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61 I 2022.05.19

벗 안녕.🙋


세상에 엄청난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 나만 모른 채 평소처럼 지내고 있다고 생각한 날, 혹시 있어? 익숙하게 알고 있던 세계 바깥에서 중요한 일들이 정신없이 펼쳐지는 느낌🤯이랄지. 가상자산 루나 가격이 -99.99% 하락했다는 소식을 (무려;) 신문에서 처음 본 날도 딱 그런 느낌이 들더라고.


재닛 얠런 미국 재무부 장관까지 나서서 테라 생태계의 몰락과 UST/루나의 가격 폭락을 언급했다는데. 그러고 보니 실패한 투자자들의 깊은 절망이 유튜브 영상으로 자꾸만 올라오고 있네. 심지어 경찰은 만일의 끔찍한 사태를 대비해 한강 다리에 순찰 경계령까지 내렸다고 해.😱


‘테라는 뭐고? 루나는 뭐지? 이게 다 무슨 일이지?’ 어안이 벙벙했지. 경제나 자산 시장에 조금은 관심이 있다고 생각해왔거든. 그래 봐야 주식·채권·부동산 같은 익숙한 것들이지만. 아직 제도 안에 들어 오지않은 가상자산이나 암호화폐의 세계엔 어쩌면 일부러 무심했어. 몇몇 코인 투자자의 관심사라고만 생각했거든. 벗은 어때?


낯선 세계를 벗들에게 이어주는 것🤝도 휘클리의 역할일 거야. 그래서 대체 테라와 루나가 뭔지, 어쩌다 이렇게 추락한 것인지, 그 영향은 어디까지 미칠지 물어보기로 했어. 물론 이미 이쪽? 세상을 잘 아는 휘클러들도 있겠지만, 최대한 초심자 눈높이에 맞추려 했어. 

📂 h_weekly, quickly 

  1. 한 번 물어봤다: -99.99% 테라의 몰락이 남긴 질문들
  2. 안 읽으면 손해다: 재택근무는 생산성을 높였을까 外
  3. 톡톡, 휘클러: 지난 이벤트 당첨자 발표 
-99.99% 테라의 몰락이 남긴 질문들
게티이미지뱅크
📂물어보기 전에_테라·UST·루나… 낯선 세계의 더 낯선 단어들
✔️ “테라, 암호화폐의 리먼 브라더스 될까?”
  • 가상자산(코인) 시가 총액 10위 안에 들던 루나 코인이 1주일 만에 휴지조각이 되는 일이 벌어졌어. 5월6일 80달러 수준이었던 루나 가격이 5월13일에는 0.00001달러 수준까지 추락한 것. 루나의 도움으로, 무슨 일이 있어도 1달러 수준을 유지해야 하는 ‘스테이블 코인’인 테라USD(앞으로 UST라고만 적을게)는 스테이블(안정적인)의 의미를 완전히 잃어버리고 말았지.
  • 주요 거래소들은 루나와 UST의 거래를 중단했어. 투자자들은 1800만원이 이틀 만에 1만원이 된 망한 상황에 패닉을 느끼는 중이야. 물론 우리나라 일부 투자자만의 일은 아니야. 영국 <가디언>은 ‘테라의 몰락은 암호화폐의 리먼 브라더스 사태가 될까?’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테라의 몰락을 세계 금융 위기의 시작점이었던 리먼브라더스 사태에 빗대었어. 이번 일이 어느 코인 하나의 몰락을 넘어 가상자산 시장 전반에 미칠 영향을 우려한 거야.
  • 루나와 UST는 2019년 한국의 테라폼랩스(대표 권도형·신현성)에서 만든 테라 생태계를 구성하는 가상자산이야. 한때 한국산 코인의 자랑, 이제는 세계의 골칫거리가 돼버린 셈.
🤔이게 다 무슨 얘기들인가, 싶지? 이번 휘클리는 낯선 세계를 다루고 있는 만큼, 가상 자산 세계에서 주로 쓰는 단어의 의미와 맥락을, 물어보기 전에 알아보기로 했어. 일종의 휘클리식 단어장📓을 만들어 보는거지. 이런 단어들이야.

🍇기초 단어 : 암호화폐·가상자산·알트코인
🍏본격 단어: UST·스테이블 코인·디파이
🌽심화 단어: 루나·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앵커 프로토콜
  
✔️ 기초 단어_암호화폐·가상자산·알트코인
  • 먼저 암호화폐, 가상자산, 알트코인의 의미를 돌아보려고 해. 사전적인 뜻보다는 이런 말이 나온 배경에 초점을 맞춰서. 테라의 몰락을 보며 생각해 봐야 할 것들이 기초 단어의 맥락 속에 담겨있을 것만 같아.
  • 2009년 1월3일, 비트코인이 탄생했어. 누가 만들었는지는 모름. 중요한 건 비트코인이 ‘정부나 은행의 간섭을 받지 않는 무정부주의 화폐’를 꿈꾸며 등장했다는 거지.
  • 여기서 잠깐, 돈이란 무엇일까. 화폐의 핵심은 아마도 신뢰일 거야. 그냥 종이에 숫자가 적혀 있을 뿐이지만 모두 그만한 가치가 있다고 ‘믿는 것’뿐이잖아. 심지어 지폐 없이 은행 앱에 숫자가 변하는 걸 보면서도 우리는 “와, 돈 벌었다”고 생각하지. 그 믿음의 바탕에는 국가(정부)와 제도화된 금융 시스템이 있어. 이 믿음이란 것의 중요성은 루나와 테라 사태 속에서도 반복되니까 일단 가슴에 새겨두기로 하자.
  • 그런데 말이야, ‘왜 화폐에 대한 믿음을 꼭 국가나 제도화된 금융 시스템만 보증해야 할까?’ 하는 의문을 제기한 이들🏴‍☠️이 있었어. 2008년 세계금융위기를 겪으며 이전의 금융 제도를 불신한 사람들이야. 정부나 제도 대신 ‘기술’로 참여자 모두가 서로에게 믿음을 주는 화폐 시스템이 가능하다는 생각을 한 거야. 이때 말하는 기술이 요즘 숱하게 듣고 있는 블록체인, 그 위에서 탄생한 화폐가 비트코인이야. 블록체인 기술로 화폐의 기초인 믿음을 획득한 화폐, 그렇게 ‘암호화폐’라는 단어가 나오게 되었어.
  • 그런데 문제는 막상 비트코인이 결제 수단으로 큰 의미가 없었다는 것. 결제에 너무 오랜 시간이 걸리고, 가격 변동도 심했기 때문이야. 건네는 순간 가치가 달라져 있는 돈을 어떻게 결제에 쓰겠어. 결국 (잘 투자하면) 수익률 높은 자산 정도로 여겨졌지. 2017년 1차 전성기, 2021년의 코인 투자 열풍 기억하지? 이쯤 되면 무정부주의 화폐라기보다는 투자 수익이 얼마나 될까를 따지는 그냥 ‘가상자산’이라고 부르는 게 적절하겠지.
  • 맞아. 여기까지는 비트코인의 역사야. 비트코인은 가상자산 시장의 절대적인 존재이긴 하지만 전부는 아니지. ‘비트코인의 부족한 부분을 보완하겠어!’라고 주장하며 수많은 코인이 등장했어. 좀 더 빠르달지, 좀 더 안정적이랄지 하는 저마다의 ‘쓸모’를 앞세웠지. 그 수많은, 비트코인 이외의 코인들을 알트코인’이라고 불러. 물론 만든 사람이나 투자하는 사람의 실제 목적은 그런 쓸모보다는 새로운 투자 자산이 가져다줄 수익이었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 같아. UST와 루나도 그런 알트코인 가운데 하나야. 다만 조금, 아니 꽤 독특한 구석이 있었으니….

✔️ 본격 단어_UST·스테이블코인·디파이
  • 이제 본격적으로 테라와 관련된 단어를 살펴보려 해. 테라는 하나의 화폐 생태계를 지칭하는 말이야. 테라의 세계에는 두 개의 코인이 있는데, 하나는 UST(테라USD), 또 다른 하나가 루나야. 
  • 먼저 소개할 코인은 UST. 테라 생태계에서 중요한 것은 어떻게든 1UST의 가치=1달러로 고정될 것이라는 믿음👏이야. 이렇게 실제 화폐 가치에 연동된 코인을 ‘스테이블 코인’이라고 하고 이 연동을 ‘페깅’이라고 해. 
  • 스테이블 코인은 왜 필요할까? 그건 비트코인을 비롯해 다른 코인들의 가격이 너무 크게 왔다 갔다 하기 때문. 이런 코인 시장에 안정적인 현실 돈과 연동된 코인이 있으면 가상자산 세계 전체가 확장될 수 있어. 가치가 크게 흔들리지 않는, 제대로 돈 노릇을 하는, 기준이 될만한 녀석이 생기기 때문이야. 
  • 예를 들어 다른 코인을 통해서 번 돈을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꿔 놓을 수 있어. 다른 가상자산으로 두자니 가격이 또 변할까 두려운데, 그렇다고 현실의 돈으로 바꾸자니 수수료도 들고 번거롭거든. 대신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 바꿔서 저장해 두는 거지. 마치 은행에 예금하는 것 같지? 맞아, 가상자산 세계에 은행🏦 비스름한 것이 탄생! 결제하는 순간마다 가치가 변하는 다른 코인과 달리 안정적인 스테이블 코인으로는 물건이나 다른 가상자산을 살 수도 있겠지? 결제 수단💳 같은 것도 탄생!
  • 이런 식으로 스테이블 코인의 안정성을 바탕으로 가상자산 세계의 금융 시스템이 만들어지는데. 그런 것을 디파이’(탈중앙화 금융)라고 한대. 국가나 중앙은행처럼 특별히 신뢰를 보증할 주체가 없어도 금융이 가능하다는 의미야.
  • UST는 이런 영역들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겠다며 출사표를 던진 거야. 그럴듯한 명분이지? 문제는 이전에도 강력한 스테이블 코인들(테더, USDC)이 있었다는 것. 후발주자인 UST는 이들을 재빨리 따라잡기 위해 좀 다른 방식, 혹은 무리수를 두게 되는데… 그 중심에 루나가 있어.
  
  루나의 로고. crypto logs.
✔️심화 단어_루나·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앵커프로토콜
  • UST 말고 시장을 주름잡던 스테이블 코인들이 스테이블하게 1달러 가치를 유지하는 방법은 대개 담보💰를 예치해 두는 거였어. 코인을 하나 발행할 때 그 가치만큼의 달러랄지 국채 같은 안전 자산을 쟁여 두는 방식. “만일의 사태가 발생해도 이 코인을 가져오면 언제든 우리가 가진 달러로 바꿔드릴 수 있지요”하고 말하는 순간, 이 코인의 1달러 가치는 유지되겠구나 하는 믿음이 생겨나니까. 그러나 테라는 달랐어.알고리즘 기반 스테이블 코인’을 만들었어. 담보 없이도 프로그래밍으로 1UST=1달러를 유지할 수 있다는 것. 그래서 만들어진 게 루나 코인이야.
  • ‘루나’는 UST와 교환할 수 있고 가상자산 시장에서 그냥 거래되기도 해. 이런 성격을 통해서 UST의 가치를 1달러로 유지해주는 역할을 하는데, 예를 들어 볼게. UST를 원하는 사람이 많아서 1UST 값이 1.2달러까지 올라갔다고 해보자. 그리고 내가 루나를 보유하고 있다고 해보자. 그럼 난 루나 1달러어치 대신 1UST를 가지려 할거야. 왜냐면, 루나는 UST와 교환할 수 있고, 루나를 버리고 UST로 교환하는 순간 0.2달러를 벌 수 있으니까. 땅 짚고 돈 번거야.🙌 그런데 이렇게 하는 사람들이 많아지겠지? 그럼 다시 UST의 공급이 늘어나고 실제 가격도 다시 1달러로 떨어지는 거야.
  • 한 번만 더. 반대로 1UST 값이 0.8달러로 떨어졌다면? 1UST는 1달러라고 했으니까, 1UST를 가진 사람이 1달러어치 루나로 바꿔 달라고 하겠지. 0.8달러짜리 1UST를 가지고 1달러 가치가 있는 만큼의 루나를 받았으니 역시 0.2달러를 벌었다!🤗 역시 이런 사람이 많아지면 루나 공급이 느는 대신 테라 공급이 줄어드니까, 다시 1UST=1달러를 찾아가게 돼. 물론 이 모든 과정은 프로그램(테라프로토콜)이 자동으로 하기는 해.
  • 다만 이 과정이 원활하려면 몇 가지 조건이 필요한데. 테라와 루나를 교환하고 쓰는 사람이 많아져야 한다는 거지. 그래서 UST의 쓸모(라고 적고 유인책이라고 부른다)를 만드는 각종 방책이 나오게 됐어.
  • 앵커프로토콜이 대표적이야. UST를 넣어 두면 무려 20%의 금리로 이자를 주는 시스템이야. 그냥 넣기만 해도 20%를 주는 금융 상품이라니 엄청나잖아.🤑 사람들이 몰리면서 테라 생태계의 규모도 급격히 커졌어. 다만 뒷사람이 계속 돈을 넣지 않으면 정상적으로 이어가기가 쉽지 않은 구조였지. 그래서 폰지 사기💣 아니냐는 우려도 나왔어. 그래도 당분간 승승장구할 줄만 알았던 테라 생태계가 무너지는 과정은… 너무 빠르고 간단하였으니.

✔️ 죽음의 나선과 테라런
  • 5월7일 누군가 갑작스럽게 UST를 대량 매도했어. 갑자기 UST 매물이 늘어나니까 1UST=1달러가 순간적으로 무너졌지. UST를 1달러 수준에 맞추기 위해서 루나를 발행해서 UST를 사야 하는데, 가뜩이나 금리 인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루나 가격도 다른 가상자산들처럼 하락🔻추세인거야.
  • 가뜩이나 낮은 루나 가격이 UST의 1달러 가치를 보호하기 위해 계속 발행됐어 → 그래도 UST 가격은 제자리를 못찾으니까 공포가 일기 시작했어 → 계속해서 UST 매도 물량이 나오고 → 그럴 수록 계속 루나를 발행하고 → 발행량이 많으니 루나 가격이 다시 내리고 → 그럴수록 UST의 가치를 1달러로 끌어 올리는 게 더 힘들어지는 무한 악순환.
  • 테라런(테라 생태계로부터의 탈출)🏃이 벌어진 거야. UST의 대량 매도가 나타나 UST 가격이 떨어지고, 그럴수록 루나를 더 발행해서 루나 가격도 내려가는 악순환. 보통 7억개 수준이었던 루나 코인 총량은 5월19일 7조개 가깝게 불어나 있네. 테라 생태계는 끝장 났지만 프로그램은 계속 1UST=1달러를 맞춰보겠다며 루나를 발행하는 중이야.😥
  • 1UST=1달러가 무너진 지 불과 48시간 만에 루나 가격은 100분의 1을 넘는 수준으로, 닷새 만에 1000분의 1을 넘는 수준으로 내려.(가격 변동이 커서 정확하지는 않지만, 대략.) 한때 테라 생태계에서 신으로 추앙받던 권도형 테라폼랩스 대표는 5월13일(현지시간) “UST가 역할을 하기에는 사용자에게 신뢰를 너무 많이 잃었다”며 테라 생태계의 실패를 인정.
  •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5월17일 “최근 기준으로 루나 이용자가 28만명이고, 이들이 700억개 정도의 (가상화폐를)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어. 추정일 뿐이야. 현재로선 UST나 루나 같은 가상자산 투자자를 제대로 파악할 방법도, 투자자 보호의 근거로 삼을 제도도 없는 상태야.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디지털자산기본법⚖️이 마련돼도 이번 같은 피해를 막을 수는 없다고 해.
  • 문제는 이 사건이 단지 테라 생태계의 실패에 그치지 않는다는 거야. 스테이블 코인과 가상자산 전반에 대한 불신으로 번지면서 가상자산 시장이 동반 하락했어. 미국 재무부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어.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은 5월12일 UST 폭락 사태를 언급하며, “스테이블 코인은 실질적인 위협은 아니더라도 빠르게 성장하고 있고 수세기 동안 있었던 뱅크런 사태에서 발생했던 것과 동일한 종류의 위험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짚었지.

👉 테라 생태계는 어떻게 이렇게 순식간에 무너져 버린걸까. 애초 UST와 루나, 더 나아가 가상자산 시장 전반이 품고 있었던 문제는 없었을까. UST가 정말 대안적인 화폐가 될 가능성은 없었을까. 이번 사건이 미치는 영향은 어디까지일까. 아직 남은 숱한 의문을 한 번 물어보자.
루나 가격 그래프. 코인마켓캡.
💬 한 번 물어봤다

휘클리와 먼 친척관계(?)인 블록체인 전문 매체 코인데스크코리아에서 부편집장을 맡고 있는 박근모 요원에게 물어봤어.👓휘클러들이 이번 내용을 이해하는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됐음 하는 바람으로, 존칭은 서로 생략했어.

휘클리: 잘 나간다던 UST와 루나가 일주일도 안 돼 휴짓조각이 된 게 이상해. 무슨 일이 벌어진 거야?

근모 요원: 금리 인상이나 우크라이나 사태 영향으로 가상자산 시장이 침체하고 있었어. UST의 가격이 1달러를 밑돌면 UST를 줄이고 대신 루나를 발행해서 가격을 올려줘야 하잖아. 그런데 루나 가치가 너무 빨리 하락해 버린 거지. 그러면 UST를 1달러에 맞추기 위해 너무 많은 루나를 발행해야 하고, 그러면서 루나의 가치는 더 떨어지는 악순환이 이어졌어. UST 가격이 1달러를 유지하지 못하는 걸 보면서 불안한 UST 보유자들도 팔려고만 했고. 이 과정에서 UST와 루나 가치는 더 떨어지게 되었지. 테라 쪽은 알고리즘으로 어떤 상황에서든 1UST=1달러를 유지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너무 쉽게 초과해 버렸어.


휘클리: 하락이 갑작스럽다 보니 외부 세력의 공격(갑작스러운 UST 매도)을 당한 게 아니냐는 얘기도 들었어.

근모 요원: 그런 설도 있어. 전통적인 금융 세력인 월가 헤지 펀드들의 공격이 있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다만 그렇다고 해도 외부 공격 한 번에 무너질 정도라면, 언젠가는 무너질 코인이었다고 봐야 해. 그만큼 취약했다는 점에 더 집중해야지.


휘클리: UST와 루나의 관계를 공부하긴 했는데 여전히 어렵네. 테라 생태계의 특징을 다시 한 번 설명해줘.

근모 요원: 스테이블 코인에는 담보 기반 코인과 알고리즘 기반 코인이 있어. 담보 기반 스테이블 코인은 실제 달러를 쌓아놓고 그만큼만 발행해야 해. 담보를 제대로 쌓아두지 않는 문제가 있기는 했는데, 그래도 금융 당국의 감시와 시정이 가능했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지. UST는 알고리즘과 루나 코인을 가지고서 담보 없이 프로그래밍만으로 1UST=1달러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한 거야. 후발 주자로서 빨리 성장해야 하는데 일일이 담보금을 쌓아둔다는 게 쉬운 일은 아니잖아.

담보물이 없는 스테이블 코인이라는 건, 사태가 터지고 보니 테라가 가지고 있었던 가장 큰 위험 요소였던 거야. UST의 가격 하락을 막을 제대로 된 도구가 없었고, 투자자들의 신뢰도 급격히 식었으니까.


휘클리: 테라의 몰락은 가상자산 시장에 어느 정도의 충격인 거야?

근모 요원: 5월5일 이번 사태가 터지기 전에 전 세계 코인 시가 총액이 1조8천억달러쯤 됐어. 5월12일이 되니 1조2천억 달러쯤 되었지. 일주일 사이에 코인 시장 자금 3분의 1이 사라진 거야. 루나와 UST를 넘어서 코인 시장 전반에 대한 불신이 커졌기 때문에 대부분 코인 가격이 폭락했지. 그나마 안정적이라는 스테이블 코인조차 믿을 수 없게 되었으니까. 이렇게 빨리 시장이 쪼그라든 경우는 처음 보는 것 같아. 그래서 누군가는 ‘크립토 겨울’이 다시 오는 거 아니냐는 의견을 내놓기도 해. 물론 아직 그 정도는 아닐 거라고 생각하지만.

*크립토 겨울: 2017년 급등했던 비트코인 가격이 각국 정부가 규제를 예고하며 폭락한 뒤, 2018~2020년까지 이어진 가상자산의 긴 침체기.


휘클리: 테라는 애초에 어떤 지향점을 가지고 나오게 된 코인이야?

근모 요원: 처음에는 결제용 코인을 만들겠다며 나왔어. 온라인 쇼핑몰 같은 데서 실제로 사용할 수 있는 코인을 만들겠다는 거였지. 초반에 몇몇 온라인 쇼핑몰과 제휴하기도 했지만 쇼핑몰들과 관계가 끊어져서 지금은 그런 용도로는 쓰이지 않아. 설립자인 권도형씨는 ‘UST가 세계 최대 시가 총액을 가진 스테이블 코인이 될 것이다, 스테이블 코인을 장악할 것이다’하는 내용의 주장을 해왔어.


휘클리: 그렇다면 사람들은 왜 UST와 루나를 산 거야?

근모 요원: 투자 수익. 특히 테라가 이렇게까지 빨리 덩치를 키운 이유는 ‘앵커프로토콜’ 때문이야. 앵커프로토콜은 테라 생태계에서 일종의 은행 같은 역할을 하는 것으로 이해하면 돼. 루나를 사서 UST로 바꾼 다음에, 그 UST를 앵커프로토콜에 넣어 두면 연 20%의 이자를 주기로 약속했어. 


휘클리: 그게 말이 돼?

근모 요원: 맞아. 유지될 수가 없지. 높은 금리를 어떻게 감당할 것이냐 하는 의구심에 테라 쪽의 답은 가지고 있던 준비금을 써서 메우겠다는 거였어. 일종의 출혈 마케팅이랄까. 무리수를 둔 거지. 처음에는 손해를 좀 보더라도 UST가 더 널리, 더 많은 사람이 쓰는 스테이블 코인이 되면 결국 성공할 수 있다고 자신했어. 

이렇게 UST를 퍼트리고 더 많이 사용하게 할 목적으로 ‘미러프로토콜’이라는 것도 만들었어. 주식은 코인으로 거래할 수 없으니까, 각 기업 주가를 그대로 복사해다가 UST로 투자할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든거야. 미러프로토콜은 등록하지 않고 주식 거래를 했다는 혐의를 받아서 지난해부터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수사를 받고 있어.

연합뉴스  

휘클리: 실패하긴 했지만 UST도 나름의 의미가 있었던 건 아닐까? 정부나 제도의 간섭 없이도 안정적인 코인이랄지 하는.

근모 요원: 코인의 쓸모에 대해 생각해 볼 필요가 있어. 현재 코인들은 저마다 ‘나는 이런 용도로 만들어졌기 때문에 활성화가 될 거고, 그래서 비싸질 것’이라고 주장해. 하지만 현존하는 코인 중에 실제 쓸모가 있는 코인이 있느냐 하면 거의 없어. 그냥 거래소에서 거래되는 용도만 있지. UST도 그랬어. 현실적으로 스테이블 코인은 법정 화폐 대신 코인을 살 수 있는 수단 정도로 주로 쓰이는데, UST는 그런 용도로조차 거의 사용이 안 됐어. 이미 다른 스테이블 코인이 있었으니까. UST의 쓸모는 결국 앵커프로토콜에 돈을 넣고 높은 이자를 받는 것 정도였던 셈이지.


휘클리: 재닛 옐런 미국 재무부 장관이 이번 사태를 통해 스테이블 코인 규제를 언급한 게 인상적이었어.

근모 요원: 전통 금융에 견줘보면 너무 작은 시장이다 보니 원래 금융 당국도 큰 관심은 없었어. 그런데 스테이블 코인이 폭발적으로 커지더니, 주요 스테이블코인 3개만(테더, USDC, UST) 더해 봐도 1500억 달러(약 190조원)를 넘나드는 규모가 된 거야. 가상을 넘어 현실 경제의 다른 부문을 자극할 만큼 커진 거지.

무엇보다 달러와 연동된다는 특징을 미국은 눈여겨보고 있어. 이러다가 스테이블 코인이 달러를 대체하는 것 아닌가, 결제가 불편한 제3세계 국가들에서 달러 대신 스테이블 코인이 통용 되는 것 아닌가 하는 불안감이 생긴 거지. 그래서 중앙은행 중심의 디지털 화폐인 CBDC를 준비하고, 동시에 기존 스테이블 코인에 대한 규제도 필요했을 거야. 이런 와중에 테라 사태가 터졌으니 미국 정부가 촉각을 곤두세우는 것도 당연해.


휘클리: 많은 사람이 큰 손실을 봤잖아. 책임을 물을 수 있는 거야?

근모 요원: 테라 생태계는 표면적으로 탈중앙화 되었다고 주장하기 때문에 책임의 주체도 명확하지 않아. 그게 탈중앙화의 가장 큰 문제야. 물론 테라폼랩스나 LFG(루나파운데이션가드) 재단에서 관리를 해왔으니 테라가 진짜 탈중앙화 된 생태계는 아니라고도 볼 수 있지. 

아까 말했듯이 미러 프로토콜의 위법성과 관련해 미국 SEC에서 조사하고 있어. 싱가포르 경찰에도 권도형 대표에 대한 고소장이 접수 됐다고 해. 다만 그에게 책임을 묻는 과정이 까다로울 것 같아. 예금과 대출을 취급하는 앵커프로토콜이 유사 수신 행위라는 정도의 문제 제기를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어.


휘클리: 지금 테라 쪽은 어떻게 대응하고 있지?

근모 요원: 권도형 대표가 트위터에 새로운 루나 코인을 만들겠다는 계획을 올리기도 했지. 새로운 코인을 만들어 기존의 루나나 UST를 가지고 있는 사람들한테 분배해 주겠다는 거야. 그 기대 심리로 지금 루나 코인을 매수하는 사람들도 있어. 비슷한 구조라면 결국 또 실패하겠지. 뻔한 실패를 알면서도 일단 시세 차익을 얻을 수 있다고 생각하고 매수하는 것 같아.


휘클리: 앞으로 스테이블 코인은 어떻게 되리라고 봐?

근모 요원: 이제 제도권의 규제를 만족시키지 못하는 스테이블 코인은 굉장히 생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되었다고 봐. 스테이블 코인 발행에 따른 담보를 마련해두도록 하고, 계속 공시하거나 보고서를 내도록 하고, 금융 당국이 확인하는 과정은 규제이기도 하지만, 코인 시장 스스로를 위해서도 필요한 상황이야.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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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미 문어가 새끼 깨어나면 자해하며 죽는 이유 문어의 수명은 1년이야. 첫 번식을 끝내면 자신을 파괴하는 듯한 행동으로 생을 마치기 때문. 이런 행동의 이유를 과학자들이 여러 근거를 토대로 추측해봤어.
출처 웨이모 누리집
💎자율주행차, 또는 이동식 감시카메라 미국에선 샌프란시코처럼 자율주행택시를 운영하는 도시들이 있어. 그런데 이 택시들이 다른 용도로 쓰이고 있다는 사실이 드러났어.
💎○△□ 도시 생김새가 비에 미치는 영향 지형이나 바다와의 거리에 따라 강우량의 차이가 난다는 건 상식이잖아. 그러면 도시의 형태도 비의 양에 영향을 미칠 수 있을까?

지난주 휘클리 vol.60: 임신중지의 위기, 자기결정권의 위기를 보고 휘클러들이 아래와 같은 답장을 보내왔어. 고마워💌


😉현지 특파원과의 인터뷰를 통해 생생하게 미국 현지 상황을 전해 들을 수 있어 좋았어요.


😀미국 현지 반응은 물론 국내에 미칠 여파까지 취재해서 정리해준 점이 참 좋았어.


😠출근 버스에서 친구한테 임신중지 수술 가능한 병원을 아는 곳이 있냐는 연락을 받았어. 낙태금지법은 헌법 불합치 결정이 났는데, 아직도 구글을 몇번을 돌려야 병원 정보를 찾을 수 있었어. 다른 친구 몇 명이 알려준 수술하는 병원, 혹은 임신중지가 가능한 약물을 처방해주는 병원을 친구에게 보내줬어. 마음 같아서는 병원 리스트를 공유하고 휘클리로 소개해달라고 하고 싶은데 그럴 수 없는 것도 조금 화나네.


책 이벤트에 응모한 벗들도 모두 고마워! 당첨된 벗들에겐 오늘 연락할게.🙋

1)나의 임신중지 이야기(오드 메르미오) 💎2219 💎9709 💎6024 💎9311
2)선택-낙태죄 폐지를 위한 연대의 이야기(데지레 프라피에, 알랭 프라피에) 💎2070 💎7197 💎5030 💎7860

팀휘클리는 언제나 의견 기다리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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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레터는 팀 휘클리 방준호(잠시몬) I 김지훈(정리몬) 기자가 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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