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리 아빠의 시간은 거꾸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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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정의 달 5월. 첫 주의 시작을 맞이하며 유령이가 가족을 소재로 하는 희곡을 추천받아 왔다는데!

👻: 오늘 소개할 희곡은 2021년 제93회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영화 <미나리>와 맞붙었던 영화 <더 파더>의 원작이에령! 지만지 드라마 편집자님께서 칼럼도 써주셨어령~

▲ 영화 <더 파더> 포스터, 출처: kobis

모든 기억이 낯설어진 아버지 앙드레👴

이야기는 프랑스의 80세 남성 ‘앙드레’와 그의 딸 ‘안느’간의 작은 언쟁으로부터 시작돼요. 자신의 시계를 잃어버리고 그 원인을 남에게 돌리는 앙드레와, 앙드레의 말 한마디에 놀란 기색을 표하는 안느. 앙드레도 어딘가 이상함을 느끼는데요. 분명 안느가 지난번에 런던에 가겠다 한 것 같은데 이번엔 갈 일이 없다 하고, 결혼한 남자가 있다더니 이젠 오래 전에 이혼했다고 하는 등 본인이 아는 것과 정반대의 이야기들을 내뱉거든요. 이랬다저랬다 하는 안느의 말에 앙드레는 당황스러워하죠.

👻: 엇.. 조금 혼란스러워령. 뭐가 진짜고 뭐가 가짜인건가령? 앙드레에게 문제가 있는 건가령?

앙드레가 기억하는 집의 배경과 사람이 안느의 설명과는 굉장히 다른 상황. 안느는 당황해하고, 앙드레는 그 이유를 알지 못해요. 시간이 지날수록 앙드레는 모든 것이 엉망이 되고 있음을 깨닫게 되죠. 이 책의 내용이 바로 오늘 레터의 주제인 가족과 고령화 사회의 현실을 담은 플로리앙 젤레르의 희곡, <아버지>라고! 이 작품의 매력 포인트는 실제 일어나고 있는 일인지 아니면 모두가 아버지의 환각인건지 애매하게 처리되기에, 보는 사람들도 헷갈린다는 점이에요.

👻: 말로만 들어도 헷갈리네령ㅠㅠ 유령이는 영화 예고편을 보고 와야 이해할 수 있을 것 같아령! 그나저나, 이렇게 헷갈리는 내용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령?

▲ 플로리앙 젤레르 (Florian Zeller, 1979~), 출처: Laurent Hini

일상의 삶을 다루는 프랑스 최고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는 동시대 프랑스 연극을 대표하는 극작가이자 소설가로, 22세의 나이에 첫 소설 <인공 눈, Neiges artificielles> 으로 문단에 데뷔했어요. 그 후 불과 10여년 동안 발표한 작품들 중 절반이 프랑스의 저명한 문학/연극상을 수상하며 저력을 보여주던 와중, 그에게 세계적인 명성을 안겨 준 것이 바로 2012년 파리에서 초연된 <아버지>였죠.

젤레르는 <아버지> 이외에도 <어머니>, <아들>이라는 작품도 출간하며 일명 '가족 3부작'을 만든 작가로 유명해요. <아버지>가 그랬듯이 <어머니>는 빈둥지증후군*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모습을, <아들>은 우울증에 시달리는 아들의 모습을 그리며 현대사회 속 가족의 민낯을 낱낱이 표현해내죠. 이처럼 가족 3부작 모두 이해와 갈등을 오가는 가족의 현실을 날카롭게 포착하며 높은 완성도를 자랑하는 작품으로 평가받고 있어요. 연극 <아버지>와 <어머니>는 우리나라에서도 동시 상영된 적이 있는 작품으로, 아버지 역할의 대명사 박근형 배우님께서 주연을 맡아주셨었다고!

▲ 연극 <아버지>, 출처: 국립극단

또, 희곡 <아버지>는 이번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남우주연상과 각색상을 수상한 영화 <더 파더>의 원작으로도 유명한 작품이에요. 특히 더 재미있는 건, 바로 플로리앙 젤레르가 영화의 연출도 같이 맡았다는 점! 아버지를 연기한 배우 안소니 홉킨스는 영화 <양들의 침묵>에서 한니발 역할로도 유명한 배우로, 젤레르는 영화의 주인공 역할로 처음부터 안소니 홉킨스를 생각해두고 있었다고 해요. 가장 먼저 그에게 시나리오를 보내고, 실제 영화 배역 이름을 안소니로 바꾸는 등 캐스팅에 심혈을 기울였다고!

*빈둥지증후군 : 자녀가 독립하여 집을 떠난 뒤에 부모나 양육자가 경험하는 슬픔, 외로움과 상실감

👻: 젊은 나이인데도 커리어가 엄청난데령? 이렇게 큰 사랑을 받게 된 비결이 있나령?

느슨해질 틈이 없는 그만의 스릴러 😵

희곡 내용에서 알 수 있듯, 젤레르의 글쓰기 방식은 추리, 게임, 퍼즐 놀이에 *파르스적 터치를 가미해서 재미와 긴장을 증폭시키는 일종의 ‘스릴러 양식’이에요. 평면적이지 않고 예측 불가능한 전개가 특징이라고!

젤레르는 글을 완전하게 맞춰 보이려고 하기보다는 마치 조각 하나가 모자란 퍼즐처럼 불확실한 채로 남겨두기를 선호한다고 해요. 확실한 답을 제시하기보다는, 이랬다 저랬다 하는 반복적인 변주를 통해 독자가 스스로 다양한 질문을 던지게 하는거죠. 앞서 소개한 희곡 <아버지>도 현실과 비현실, 의식과 무의식이 교차하기도 하며 인물 이름과 장소도 왔다갔다하기에 다소 난해하게 여겨질 수도 있어요. 그렇지만 이와 같은 형태는 단조로운 일상생활을 파헤칠 수 있는 매력이 있다고!

*파르스(Farce): 프랑스 중세극에서 기원한 연극으로, 짤막하고 우스꽝스러운 희극

👻: 우와~ 유령이가 접하지 못한 신선한 전개 방식이네령! 작품 감상 내내 많은 질문과 생각을 던지게 하는... 그것이 바로 플로리앙 젤레르만의 매력이 아닐까령?

💁: 젤레르의 가족 3부작 <어머니>, <아버지>, <아들>은 모두 과거와 현재, 진실과 허상을 교묘히 뒤섞어 현대 가족 구성원의 불안한 심리를 탐색한 작품들입니다.

그중 <아버지>는 치매 환자의 불안 심리를 그리고 있습니다. 여기서 주목할 만한 포인트는 작품의 시점입니다. 치매 환자, 정서적 불안을 겪는 중년 여성의 시점을 따라 장면이 전개되기 때문에 이들이 느끼는 불안과 공포가 독자에게 여과 없이 전해집니다. 아버지가 환각을 사실로 착각하는 것처럼, 그들 시점으로 묘사된 장면들이 독자, 관객에게도 어느 순간 사실처럼 여겨지는 겁니다.

유일하게 믿고 의지하는 딸이 런던으로 떠나겠다고 선언했다가, 다음 장면에선 그런 말을 한 적이 없다고 한다면, 또 그 비슷한 일들이 반복된다면, 아버지는 이 모든 상황이 얼마나 불안하고 공포스러울까요? 관찰자 시점이었다면 이 상황은 가족이 감당해야 할 버겁고 힘든 짐으로 다가왔을지 모릅니다. 하지만 당사자 시점이기에 익숙한 것, 믿었던 것들로부터 배신당하는 경험을 간접 체험하게 됩니다.

이는 플로리앙 젤레르 표현에 따르면 “고통의 동굴 탐사”입니다. 고통을 겪는 당사자의 불안한 심리 아주 깊은 곳까지 독자가 들어가 보게 하는 것입니다. 젤레르는 짤막한 장면들을 계산된 위치에 놓는 치밀한 구성으로 “동굴 탐사”의 길을 놓습니다. 그리고 독자는 마지막 장면에서 탐사를 끝내고 동굴에서 빠져나오게 됩니다. 독자는 그제야 아들, 딸의 시점으로 아버지, 어머니를 마주하게 되는데, 불안과 공포가 후회와 연민으로 바뀌는 순간입니다. 작품에서 어떤 질문을 떠올리고, 그 질문에 독자가 어떤 답을 내느냐에 따라 작품의 의미는 무한히 확장될 것입니다.

💁: 궁금한게 참 많은 유령이! 오늘도 구독자들에게 질문할 거리를 들고 왔다고 해요.

“오늘 아빠 업고 울었다. 너무 가벼워서, 아기처럼 툭 업혀서.”

“오늘 엄마한테 맞고 울었다. 하나도 안 아파서, 울 엄마 힘이 너무 없어져서.”

한 영양제 광고 속 내레이션입니다. 우리도 모두 어느 순간 갑자기 어머니, 아버지가 나이 들었음을 느끼는 때가 있죠. 여러분은 언제 그런 생각이 들었나요?

👻: 여러분의 의견은 어떤가령? 너무 궁금해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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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인들 집중 💎 :

희곡 <아버지>

젤레르만의 독특한 전개 방식을 느끼며 현대 고령화 사회와 가족에 대한 깊은 생각을 할 수 있었던 유령이. <아버지>를 실제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후루룩 읽었던 경험이 있어, 구독자들을 위해 특별히 10% 할인된 가격으로 가지고 왔다고! 배송비는 무료이고, 유령이 굿즈까지 덤으로 받아갈 수 있다는 사실~

👻 : 아래 링크를 통해 책 구매가 가능해령!

*해당 도서 추천은, 어떠한 금전적 대가 없이 이루어지는 점 말씀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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