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레터에서 워터밤 얘기 슬쩍 꺼내봤는데, 역시 워터밤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용사님들이 많더라고요. '들어줘요 지구용'에 실제로 다녀온 적 있다는 용사님들의 증언도 이어졌는데, 공연이 1시간이면 그 중 20분 정도는 무조건 워터밤이 쏟아지는 시간이 정해져있다는 거예요. 심지어 비가 오고 추운데도 물을 뿌려대서 고생하셨다는 후기...또 한 번 쓰고 버리는 물총을 모아서 재활용 기념품을 만든다고는 하지만 제대로 홍보되지 않는 점을 지적한 예리한 용사님의 글도 있었어요. 워터밤...점점 더 비호감이에요! 

그리고 더 지난 레터에서 에어컨을 켤 것이냐 말 것이냐 소소한 고민을 적었는데 '정말로 못 참을 것 같을 때 적정온도로, 미풍으로만 켜두기', '1~2시간만 사용하기' 등의 팁을 주신 이름 모를 용사님께도 감사드려요. 말씀대로, 자꾸만 시원하려고 하면 지구는 더 더워질 테니까요. 

우리나라에는 빈병 보증금 제도가 있습니다. 유리로 만든 맥주병, 소주병에 해당되는데 특히 식당, 술집 등의 업장을 통해 대부분 회수되다 보니 2022년 공병 반환율이 무려 96.4%라고 해요(지난 레터 다시보기).

그렇다면...플라스틱 용기라고 안될 건 없잖아? 싶은 생각이 드는 거죠. 마침 순환경제를 연구하는 리루프의 손세라 연구원님이 유럽의 일회용 음료 용기 보증금 제도를 둘러보고 오셨더라고요. 지난 2일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에서 풀어주신 이야기들 정리해 볼게요.

세계 최초(1984년)로 일회용 음료 용기 보증금제를 도입한 곳은 스웨덴에 이어 현재 50개국 정도가 보증금 제도를 운영 중이래요. 우선 노르웨이 사례부터 볼게요. 페트병, 캔을 무인회수기에 반납하면 크기에 따라 개당 300~500원의 보증금을 돌려주는 방식이에요. 일반적인 슈퍼 같은 곳에도 무인회수기가 많이 설치돼있어서 소비자들이 편리하게 반납할 수 있다고 해요. 일종의 수고비라고 할 수 있는 취급 수수료를 슈퍼 같은 소매점에 지급, 무인회수기 설치를 유도한 덕분이에요. 그리고 소매점이 빈 용기를 반환받고 보증금을 돌려줄 의무를 법으로 규정하고 있어요. 덕분에 노르웨이의 반환율(2021년 기준)은 페트병·플라스틱 92.8%, 캔류 91%나 돼요.

음료를 만든 기업들도 보증금제도로 비용을 아끼는 구조예요. 이들 기업은 생산자 분담금, 슈퍼 등에 지급하는 취급 수수료, 운송비 등을 부담하긴 하는 대신 미반환 보증금(용기 반환을 하지 않아서 남은 금액), 용기 회수를 통해 발생한 재활용 자원 판매 수익이 생기거든요. 이러한 수익이 발생한 만큼 생산자 분담금을 덜 낼 수 있기 때문에 빈 용기를 최대한 많이 모으는 게 음료 기업들 입장에선 이득이에요.  

참고로 다른 나라들은 유리병도 함께 수거하는데 노르웨이는 그렇지 않은 이유가 뭐냐면, 인구밀도가 낮아서예요. 유리병은 무게 때문에 운송 과정에서 탄소배출량이 더 늘어날 가능성이 높고요. 

다음으로 덴마크. 노르웨이에서는 해당되지 않는 품목(알코올이 들어간 탄산류, 에너지드링크, 탄산이 아닌 음료수 등)까지 더 많은 종류의 음료수 용기에 보증금 제도를 적용했어요. "적용 대상 품목이 많을수록 소비자 혼선도 적고 규모의 경제가 발생해 제도 운영 비용이 낮아진다"는 손 연구원님 말씀. 

덴마크의 보증금 액수는 플라스틱은 280~300원, 유리병은 200원이래요. '판트스테이션'이라는 일종의 재활용 센터가 곳곳에 있긴 하지만 역시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슈퍼마켓 등 소매점의 무인 회수기를 통해 반납하는 경우가 많대요. 슈퍼 사장님 입장에서도 용기 반납할 겸 장 보러 오는 소비자들이 많아서 무인 회수기를 설치할 이유가 생긴다고. 

다음으로 독일은 1980년대에도 이미 재사용 용기 사용률이 85%에 달할 만큼 모범적인 나라인데, 일회용 페트병 생수가 등장하면서 재사용 용기 사용률이 70% 미만으로 떨어졌대요. 그래서 2003년 부랴부랴 보증금 제도를 도입하고 재사용 용기 비율이 70% 이하로 떨어지는 기업엔 일회용기 보증금 제도 적용을 의무화했어요. 일부 기업들은 이런 의무가 자유경쟁 침해라며 유럽연합에 소송을 제기했지만 패배했고요. 그리고 복잡한 사정이 있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일회용 음료 용기 반환률이 98%를 기록할 만큼 잘 운영되고 있대요. 

참고로, 음료 용기 보증금 제도는 쓰레기를 줄일 수 있는 아주 좋은 방법 중 하나예요. 일단 많이 마시고 버리니까 분리수거 폐기물의 약 40%(부피 기준)나 차지하거든요. 또 집에서 소비되고 버려지는 잼, 소스류 같은 다른 식료품 용기보다 집 밖에서 무단투기되는 경우가 많고(무단투기 쓰레기의 전체 부피 중 80% 차지), 당연히 강이나 바다로 흘러갈 가능성이 높아서(해변쓰레기 중 담배꽁초의 뒤를 잇는 2위) 더 관심이 필요한 품목이기도 해요. 오늘 소개한 유럽의 무인회수기는 압축 기능이 있어서, 캔과 플라스틱 용기의 부피를 줄여서 최대한 효율적으로 운송할 수 있도록 도와주기도 해요. 

오늘 레터에서 소개한 내용은 손 연구원님의 '서방 견문록' 중 극히 일부에요. 시간과 체력이 되는 용사님들은 꼬옥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에서 더 자세한 이야기 들어보시면 좋을 것 같아요. 일회용품 규제도 제대로 못 하는 우리나라지만...유럽을 보면서 희망을 가져보도록 해요.  

🌪️메탄 규제 기준 왜 없어...?
메탄은 40%가 습지 등 자연에서, 나머지는 인류의 각종 활동을 통해 발생해요. 특히 석유랑 가스 시추 때 다량의 메탄이 대기로 유출된다고. 또 이산화탄소보다 훨씬 기후온난화에 미치는 영향이 크지만, 정작 메탄 규제에 관한 국제 기준은 없는 상황. 그래서 유럽연합이랑 미국 국회의원 17명이 국제에너지기구(IEA)에 구체적인 기준 수립을 촉구했다고 해요. 지난해 석유와 천연가스, 석탄, 바이오에너지 등 4개 분야에서 배출된 메탄은 총 1억2800만톤으로 사상 최고치에 근접한 수준. 

🔋배터리 자원순환 산업, 당장 키워 
전기차 시대로 접어드는 시점에 우리나라 정부도 폐배터리 산업을 육성할 법을 만들 거래요. 배터리 생산부터 폐기와 재활용까지 아우르는 전주기 이력관리 시스템, 재생원료 인증제, 전기차 배터리 탈거 전 성능평가 도입 등을 추진할 예정이라고. 이런 제도가 만들어지면 전기차 배터리를 교체할 때 신품 배터리or재활용 배터리 중 선택할 수 있게 되고, 전기차를 폐차할 때 배터리 가치 산정도 가능해져요. 배터리계의 자원순환(!)을 뒷받침할 중요한 제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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