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팀휘클리 정리몬👾이야. 지난 한주 동안 벗이 가장 많이 보고 들은 뉴스는 뭘까 갑자기 궁금해졌어.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득점왕에 오른 손흥민? 일주일도 남지 않은 지방선거? 또다른 인수공통전염병의 확산? 

지난 주말에 열린 국가적인 빅 이벤트가 궁금한 휘클러들도 있을까? 한🇰🇷-미🇺🇸 정상회담이 열렸잖아. 이번 회담은 대통령이 취임한 뒤에 가장 빠르게 열린 한-미 정상회담이자, 용산 대통령실에서 열린 첫 정상회담이란 기록을 남기기도 했지. 그런데, ‘이게 궁금하긴 해?’라고 뜬금없이 묻는 이유는…. 

• 지난 20일 2박3일 일정으로 방한한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첫 방문지는 경기도 평택시 삼성전자 반도체 공장이었어. 윤석열 대통령도 공장 정문에서 바이든 대통령을 처음으로 만났고. 이날 안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맡았어.
• 이번 한-미 정상회담은 미국 쪽엔 사실상 ‘비즈니스 트립’에 가깝다는 인상을 줬어. 2박3일 중 주요 일정이 ‘삼성전자(20일)-정상회담(21일)-현대차그룹(22일)’이었거든. 이재용으로 시작해 정의선으로 끝난 거지.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두고 있는데, 이 선거에서 불리한 상황이야. 그래서 이번 정상회담을 자신의 일자리 확보 성과를 알릴 목적으로 활용한 면이 있어.
• 현대차그룹은 바이든 대통령의 방한 기간에 모두 105억달러(약 12조원)를 미국에 투자하겠다고 밝혔어. 이미 지난해에 미국에 2025년까지 74억달러를 투자하겠다고 했는데, 이보다 31억달러 늘린 거야.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바이든 대통령과 50분이나 비공개 면담을 하는 정상급 대우를 받아, 기업의 위상을 크게 높이는 효과가 있었다는 평가가 나와. 삼성전자는 지난해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국 텍사스주에 170억 달러(약 21조원)를 투자해 반도체 공장을 짓겠다고 이미 약속했었고, 삼성SDI는 뒤늦게 24일 25억 달러(3조원)를 투자해서 미국 인디애나주에 배터리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지. 
• 반면, 미국 기업 쪽에서 한국에 내놓은 선물은 별로 없었어. 이번 방한엔 퀄컴, 어플라이드 머티리얼즈 같은 대형 반도체 기업들도 동행했는데 말이야. 미국 쪽이 내놓은 투자 계획은 넷플릭스 자회사의 6년간 1200억원(1억달러) 투자 정도가 전부였어.

• 자, 그럼 본론이었던 한-미 정상회담에선 어떤 이야기들이 오갔을까? 공동선언문 전체는 A4 용지 5~6장 분량으로 꽤 길지만, 요약하면 간단해: 한국과 미국이 경제와 군사 차원에서 더 가까워지겠다는 거지. 반대편에 있는 중국에 대해선 견제하는 쪽으로 더 기울고, 북한에 대해선 대화보단 압박을 하겠다는 것이고.
• 이번 정상회담의 핵심 의제는 ‘경제안보’였어. 두 나라 정상은 반도체·전기차 등의 첨단 기술 동맹을 강화해 이들의 공급망을 미국이 주도하는 형태로 재편하겠다고 선언했어. 이를 위한 틀로 이번에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아이페프)를 만들었지. IPEF는 코로나19 판데믹 이후 디지털, 공급망, 청정에너지 같은 새로운 통상 의제에 대해서 회원국 간 포괄적으로 경제 협력을 추구하는 구상이야. 참여국은 일본, 오스트레일리아, 인도, 타이, 베트남, 말레이시아 등 13개국으로 정해졌어.
• IPEF는 관세 등 무역 장벽을 낮추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과는 성격이 달라. 예를 들면, 미국이 반도체를 전략 품목으로 지정했다고 해봐. 그럼 반도체에 관해서 미국(전 공정)-한국·대만(설계·생산)-일본(장비)-말레이시아(후 공정) 등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협력 체제를 만들 수 있는 거지.
• 이렇게 IPEF는 중국을 배제하고 미국 중심으로 첨단·미래 산업 공급망을 재편하려는 목적을 띄고 있어. 아직 구체적인 내용이 만들어지지는 않은 상태지만, 앞으로 중국에 타격을 가하기 위해 표준을 정해서 중국 상품을 배제하거나 기술·수출 통제 등의 강도 높은 조처까지 취할 수 있단 전망이 나와.

• 당장 중국은 IPEF를 두고 강한 어조로 규탄하고 있어. 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지난 22일 “자유와 개방의 기치를 내걸고 있지만, 패거리를 지어 소그룹을 만드는 데 열중”하는 것이라며 “그 목적은 중국을 포위하려는 시도이며, 아·태 지역 국가를 미국 패권의 앞잡이로 삼으려는 것”이라고 강한 불만을 표시했어.
• 정부에선 IPEF 가입이 중국을 배척하는 것은 아니고, 한-중 관계도 관리할 수 있다고 보고 있어. 제아무리 중국이라도 13개 회원국 전체를 상대로 일일이 보복을 가하기는 어려울 거란 거지.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3일 미국 <CNN> 방송과 인터뷰에서 “(IPEF에) 적극 참여하지 않는다면 국익에 대단한 손실이 있을 것”이라며 “중국과 경제협력을 소홀히 하려는 뜻은 절대 아니다. 중국 쪽에서 너무 과민하게 생각하는 것은 합리적이지 않다”고 말했어. 
• 한-미 정상회담 평가 좌담회에서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한동대 교수)은 “규범을 만드는 시작점에 들어가야 한다는 정부의 주장엔 공감하지만, IPEF가 나중에 중국 봉쇄 쪽으로 가게 되면 어떻게 할 건가? 잠재적인 시한폭탄 같은 요소들이 있는데, 너무 쉽게 ‘자동문’처럼 열어줬다는 느낌이 있다”고 말했어.

• 한국과 미국은 북한에 대해서도 앞으로는 대화가 아닌 압박을 해나가겠다는 메시지를 분명히 했어. 지난해 5월 문재인 당시 대통령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과거 북한과의 정상회담인 ‘2018년 판문점 선언’과 ‘싱가포르 공동성명’을 언급하며 외교와 대화가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 정착에 필수적이라는 점을 공동성명에 담았거든. 하지만 이번 윤 대통령과 바이든 대통령의 공동성명에선 이를 언급하지 않았어. 반면, ‘북 위협에 대한 인식 공유’ ‘무력시위 규탄’ ‘인권 상황에 대한 우려’ 등 북한이 싫어할만한 소리만 골라서 했지.
• 특히 “한미 연합훈련 확대”를 합의한 건 북한의 반발을 부를 수 있는 대목이야. 이는 2019년 이후 중단한 대규모 병력·장비가 참여하는 야외기동훈련을 빠르면 오는 8월부터 재개할 수 있다는 의미거든. 북한은 그동안 한미 연합훈련을 대북 적대시 정책의 상징으로 여기고, 이것을 중단해야 대미·대남 관계를 재개할 수 있단 조건을 내걸어 왔어.
• 이런 북한에 대한 냉랭한 태도는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에서도 단적으로 드러났어. 바이든 대통령은 22일 오전 한 기자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에게 전할 메시지가 있느냐”고 묻자 “Hello(안녕)”라고 간단히 답한 말한 뒤에 잠시 뜸을 들이다 “Period(이상, 끝)”라고 짧게 대답한 게 많이 회자됐어. 윤석열 대통령도 지난 23일 <CNN> 인터뷰에서 “일시적인 도발과 대결을 피하기 위해서 저쪽(북한)의 심기 내지는 눈치를 보는 그런 정책은 아무 효과가 없고 실패했다는 것이 지난 5년 동안에 이미 증명이 됐다”며 “많은 사람은 그걸 ‘굴종 외교’라고 표현을 한다”며 수위 높은 발언을 쏟아냈어.

• 이처럼 미·중·남·북이 모두 대화할 생각이 없는 ‘강 대 강’ 대치 국면이 이어진다면,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까? 한-미 정상회담 평가 좌담회에서 김연철 전 통일부 장관은 “남북 간 긴장이 고조되면 미-중 간 군사적 대결의 무대가 남중국해에서 대만해협으로, 그리고 한반도로 옮겨질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말했어. 김준형 전 국립외교원장은 “미국의 전략에 한국이 활용될 가능성이 매우 높아졌다”면서 “윤석열 정부는 선택을 한 것 같다. 선택하면 편해질까? 선택을 했기 때문에 미래에 선택해도 될 문제가 앞당겨지게 됐다”고 말했어. 
• 한-미, 미-일 정상회담(22~24일)이 끝나기가 무섭게 북한과 중국은 무력 시위로 답했어. 바이든 대통령이 한·일 순방을 마치고 미국에 도착하기도 전인 25일 오전, 북한은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단거리 탄도미사일(SRBM) 등 3발의 미사일을 동해로 발사했어. 앞서 중-러 폭격기 6대가 24일 오전 동해상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에 무단 진입했고. 동북아시아라는 열강의 ‘체스판’의 온도가 서서히 오르기 시작하고 있어.

💬 또 물어봤다

지난주 휘클리 vol.61:(난이도 上) 테라와 루나가 남긴 질문들을 보고 휘클러들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왔어. 쉽지 않은 이야기를 함께 나누고, 이런 답장까지 받는 기분, 너무 좋은데 설명이 잘 안 돼.😍 모두들 고마워💌 혹시 못 본 휘클러가 있다면 읽어보길~

😉암호화폐는 정말 어려운 개념이라 이해하기를 포기했었는데, 이번 레터 덕분에 진짜 잘 이해됐어!! 블록체인에서부터 스테이블 코인, 이번 루나 사태까지 다 샅샅이 짚어줘서 정말 처음으로 이해한 것 같아 고마워~~~

😀루나코인 사태에 대해 알고 싶었으나 어디서부터 접근해야할지 막막했는데 휘클리가 많은 도움이 되었습니다! 원래 뉴스레터는 당일 날 보고 바로 지우는 편인데, 이번 레터는 편지함에 남겨두고 종종 다시 읽으며 공부할까 합니다. 감사합니다.

🤣코인 이야기가 멀고 어렵게만 느껴졌어요. 저랑은 상관없는 이야기인데 어떻게 이해해야 할지 잘 몰랐던 것 같아요.ㅎㅎ 이번 뉴스레터를 통해 어려웠던 부분을 조금이나마 이해할 수 있게 되었고, 해당 분야에 한 발짝 더 가까워진 느낌이어서 좋았습니다. 쉽지 않은 이야기에 파고들 수 있게 해주신 휘클리 제작진 여러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