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아이슬란드에서 소식을 전해서 엥? 하셨죠. 인스타에 올린 사진과 이야기 중에 아이슬란드 로컬 티 브랜드 teko의 이끼 블렌딩 홍차와 자작나무 잎 블렌딩 녹차 맛이 궁금하신 분들이 많을 것 같아요. 먼저 이끼 블렌딩 홍차에서는 처음에 후추를 뿌린 것 같은 스파이시한 향이 도드라졌어요. 두번째 우려낸 차에선 후추 향은 많이 옅어지고, 부드럽더라고요 자작나무 잎 블렌딩 녹차는 비온날 숲에 있는 것처럼 풀내음이 가득한 녹차였어요. 둘 다 상당히 매력적인, 밸런스가 좋은 차였습니다.

아이슬란드에서 돌아오니 대중교통 마스크 의무 규제도 풀렸더라고요. "아, 이제 정말 끝나 가는 건가?"하는 기분이 들었어요. 팬데믹 끝자락이라 그런지 요새 정말 해외 차 산지 여행 떠난다는 소식도 많이 들리는데요. 레터 끝 추신으로 산지 여행 소식도 모아 전해드리니 올해 휴가 계획에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참, 다음 더티레터 발행일이 빨간날(5월 5일)이라서, 하루 앞당긴 5월 4일 목요일에 레터 전해드릴게요. 어른이들이게도 빨간 날은 소중하니까😉

태어나서 한 번도 녹차를 안드셔본 분? 아마 없을 거에요. 일단 전국의 모든 사무실엔 동서 현미녹차 티백이 비치되어있잖아요? 그럼 질문을 바꿔볼게요. 현미를 섞지 않은, 티백이 아닌 녹차를 마셔본 적이 있나요? 이 질문에 "그렇다"고 답하시는 분들은 그리 많지 않을 겁니다. (물론 우리 더티레터 팽주님들이라면...!😉)

그래서 전 녹차가 꼭 <걸리버 여행기>나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같은 명작 동화(소설) 같아요. 이름도 다 알고 있고 만화로 봐서 내용도 대강 알지만 원작을 읽은 사람은 거의 없죠.(그 중 1인...🙋‍♂️) 녹차 역시 '차'하면 대명사처럼 떠오르는 익숙한 차지만 그 진면목을 알고 있는 사람은 많지 않아요. 오늘은 이렇게 가장 익숙하고도 낯선 차, 녹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눠보겠습니다.

6대 다류에 대해 소개한 0번째 차편지에서 정확한 의미의 차는 차나무 잎으로 만든 것이고, 그 종류는 총 6가지라고 얘기했었죠? 그 6종류의 차 가운데 차나무 잎사귀 그 자체의 맛을 가장 잘 살린 차를 꼽자면 단연 녹차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녹차를 만드는 과정을 살펴보면 왜 그런지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먼저 찻잎을 따서 잠시 말린 뒤 뜨거운 솥에(당연히 기름기·물기 없는 깨끗한 솥!) 찻잎을 빠르게 덖어냅니다. 이렇게 뜨거운 열을 가하면 찻잎은 더 이상 산화, 발효가 되지 않고 '현재의 맛에 고정' 됩니다. 찻잎을 따서 말리기만 한 다음 그 즉시 맛을 '고정' 시킨 것이니, 실로 찻잎 그대로의 맛이라 할 수 있죠. 찻잎을 덖는 횟수와 방식, 가마솥의 온도 등은 만드는 곳마다 각자의 비법 레시피가 있답니다.

우전, 세작 같은 차 이름, 들어본 적 있으세요? 모두 녹차를 가리키는 말입니다. 녹차는 잎을 따는 시기에 따라 우전·곡우·세작·중작·대작 5종류로 나뉩니다. 이 분류에는 24절기 중 6번째 절기인 곡우(穀雨·양력 4월 20일 즈음)이 중요한 기준점이 돼요. 

 🍃녹차의 다섯가지 이름

①우전 : 곡우 이전에 채취한 차나무 잎. 싹 하나와 두개의 잎까지 사용.

대작에서 우전에 가까워질수록, 즉 이른 시기에 작고 여린 싹으로 만든 차 일수록 귀한 대접을 받습니다. 하지만 중작이나 대작이라고 결코 맛없고 매력없는 차가 아닙니다. 전에 차문화대전에서 조태연가의 대작을 맛보고 온 이야기를 전해드린 적이 있는데요. 차의 풍부한 맛이 극대화된, 맛있는 차였답니다.👍

🍃녹차 쓰지 않게 우리려면

위에서 말씀드린 것처럼 녹차에는 여러 종류가 있기에 맛있게 우리는 법은 달라질 수 있어요. 하지만 딱 하나 녹차를 우릴 때 기억해야할 것을 꼽는다면 '🔥펄펄 끓는 물만 피하자' 입니다. 너무 뜨거운 물로 우리면 녹차의 감칠맛보다 쓰고 떫은 맛이 더 많이 우러나거든요.

물론! 녹차도 차이기 때문에 너무 낮은 온도의 미적지근한 물에선 제대로 우러나지 않습니다. 펄펄 끓는 물이 아닌, 한김 식힌 물 정도면 충분해요! 보다 전문적인 우리기 방법은 보성전통차농업시스템에 나와있어 👉링크 남깁니다.

네 녹차입니다. 녹차에 입문하시는 분들이 녹차와 말차가 무슨 관곈지(?) 헷갈려하시더라고요? 일본어로 맛차(Matcha)라고 부르는 말차는 아주아주아주 곱게 가루낸 녹차를 뜻해요. 마시는 법도 한국 녹차나 중국 녹차처럼 우려 마시는 것이 아니라, 밥그릇 같은 다완에 가루와 뜨거운 물을 넣고 차선(위 사진속 대나무 솔 같이 생긴 것!)으로 파바밧! 거품을 내서 마십니다. 찻잎을 통째로 갈아서 마시기 때문에 재배 단계부터 쓴 맛이 나지 않도록 신경을 써요. 또한 솥에서 덖는 우리나라 녹차와 달리, 일본 맛차는 잎을 쪄낸 뒤 가루 낸답니다. 찐차의 특징은 찻잎의 녹색이 생생하게 살아난다는 것. 말차의 진초록 색은 이 증제의 과정에서 나오는 특징이죠. 그러니 우리나라 녹차를 블렌더에 냅다 간다고 해도, 말차랑 같은 맛이 나진 않습니다.

일본에도 말차가 아닌, 우려마시는 녹차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런 녹차 역시 대부분 덖음차가 아닌 찐차이기에 역시 우리나라와 녹차와는 차이가 있습니다. 중국에서도 녹차를 많이 마시는데요. 차의 대국인 만큼 덖은 녹차와 찐녹차가 두루두루 있습니다. 우리나라 녹차 중에도 찐차는 있습니다만 비중이 높진 않습니다.

🍃한국도 중국도 예전엔 말차를 마셨다?

지금은 일본에서 말차를 주로 마시기에 말차가 일본만의 독특한 문화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한국도 중국도 아주 예전엔 말차를 마셨답니다. 중국 송나라(960∼1279년)였던 시기, 우리는 고려시대(918~1392년)에 현재의 일본과 아주 비슷하게 말차를 마셨습니다. 지금처럼 찻잎을 우려마시는 방법은 송나라 다음, 명나라 때부터 확산하기 시작했답니다. 송나라에서 말차를 마시던 방법을 담은 애니메이션 영상이 있어 공유합니다. 한중일 3국의 차문화에 대해 더 알고 싶으신 분에겐 서은미 작가님의 <녹차탐미>를 일독하길 추천합니다.

팽주님, 오늘 두 번째 차편지, 녹차의 편지를 전해드렸는데 어떠셨나요? 저는 우전을 만들기 시작하는 이 시점에 늦지 않게 녹차의 편지를 보낼 수 있어 그것만으로도 뿌듯하네요. 부디 오늘의 레터를 통해 팽주님과 녹차가 더 친해지길 바라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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