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ixi 뉴스레터를 처음 작성하는 기어이 CTO 김수곤이라고 합니다. 이머시브 경험을 만드는 회사에 있으면서도 멀미가 심해 눈 감고 몰입을 즐기는 안타까운 개발자입니다.


이러한 개인적인 이유로 VR 콘텐츠를 제작할 때 가급적이면 멀미 없이 최상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UX와 공간 설계에 관심이 많습니다. 보통 경외감을 불러일으키는 콘텐츠를 생각하면 우주를 유영한다거나, 높은 산에서 뛰어내려 속도를 체험한다거나, 깊은 심해에서 이색적인 생명체와 조우한다거나 같은 내용을 떠올리게 됩니다. 하지만 이러한 색다른 공간 체험은 대부분 멀미를 크게 유도하는 경우가 많아서 가급적 부작용이 없는 경외감의 체험을 어떻게 만들지에 대해 스터디를 시작하게 되었어요.


자연스러운 스펙터클의 좋은 사례는 얼마 전 저희 필진 김종민님이 미국에서 경험하고 오신 “인피니트 전시(the infinite)”일 것 같습니다. (ixi 뉴스레터 참조)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가상현실에서 경외감 디자인에 대해 다룬 논문을 소개해볼까 합니다.

The Infinite  
가상 공간에서 경외감(awe)은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
영화 인터스텔라  

글자 그대로 ‘오오…’하게 되는 awe는 과연 어떻게 유도할 수 있을까요?


“Designing Awe in Virtual Reality: An Experimental Study”(2018)라는 논문을 통해 가상 공간에서의 경외감 설계에 대한 연구를 엿볼 수 있습니다. 아직 정의가 명확하지 않은 경외감과 아직 기술적으로 완벽하지 않은 VR로 설계된 연구라서 향후 많은 추가 연구가 필요한 주제이지만 그 중에 몇몇 참고할 내용들이 있었습니다.


일단 경외라는 정의를 찾아보면 "경탄과 비슷하지만 기쁨이 덜한 정서"라고도 하며 웅장하고 숭고하며 극적으로 강력한 대상에 의해 우러나오는 숭배, 감탄, 공포 등의 압도적인 느낌이라고 정의하고 있습니다. 단순히 밝고 희망찬 긍정적 경험만 이야기 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 <그래비티>에서의 우주, 또는 바다의 거대한 블루홀의 심연이 보여주는 느낌일 것 같습니다. (이런 경외심은 감각적인 수준이 아닌 문학적인 서사에서 느껴지기도 하기 때문에 저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일부러 경외감이라는 단어로 특정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경외감 연구의 초창기에 Dacher Keltner의 정의에 따르면 “경외감은 인지된 광활함평온을 위한 요구로 특징된다”라고 합니다. 인지된 광활함(perceived vastness)은 물리적으로 엄청나게 큰 공간을 맞이했을 때 느껴지기도 하며 상대성 이론과도 같은 복잡한 생각에서 유래되기도 합니다.

출처: EBS 빛의 물리학

평온을 위한 요구(need for accomodation)는 새로운 정보가 들어왔을 때 이를 받아들이기 위한 정신적 재조정(adjust mental frame)이라고 합니다. 쉽게 말하면 '깜놀'인데 그냥 놀라서 도망가는 것이 아니라 생소한 것을 받아들이며 자신의 세계를 재조정하는 것입니다. 거대한 쓰레기 더미를 눈앞에서 보고 환경에 대한 소중함을 깨닫는 것이 이런 재조정의 순작용이 될 것입니다.


이 실험에서는 이 두 가지 경외감을 위한 설계를 3개의 경외감 유발 VR 공간과 1개의 중립적인 VR공간에서 피험자들이 각각 이동을 하며 느끼는 점을 설문으로 기록하는 방식으로 진행했습니다.

위의 이미지는 경외감을 일으키는 두가지 요소인 '인지된 광활함'과 '평온을 위한 요구'를 설계하기 위한 시스템 구성도입니다. 유니티로 공간을 만들어서 각 네 장면을 경험하게 하였으며 '평온을 위한 요구'를 위해 평범한 길을 걸어가다가 놀랄만한 극적 장면 변화로 산, 숲, 우주유영을 경험하게 하였습니다.


전체적인 결과는 '긍정적인 경외감을 VR에서 만들어내는 것에 성공적이었다', '360보다 VR(6dof)가 좀 더 효과적이었다'는 정도로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것이 대부분이었지만 그 중에서 '가로 스케일이 세로보다 더 강한 경외감을 조성할 수 있었다'는 흥미로운 발견이었습니다. 하지만 이 또한 실험에 사용된 유니티 제작 콘텐츠가 조금 실사와 거리가 있어보인다는 점에서 2022년의 기술로는 조금 더 다른 결과가 나올 것 같습니다.


저는 이 논문에서 새롭게 참고가 되었던 부분은 '평온을 위한 요구'에서 놀라움을 유도하는 유저의 환경 변화 설계였습니다.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의 영화에서 보여주는 공간들이 바로 이런 점에서 압도적이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단순히 스펙터클한 공간을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그 공간의 제시에 필요한 사전 단계가 정말 중요하다는 점입니다

평범하게 보이던 거리에서 갑작스러운 붕괴나 소실이 아닌 공간의 왜곡을 가장 먼 곳에서부터 유저에게 접근시키는 이런 방식이 갑작스러운 놀람이 아니라 현재에 대한 당연한 사실들의 점진적인 변화를 가져와서 '평온을 위한 요구'를 유발할 수 있는 공간적 상상력의 여유 시간을 제공해 주는 것 같습니다. 그래서 “놀란" 감독일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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