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순 반복 작업’은 사라져야 할까? : 노동의 미래

‘단순 반복 작업’은 사라져야 할까? : 노동의 미래

The Craftman and Bullshit jobs

저자 김스피

(Authors) Kim, Supi

출처 인스피아 저널, (82), 2023.4.12. 1-8 (8pages)

(Source) Journal of the Inspia

지난회차 https://page.stibee.com/archives/107426

(Archiv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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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레터의 하단에 ‘뉴스레터 만드는 사람 이야기(북저널리즘)’ 행사 및 굿즈 관련 알림이 있습니다.

키워드: 반복 작업, 장인, 불쉿 잡, 몰입, 노동

1.머리말

2.‘단순 반복 작업’은 단순한가?

3.‘손’으로 그린 설계도와 CAD : 반복이 만드는 지대

4.장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 워라밸의 역설?

5.맺음말

【1.머리말】

안녕하세요. 연구자님. 느릿하게 해찰하며 걷는 것을 좋아하는 김스피입니다.👤

“이제 지루한 단순 반복 작업들은 모두 AI가 하고, 사람은 창조적인 일만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요새 AI 관련 뉴스에서 가장 많이 보이는 이야기들입니다. AI가 발전하면서 빠른 속도로 반복 작업들은 자취를 감추고 있습니다.

‘지루한 단순 반복 업무’는 모두 AI가 대신 해주니, 사람은 그 시간에 창조적이고 가슴 뛰는 일에 매진하면 된다는 것입니다. 사람은 마치 ‘AI 부하를 거느린 사장님’처럼 직접 반복 작업을 할 필요 없이 과제를 맡기고, 최종 검토만 하면 됩니다. 글, 그림, 설계, 디자인 등도 모두 마찬가지죠.

<fig.1> 지루한 반복 작업들을 AI가 대체하게 될 것이라고 전하고 있는 뉴스 기사들(왼쪽) 책을 읽고 그림을 그리는 로봇과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는 사람들의 모습 / 뉴스 페이지 캡처, Asier트위터(링크)

하지만 저는 조금 의아해졌습니다.

‘단순 반복 작업’이란 무엇일까요? ‘단순 반복 작업’과 ‘창조적인 작업’의 경계는 그렇게 무를 자르듯 나뉘는 것일까요? ‘단순 반복 작업’에서 우리가 얻는 것은 아무것도 없기 때문에 버려버리면 그만일까요? 그런 중간 과정을 모두 없앤다면 생기는 문제는 없는 것일까요? 우리는 그런 세상에서 즐겁게 살 수 있을까요?...

오늘 레터에서는 <장인>(리처드 세넷),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토마스 바셰크) 등을 지팡이 삼아, ‘단순 반복 작업’에 대해 해찰해보도록 하겠습니다.

【2.‘단순 반복 작업’은 단순한가?】

만약 연구자님이 오늘부터 방망이 1000개를 열심히 깎는다고 가정해봅니다. 그렇다면 과연 첫 번째 것과 1000번째 것을 만드는 방법이 같을까요? 또한 그 방망이들의 색깔과 모양은 모두 자로 잰 듯 똑같은 모양일까요? 아마도 만드는 과정에서 몰랐던 것을 알게 되기도 하고, 더 편하게 붙잡기 위해 예쁜 손잡이를 달거나 그냥 조금 재밌는 모양으로 만들어보는 등 다른 시도들을 하게될 것입니다. 만약 “‘좋은 방망이’를 만들고 싶다!”는 마음이 있다면요.

미국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쓴 책 <장인>의 핵심 메시지는 “‘(단순) 반복 작업’은 결코 단순하지 않다!”입니다.

반복 작업은 결코 ‘단순’한 것이 아니고, 사람은 반복 작업을 통해서 비로소 몸에 밴 지식을 얻고 독창적인 발견을 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죠.

<fig.2> <장인The Craftsman> 표지(왼쪽) 파이프를 물고 찍은 리처드 세넷의 사진. 리처드 세넷은 <뉴 캐피탈리즘> <살과 돌> <무질서의 효용> 등의 저작으로도 유명한 노동, 도시사회학자입니다. <장인>은 '호모 파베르 프로젝트' 3부작 중 첫 권(<장인> <투게더> <짓기와 거주하기>)인데요. 연작에서 세넷은 사람들이 사회, 삶을 만들어가는 구체적 실천에 주목합니다. by Eamonn McCabe

우선 이 책의 핵심 개념인 ‘장인The Craftsman’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봅니다. 저자가 정의하는 장인이란 꼭 ’독 짓는 늙은이‘나 ‘방망이 깎는 노인’같은 수공업자들만 뜻하는 것은 아닙니다.
장인의 핵심 특징은 ‘일을 할 때 나의 보람, 자기 실현을 위해 자발적으로 최고의 품질을 추구한다’는 것인데요. 즉, “일을 위해 일을 하는” 사람들입니다. 예를 들면 이미 강의안은 써두었는데, 최고의 강의를 하기 위해 학생들을 떠올리며 더 재미난 이야깃거리를 찾는다든지요. 이처럼 일에 있어서 완벽을 추구하는 자세를 지닌 사람이라면 선생님이든 과학자, 직장인, 경비원, 건축가 등 누구나 ’장인‘이라고 할 수 있는 것이죠.

“이 책은[…]손과 머리 사이의 긴밀한 관계에 주목한다. 뛰어난 장인은 누구나 구체적인 작업과 생각 사이를 오가는 대화를 하게 되고, 이 대화는 반복적인 습관으로 진화한다. 이 같은 습관이 문제를 푸는 일과 문제를 찾는 일 사이의 리듬을 만든다”

-리처드 세넷, <장인>(이하 동일)

세넷은 ‘장인’들에게 있어서 ‘반복 작업’이란 피해야될 무언가가 아니라, 오히려 ‘필수적’이라고 주장하는데요. 이런 장인 개념이 점차 희박해지고, ‘손’과 ‘머리’가 분리되는 추세가 현대 사회의 많은 문제를 야기했다고 말합니다.

역시 이 책에서 가장 흥미로운 지점은 (지루하고 의미없는) ‘단순 반복 작업’에 덧씌워진 부정적인 이미지를 호쾌하게 반전시키는 부분일텐데요.

우선 통념과 달리 고대, 중세 수공업자들은 ‘머리를 비우고 단순 노동’을 한 것이 아니라, ‘물질의식’을 바탕으로 자기 일에 자부심을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선보였다고 합니다. 도자기를 만드는 도공들의 경우에도 수천년이 넘는 세월동안 반복 끝에 수많은 개량, 변화를 이끌어왔죠.

저자는 이런 도자기의 변화(진화)가 우연이 아닌, 의도된 필연에 가깝다고 주장합니다. 반복에 반복을 더하며, ‘더 잘’ 만드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해왔다는 것이죠.

그리스 도공들은 가마의 통풍조절문을 열어서 점토를 다시 한번 산화시키는 방법을 발견했다[...]이장 기법에 여러 가지 변화를 줄 수 있게 되자, 도공들의 표현이 다채로워지는 길이 열렸다[...]회전원반에 대한 도공들의 생각을 전해주는 기록은 없다. 하지만 그들이 쓰던 도구와 작업 내용이 변했고 고전시대 초기 도공들이 회전 원반을 도입하기 이전의 방법과 이후의 방법 두 가지를 모두 활용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그들이 자기가 하는 작업을 잘 의식하고 있었다고 추론할 수 있다.

또한 수공업 길드에서 차츰 ‘예술’의 씨앗이 피어났는데요. 16세기 이탈리아 벤베누토 첼리니(Benvenuto Cellini, 1500~71)는 금속 세공인으로 작업장에서 일하다, 이후 독립해서 개인 예술가로서 작품 활동을 했습니다. 안토니오 스트라디바리(Antonio Stradivari, 1644~1737)같은 역사적인 바이올린 수공업자의 스킬은 아직도 비밀에 싸여있죠.

<fig.3> 과거 건축물, 벽돌 등에는 자그맣게 'fecit'라고 쓰인 글자가 심심찮게 보입니다. 이는 라틴어로 "나는 존재한다" "내가 만들었다" 정도의 의미라고 합니다. 비록 예술가들처럼 '이름'을 남기진 못했을지라도 그 시대의 장인들은 자신이 만든 결과물에 자부심을 가지고 일을 하고 있었죠(왼쪽) 이탈리아 조각가 벤베누토 첼리니의 작은 소금그릇Saliera (1543). 극도로 화려하고 섬세한 기교가 돋보입니다. wikimedia

‘반복’에서 어떻게 새로운 변화가 탄생할 수 있는 걸까요?

리처드 세넷은 <장인>에서 우리가 반복 작업을 할 때 뇌, 몸에서 일어나는 변화와 실제 결과물이 나오는 과정을 꼼꼼히 살펴봅니다.

세넷은 우리가 몰두해서 ‘반복 작업’을 할 때 우리의 상상 이상으로 복잡한 매커니즘이 작동한다고 하는데요. 저는 핵심 요소를 아래의 두 단어로 추려보았습니다.

1.물아일체 (한 과제에 몰입했을 때 우리는 ‘화살’이 된다)
2.현장 (현장에서 오래 두리번거리기)

우선 첫 번째 ‘물아일체’에 대해서입니다. 에린 오코너라는 포도주를 좋아하는 철학자가 직접 유리 와인잔을 만들어봤다고 하는데요. 그는 이 반복 작업, 몰입의 경험을 직접 학술지에 발표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일단 이 ‘반복 노동’을 위해 “집중력을 짧은 시간에서 긴 시간으로 연장하는 법”을 배우는 것이 핵심 첫걸음이었다고 말하는데요. 오늘날엔 수많은 즐길거리, 미디어 등으로 인해 긴 시간 한 가지에 집중하는 것이 힘들어졌기 때문이죠.1)

유리잔을 만드는 과정에서 우선 기다란 대롱으로 유리 용해물을 빨아들이고, 찐득찐득한 액체가 매끈하게 이어지도록 부드럽게 젓고, 손과 눈 - 온 신경을 이 유리 덩어리에만 집중해야 합니다. 그 과정에서 그는 “사물과 한 몸이 된 상태(물아일체·物我一體)”가 됩니다. 마치 온 몸이 과녁을 향한 화살이 된 것처럼요.

“우선 뜨거운 유리 액체와 닿아있는 자신의 몸에 대한 의식은 사라지고, 그 다음에는 일의 목적 자체인 유리 액체에 몰입하게 됐다. 쥐고 있는 손바닥을 통해 의식하는 대롱의 무게감은 점점 사라졌고, 그 대신 대롱의 중간 지점을 걸쳐놓은 선반 가장자리를 느끼는 감각이 향상됐다...”

또한 세넷은 우리가 몰입해서 반복 작업을 할 때, 우리는 ‘행동-행동-행동’이 아니라 ‘행동-멈춤(질문)-행동’의 절차를 밟게 된다고 말합니다. 의식적으로 틈틈이 질문을 끼워넣는 것이라기보단, 반복 도중에 거의 무의식적으로 질문의 연쇄가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끊임없이 ‘이렇게 하니까 잘됐네’ ‘이번 건 괜찮네’ ‘이건 좀 별로다’ ‘좀 더 나아가볼까?’... 등의 생각을 골똘히 한다는 것이죠.
즉, 겉으론 잠자코 일에 집중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감각과 머릿 속은 아주 선명하게 분주한 것입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말, 도구, 창조력 등 자신이 가진 모든 자원을 쏟아붓게 되는데요.

이 때 도구들은 꼭 우리를 ‘편하게’ 해주는 것만은 아닙니다. 남의 조언이나 낯선 도구는 처음엔 내게 덜컹거리고 잘 맞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시도를 하고 수많은 실패를 하고 조율하는 시행착오의 과정에서 몸에 지식이 새겨지는 것이죠. 이런 암묵지*는 ‘반복 작업’없이는 도저히 거저 얻을 수가 없습니다.2)

*암묵지=언어 등을 통해 표현하기 어려운, 경험과 학습에 의해 몸에 쌓인 지식

도구를 자꾸 쓰다 보면 솜씨가 늘기도 하겠지만, 부분적으로는 도구가 생각만큼 말을 듣지 않을 때 오히려 솜씨가 늘기도 한다. 이런 경우는 보통 해야 할 일에 도구가 딱 맞지 않을 때 생긴다. 도구가 시원치 않을 때도 있고, 어떻게 써야 할지 아리송할 때도 있다[…]그 와중에 우리는 도구의 불완전성으로 말미암아 무언가를 배우게 된다[…]만능도구는 아직 생각지 못한 갖가지 가능성을 탐색하는 도구가 되기도 하고, 닥친 일을 처리할 상상력이 따라주기만 한다면 일하는 솜씨를 키워가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저는 이런 이야기들을 읽으며, 결국 반복 작업이란 수많은 실패로부터 배우고, 질문을 던지고, 끊임없이 조율하는 경험이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습니다. 전문가란 ‘거의 모든 방면에서 실패해 본 사람’이라는 말도 있듯이요.

두 번째로 반복과 ‘현장’에 대해 살펴봅니다. 기본적으로 ‘일’이라는 것이 문제해결이라고 할 때, 일에 몰입하는 사람은 ‘(문제의) 현장’에서 결코 떨어져있을 수 없습니다. 장인들은 현장의 자꾸 바뀌는 돌발 상황에 모든 신경을 곤두세우며 유연하게 대안을 세웁니다. 이 과정은 ‘단선적(문제 발생→해결!)’으로만 진행되지 않고, 직관적 도약도 자주 발생하는데요.
이런 독특한 영감은 통상 ‘천재적 지능’ ‘선천적인 창의력’에서 나오는 것으로 여겨져왔지만, 세넷은 현장에 오래 머무르며 ‘반복 작업’을 하는 것에서 얻을 수 있다고 주장하고 있죠.

예를 들면 19세기 피터 발로와 제임스 그레이트헤드는 템스강 아래로 지하 터널을 뚫을 방법을 궁리했는데요. 이전까지는 지하 땅굴을 파며 네모난 상자를 앞으로 이동하는 방식으로 터널을 뚫었다고 하네요. 발로는 어느날 비슷한 고민을 반복하다가 템스강에서 자신이 수영하는 모습을 곰곰 떠올렸다고 합니다. 이때 자신이 수영하는 어깨의 모양이 사각형이라기보다는 타원형에 가깝다는 것을 깨닫고 ‘타원형 터널 굴착 방식(Greathead shield)’을 발명해냈습니다.

이처럼 ‘반복’은 단순한 과정이 아닙니다. 오히려 반복 작업은 새로운 영감을 떠올리기 위한 핵심이라고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1) 오늘날 ADHD 환자가 급증한 것에 대하여 세넷은 반복 작업의 가치 저하로 인한 - 긴 집중 불가가 그 이유라고 짚고 있기도 합니다“(ADHD를 치료하려는) 교육자들은 지능과 정서 양면에서 여러 주제에 대한 아이들의 관심을 유발해서 집중 능력을 키우려고 한다...오랫동안 손기술을 숙달해가는 과정을 보면, 이 이론과는 정반대의 현상이 나타난다. 다시 말해 오랜 시간 동안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이 먼저이고 그렇게, 집중할 수 있을 때가 돼야 정서나 지능면에서 관심이 생긴다는 점이다...”.(<장인> p.276~278)

2)많은 성공전략서나 자기계발서가 저자 ‘본인에게’ 외에는 큰 감동이 될 수 없는 이유도 이런 맥락이지 않을까요? 인스피아에서 예전에 메모법 관련 주제를 다룬 적도 있는데요.(💌지난레터) <제텔카스텐>의 필자 역시, '하나의 완벽한 메모 스킬'이 있는 게 아니라 결국 각자의 체화 과정을 거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것을 강조합니다.

【3.‘손’으로 그린 설계도와 CAD : 반복이 만드는 지대】

세넷은 이같은 ‘반복 작업’이 사라질 경우 다양한 문제가 생길 수 있다고 경고합니다. 이는 곧 작업자가 과제의 진정한 목적에 집중하고 현장에서 지식을 체득하고, 숙고할 여유가 사라지는 것이기 때문이죠.

이 책에서 눈에 띄는 사례는 ‘피치트리센터 실패 사례’입니다. 피치트리 센터는 미국 조지아주 애틀랜타에 있는 지구인데요. 1970년대의 실용적인 건축을 상징합니다. 도시학자이기도 한 세넷은 피치트리센터에 들렀다가 많은 실망을 하게 된 경험을 쓰고 있습니다. 이곳은 건축가들이 설계 단계에서, 현장에 직접 머무르며 반복적인 숙고 과정을 거치는 대신 효율적인 설계를 진행하다보니 여러 문제를 안고 있었습니다.

대표적으로는 이곳 지역의 후끈후끈한 낮 기온을 고려하지 않았기 때문에, 멋지게 건물 안에 마련해둔 카페 자리는 낮엔 항상 텅텅 비어있었다고 하고요. 멋진 호텔 객실에서 커튼을 열면 ‘주차장 뷰’가 펼쳐졌습니다. 또한 공간을 과도하게 구획해 정작 건물이 지어지고나서 일부 공간이 엉뚱하게 사람들의 동선과 겉돌게 되는 ‘과잉 결정’의 문제도 존재했습니다. 그 공간을 이용하는 사람들의 행동 등을 숙고할 여유가 없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죠.

<fig.4> 컴퓨터를 통한 효율적인 설계, 건축 방식을 추구한 애틀랜타-조지아의 Peachtree Center 모습. (왼쪽) autoCAD가 개발되기 전 직접 종이에 도면을 그리고 있는 사람들로 가득한 사무실의 풍경 wikipedia

저자는 건축 현장에 CAD(Computer Aided Design)가 처음 도입될 당시 건축가들의 우려를 소개합니다.

CAD를 활용해 효율적으로 설계를 할 수 있고, 이미 건축, 산업계에선 오래 전부터 아주 보편적으로 쓰이고 있는 기술입니다만 - 손으로 직접 도면을 그릴 때와 비교해 ‘숙고의 여지’가 사라진다는 것이죠. 한 MIT 건축학 교수와 건축가 엘리엇 펠릭스는 CAD작업에 대하여 이렇게 말했습니다.

“건축 현장을 그리고, 그 위에 선과 나무를 그려넣으면서 우리 마음속에 이미지를 새기게 된다. 이것은 컴퓨터로는 할 수 없는 방식으로 그 대상을 알게 되는 과정이다[...]도면에 그리고 다시 그려보면서 그 공간을 알게 되는 것이지, 컴퓨터가 우리 눈앞에 ‘재생’해준다고 해서 알게 되는 게 아니다”

“(CAD 작업의 경우) 하나하나의 작업이 종이로 작업할 때보다 앞뒤 관계가 분명하게 인식되지 않는다[...]그러다보면 각각의 작업을 세심하게 고려하지 못하게 된다(엘리엇 펠릭스)”

저는 ‘재생’이라는 단어에서 최근 생성형 AI의 요술같은 작업을 떠올렸는데요. 이제는 키워드만 몇개 넣으면 그림 그리기에 대한 ‘반복 작업’의 경험이 전혀 없어도 그림을 뚝딱 그려낼 수 있고, 책을 읽지 않아도 멋진 글을 스타일에 맞춰 뚝딱 써낼 수 있는 것입니다.

세넷에 따르면 이는 단순한 ‘낡은 방식을 맹목적으로 선호’하는 문제라기보다는, 반복 작업에서 얻는 이점들을 포기하는 것과 관련된 복잡한 사안입니다.

“이러한 지적은 예전 방식에 대한 향수가 아니다. 컴퓨터 작업이 도입돼서 실제로 도면을 그리는 작업이 사라질 때 사람들 머릿속에서 상실되는 게 무엇인지를 지적해주는 말이다. 여타 시각적인 실습과 마찬가지로, 건축 도면의 스케치는 윤곽을 그려가면서 가능성을 탐색하는 행위다. 그 과정에서[...]작업 대상에 깊숙이 몰입하며, 그에 대한 생각을 완성해간다. 이 건축학 교수의 말대로, 건축 현장이 “마음속에 새겨지는 것”이다.”

사족이지만 저는 이 대목을 읽으며 문득 제가 인스피아를 손글씨로 쓰는 이유에 대해 잠깐 떠올려보았습니다. ‘잘 읽히는 글’을 쓰기 위해선 천천히 읽는 사람의 얼굴과 생각의 흐름을 떠올리며 표현을 하나하나 고를 필요가 있습니다. 손글씨를 쓰는 동안엔 속도가 느리니까 쓰는 동안에도 이런저런 ‘딴 생각’들을 많이 떠올리게 되고요. 그렇게 천천히 글자를 적는 도중에 갑자기 영 다른 생각이 떠올라서 글의 흐름이 바뀌는 경우도 심심찮습니다.

저는 아마 세넷이 여기서 말하고 싶었던 것도 이런 부분이 아닐까 생각해보았습니다.

또한 손글씨 정도라면 별 큰 일이 아닐 수 있습니다마는, 사회적으로 이와같은 ‘숙고의 공간(반복 작업)’이 줄어들면 사람들에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습니다. 우리의 손과 머리가 멀어지면서, 기술은 쏜살같이 발전하고 우리는 어리둥절하게 뒤에 남겨지는 것이죠. 이 기술이 실제로 일상에서 사람들에게 어떻게 적용될지, 어떤 효과를 가져오게 될지, 사회를 어떻게 바꿀지 등은 궁리하는 것은 뒷전이니까요.

저는 이 대목에서 지난달 29일 과학기술자들이 6개월 간 ‘AI개발 중지’를 선언했던 소식을 떠올렸는데요.(링크) 세넷의 렌즈로 본다면, 만약 기술자들에게 충분한 ‘장인 정신’이 있었다면 이미 개발 과정에서 많은 숙고의 과정을 거쳤을 문제입니다. 대기권을 뚫을 기세로 맹렬히 달리다가, 돌연 급브레이크를 잡는 대신요.

세넷은 원자폭탄 개발을 예로 들며, 장인과 기술 윤리에 대하여 <장인>의 에필로그에 이렇게 적고 있습니다.

“폭탄을 만드는 과정에서 그 제조자들은 이런 질문을 해봤을 수도 있다. 우리가 만들어야 할 폭탄의 최소 파괴력은 어느 수준인가? 이 질문은 실제로 조지프 로트블랫 같은 과학자들이 던졌던 질문이다[...]실용주의는 윤리적 문제를 작업이 진행되는 중에 물어야 한다고 강조하는 입장이다. 사후 약방문 식의 윤리, 작업현장에선 기정사실이 돼버린 뒤에야 윤리 문제를 따지기 시작하는 방식을 실용주의는 반대한다[...]일을 하는 과정 중에 판단하는 의식이 가동되면 윤리 면에서 좀 더 나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리처드 세넷, <장인>

<fig.5> 프랑스의 화가 Jean-Marc Côté가 1899년에 그린 '2000년 교실' 상상도. 굳이 '반복 학습'하지 않아도 신비한 기계에 교과서를 넣으면 지식이 자동으로 머리에 채워집니다. 생성형 AI의 기본도 이런 구조라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하지만 이런 기계를 통해 체득된 경험과 현장 지식을 얻을 수 있을까요?

또한 피치트리센터 사례와 관련하여 제가 인상 깊게 보았던 대목이 하나 더 있습니다.

저자는 피치트리센터 주차장에서 일하는 ‘익명의 누군가’가 범퍼가 닿는 끝부분에 세심하게 받침을 대놓은 것을 발견합니다. 만약 처음 그대로 방치되어있었다면 차의 아랫부분이나 다리를 긁힐 수 있었죠. 밤에 주차선이 잘 보이지 않자 운전자를 위해 흰선을 따로 그려두기도 했습니다. 이런 일을 한 사람은 큰 돈을 받지 못했겠지만, 현장에 오래 머무르며 사람들의 경험을 관찰하고 ‘모두에게 좋은 일’을 해낸 것입니다.

저는 이 대목에서 일본의 사상가 우치다 다쓰루가 ‘이름 없는 영웅’에 대하여 이야기했던 글이 떠올랐습니다.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현장에 센서 감도가 좋은 사람이 있었다면 이토록 심각한 사고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이대로 두면 좋지 않은 일이 일어날 것 같다’는 징후를 감지한 사람이 있으면 ‘알람 소리가 멈출 때까지’ 설계를 변경하거나 관리 시스템을 바꾸거나 작업 정지 명령을 내렸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랬다면 지진과 쓰나미 뒤에도 원자력 발전소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물론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기 때문에 그의 공적은 아무도 깨닫지 못했을 것이다(본인조차도). 하지만 우리 사회는 이러한 ‘공적을 칭송하는 사람이 없는 영웅’들의 무언의 헌신으로 간신히 지금 모습으로 유지되고 있다. 그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데 이런 이야기를 도대체 누구를 향해서 하면 되는지 그것을 모르겠다.”

-우치다 다쓰루, <우치다 선생이 읽는 법>

여기서 우치다 다쓰루는 ‘센서 감도가 좋은 사람’ 정도로 이야기했지만, 오늘 세넷의 글을 읽으며 곰곰 생각해보면 이런 사람들이야말로 ‘장인’이라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오래 현장에 머무르고, 반복적으로 일을 체득하며 ‘뭔가 좀 이상한’ 것을 온몸으로 눈치챌 수 있는 사람입니다.

이런 사람들은 정말 중요한 일을 하고 있지만, 전문가들처럼 이름을 날리거나 돈을 많이 받지도 못합니다.

‘손‘과 분리되어 ‘머리’만 남은 전문가들은 현장의 목소리를 듣지 못하고 자신의 업무적 보람도 느끼지 못합니다. ‘손’ 노동이라고 비하되곤 하지만, 정작 ‘손’과 ‘머리’를 다 써야 하는 ‘이름 없는 장인’들은 제대로 된 노동의 대가를 받지 못하고, 또한 이들의 현장에서 체화된 아이디어는 수면으로 올라와 공유되지 못합니다.

아래 챕터에서 ‘노동’과 관련하여 조금 더 이야기를 풀어보겠습니다.

【4.장인이 되지 ‘못’하는 사람들 : 워라밸의 역설】

여기까지 고개를 끄덕이며 읽어오신 분들은, 약간은 마음 속에서 의아하고 께름한 부분이 있으셨을 것입니다. 아래와 같이 생각하셨을지도 모릅니다.

‘장인의 역할이 의미있다는 것은 알겠다. 그런데 누가 시키지도 않았는데 일을 자발적으로 열심히 하는 것은 과도한 ‘열정 노동’이 아닌가?...’

그 말대로, 이 시대에 ‘장인’이라는 말은 단순히 시대착오적이라는 느낌 외에도, 묘한 어긋남을 갖습니다. 오늘날 주어진 시간 이상으로 일을 하는 것은 미련퉁이라는 손가락질을 듣기 딱 좋은 태도입니다. 내가 스스로 나의 일에 애착을 갖고 궁리하고 한발 더 나아가 살뜰히 생각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죠.

그냥 돈을 받은 만큼만 일을 하고, ‘노동’과 나의 ‘사생활’은 딱 끊어지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그것이 ‘워라밸’의 이미지입니다.

하지만 일단 이런 ‘상식’은 잠깐 미루어두고, 일과 행복의 관계를 아주 단순하게 생각해봅니다.

1.인생에서 최대한 많이 행복감을 느끼는 것은 중요하다.
2.사람은 평생 많은 시간을 일을 하며 산다.
3.그렇다면 사람들이 더 행복해지기 위해선,
▶ㄱ.‘일하는 시간’(=확고한 불행)을 줄이자
▶ㄴ.일에서 행복감을 느낄 수 있게 하자

통상 우리는 ㄱ에 집중을 해왔지만, 세넷을 비롯한 많은 학자들은 ㄴ쪽도 굉장히 중요하다고 강조해왔습니다. 세넷에 따르면 이는 자기 일에서 ‘장인되기’를 통해 가능합니다.

단, 반드시 ‘헌신할만한 조건이 갖추어야 하며, 헌신의 대가를 어느정도 인정받을 수 있어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는 점에 유의해야합니다. 세넷은 부당한 노동조건에 노예처럼 순응하고 무조건 ‘노오력’하라고 하진 않았습니다. 그는 라이트 밀스를 인용하며 ‘장인’ 업무의 특징을 아래와 같이 옮겨 적고 있습니다.

“첫째, 일에 몰입한 작업자는 일의 내용과 목적이 혼연일체를 이룬다. 둘째, 일한다는 것 자체가 주는 만족이 곧 그들이 받는 보상이다. 셋째, 하루하루의 갖가지 세부사항들은 그의 머릿속에서 최종 생산물로 그려진다. 넷째, 작업자는 일할 때 자기 행동을 직접 통제할 수 있다. 다섯째, 일하는 과정 중에 기능이 향상된다. 여섯째, 일 자체를 실험 대상으로 삼을 수 있는 자유가 있다. 일곱째, 가족이나 공동체로 말미암은 문제 또는 정치적인 문제가 생기더라도 실기작업에서 오는 내면의 만족, 일의 일관성과 실험이 모든 판단의 잣대가 된다”

-라이트 밀스, <화이트 칼라:미국의 중산층>(1951, <장인>에서 재인용)

저는 이 대목을 ‘개인’ 특성에 대한 것이라기보다는 ‘조직’ 특성에 대한 이야기로 읽었습니다. 왜냐면 개인이 아무리 장인처럼 일하고 싶어도 조직적으로 이것이 허용, 권장되지 않으면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어떤 건축가가 아무리 현장에 오래 머무르며 심사숙고해 도안을 그리고 싶어도 - 일주일 안에 설계도를 여러개 그려야 한다면 결코 ‘장인’으로 일할 순 없겠죠. 어떤 돌봄노동자가 가족처럼 치매 노인을 돌보고 싶어도, 먹고 살기 위해선 불안정한 노동 조건과 과로에 시달려야 한다면 그럴 수 없을 테고요.

즉, 세넷이 이 두꺼운 책에서 ‘장인 개인’의 능력과 계발에 대한 이야기만을 잔뜩 풀어놓은 것 같지만, 결국 이는 사회 전체적인 분위기나 노동 조건과 긴밀하게 이어질 수 밖에 없습니다. 개인이 ‘장인이 될 수 있게 하는’ 노동 조건에 대해서입니다.

<fig.6> <아, 보람 따위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라는 제목의 책. 한동안 직장인 짤들이 굉장히 유행했습니다. 이런 짤들의 핵심은 ‘노동은 아주 나쁘고 무조건 피해야 할 것’이라는 생각인데, 그렇기에 '개같이 벌어 정승같이 쓰자'는 속담처럼 직업에선 일절 보람을 찾지 않고, 무조건 돈을 많이 받는 쪽으로 - 그리고 '여가'에서 만족을 찾자는 쪽으로 생각을 되게 합니다만, 토마스 바셰크는 그런 생각에 물음표를 던집니다. (왼쪽) 무의미한 사무직 일자리 등이 늘어나고 있는 추세를 지적한 책 <불쉿 잡>. 챗GPT로 인해 이런 불쉿 잡들마저도 상당수 사라질 전망입니다. /오우아, 민음사

저는 이 대목에서 토마스 바셰크가 쓴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을 펼쳐봤습니다.

이 책을 여는 첫 문장은 아래와 같습니다.

“나는 내 일을 사랑한다.”

그는 독일에서 철학 잡지 <호에 루프트>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는데요. 이곳이 편하게 놀고 먹을 수 있는 ‘신의 직장’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 힘든 일도 많지만 스스로 보람을 느끼고 세상과 이어져있다는 느낌을 얻고 스스로 몰입하는 경험을 할 수 있어섭니다. 좋은 잡지를 만들기 위해 골머리를 앓고 우왕좌왕하는 것도 그에겐 기쁨입니다. 세넷 식으로 말하자면 그는 잡지 분야의 ‘장인’이라고 할 수 있겠죠.

바셰크는 이 책에서 조금은 낯설 수 있는 주장을 펼치는데요. 저자가 이 책에서 결연하게 주장하는 핵심 메시지를 요약해보자면 다음과 같습니다.

“‘나쁜 노동’의 해결책은 ‘노동을 버리는 것’이 결코 아닙니다. 인간은 노동에서 자신의 능력을 온전히 발휘, 계발하고 거기서 보람과 재미를 느끼기 원합니다. 우리는 ‘좋은 노동’이 무엇인지 묻고 그것이 가능한 조건을 찾아가야 할 것 입니다.”

이 책에서 저자가 ‘좋은 노동’으로 꼽은 것들은 대체로 리처드 세넷이 <장인>에서 ‘장인’의 특성으로 꼽은 것과 일치합니다.

내가 자발적으로 몰입해서, 그 안에서 성장하고, 사회에 공헌하고 있다는 보람을 느낄 수 있는 일을 뜻하죠. 하지만 기계화, 기업의 구조조정 등으로 인해 이런 노동들은 점차 줄어들고 있습니다. 실제 오늘날 많은 사람들은 보람도 없고, 대가도 적은 ‘불쉿 잡(데이비드 그레이버)’ 혹은 ‘고스트 워크(메리 그레이 외)’에 종사합니다.

이런 상황에서는 “보람 따윈 됐으니 야근 수당이나 주세요”라든지 “안녕히 계세요 여러분, 저는 이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라는 말이 턱 끝까치 차오르는 게 당연합니다.

그런데 과연 사람들은 노동 자체를 지긋지긋해 할까요?

독일의 ‘노동의 새로운 질을 위한 운동’은 2003년, 7000여명의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 물었다고 합니다. 그러자 사람들은 좋은 노동의 조건으로 이런 것들을 말했다고 합니다.

-높은 소득(92%)

-직업의 안정성(88%)

-노동은 재밌어야 한다(85%)

-동료 사이 협력을 촉진해야 한다(76%)

-의미 있게 느껴져야 한다(73%)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게 중요하다(73%)

-노동하면서 자신의 능력을 발전시킬 수 있길 바란다(66%)

...

소득, 안정성이 상위권을 차지한 건 당연한데, 그 아래 이어지는 답변의 목록들이 인상적입니다. 이런 조사 결과를 통해 알 수 있는 점은, 사람들이 노동 그 자체를 싫어한다기보다는 ‘좋은 노동을 불가능하게 하는 조건’ ‘나쁜 노동’을 싫어한다는 것입니다.

이에 저자는 강조합니다. “노동이 나쁘니 노동 자체를 삭제하자는 주장 대신,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를 물어야 할 때라고요. 또한 좋은 노동을 가능하게 하는 사회적 보장에 대해서도요.

아리스토텔레스에 따르면 인간은 자신의 능력을 발현하고자 하며, 가진 능력이 클 수록 그것을 발현하면서 더 큰 만족감을 얻는다[...]우리는 우리의 능력을 사용하기를 원한다. 우리의 능력에 못미치는 일을 할 때, 우리는 금세 지루함과 불만을 느낀다. 그러므로 이성적인 삶의 계획은 우리의 능력을 온전히 사용하는 것을 목표로 삼아야 한다[...]좋은 노동이야말로 인간의 능력을 발현하는 데 가장 크게 기여를 한다는 것이 나의 주장이다.

-토마스 바셰크,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노동을 통해 얻는 개인의 보람, 즐거움’을 논하는 것은 결코 ‘개인적인 문제’가 아닙니다.

철학자 알래스데어 매킨타이어에 따르면 개인이 노동을 통해 ‘탁월함’을 추구하는 세계에선 그와 관련된 공동체 전체가 이득을 얻게 된다고 말합니다. 세넷 역시 <장인>에서 점차 모든 분야에서 ‘장인이 사라지는 것’은 개인 뿐 아니라 사회 전체에 큰 손해이자 위험이 될 수 있다고 꾸준히 강조했습니다.

노동 조건이 아주 엉망진창인 이 시대에(“야근, 야근, 야근, 야근, 야근, 병원, 기절”·링크), 특히나 OECD 노동시간 최상위, 주 69시간 이야기3)가 나오는 한국 사회에서 노동의 ‘보람’이라든지 ‘몰입’의 행복감 같은 걸 이야기하는 것은 굉장히 조심스러운 일입니다.

그럼에도 <장인>과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의 책장을 덮으며, 저는 새삼 과연 보람있는 삶이란, 좋은 노동이란 무엇인가를 떠올려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새로운 많은 질문들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수많은 사람들이 ‘도태’되고, 한편으론 무의미한 노동에 신음하고 있는 상황은 긍정적인가? 이렇게 각각 보람 없는 일을 하고, 일의 가치는 그것이 만들어내는 가치에 상응하지 않고, 현장의 목소리와 헌신은 헌신짝 취급 당하는 사회에서 우리는 물질적 혜택 외에도 많은 것을 잃고 있지 않나? 그런 상황에서 AI가 도입되어 ‘지루한 반복 노동’을 없앤다는 소식에 우리는 임금님이 된 기분으로 환호하기만 하면 되는 것일까? 아주 쓸모없어진 인간들은 그냥 기본소득을 받고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 되는 것일까?...”

그리고 위에서도 말했듯, 좋은 노동이 무엇인가? 를 묻는 것은 결코 ‘불합리한 노동 조건’을 제각기 감내하고 ‘노오력’하라는 말이 아닙니다.

오히려 ‘좋은 노동이란 무엇일까?’를 곰곰 궁리하는 것은, ‘어떻게하면 우리가 일상에서도 즐거운 삶을 살고 나아가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것인가?’를 다같이 묻게 하는 급진적인 질문이 되지 않을까요?

기계가 인간의 팔다리가 되는 게 아니라, 인간이 기계의 팔다리가 되는 이 시대 - 거의 모든 직업들이 ‘불쉿 잡’이 되는 이 시대에요. 오늘 책들을 읽으면서 곰곰 마음에 새기게 된 생각입니다.

3)<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에선 2차 대전 이후 '재건'을 위해 '근면'을 중시하는 풍토 속 노동시간이 길어졌다는 언급이 나오는데요. "50년대에도 독일의 노동시간은 주 48시간에 달했고...(p.58)"라는 대목을 읽고서 깜짝 놀랐습니다.👤(!?)

【5.맺음말】

오늘 레터는 어쩌면 결국 “자기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로 모일 수 있습니다.

방망이 깎는 장인은 방망이 한 개 당 200만원 뜯어낼 목적이기 때문에 방망이를 반복해서 깎는 게 아니라 내가 만족하기 위해 몰두했고, 토마스 바셰크는 철학 잡지 만드는 일이 너무 좋아서 많은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일을 사랑했고, 고대 벽돌공들은 제법 멋들어진 ’진정성 있는 벽돌’들을 만들고는 뿌듯하게 제 이름 대신 fecit(만들다)라고만 써두고서도 즐거워했습니다.(관광지에서 많이 보이는 ‘철수 왔다갔다’는 낙서에서 ‘철수’는 빼고 ‘왔다갔다’만 적고도 만족했다는 것입니다. 얼마나 왔다갔다는 사실 자체가 신났기에 그랬을까요?)

이들은 한편 “사람을 사랑하는 사람“들이기도 합니다. 자신이 깎은 방망이를 쓰는 사람, 프로그램을 쓰는 사람, 잡지를 읽는 사람, 벽돌로 지은 집에 살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하며 반복에 반복을 더했습니다.

그들의 ‘헌신적인 반복 노동’들은 소리소문 없이 사회를 풍요롭게 만들어왔습니다.

출간 당시 많은 사람들을 깜짝 놀라거나 화나게 했던 데이비드 그레이버의 문제작 <불쉿 잡>의 핵심은 “오늘날 다섯 명 중 두명이 무의미한 불쉿 잡에 종사한다”는 것이었습니다. 특히 이 책은 안정적인 직장을 가진 화이트칼라들의 무의미한 페이퍼워크에 집중하고 있었는데요. 솔직히 처음 이 책을 읽는 내내 “배부른 소리 하고 있네...”라는 생각을 떨치기가 어려웠습니다. 생각은 이어졌습니다. “죽을 정도로 열심히 일해도 먹고 살만큼 돈 못 버는 사람이 태반인데, 안정적인 직장에서 일하면서 무의미한 일을 한다고 지루해한다고? 흠.”

오늘 레터를 쓰면서 비로소 그때 느꼈던 꺼림칙한 마음의 타래가 조금은 풀린 느낌이 듭니다. 그들은 안정적인 직장에 다니면서도 자신이 보람을 느끼고, 일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사회에 기여하는 일을 하지 못했기 때문에 괴로워했습니다.

실은 많은 사람들은 일에서 진정한 보람을 느끼고, 몰두하고, 자신의 능력을 계발하고, 동시에 타인과 사회에 기여하길 원합니다. 리처드 세넷은 <장인>의 마지막에 가서, 대다수의 평범한 사람들에게 ‘장인이 될 기회’를 빼앗는 사회를 비판합니다.

“왜 중간층의 잠재력이 사각지대가 되어야 하는가?[…]일을 잘하는 능력은 모든 인간이 골고루 가지고 있다. 이 능력은 처음에는 놀이에서 발현되고, 일하면서 초점을맞추고 질문하고 문제를 설정하는 능력으로 다듬어진다. 계몽주의는 일을 잘할 줄 알게 됨으로써 인간이 스스로를 다스릴 능력도 나아질 거라는 희망을 품었다[...]아렌트는 평범한 인간에게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게 민주주의의 흠집이라고 본다. 현대 민주주의를 놓고 보자면, 평범한 인간에게 민주주의가 요구하는 것이 너무 없다는 편이 옳을 것이다. 현대 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제도들이나 통신 수단들은 일에서 보여주는 대다수 사람의 능력을 활용하지도 개발하지도 않는다.”

-리처드 세넷, <장인>

성실한 직업인들의 인터뷰나 에세이를 읽는 것을 좋아합니다. 특히, 화려한 수식어로 자신의 노동을 치장하는 것에 관심이 없는 사람들이 무뚝뚝하게 풀어내려간 글, 말을 사랑합니다. 그런 이야기들을 읽을 땐, 행간에 숨겨진 묵묵하고 지난한 반복들을 떠올립니다.

민원인을 친절히 대할 때도, 사전을 집필할 때도(링크), 얼마 팔리지도 않을 학술 서적을 번역할 때도, 책을 만들 때도, 치매 노인을 돌볼 때도(링크), 많아야 수백뷰 나올 기사를 쓰기 위해 밤을 새울 때도, 시각 장애인용 영상 해설 스크립트를 쓸 때도(링크), 지하철 안내 방송을 할 때도, 시장에서 보리밥 공짜로 주는 칼국수를 팔 때도(링크) - 어차피 누가 노고를 알아주지 않을 거 알면서 한번 더 고민하고, 자신의 노동을 마주할 사람들을 신경쓰고, 반복에 반복을 더하며 제자리에서 묵묵하게 제 일을 사랑하는 ‘미련퉁이’들이 존경스럽고 사랑스럽습니다. 이들의 헌신의 조각은 '선물'처럼 세상의 구석구석을 밝혀왔습니다. 그리고 이들의 노동은 대체로 제 값을 받지 못했습니다. 하지만 AI를 통해 앞으로 이런 ‘이름 없는 장인’들의 ‘지루한 반복 노동’은 더 수월하게 대체되게 되었다고 합니다.

저는 여전히 어리둥절한 채로 서있습니다.

우치다 다쓰루의 말을 빌리자면, 이런 이야기를 도대체 누구를 향해서 하면 되는지 모르겠습니다.

✏️

“그 자체를 위해 행해지는 일이 점점 적어지고 있다.” - 막스 호르크하이머, <도구적 이성 비판>

※레터를 쓰며 읽은 책, 이 주제에 관심이 있으신 독자들이 추가로 읽을만한 서적 등을 추천합니다.

리처드 세넷, 김홍식 옮김, 『장인』, 21세기북스, 2010.

-이 책의 핵심은 오늘 레터에서 다룬 것처럼 '단순 반복 작업은 단순하지 않다'는 메시지입니다. 저자가 그런 메시지에 꽂힌 계기는 한나 아렌트가 '아니말 라보란스(단순 노동하는 인간)'를 경멸한 주장에 반발심을 느껴서라고 하는데요. 사실 이 책은 예전부터 좋은 책이라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500페이지에 가까운 벽돌책이라 선뜻 읽을 마음을 못내고 있었습니다만, 우연한 계기로 읽고 나서 - 정작 오늘날 생성형AI 시대에 아주 깊고 다양한 울림을 주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 오늘 레터에서 다루게 되었습니다. 리처드 세넷의 책들이 대체로 그렇듯, 부담없이 일반 대중들도 읽을 수 있는 글이니 오늘 레터를 보고 관심이 생기셨다면 직접 읽어보시는 걸 추천합니다. 사실 오늘 레터에서는 분량 문제로 거의 빼버리고 말았지만, 개인적으로 저는 산업혁명 시대의 '기계 vs 인간' 내용을 흥미롭게 읽었습니다.

토마스 바셰크, 이재영 옮김, 『노동에 대한 새로운 철학』, 열림원, 2014.

-저자는 독일 철학 잡지 편집장으로 일하고 있으며 돈을 벌기 위해 일을 하고, 자주 화가 나는 잡무나 고난에 맞닥뜨리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자신이 진정 보람을 느끼고 사회와 연결돼있다는 느낌을 받고 나만의 습관을 형성할 수 있는 것으로서의 '노동'이 필요하다고 역설합니다.

엄밀한 논증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의견을 뒷받침할만한 이야기들을 두루 가져오고 있는 책이지만, 그리고 중간중간 약간 갸웃해지는 대목도 있지만 그럼에도 이 책엔 간과할 수 없는, 편견을 깨주는 뜨거운 매력이 있습니다. 편하게 읽을 수 있는 책이니, 오늘 다룬 내용에 관심이 있으신 분들은 가볍게 읽어보시면 좋을 책입니다.

데이비드 그레이버, 김병화 옮김, 『불쉿 잡』, 민음사, 2021.

-사실 개인적으로 이 책이 처음 나왔을 때 읽고 나서 적었던 독서일기는 그다지 긍정적이지 않았습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비록 이 책이 시의적인 문제를 잘 짚고 있긴 하지만), 아주 결정적인 의문들을 덜 건드렸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었는데요. 대표적으로는 "기업이 왜 의미없는 일자리를 유지하는가?" "불쉿잡을 해오던 화이트칼라 당사자들은 기본소득시대에 어떻게 되는 것인가?" "화이트칼라 40% 안에 들기라도 한 사람들은 차라리 배부른 것이 아닌가?" 등의 의문이었습니다. 거기에 더해 웬만한 책에서 기본소득 이야기가 '편한' 결말로 사용되는 것에도 약간 거부감을 느꼈던 차이기도 했고요.(물론 저자는 결론을 내는 것이 목적이 아니라고 밝히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이 책이 나쁜 책이라는 의미는 결코 아닙니다. 서론부터 결론까지 말끔하게 무난한 책보다는, 차라리 제대로 물음표를 던지며 볼 수 있는 책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또한 어쩌면 이 책의 '블루칼라' 버전이 <고스트워크>(2019,링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는데요. 여튼 결국 근미래에는 너도나도 모두 '불쉿 잡'이 되리라는 것입니다. <불쉿 잡>과 위의 책을 엮었어도 재밌었을 것 같다는 생각도 드네요.

【글 속 한 문장🖍】

👤주제에 대해 더 읽을 만한 글들을 골랐습니다. 각 사진을 누르면 글을 읽으실 수 있습니다.

노동은 ‘필요악’인가?

독서시간: 약 12분 / 글자수: 약 9400자

🖍글 속 한 문장

“조지 오웰이 그의 자전적 경험을 쓴 책 『파리와 런던에서의 밑바닥 생활』(1933)에서 무위(無爲)는 인간에게 가장 해악한 상태이며 인간은 본유적으로 자선이 아닌 스스로 노동을 통하여 생계를 영위하고 싶어하는 독립적인 존재라고 믿었다. 일은 경제적 수단이기도 하지만 개인에게는 생의 의미와 목적의식을 부여해주고 사회에는 세상이 돌아가게 돕는 윤활유이자 직업공동체 사이를 이어주는 사회결속제이기 때문이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날엔 노동이란 진절머리나는 것이라는 생각이 당연하게 여겨집니다. 실제로 어느정돈 그렇기도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생각이 어쩌면 더 나은 노동을 상상하는 것을 불가능하게 하는 측면도 있지 않을까요?

사실 몇년 전 기본소득 관련 기획 기사를 쓰면서 관련 책들을 많이 읽을 기회가 있었는데요. 그때부터 마음 한 구석에선 찝찝한 기분이 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무리 공유부 등의 단어를 가져와도 결국은 '너는 이 사회에서 쓸모 없는 사람이야!'라는 사실은 바뀌지 않는 것 같다는 생각 때문에요. 이 시대 '노동'의 근본 의미를 다시 생각해보는 것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일에서 얻는 보람이 ‘1도’ 없습니다

독서시간: 약 5분 / 글자수: 약 3000자

🖍글 속 한 문장

맡겨진 업무가 너무나 무의미하고 불필요해서, 그 일을 하는 사람을 무척 괴롭게 하는 직업이 있을까[...]“거의 모두 형식적인 서류 작성하기, 고위급 관리자들에게 상황이 아주 좋은 척하기, 또 의미도 없는 숫자를 ‘짐승에게 먹여(기계에 입력한다는 의미)’ 상황을 잘 관리하고 있다는 착각을 주기 등이다. 이런 일 가운데 시민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는 일은 하나도 없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오늘 말미에 다룬 <불쉿 잡>의 서평입니다. 사실 이 책의 내용도 길게 다루고 싶었는데, 이미 분량이 많이 오버해서 레터 본문엔 상세하게 다루지 못했습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의 독서는 굉장히 특이한 경험이었는데요. 아직 제 안의 풀리지 못한 알쏭달쏭한 타래들을 앞으로도 천천히 속으로 굴려보려 합니다.

미래는 탈노동인가, 몰입노동인가?

독서시간: 약 8분 / 글자수: 약 4000자

🖍글 속 한 문장

어떤 경우든, 미래에 사회 구성원이 일을 통해 성취감을 느끼고 성장하고 있음을 느끼며, 가정과 자신을 가꿀 안정된 소득과 여가를 보장하는 것은 중요하다. 그런 점에서 기술발달이 사회구조를 크게 변화시키는 시대에, 무엇이 우리에게 ‘좋은 일’, ‘좋은 노동’인지를 탐색하는 사회적 과정은 필요하다. 독일은 인공지능과 로봇, 빅데이터로 생산을 어떻게 효율화할지를 탐색하는 ‘인더스트리 4.0’을 추진하면서, 동시에 사회적으로 ‘좋은 노동’(Gute Arbeit)에 대한 합의를 찾는 ‘아르바이트 4.0’을 병행하고 있다.

👤김스피의 블라블라

4차산업혁명을 둘러싼 '노동'이라는 키워드는 양가적인 부분이 있습니다. 한쪽에선 '더 치열한 노동'을, 다른 한쪽에선 '이젠 노력, 시간에 연연하지 않아도 되는 여유로운 노동'을 외치죠.

노동에 대한 상반된 시각을 살펴볼 수 있는 책들을 추천한 한겨레 기사입니다.

‘반복’이 만들어내는 ‘차이’

지난 레터(AI와 위작 작가의 유사점 : 한때 AI를 닮았던 인간에 대하여/23.2.15)

🖍글 속 한 문장

“요는 사람이란 기계적인 반복을 계속 하더라도 결국 어떻게 해서든 딴짓을 하고마는 존재이고, 그 딴짓에서 자기만의 새로운 고집이 생겨나고 그것이 인간을 인간답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반복을 거듭하다보니 어느 순간 자기만의 작품, 진화된 버전을 만들고 싶어졌던 페레니와 윌리엄처럼요.”

👤김스피의 블라블라

이전 레터입니다. 오늘 레터와 함께 읽으면 흥미로운 부분이 보이실 것 같기도 합니다. 인간이 아무리 '반복'을 해도 결국은 자기 나름의 의미심장한 '해찰'을 하게 된다는 것이죠.
당시 이 레터를 쓸 땐, 막연하게 사람은 로봇과 달리 딴짓을 좋아하고, 그것이 인간의 특징이다. 정도로 생각했는데 어쩌면 이런 반복 과정에서의 변화야말로 세넷이 <장인>에서 말한, '반복 작업'을 통한 '진화'라는 오랜 전통의 발로가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지난 회차(‘얼룩말 세로의 서사, 사람의 서사’)에 대한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모아 소개합니다. 편지로 다양한 의견을 보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래 버튼을 누르면 연구자님들의 반응을 읽을 수 있습니다.

👥지난 회차의 반응 및 피드백

1.오늘 4월 12일(수)부터 5월 7일(일)까지 bkjn shop회현(서울 중구 퇴계로 4길 2 4층·4호선 회현역 4번출구 근처)에서 ‘뉴스레터 만드는 사람 이야기’ 전시가 열립니다. 각 분야의 다양한 뉴스레터 운영자들의 비하인드 스토리, 책상 풍경, 일과 등을 살펴볼 수 있는 텍스트와 사진으로 꾸려져 있습니다. 인스피아도 10팀 중 한팀으로 참가하게 되었습니다. 샵에서는 인스피아 굿즈(‘해찰노트’ 등·실물 이미지 및 설명은 아래에)도 판매할 예정입니다. 주중, 주말에 가볍게 나들이로 오셔도 좋을 것 같습니다 :)

전시와 별도로 뉴스레터 발행자들의 강연(유료)도 진행될 예정이니 관심있으시면 북저널리즘샵 인스타그램을 확인해주세요.(링크) 향후 인스피아도 강연 진행할지는 아직 정해지진 않았습니다만, 뵐 기회가 있다면 좋겠습니다.(만약에 진행이 결정되면 인스타그램에 공지 올리겠습니다)

1.인스피아 굿즈가 출시되었습니다. 그간 1년 반동안 연재를 하면서 굿즈를 만들어 본 것은 처음이라 조금 어려움을 겪었습니다만, 해찰노트와 스티커 두개입니다.(영어는 ‘Hae Chal’이라고 쓰여있습니다) 스티커는 노트북에 붙이면 좋을 사이즈이고, 해찰노트는 '글 속 한 문장'과 '나의 해찰'로 나뉘어진 노트입니다. 5:5 비율로 만들어서 필사와 함께 그에 대한 나의 생각도 충분히 적어볼 수 있도록 만들었습니다. 비치지 않는 튼튼한 종이입니다.

해당 굿즈는 북저널리즘샵 전시 기간 중 bkjn shop에서 구매하실 수 있고, 이후 통신 판매는 고려 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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