넷 혁신 기업에 투자하는 벤처투자 회사 '안데르센 호로위츠'(a16z)를 만들어서 수많은 회사의 성장을 지원해 줬죠. 한번 a16z가 투자한 회사들의 이름을 볼까요?

  • 페이스북 
  • 에어비앤비 
  • 인스타그램 
  • 코인베이스
  • 깃허브 
  • 스카이프 
  • 클럽하우스 
  • 로블럭스 
  • 인스타카트 ....
    (돈 정말 많이 벌었겠네요!😀) 

그런데, 그는 매우 거칠고 도발적인 도전자였어요. 일 예로 1994년에 마크 안데르센은 거대 기업 '마이크로소프트'가 자신들을 따라 '익스플로러'라는 브라우저를 만들고 게다가 그걸 윈도우에 끼워서 팔자 완전히 화가 나 버려서 "MS는 암흑세력이야"(원문링크)라며 원색적 비난을 하기도 했어요. 나중에 자신이 벤처캐피탈을 만들었을 때는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 삼키고 있다" (Software is eating the world) 라는 유명한 월스트리트저널 기고문을 통해 실리콘밸리가 거품이라고 주장하는 사람들을 반박했었죠. (원문링크) 많은 실리콘밸리 사람들이 마크 안데르센을 우러러 보면서도 두려워 했어요. 과거 실력 있는 창업자였고, 현재 실력 있는 투자자 임에는 분명하지만 자신의 관점이 명확하고, 타협이 없는 사람이거든요. 


실리콘밸리의 북쪽에 있는 도시 샌프란시스코에는 트위터의 창업자인 '잭 도어시'가 살고 있어요. 모바일이 처음 등장했던 2006년 트위터를 창업한 그는 마크 안데르센에 비해서는 10년 정도 창업이 늦었다 할 수 있겠네요. 하지만 트위터 창업 이후에도 그는 2009년 전자결제 회사 스퀘어를 창업했고, 이후에도 암호화폐 생태계를 지원하는 등 만만치 않은 업적을 쌓아나가고 있어요. 그리고, 그 또한 마크 안데르센 못지 않게 타협 없는 사업가라는 이미지가 강해요. 어느 정도냐면, 2020년 미국 대선 당시 서슬 퍼렇던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 계정을 중단해 버리는 결단을 내리기도 했었고요. 사모펀드 엘리엇이 트위터 주식을 사 모으면서 자신을 쫓아내려 하자, 끝까지 버티면서 굴복하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었죠. 비록 최근에 트위터 CEO 자리에서 물러난다는 발표를 하긴 했지만 (발표내용) 여전히 그는 타협을 모르는 샌프란시스코의 괴짜 창업자에요.


그런데, 여러분이 잠든 사이, 마크 안데르센과 잭 도어시가 정면으로 한 사안에 대해 맞붙는 일이 벌어졌어요. 마크 안데르센은 잭 도어시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하고, 잭 도어시는 이 사실을 트위터를 통해 널리 알리면서 서로 공개적인 디스전을 벌이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거죠. 왜 이러는 걸까요? 대체 무엇이 문제인 걸까요? 여기에는 최근 급격한 혁신이 벌어지고 있는 '웹3.0' 이라는 거대한 이슈를 둘러싼 논쟁이 있어요. 마크 안데르센은 웹3.0의 시대가 온다는 입장이고, 잭 도어시는 웹3.0은 벤처투자자들이 만든 허상이라고 보는 입장이죠. 미라클레터는 오늘 두 사람의 관점 차이를 한번 집중적으로 보려고 해요. 

(참, 이밖에도 혁신하는 분들에게 필요하다고 생각되는 IT 소식을 아래 '미라클 브리핑'에 정리해 두었어요. 👇 클릭 하시면 읽으실 수 있답니다.)

웹 3.0을 둘러싼 논쟁  
마크 안데르센 vs잭 도어시 


안데르센 호로위츠의 공격적 투자: 인터넷이 처음 열렸던 시절(1990년대 후반)에는 넷스케이프를 통해 엄청난 이득을 봤고, 모바일이 열리던 시절(2000년대 후반)에는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에어비앤비 등에 투자해서 큰 이득을 봤던 마크 안데르센인데요. 그는 이제 2010년대 후반에는 '웹3.0'이라는 새로운 개념에 통 큰 투자를 해 오고 있어요. 특히 코로나 판데믹이 지난 이후 안데르센 호로위츠는 펀드 자금 대부분을 웹3.0 회사들에 투자하면서 바람을 일으키고 있죠. 벤처투자 통계를 내고 있는 기관 '피치북'이라는 곳에 따르면 (출처) 2021년 웹3.0 기반 NFT 관련 기업에 투자된 전 세계 투자금액 중에서 40% 가까운 물량을 안데르센 호로위츠 한 곳이 집행했다고 해요. 

웹 3.0이 뭐길래: 웹 3.0을 한 마디로 정리하자면,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트위터 우버 리프트 에어비앤비 등과 같은 플랫폼을 사용자들에게 돌려주자는 운동과도 같아요. 안데르센 호로위츠에서 웹 3.0에 대해 매우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는 파트너 크리스 딕슨의 이야기를 한 번 들어보죠. 

"페이스북 트위터 구글 등과 같은 플랫폼 서비스들도 다 나이가 들면 비슷해 져요. 처음에 그들은 사용자들과 창작자 개발자 기업 등을 끌어 모으기 위해 여러가지 당근들을 준답니다. 그래서 자신의 플랫폼에 여러 사람들을 모아서 플랫폼 효과를 만들려고 하죠. 그러다 보면 점점 플랫폼 운영자 보다는 사용자들과 창작자들의 힘이 커지기 시작한답니다. 이제 플랫폼 운영자와 사용자들의 관계는 누가 하나 이득을 보면, 다른 사람이 손해를 보는 '제로썸'(Zero-sum) 관계가 되어버리죠."

"여기까지는 웹2.0 시대의 이야기에요. 하지만 웹3.0 시대가 되면 이야기는 달라진답니다. 사용자들과 창작자들은 플랫폼의 일부를 토큰의 형태로 소유하게 되죠. 이렇게 되면 플랫폼 운영자와 사용자들의 경계는 사라집니다. 예를 들면 유니스왑 이라는 암호화폐 거래 프로젝트는 초기 사용자들에게 15%의 지배구조 용도의 토큰 지분을 나눠주었었죠. 웹3.0 기업들은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 참여자들이 플랫폼 활성화를 위해 노력하도록 만듭니다. 또 이런 방식으로 플랫폼의 성장이 소수의 대주주에게만 축적되는 것을 막습니다." (크리스 딕슨이 올해 9월 올린 트윗 참고) 

웹3.0 이미 가능: '웹3.0'은 이미 기술적으로 가능한 미래에요. 컴퓨터 프로그래밍을 활용해 플랫폼을 분산 시키고, 이를 잘게 쪼개어서 '토큰'이라는 단위로 만든 다음, 그 토큰의 소유권을 개인들에게 나눠주는 일은 지금도 얼마든지 가능하거든요. 


마크 안데르센의 거친 생각 : 마크 안데르센은 웹3.0을 활용해 거대 기업들을 견제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MS가 넷스케이프를 못살게 굴었던 것처럼, 구글이 옐프를 없애려 했던 것처럼, 페이스북이 징가를 없애려 했던 것처럼, 애플이 에픽게임즈를 못살게 군 것처럼, 거대한 플랫폼 기업들이 작은 소프트웨어 기업들을 힘들게 하는 '갑질'을 원천적으로 막으려면 웹3.0과 같은 시장에서의 혁신이 있어야 한다는 생각인거죠. 그의 이런 생각에는 지난 미라클레터에 등장했던 샘 알트만 역시 이렇게 말했어요. "웹3.0은 2010년대 인터넷이 보여줬던 수익률을 낼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많은 벤처투자자들이 그 수익을 놓치겠죠." (트위터 원문)

일런 머스크의 불안한 눈빛 : 이처럼 실리콘밸리의 많은 사람들이 웹3.0이 갖고 있는 지배구조의 우월함에 대해 긍정적 시각들을 갖고 있어요. 플랫폼을 한 사람이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공동 소유하면서 플랫폼의 발전 또한 도모한다는 생각. 실현되기만 한다면 이상적이라 할 수도 있겠죠. 하지만! 일런 머스크는 이 웹3.0이라는 생각이 사기일 지도 모른다는 발언을 했어요. (트위터 원문) 플랫폼의 성공을 만드는 일은 정말 똑똑한 소수의 사람들이 미친 듯이 일을 해야만 가능한 어려운 일인데, 다수의 (관심 없는) 대중들에게 토큰을 나눠준다고 하여 이뤄지진 않을 거라는 이야기이죠. 결국 목적이 그럴 듯 하다 하더라도 결과적으로는 사기처럼 되어 버릴 거라는 게 일런 머스크의 생각인 듯 해요.


그걸 지켜보던 잭 도어시 : 마크 안데르센 - 일런 머스크 등이 소셜미디어를 통해 내놓고 있는 웹3.0에 대한 각자의 주장들을 지켜보고 있던 잭 도어시는 지난 몇 일 동안 트위터를 통해 활발하게 웹3.0의 개념을 비판하고 나서고 있어요. 그의 비판은 일런 머스크의 비판과 공격 지점이 약간 달라요. 일런 머스크가 웹3.0 개념 자체에 대한 회의적 시선을 보내는 반면, 잭 도어시는 "웹3.0을 통해 결국 이득을 보는 건 안데르센 호로위츠 같은 돈 많은 벤처투자자 뿐이다"라는 주장을 하고 있어요. 그의 주장을 요약해 보자면 이래요. (잭 도어시 트위터 원문

"어이~ 마크. 소프트웨어가 세상을 집어 삼킨다는 말을 했을 때부터 알아봤어야 하는데. 당신들의 속을 들여다 보면 늘 칙칙해. 세상 사람들이 좀 알아야 해. 웹3.0에는 분명히 리스크가 존재하는데, 그 리스크를 알지 못한 채 덤벼드는 사람들을 등쳐먹는 이들이 분명히 있다는 사실을 말야. a로 시작해서 z로 끝나는 회사(a16z - 안데르센 호로위츠를 말함)가 대표적이지. 플랫폼을 분산한다고 해서, 사용자들이 그 플랫폼을 소유하는 것은 절대로 아니야. 실제로 그 웹3.0 플랫폼을 소유하게 되는 것은 벤처투자자들과 그들 뒤에 있는 투자자(LP)들이겠지. 웹3.0은 그들의 손아귀에서 절대 벗어날 수 없어. 문제는 벤처투자자들이야." 

당황한 마크 안데르센 : 이런 글은 인터넷 상에서 엄청난 화제를 불러 모았어요. 그의 글은 4.3만명이 '좋아요'를 눌렀고, 3300명이 댓글을 달았죠. 그의 주장에 찬성하는 사람도, 반대하는 사람도 많았어요. 그리고 이런 여론을 본 마크 안데르센은 잭 도어시 트위터 계정을 자신에게는 보이지 않도록 차단했어요. 이밖에도 코인베이스의 CEO 브라이언 암스트롱도 잭 도어시의 트위터 계정을 차단했죠. 이를 본 잭 도어시는 또 "나는 웹3.0의 세계에서 공식적으로 차단당했다"는 트위터를 올려요. 그러면서 수많은 사람들이 웹3.0에 대한 토론을 벌이고 있네요. 2021년 12월 24일 실리콘밸리의 단면이에요. 
 


논점 1 - 웹3.0은 우월한가 : 마크 안데르센과 잭 도어시의 논쟁은 웹3.0을 둘러싼 두 가지 논점을 두고 전개되고 있어요. 하나는 웹3.0이 과연 웹2.0에 비해 그렇게 뛰어난 존재인가? 라는 물음인데요. 웹2.0은 기업이 그 주체가 되는데 반해 웹3.0은 기업이 아니라 분산화된 프로젝트로 존재하기에 그 주체가 모호하며, 결국 제대로 추진될 수 없다는 것이 잭 도어시와 일런 머스크의 생각이에요. 반면, 마크 안데르센과 샘 알트만 등은 기술적으로 웹3.0의 구현은 이미 가능하며, 다수의 흥미로운 프로젝트들이 나오고 있기 때문에 10년 뒤면 결판이 날 거라 생각하고 있죠. 

논점 2 -  벤처캐피탈은 무엇으로 돈을 버는가 : 또 한 가지의 논점은 웹3.0이 성공하면 결국 돈은 누가 버느냐의 문제에요. 마크 안데르센은 웹3.0의 소유권 일부를 사용자들이 가져가기 때문에 웹2.0과 달리 사용자들도 플랫폼 성공에 따른 과실을 함께 갖게 된다고 주장하고 있죠. 하지만 잭 도어시는 달라요. 그는 웹2.0 때와 같이 웹3.0이 성공하게 되면 결국 벤처투자자들과 그들의 뒤에 있는 투자자들(LP)만 크게 성공하게 될 거라고 주장하죠. 플랫폼 사용자 개인들의 부 축적은 미미할 거라는 거에요. 결국 웹3.0이라는 것은 눈 가리고 아웅일 뿐이라는 비판이죠. 
 

오늘의 미라클레터는 마크 안데르센과 잭 도어시의 웹 3.0 논쟁에 대해 전해 드렸습니다. 웹3.0 이라는 거대한 존재에 대해 실리콘밸리의 거물들이 논쟁을 벌이는 걸 보면 정말 중요한 화두임에는 틀림없는 것 같아요. (저와 박용범 매일경제 뉴욕특파원도 최근 웹3.0 기업 중 하나인 대퍼랩스 CEO를 인터뷰 했었는데요. 관련 영상 관심 있으시면 참고해 보시고요) 웹3.0은 분명히 좋은 목표이고, 가야만 하는 방향임에는 틀림없지만, 과연 사용자들에게 실질적 혜택이 가는 웹3.0 제품을 누가 먼저 만들어 낼 수 있을 것인가? 가 중요하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입니다. 미라클레터를 쓰는 저희들은 내년 1월 초 열리는 CES를 맞아 분주한 나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새해에는 CES를 맞아 2022년 한 해 일어날 혁신 들에 대해 이야기해 보는 시간을 마련해 볼게요. 감사합니다.


Directly Yours,
신현규 드림
추신 - CES 디브리핑 

매년 새해가 되면 많은 실리콘밸리 기업들이 지난 한 해 준비했던 혁신들을 선보이러 라스베가스로 떠나요. 2021년 열심히 준비했던 혁신들이 짠! 하고 한 자리에 선보이는 이 자리의 이름은 바로 'CES' 라는 이벤트인데요. 정말 좋은 이벤트인 건 알겠는데, 정작 참가하기는 꺼려하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일단 한국에서 라스베가스로 가시는 것 자체가 힘들잖아요. 비용도 비용이거니와, 코로나에 오미크론 변수도 있는데 말이죠. (해외 출장자의 경우 10일 격리조치가 1월 6일까지 연장됐어요) 게다가 CES의 각종 발표와 전시들은 미국 시간 기준이라 한국과 시차도 맞지 않고, 언어는 영어로 진행되니까 따라가기도 힘들고. 

그런 분들을 위해 미라클레터가 '유료' 이벤트를 준비했어요. 이상덕 신현규 두 특파원이 CES 현장을 다녀와서 온라인으로 혁신 트렌드를 브리핑 해 드릴 예정이에요. 지난해에도 같은 이벤트를 했었는데요. 올해는 인공지능, 메타버스, 모빌리티, 로보틱스 등 뜨거운 혁신 영역에 대해 실리콘밸리에서 가장 실무적 전문성을 갖고 있는 4분의 연사를 모시고 이야기를 들어볼 예정이에요. 
 



  • 인공지능박성파 전 삼성전자 상무(마이사이먼닷컴 창업자)
  • 메타버스김태용 엔비디아 시니어디렉터
  • 모빌리티방성용 그리너지 창업자(전 테슬라 애플 엔지니어)
  • 로보틱스하정우 베어로보틱스 대표(전 구글 엔지니어)
 
오는 111() 9~13시고요이번 디브리핑은 매일경제와 멀티캠퍼스가 함께 합니다. (덧 무료는 아니에요.😅궁금하시면 여기를 클릭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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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eam MIRAK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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