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나가는 여자 주인공으로 대리 해방감 <플리백>

이 메일이 잘 안보이시나요?

주민님 안녕~

아니 벌써 이렇게 춥다고…? 나 트렌치코트 한번도 못 입었는데? ㄴㅇㄱ

옷장 속 버버리 코트는 입지도 못했는데 벌써 겨울이 와버려서 너무 슬픈 요즘이야 😢

오늘은 옽뜨스텔라 최초로 아마존 프라임 쇼이자,

2020년 내비게이터 OTT인생의 한 획을 그은 시리즈! <플리백 Fleabag>을 가져와 봤어.

한 줄 줄거리

런던에서 손님 없는 카페를 운영하는 플리백은 자기혐오와 우울감에 젖어있고, 성에 관심이 많으며 다소 이해하기 어려운 선택을 하며 살아간다..!

출연진

피비 윌러 브리지 Phoebe Waller-Bridge (플리백 역)

시안 클리포드 Sian Clifford (클레어 역)

올리비아 콜먼 Olivia Colman (새엄마 역)

감독 및 작가

피비 윌러 브리지 Phoebe Waller-Bridge

장르

드라마, 코미디

평균 러닝타임

27분 / 총 2시즌 12에피소드

볼 수 있는 곳

아마존 프라임

오늘의 옽뜨스텔라를 읽고 나면...👀

내가 좋고 싫고 이상한, 현대를 살아가는 2030 여성의 동지애를 다질 수 있어.
미디어 속 여성 캐릭터에서 해방감을 느끼는 이유를 알 수 있어.
이번 주말에 <플리백>을 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게 될거야

위키: 플리백 보면 공감능력 T에서 F로 변하는 매직

플리백, 그녀는 누구인가?✋

<플리백>의 주인공 플리백

플리백, 진짜 고약한 캐릭터야. 시리즈 초반엔 주인공의 행동을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지 당황스럽더라고... 일단 플리백은 더럽고 우울하고 섹스 생각만 하고 남친 옆에 두고 딸치고 시기심 많고 습관적으로 거짓말하고 능력도 없는 여자거든. 사람들을 만나면 제대로 소통하지 못하며 어색한 웃음으로 무마하다가 선 넘는 발언으로 분위기 되게 이상하게 만들어. 거기다 날마다 자기 파괴를 일삼으면서 남의 인생에 충고하는 개노답 인성까지 갖췄어. 이름마저 싸구려(fleabag 뜻: 더러운 몰골을 한, 싸구려 숙박업소)잖아. 심지어 극 중에서 플리백의 본명은 나오지 않아. 처음부터 끝까지 플리백이지.

상태 안 좋을수록 유머가 빛을 발하는 <플리백>의 플리백

동시에 플리백은 절친한 친구의 자살이라는 커다란 상실에서 벗어나지 못해.. 그래서 죄책감과 자기혐오로 이도 저도 아닌 일상을 보내고 있지. 그런데 제일 가까운 사람들인 남자친구, 아빠, 여동생은 플리백의 상태를 이해하지 못해서 그녀를 외롭게 만들어. 섹스중독자처럼 굴고 사람들 불편하게 만들며 과장되게 즐거운 척 하고 있지만, 실은 정상적인 관계를 맺을 수 없어서 더 외로워보여. 그런데도 극 중 그녀의 유머와 드립은 대단히 웃겨서 약간 죄책감이 느껴질 정도랄까..?

너도 바부고 나도 바부고 다 바부다

과연 플리백의 인생만 이렇게 고통스러운 걸까? 자세히 보면 주변 인물들의 삶은 역시 보통 문제 많은 게 아냐. 겉으로 보기에 행복하고 성공적이지만, 내면은 플리백 못지않게 존재의 외로움과 상실감으로 가득해. 우리네 삶이란 본디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고 멀리서 보면 희극이라고 하잖아?

예쁘고 똑똑하고 돈 많이 버는데 속은 썩어가는 여동생 클레어

사랑꾼인척 하면서 알콜중독에 무능력하고 여자한테 더러운 농담하는 클레어의 남편

아내가 죽고 딸들의 대모와 약혼한 플리백의 아빠 / 인정받는 예술가면서 딸들과 기싸움 오지게 하는 새엄마

..문제의 신부님

하지만 해결할 방법 없는 죄책감에 스스로를 망가뜨리는 플리백과 달리, 주변인들은 자신의 실수를 묻어두고 무시한 채 앞으로 나아가려고 하지. 그 모습들이 플리백의 눈에는 솔직하지 않고, 행복을 가장하는 것으로 보일 뿐.

우리 모두의 인생에는 결핍과 슬픔이 있어. 심지어 스스로도 용서할 수 없는 실수를 저지르는 자신을 발견하기도 하지. 어떤 사람들은 갑자기 우리를 떠나서 영원히 돌아오지 않기도 해. 어쩌면 때때로 자신이 싫어지거나 우울함에 빠지는 건 당연한 현상일 거야. 왜냐하면 인간은 필연적으로 불완전하고, 인생은 계속해서 어딘가로 나아가는 중이니까. 그래서 뭐 대충 포기하고 살자는 게 아니라. 자신을 사랑하기가 몹시 힘든 게 나만 그런 건 아니라는 위안이 들더라고. 그리고 그들이 자신의 문제 많은 삶을 받아들이려고 발악하는 모습이 참 인간적이어서 슬프고, 또 묘하게 공감성 수치가 느껴져서 웃기기도 하더라고.

옽뜨스텔라 단골, 피비 월러브리지

옽뜨스텔라 6호 기억하는 사람?✋ <킬링이브>를 소개하면서 배우이자 작가인 피비 월러-브리지 Phoebe Waller-Bridge를 소개했었어. 만약 기억나지 않는 주민들이 있다면 6호 다시 보기!

<플리백>은 피비가 직접 각본을 쓰고 연출한 <Touch>라는 1인극을 드라마화한 작품이야. 만약 연극 버전이 궁금한 사람은 여기 드라마와 연극을 비교한 영상을 보면 재밌을 거야.

<플리백>은 현대 여성의 솔직한 초상을 그려냈다는 평을 받으면서 2019년 에미상 작품상, 감독상, 각본상, 여우주연상까지 휩쓸었어.

에미상 트로피 가득....까리하다..

생각거리: 이해할 수 없는데 묘하게 해방감을 느끼는 당신에게

극사실주의 여성, 플리백

위키에서도 설명되었듯, 주인공 플리백은 전형적인 로맨틱 코미디나 드라마의 여성 캐릭터와는 다른, 아주 독특한 캐릭터야. 그는 꼬질꼬질한 모습과 비현실적일 정도로 사실적인 성격이야. 지금까지의 여성 캐릭터는 주로 진실되고, 단정하고, 완벽한 외모와 성숙한 내면을 지닌 여성의 모습을 투영했다면, <플리백>은 찌질하다 못해 쟤 왜 저러나 싶은 수준의 캐릭터가 주인공이야. 그래서 공감되기 보다는 주인공의 수치심을 대신 느낄 지경에 이르기도 해. 내비게이터들은 플리백이 이해가 안되고 화가 나기도 하지만 이상하게도 해방감이 느껴졌어.

플리백을 보는 우리의 심정.mbc

커리어우먼의 화려한 싱글 라이프를 담은, 이제는 고전이라 말할 수 있는 <섹스 앤드 더 시티>, 중산층 여성들의 성실한(?) 주부 역할 수행기 <위기의 주부들>, 외과 의사 여성들의 성숙한 일과 사랑을 다룬 <그레이 아나토미> 등 한때 P2P 사이트의 스테디셀러였던 여성 캐릭터 위주의 미드들은 줄곧 세련되면서도 성숙하고 우리에게 익숙하면서도 설득되는 여성의 모습이 많이 등장했었지. 하지만 넷플릭스의 <오렌지 이즈 더 뉴 블랙 aka 오뉴블>을 시작으로 HBO의 <걸즈>, 넷플릭스의 <러시안 인형처럼> 등 기존의 여성 캐릭터와는 다르고 솔직하다 못해 상스럽기까지 한 다양한 여성 캐릭터들이 나오고 있어. 그 중 <플리백>은 단연 찌질, 고약, 비인간적일 정도로 인간적인 캐릭터 중 top이라고 조심히 말해볼게. 한 마디로 정제되지 않은 리얼 여성들이 쏟아지고 있다는 말! 최근은 국내에서도 술 냄새와 욕설이 난무하는 <술꾼도시여자들>, 코믹한 이영애가 나와서 화제인 드라마 <구경이> 등 솔직담백한 여성이 주인공인 드라마들이 나오고는 있지만 오뉴블이나 플리백의 캐릭터들에 비하면 뭔가 여전히 가공된듯한 모습으로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야. 그렇기에 터부시되었던 것들을 다 저질러버리는 플리백의 무모함에 묘한 쾌감과 해방감을 느끼게 되는 것 아닐까?!

<플리백> 정주행 마친 내비게이터 상황

카메라를 왜 그렇게 쳐다봐?

플리백에게 시청자는 어떤 존재일까? 카메라를 보며 이야기하는 플리백의 모습에 우리 주민들은 어떤 걸 느꼈어? 플리백이 말을 걸 때마다 네비게이터들은 꼭 그녀의 비밀 친구가 된 것 같은 기분이 들더라고.

비밀 친구에게만 공유하는 듯 말을 거는 플리백의 모습은 죄책감의 고백으로,, 자기혐오의 모습으로, 또는 판단해볼 테면 해보라는 뻔뻔함으로 보이기도 해. 이렇듯 카메라를 향한 플리백의 독백은 제4의 벽을 무너뜨리고, 플리백의 상황과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는 맥락을 제공해. 왜냐면 플리백의 선택과 행동들은 대부분 상황을 더 악화시키거나, 그다지 납득이 되지 않거든. 그런데 시청자와 플리백과의 비밀 대화는 관객으로서 불편하거나 불쾌할 수 있는 전개를 지켜보고 넘어가게 해줘.

사실 플리백은 누군가가 아니라 자기 자신과 대화를 하는 것일 수도 있어. 가까운 사람을 잃게된 이유가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 때문에 상실감-우울-자기파괴의 굴레에 고립된 플리백은 우울의 세계를 부유하며 느껴지는 안정감에 도취한 것처럼 보이기도 해. 어쩌면 카메라를 향한 눈짓과 대화는 자신의 복잡한 심리와 선택에 대해 남에게서는 얻지 못하는 인정을 준 게 아니었을까. 그래서 그녀가 던지는 독설과 시니컬한 유머는 사실 자신의 아픔과 우울을 감추고 방어하기 위한 것일 수도 있단 생각이 들어… 이렇게 플리백과 카메라(그리고 시청자)의 관계성이 있다 보니 시즌 2의 결말이 더 완벽하게 보이는 것 같아. (스포 방지를 위해 여기까지만 말할게!)

옽뜨스텔라가 선정한 <플리백>의 명대사!

“Where’d you just go?”

“방금 잠시 어디로 정신 팔렸던거야?”

“Nowhere.”

“아무데도.”

극 중에서 플리백의 독백과 딴짓을 눈치채는 사람은 아무도 없는데, 유일하게 신부가 눈치를 채. 자기와의 대화 중에 잠시 정신이 팔린거냐, 어디를 갔다 온 거냐 묻는 말에 플리백은 아니라 대답하며 뜨끔해 하지.

관객의 입장에서는 친한 친구와의 비밀관계를 들켜버리고, 신부가 꼭 침입자가 된 것 같은 느낌을 받아. 신부가 그만큼 플리백의 진면모를 꿰뚫어 본 걸까 아니면 있는 그대로의 플리백을 봐준 걸까..?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사랑이 아닐까…(둘이 이어졌으면 좋겠는 내비게이터의 염원...) 참고로 크롬허트 내비게이터 헤이즐이 시즌 2 결말 장면에서 둘의 대화를 보며 질질 짰다고하니, 꼭 보길…

넷믈리에: 찌질하고도 웃픈 여성 캐릭터들의 향연으로 go go

from 헤이즐

걸스

볼 수 있는 곳 웨이브

볼 장 다 보는 여자 캐릭터라면, 걸스를 빼놓을 수 없지! 뉴욕에서 사는 인문계열 출신 밀레니얼 여성의 삶을 하이퍼 리얼리즘으로 그려내. 남자친구도 친구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이어가고, 미래는 불투명한데 내 능력은 알아주는 곳이 없고, 통장 잔고는 아슬아슬한데 택시는 타고 싶고, 친구들은 친구들대로 인생 방황 중인 그런 삶이지. 대도시에 여성 직장인으로 살아가는 거 너무 짜친다 싶을 때 보면 딱 좋은 드라마야. 20대 초반 때 보는 걸스와 후반 때 보는 걸스는 또 다르고 매년 새로우니, 본 사람 안 본 사람 모두 이번 주말 정주행 시작해보자!

from 도자기

미란다

볼 수 있는 곳 왓챠

<미란다>와 <플리백>은 닮은 점이 참 많아. 평범한(?) 여성 캐릭터를 주연으로 하고 제4의 벽을 허물고 관객을 바라보는 연출, 영국 배경에 무엇보다 주연 배우와 작가가 동일 인물이라는 것! 이 작품의 주연인 ‘미란다 하트’가 직접 극본을 쓰고 주연을 하면서 작품 이름도 그녀의 이름을 딴 <미란다>야. 나이는 어른이지만 아직은 미성숙한 미란다의 우정, 사랑, 일상을 담은 시트콤인데 뭐 특별할까 싶지만 한번 보면 진짜 웃겨서 쭉 보게 되는 작품이야. <플리백>보다는 훨씬 가볍고 시트콤이다 보니 개그 요소가 많아서 가볍게 보고 싶은 주민들에게 추천할게. 한 화가 길지 않고 시즌도 짧아서 아껴보게 되더라고!

from 찐하

러브

볼 수 있는 곳 넷플릭스

극사실적인 로맨틱 코미디 시리즈 <러브> 본 사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코미디 영화감독 주드 애파토우 Judd Apatow가 제작한 시리즈인데, 여기 여주인공도 상당히 골때려. 까칠한 꼴초에 뭣 하나 잘 안 풀리는 미키가 인상적이지. 시즌 1에선 정서적으로 여유마저 없어서 썸보단 캐주얼한 섹스가 더 편한 캐릭터야. 그런 미키가 소심한 거스(개인적으론 찌질하게 보임)를 만나 점차 성숙한 사랑을 알게 되는 내용인데, 다른 로맨틱 코미디에 비하면 건조하고 실소를 자아내는 드라마라 정말 특이하다고 생각한 시리즈야. 사랑을 기다리는 여성과 그녀를 구원해주는 왕자님이 나오는 로코에 질린 주민이 있다면 적극 추천!

그래 맞아. 이 정도면 옽뜨스텔라 내비게이터들은 모두 “피비 월러-브리지교”의 신도들이야. <킬링 이브>부터 <플리백>까지 그녀의 대표작들을 이렇게나 열정적으로 감상하니 말이야. 추워지면서 왠지 모를 우울감이 밀려온다면 와인 한 잔 옆에 두고 <플리백> 정주행을 추천할게. 물론 플리백을 보며 너무 우울해지진 말고 “그래 세상이 이러니 사람이 정상일 수가 없다”라는 위안을 얻길 바라며...✨

다음 호는 김서른의 두 번째 ‘아직도 하이틴'이 발송될 예정이니, 그것도 기대해주길 바라!

마지막으로, 내비게이터들의 최고의 우울 처방전은 뭔지 알아?

바로 당신의 피드백💙

옽뜨스텔라

ottstellar@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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