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한 사람들 중 30%는 아빠라구~

“돌봄노동하는 남자, 처음 봐?” 뉴스레터를 기억하시나요? 일-가정 양립을 위해서는 남성도 가족을 돌볼 수 있게 기회를 주고 시간을 마련해줘야 한다는 내용이었어요. 이전까지는 가족의 생계를 부양하는 남성, 공격적이고 쟁취적인 남성이 이상적인 남성이었어요. 그런데 이제는 여성의 노동시장 참가율도 늘어났고 남자 혼자 돈을 벌어서는 가정을 유지하기가 힘들게 되었죠. 그리고 자기 관리와 자기계발을 강조하는 사회 변화에 따라서 마초적이고 강한 남자보다는 자기를 가꿀 줄 아는 세련되고 부드러운 남성, 아이를 돌보는 남성이 주목을 받게 되었고, 이것이 기존의 지배적인 남성성과 합쳐져서 새로운 남성성을 만들기 시작했어요. 이렇게 생계부양자로서의 남성성과 돌보는 남성성이 융합되어 나타난 남성성을 “하이브리드 남성성”이라고 해요.

돌보는 남성성을 가능하게 하려면 남자들의 돌봄이 인정받아야 하는데, 이렇게 남성들에게도 돌볼 기회와 시간을 주면 ‘남자는 회사에서 일만 하고 돈만 많이 벌어오면 된다’는 생각을 바꾸고 남성에 가해지는 유급노동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죠. 그래서 많은 나라에서 아빠들의 돌봄을 지원하고 일-가정 양립을 실현하는 것을 돕기 위해 ‘육아휴직제도’를 주요 정책으로 활용하고 있어요. 우리나라에서도 아빠들의 육아휴직제도 사용률을 높이기 위해서 노력하고 있는데요, 예를 들면 ‘3+3 부모 육아휴직제’는 부모가 동시에 혹은 순차적으로 육아휴직을 사용하는 경우에 3개월 동안 육아휴직 급여를 높여주는 제도예요. (육아휴직 제도에 대해 더 알고 싶으면 클릭!) 엄마 한 달, 아빠 한 달씩 사용하면 각각 월 200만원까지 지원해 주지만, 부모 모두 3개월씩 사용하면 300만원까지 지원받을 수 있답니다. 이러한 노력에 따라 2015년에는 육아휴직을 사용한 사람 중 6%만이 아빠였지만, 2022년에는 27.1%까지 늘어났어요(이코리아, 2023.12.20.).

바로 직전 뉴스레터에서는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사용하더라도 직장 내 주변 동료들이 지지하지 않으면 가정에서 충분히 평등한 가사, 육아 분담이 이뤄지지 않을 수 있음을 알아보았어요.  이번 뉴스레터에서는 실제로 육아휴직을 사용해본 아빠들이 어떤 경험을 하게 되는지를 중심으로 해서, 육아휴직을 더 잘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방법까지 총정리를 해볼거예요.

사진 출처: 고용노동부(http://moel.skyd.co.kr/bbs/board.php?bo_table=fun&wr_id=14)

여전히 아빠가 육아휴직을 사용하기엔 어려워!

먼저 아빠들은 육아휴직을 사용하겠다고 결심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어요. 왜냐하면 돌보는 남성성은 아직 우리 사회에 지배적인 남성성이 아니기 때문이에요.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남성은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크기 때문에 실직했거나 집안일을 하거나 아이를 돌보는 남성들은 ‘남성적이지 못한 존재’로 여겨진다는 말이에요. 또, 저번 뉴스레터에서 살펴봤던 것처럼 육아휴직을 사용해서 직장동료들이나 상사에게 불성실한 직원으로 평가받거나 이로 인해 승진이 미뤄질까봐 걱정이 되기도 하고요. 가장으로서의 능력이 없는 사람으로 인식될까봐 염려를 하기도 해요. 

스스로가 양육에 적극적으로 참여해야겠다고 생각한다고 해도 자신의 부모님이 남자가 육아휴직을 내고 아이를 돌보는 것에 반대하기도 하고요, 육아휴직을 사용하게 되면서 가정 내에 소득이 크게 줄어들 것도 고려를 해야 하지요. 아이를 낳은 직후에 아이와 붙어있거나 모유 수유를 하면서 친밀한 관계를 형성하고 부모 역할을 배워가는 엄마와 달리 아빠들은 아이들과 엄마만큼 가깝지 않다고 느끼기도 하고요, 남성들은 여성보다 자라오면서 형제 자매를 돌볼 기회에 더 적게 노출되기 때문에 어린 자녀를 돌보는 것이 어색하게 느껴지기도 하고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사람들도 적어요. 

그래서 아빠가 육아휴직을 선택한다는 것은 정말 아빠 아니고서야 아이를 돌볼 사람이 없다는 걸 의미해요. 아내 육아휴직이 끝났고, 할머니 할아버지의 도움을 받을 수 없으며 베이비시터를 고용하기에는 비용을 감당하기 어려운 경우. 그렇지만 아빠가 직장을 쉬어도 아내가 벌어오는 돈으로 가족의 생계가 유지가 되는 경우, 직장에서 충분히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는 분위기인 경우(정한나, 윤정혜, 2020; 조선주, 2018)라는 거죠.

아빠가 돌볼 때랑 엄마가 돌볼 때랑 차이가 있을까? 

아빠들이 아이를 돌볼 때 뭔가 엄마와는 다른 특별한 점이 있을까요? 아니면 아이를 돌보는 일은 누가 돌보는 상관없이 비슷할까요? 이 부분은 논쟁적이에요. 어떤 연구자들은 남성들이 아이를 돌볼 때는 자신의 아내나 어머니를 롤모델로 삼고서 육아를 하는데, 이런 방식이 유지되면 여성 = 주된 양육자라는 기존 젠더 질서가 그대로 유지되는 거라고 보기도 해요. 그런데 한편으로는 육아휴직 이후 혼자 아이를 돌보면서 우울증과 스트레스를 경험하고, 아이를 키우는 다른 엄마들과 대화하거나, 아이를 키우는 데에 정보를 얻기 위해 부모님에게 도움을 요청하고, 생각이 맞지 않는 부분에서 갈등을 경험하는 등 여성이 아이를 키우면서 경험하는 것을 비슷하게 경험하게 된다는 연구도 있어요. 아빠들이 엄마가 해왔던 것들을 하면서 여성 = 주된 양육자라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깨뜨리는 데에 도움이 된다고 보는 경우도 있어요(김연진, 김수영, 2015).

Doucet(2006)은 남성의 몸으로 주 양육자가 된다는 것은 여성이 양육자가 될 때와 다르다고 설명해요. 우리 사회가 엄마를 주 양육자로 기대하기 때문에 아빠가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 되면 주변의 인식도, 도덕적인 평가도 달라져요. 아빠들은 자신이 남자로서 스포츠를 많이 하게끔, 신체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독립적이게끔, 위험을 더 감수하게끔 길러졌기 때문에 아이를 돌볼 때도 신체 활동을 많이 한대요. 여자의 몸에서 아이를 낳고 모유 수유를 하기 때문에 아빠는 뛰어넘을 수 없는 유대가 엄마와 자녀 사이 있다고 느껴진대요. 또, ‘아이를 돌보는 아빠’가 아직 우리 사회에 익숙하지 않기 때문에 아이를 집에 데려오려고 학교에서 기다리고 있을 때, 아이들을 데리고 다른 엄마들의 집에 놀러갈 때, 파자마 파티를 하기 위해 다른 친구들을 집에 초대할 때 아빠들이 남자로서 느끼는 불편함이 있어요.

아빠들, 육아휴직 사용하면 달라져? 

아빠들이 육아휴직을 통해 아이를 돌보는 경험을 할 때 기존 성별 분업에 대한 인식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요? 아빠들이 육아에 참여한다고 해서 남성 = 돈을 벌어오는 가장, 여성 = 아이를 돌보는 사람이라는 규범에 진정한 변화를 가져오기는 어렵다는 연구들도 있어요. 아빠들은 보통 엄마들을 돕는 역할에 그치고 주된 양육자가 되지는 않으려고 한다거나, 돌봄 노동에는 적극적이지만 가사 노동 분담으로까지 이어지지는 않았다는 거예요. 아이들과 함께 노는 것과 같이 “재미있는 자녀 돌봄”만 하고 식사준비와 같이 주기적으로 해야 하거나, 목욕을 시키는 일과 같이 노동 집약적인 일, 일상적인 일, 집안일과 돌봄에 관련해서 전반적으로 계획하고 관리하는 일과 같이 겉으로 보이지 않고 인식적인 차원의 노동은 잘 하지 않았다고 해요(Daminger, 2019).

그렇지만 육아휴직이 중요하고 긍정적인 변화를 불러온다는 연구도 있어요. 아이를 키운다는 게 어떤 것인지를 이해하게 된다는 게 중요하다는 거예요. 캐나다에서 아빠, 엄마가 동시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경우를 연구한 Rehel(2014)은 처음에는 육아휴직 기간 동안 ‘쉴 수 있겠지?’라고 생각했던 아빠가 “갓 태어난 아이는 한 순간도 눈을 뗄 수 없고, 일이 끝나는 순간이 없는 생각보다 아주 힘든 일”임을 알게 되었다는 사례를 소개해요. 그러면서 아빠들의 육아휴직 경험은 휴직 이후에도 어떤 부분을 신경 써야 하고 아이를 돌볼 때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아이를 키우는 사람들이 어떤 일을 하고 어떤 생각을 하는지에 대한 인식, 공감으로 이어진다고 분석해요.

한국의 경우를 연구한 김연진, 김수영(2015)의 연구에서도 긍정적인 효과를 설명하고 있어요. 육아휴직을 사용한 아빠들은 여성도 첫 아이를 키우는 데에 있어 완벽한 양육자가 아니며, 남성도 양육을 경험하면 아이와 가까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갖게 돼요. 아빠라서 아이와 친밀하지 못하다거나 아빠라서 아이를 잘 키우지 못한다는 생각이 변화하고, 여성의 영역으로 여겼던 돌봄 노동에 대해 깊이 이해하는 거예요. 아이를 키우는 사람으로서 다른 아이를 키우는 사람에 대해 공감하게 되기도 하고요. 이렇게 보면 육아휴직은 남성이 생물학적으로 양육자의 역할을 여성보다 잘 행할 수 없다는 성역할 고정관념을 비판적으로 인식하게 되는 계기가 된다는 의미가 있는거죠.

📌 그래서, 아빠들이 더 많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아빠들의 돌봄 역할이 평등한 가사 분담으로 아직 이어지지 않는다고 해도 육아휴직은 중요한 정책이에요. 왜냐하면 육아휴직을 아예 경험하지 않은 아빠들은 경험한 아빠들보다 훨씬 더 돌봄에 소극적이거든요. 아내가 육아에 필요한 지식과 스킬을 쌓아갈 때, 남편은 아내가 시키는 일만 수행하는 등 가정과 관련된 일로부터 거리가 더 멀어져요(Rehel, 2014). 그렇다면 아빠들이 더 많이 육아휴직을 사용할 수 있게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염두에 두어야 할 것은 누구나 돌볼 기회와 여유를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점이에요. Randels(2018)는 미국에서 유색인종 남성들은 저임금 직종에서 일하고 노동 시장에서의 기회가 열려있지 않기 때문에 자녀 돌봄에 적극적으로 참여하기가 어렵다고 했어요.

저소득층 유색인종 남성들은 ‘책임있는 아빠 정책(Responsible Fatherhood Policy)’(미국에서 1970년대부터 아이를 돌보는 데에 아빠의 역할을 강조하면서 아빠되기 교육 등을 실시)으로 인해서 아이들을 적극적으로 돌볼 때 좋은 아빠라고 생각이 변화하기는 하지만 여전히 아빠와 엄마의 양육을 구분하고, 좋은 남성이 되는 것은 힘과 지배력을 가지는 것으로 인식해요. 이에 따르면 육아휴직이라는 정책이 아이들을 돌볼 기회를 제공하기는 하지만 돌볼 여유가 없는 상황에서 남성은 여전히 주변적인 역할로 머무르려는 경향이 있고, 계급, 인종, 직종 등에 따라서 생계부양자로서 돈을 많이 버는 것이 여전히 중요한 남성성의 특징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거예요.

한국도 마찬가지로 경제적 상황이나 직종, 장애, 인종, 성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가족과 자녀, 부모와 자기 자신, 이웃을 돌볼 수 있으려면 충분한 시간과 경제적 여유가 필요해요. 첫째, 일-가정 양립 정책이 대기업에만 치중된 것이 아니라 더 포괄적으로 적용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해요. 직원이 휴가를 냈을 때 인력이 모자라다거나 업무 지장이 생기지 않도록 사회 전체적으로 노동시간을 줄이거나 최저임금을 높이는 등의 노력이 이루어져야 해요. 둘째, 주변의 지원도 중요해요. 아빠가 아이를 돌본다고 할 때 지지해주고 도와주는 동료들, 친구들, 주위 이웃들, 부모님들, 회사 상사들이 늘어나야 해요. 셋째, 아빠들도 육아 동지가 필요해요. 아직 아빠들이 아이들을 돌보는 경우가 적기 때문에 좀 더 편하게 아이를 돌보는 다른 사람들과 만날 수 있게 하기 위한 공적 공간들, 예를 들면 카페, 공원, 도서관, 놀이터가 확보되어야 하고, 아빠들 커뮤니티도 있어야 해요.

결국 아빠들의 돌봄을 촉진할 수 있으려면 아빠들 자신에게 돌볼 시간과 여유를 가지는 것이 도움이 되어야 해요. 회사에서 일만 하는 것이 아니라 다른 영역에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일-가정 양립의 방향으로 나아갈 때 남성이 느끼는 일에 대한 부담을 줄일 수 있지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