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에 선 소방활동, 다시 테이블에 올린 안건
10월의 코트워치
2026. 10. 30.

비영리 미디어 코트워치의 한 달을 보내드립니다.
'보통의 언론사'와는 조금 다른 활동 이야기들을 담았습니다.

참사 4주기에 시작하는 재판

어제는 이태원 참사 4주기였습니다.

 

지난 주말 서울광장에서 열린 시민추모대회에 다녀왔습니다.

 

광장에서 하나씩 불리는 희생자들의 이름을 들었습니다. 시간이 꽤 오래 걸렸습니다. 화면에 뜨는, 또는 뜨지 않는 이름과 얼굴들을 보면서 이 참사가 수많은 사람의 삶과 사회에 어떤 (심각한) 영향을 끼쳤는지 전부 알 수 없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희는 '어떤 문제가 해결될 때까지' 보도하는 탐사보도 조직들의 선례를 보며 배워 왔는데요. 4주기를 지나며 참사가 '해결'된다는 건 뭘까, 애초에 '해결'될 수는 있는 걸까, 고민이 더 깊어졌습니다.

 


*새로운 재판

 

지난 9월, 이태원 참사와 관련된 재판이 시작됐습니다.

 

참사 당시 소방 구조활동을 지휘한 최성범 전 용산소방서장의 형사재판입니다.

 

특별조사위원회가 재수사를 요청했고, 이후 합동수사팀이 재판에 넘겼습니다. (최초 수사에서 서울서부지검은 최 전 서장을 재판에 넘기지 않았습니다.)

 

이 재판도 중단된 다른 재판들처럼 특조위 활동 종료 이후에 시작하지 않을까, 막연히 추측하다가 첫 공판을 놓쳤습니다. 이후 유가족분의 연락을 받고, 두 번째 공판에 다녀왔습니다.

 

이전까지 경찰이나 용산구 재판에서는 볼 수 없었던 소방관 증인이 많이 출석할 것으로 보입니다.

 

최 전 서장은 혐의를 부인합니다. 서장 동선이 담긴 CCTV 재생, 용산소방서 및 이태원119안전센터 소방관 증인신문 등 절차가 예정돼 앞으로 재판이 꽤 길어질 것 같습니다.


재판부는 다음 기일을 내년 1월로 잡았습니다.

 


*법정에 선 소방 활동

 

이태원에 투입됐던 두 소방관이 트라우마를 겪다 지난해 스스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특조위는 두 소방관을 참사 희생자로 인정했습니다. 구조 및 수습활동에 따른 정신적 후유증과 사망의 관련성을 인정한 겁니다. 소방관이 현장에서 감수하는 위험과 뒤따르는 어려움에 대해서는 굳이 반복하지 않아도 아실 것 같습니다. 지속적인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도요.

 

하지만 소방관들의 헌신과 별개로, 급박한 상황에서 구조활동에 대한 지휘가 어떤 판단에 근거해서 어떻게 이뤄졌는지를 밝혀야 할 필요성이 있습니다.

 

가족이 왜 구조되지 못했는지 알아야 하는 피해자들이 있고, 인명 피해가 발생한 원인을 (조직 내부뿐만 아니라)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알고, 기록으로 남겨야 앞으로 더 나은 대응이 가능해질 테니까요.

 

저희가 취재 중인 이태원 참사, 오송 지하차도 참사, 부천 화재 참사 모두 119신고를 받은 소방의 대응이 적절했는지 의문이 제기됐습니다. 수사기관의 결론과 이로부터 이어진 형사재판에서는 그 의문이 풀리지 않았습니다.

 

그 의문을 풀기 위해, 다시 시작하는 법정에서의 시간도 지켜보겠습니다.

 


*잘 받아치고 싶은 마음

 

코트워치 3년을 지나며, 다시 논의하기 시작한 안건도 있습니다. 지난 3년 동안, 법원이 언제 노트북 사용을 허가하고 허가하지 않는지, 기자 방청권이나 판결문 같은 취재 편의를 어떻게 제공하는지 등을 직접 경험해 왔습니다.

 

서울 서초동 법원에서 새로운 재판을 취재할 때, '(기자 목걸이 없이) 노트북을 쓸 수 있을까'도 중요한 확인사항 중 하나가 되었는데요.

 

지난주 아리셀 참사 대법원 선고를 앞두고, 김주형 기자가 공보관실에 문의를 넣었습니다.

 

받은 답변은 "전원합의체 선고는 가능, 소부(小部) 선고는 불가"였습니다. 아리셀 참사는 대법관 3명으로 구성된 소부가 선고했습니다.

 

김주형 기자는 허가받는 절차가 없는지, 녹음 우려 때문인지, 규정상 안 되는 건지 등을 계속 물었습니다. 결론은 "불가하다", "보안관리대의 법정 관리 때문"이라고 들었다고 합니다.

 

(법정 규모에 따라 달라진다는 것인데 저는 잘 이해가 안 갔습니다.)

 

왜 그렇게 계속 물어봤느냐고 했더니 "선고 내용을 잘 받아쳐서 오고 싶었다"고 했습니다.

 

그리고 그날 대법원에는 저희처럼 출입기자단에 속하지 않은 (시민)기자들이 왔다고 합니다. 모두 같은 마음이었을 텐데요. 보안관리대의 방침에 따라, 모든 기자들은 노트 수기 또는 스마트폰 타이핑으로 내용을 취재해야 했습니다. 취재할 선고 내용도 없었지만요.


* * *

 

지난 3년 동안 법원 취재의 '장벽'을 경험하며 속상하고 화가 날 때도 있었고, 고민스러울 때도 있었습니다.

 

오락가락하는 규정의 문제, 법원은 뒤로 빠지고 기자단에 모든 권한을 위임한 것처럼 보이는 행태를 코트워치가 해결할 수 있을지, 취재 전략 변경(예를 들면, 서초동 바깥 법원의 비중을 늘린다) 또는 기자단 가입 시도를 고려해야 할지 등등 여러 안건이 있었습니다.

 

오늘 뉴스레터에서 어떤 결론을 전해드릴 수 있었으면 더 좋았겠지만, 또 말씀드릴 기회가 있을 것 같습니다.

(이 레터는 코트워치 후원회원 워처 91분의 지원을 받아 최윤정 기자가 작성했습니다.)
courtwatch@c-watch.org
(코트레터에 바라는 점이 있다면 여기로 보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