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데이아> & 연극 <ANAK>

따뜻한 날씨에 이곳저곳을 여행하다 유령들의 마을에 도착한 유령이. 하지만 다른 곳에서 온 유령이라며 대화에 끼워주지 않는다는데? 

👻: 오늘은 이아손의 아르고호 원정대와 깊은 연관을 지닌 <메데이아> 이야기를 가져왔어령! 레터 하단에는 연극 <ANAK> 무료 초대권이 준비되어 있어령!

▲ 장프랑수아 드 트로이
<메데이아에게 영원한 사랑을 맹세하는 이아손>(1742),
출처: 내셔널갤러리

메데이아는 참지 않아! 🤯

황금 양털을 가져오면 왕위를 돌려주겠다는 숙부의 말에 아르고호 원정대를 꾸려 떠난 이아손. 황금 양털을 가진 콜키스의 왕은 이아손에게 불가능에 가까운 과제를 주었지만, 이아손에게 반한 콜키스의 공주이자 뛰어난 마법사인 메데이아의 도움으로 그는 황금 양털을 가지고 그녀와 함께 돌아갈 수 있었어요. 그러나 약속과 달리 숙부는 왕위를 돌려주지 않았고, 이에 메데이아는 마법으로 숙부와 그 딸들을 속여 아버지를 죽이게 만들었죠. 이후 사건의 내막이 밝혀지자 시민들은 메데이아의 잔인함에 분노했고, 결국 그들은 코린토스로 망명을 가게 되는데요. 둘은 그곳에서 아이들을 낳고 가정을 꾸렸지만, 출세욕이 강했던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공주와 결혼하려 해요. 이에 분노한 메데이아는 결혼을 축하하는 척, 입으면 불타오르는 옷을 선물해서 공주를 죽여버리죠. 그리고는 자신의 아이들이 코린토스 시민의 복수에서 벗어날 수 없음을 깨닫고 두 아들을 직접 죽인 뒤 홀로 떠난다고.

▲ 외젠 들라크루아 <격노한 메데이아>(1862),
출처: 요크 프로젝트
황금 양털을 얻기 위한 이아손의 모험이 성공적일 수 있었던 데에는 메데이아의 역할이 컸어요. 그녀는 이아손을 위해 자신의 아버지인 콜키스의 왕을 배신했고, 황금 양털을 훔쳐 급히 달아나던 원정대의 배가 콜키스의 추격을 따돌릴 수 있도록 동생을 죽여 바다에 던지까지 했죠. 이처럼 메데이아는 사랑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어요. 그러나 콜키스 출신인 그녀가 이아손을 따라 도착한 타지에서 겪은 건 이방인에 대한 배척이었는데요. 그런 그녀에게는 남편을 제외하곤 마땅히 정서적으로 교감할 사람들이 없었지만, 끝내 그마저 자신을 배반하고 다른 여자에게 가버리자 메데이아는 잔혹하게 보복한 거죠. 

👻: 자신이 낳은 아이들까지 죽여버렸다니 너무해령… 이 이야기는 무슨 말을 하고 싶었던 걸까령?
귀스타브 모로 <이아손과 메데이아>(1865),
출처: 아트리뉴얼센터

그냥 좀 껴주면 안 돼? 😥

그리스 비극 작가 에우리피데스(👻: 작가 에우리피데스가 궁금한 플로터는 클릭! )가 비극으로 출간하며 더욱 유명해진 그리스 신화 이야기 <메데이아>. 남성 중심 사회에서 그녀는 여성이면서 동시에 이방인이기까지 했는데요. 메데이아가 저지른 여러 잔혹한 복수의 과정을 보면, 당시 그리스 사회에서 그녀가 이방인 여성으로서 받아야만 했던 수많은 압력과 그로 인한 폭발을 찾아볼 수 있어요. 

메데이아는 사랑을 위해 가족과 고향에 등을 돌리고, 남편 이아손만을 믿고 먼 타국으로 왔어요. 심지어 메데이아의 고향인 콜키스는 당시 그리스인들에게 야만인의 땅으로 여겨졌기에, 그녀는 많은 차별과 편견에 둘러싸여 있었는데요. 그 와중에 이아손은 코린토스의 공주와 사랑에 빠져 하루의 대부분을 그녀와 함께했어요. 남편과 아이들이 전부였던 메데이아는 더 이상 의지할 곳이 없어진 거죠. 이처럼, <메데이아>에는 비인간적인 대우에 고통받는 이방인 여성의 모습과 인간의 갈등으로 인한 비극이 잘 드러나 있다고.

 

👻: 사람을 출신으로 차별하는 건 잘못된 일이에령! 그런데, 메데이아처럼 이방인의 처지에 있는 인물이 등장하는 연극이 있다면서령?

▲ 연극 <ANAK> 연습 사진, 극단 제공

우리는 모두 누군가의 기적 ⭐

서해안의 한 작은 도시. 필리핀에서 온 결혼이주여성 메디는 아이를 안고 아파트에서 뛰어내렸어요. 그리고 이 자살 사건의 현장에는 메디의 중학생 큰딸 한나와 시동생 재형이 있었죠. 한편, 술에 취한 재형과 대화하며 이 사건에 무언가가 감춰져 있음을 직감한 PD 호윤은 메디의 집을 구석구석 살피는데요. 한나의 책상에서 임신 초음파 사진을 발견한 그는 이 사진을 경찰인 승아에게 넘기고, 승아는 병원에 있는 한나를 찾아가요. 그리고 한나와 대화를 나누던 승아는 한나가 자신과 연락했던 가정폭력 피해자의 딸이라는 걸 알게 되죠. 이후 승아는 한나의 학교에 찾아가 탐문을 시작하며 사건의 이면을 파헤친다고.

연극 <ANAK> 연습 사진, 극단 제공
연극의 제목인 아낙은 우리말로 여성을 뜻하고, 필리핀어로 ANAK아이를 뜻해요. 극 중 등장하는 메디와 한나는 각각 가정폭력에 노출된 결혼이주여성다문화 가정 자녀를 대표하죠. 연극 <ANAK>은 가정 폭력에 쉽게 노출되는 대상을 주인공으로 설정하여 다문화 가정 내 폭력이 학업 격차와 경제적, 사회적 차별과 그리고 학교폭력으로까지 연결되는 문제를 다루고 있어요. 또한 극에서는 학대를 가하다가도 별일이 아니었다는 듯 음식을 건네는 장면이 나오는데요. 이처럼 학대 행위와 학대를 감추는 행위의 반복을 통해, 사랑하고 돌보는 방법이 상대에게는 폭력과 통제일 수 있음을 보여주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 관해서도 질문을 던진다고. 

👻: 정말 심각한 문제를 담고 있는 연극이었군령… 여기에 얽힌 사람들의 이야기는 무대에서 어떻게 펼쳐지나령?

왼쪽 오른쪽 앞 뒤 다 다 보는 겁니다 👀

연극 <ANAK>은 사건이 벌어지는 현재, 메디의 시간대, 한나의 시간대 총 3개의 시간대를 넘나들며 이야기가 전개되는데요. 이런 구조 안에서 한나는 자신의 엄마 메디가 겪은 폭력과 비슷한 사건을 경험하죠. 관객은 이를 지켜보며 메디와 한나에 대한 공동체의 대우가 어떠한지와 우리가 그들을 어떻게 대해야 하는지를 자연스럽게 생각하게 된다고.

▲ 연극 <ANAK> 연습 사진, 극단 제공

연극 <ANAK>에서는 3개의 시간대 사이의 변화를 효과적으로 드러내기 위해 조명을 활용해요. 또한, 관객이 이야기를 다양한 각도와 관점에서 바라볼 수 있도록 무대를 사각형으로 구성했는데요. 9명의 배우들이 맞춰나가는 합 속에서 관객이 나는 누구의 관점에서 이 이야기를 보고 있고, 나의 관점은 무엇인지를 곰곰이 생각해볼 수 있게 하기 위함이죠. 궁극적으로는 나의 삶 속에서 나도 모르게 누군가를 차별의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지는 않은지 스스로 되돌아보길 바란다고.
 
👻: 관객들이 좋은 질문을 가져갈 수 있도록 정말 많은 노력을 담아냈군령! 이런 공연은 어떤 극단이 만들었나령?!

▲ 극단 글과무대 단체사진, 극단 제공

문장을 구현하다, 글과무대 ✍

연극 <ANAK>을 공연하는 극단 글과무대는 ‘왜 여자가 주인공이면서 재미있는 연극은 없을까?’라는 물음에서 출발했어요. 글과무대의 연출가와 4명의 작가는 대중문화가 꾸며놓은 모습이 아닌, 일상에서 쉽게 접할 수 있는 여성을 무대 위에 그리고자 했죠. 또, 극단 글과무대는 사회에서 묻히는 목소리를 관객들에게 전하기 위해 꾸준히 소재를 개발하고 공연을 만들고 있는데요. 최근에는 연극 <이것은 실존과 생존과 이기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결혼의 현실적인 단면을 보여주기도 했죠. 텍스트의 힘이 살아있고, 작가의 의도와 상상을 무대에 구현하며, 관객들이 좋은 질문을 품고 돌아갈 수 있는 연극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 유령이가 작가님과의 인터뷰를 가져왔어령!


👻: 결혼이주여성과 다문화 가정의 자녀가 처한 현실과 그들에 대한 시선은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나령?


💁: 아낙을 준비하면서 ‘우리 사회는 많이 달라지지 않았나?’라는 질문을 받았어요. 하지만, 질문을 받은 당일에도 동남아시아 출신 학생의 학대 뉴스가 보도됐죠. 2012년에 이 이야기를 써보자는 생각을 한 이후에도 출신에 따라 차별받고 학대받는 일들이 많이 일어났고, 공연을 연습하는 중에도 결혼이주여성의 투신 자살이 있었어요. 똑같은 사건이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매매혼을 통해 결혼이주여성들이 신분을 세탁한다는 등 이주 여성에 대한 부정적 여론과 시선이 주류인 상황이에요. 이에 대한 균형을 잡는 게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에디터 T의 참관 후기 💁

연극 <ANAK>의 이번 공연이 초연이 아닌 만큼, 연습실에 모인 모든 분들이 등장인물에 대해 보다 더 깊게 파고들고자 하셨어요. 여러 인물들이 얽히고설키기 때문인지 상대 배역의 심리상태에 대해서도 서로 많은 의견을 교환하는 장면에서 뜨거운 열정을 느낄 수 있었죠. 이번 참관에서 작가님까지 만나뵐 수 있었는데, 대본에 담긴 작가님의 의도와 연출가, 배우님의 해석 조화를 이뤄가는 과정은 정말 인상 깊었어요.

플롯 PICK 💎
연극 <ANAK> 무료 초대권 6매 이벤트

✔️ 신청 기간: 5/23(월) ~ 5/27(금)
✔️ 관극 일시: 6/8(수) 오후 7시 30분
                    6/9(목) 오후 3시
                    6/10(금) 오후 7시 30분
*관극 일시별 각 2매.
✔️ 장소: 문래예술공장

👻: 도대체 메디와 한나는 무슨 일을 겪은 건지 궁금한 플로터는 같이 확인해봐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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