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봄봄
Vol.50 Curation: 봄
『호라이』, 『도야의 초록 리본』,
『마당을 나온 암탉』,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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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철 지난 이야기 하나 꺼냅니다. 스포티파이. 전 세계 점유율 1위의 음악 어플입니다. 이 어플이 성공한 이유는 최적의 큐레이션입니다. 여타 경쟁사들에 이런 기능이 없는 건 아니지만 스포티파이의 자동화 추천에 대한 고객의 만족은 전례가 없었습니다. 이에 관해 여러 해석이 있을 수 있지만, 전 지구인이 기계의 선택이 나의 선택보다 우월할 수 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는 점에 화두가 있을 겁니다.
2|| 음악처럼 개인 취향을 타는 분야에도 자동화된 큐레이션이 득세하는 세상에 사람이 직접 책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꾸리는 게 맞는가라는 생각을 합니다. 물론 인공지능의 세계 정복에도 살아남을 직업 중에 하나가 고고학자인 이유는 그 분야를 기계로 대체하는 비용이 더 들기 때문이라는 웃기고도 슬픈 이야기가 있습니다. 그러니까 책을 추천하는 알고리듬 같은 건 비용 문제로 개발이 안 될 가능성이 높다는 말이고, 당분간 저는 일거리 걱정을 안 해도 된다는 말입니다. 그럼에도, 어쩐지, 힘이 빠지는 기분입니다. 기계의 외면을 받다니. 고사리(공룡 대멸종에도 생존한 살아 있는 화석)가 된 기분입니다.
3|| 여러분이 책을 아주 많이 사 주셔서 책 추천 알고리듬을 개발하는 게 제가 큐레이션을 꾸리는 것보다 합리적인 선택이 된다면 저는 기쁜 마음으로 키보드에서 손을 떼겠습니다. 쌍수 들고 환영하겠습니다. 만세! 그러나 오늘은 그날이 아니므로 일단은 큐레이션을 꾸려 봅니다. 그렇게 읽을 수 없겠지만 이건 봄에 관한 북뉴스입니다.
PS. 5천 년 전에 이집트인들이 파피루스에 끄적이며 설계한 피라미드는 건재합니다. 반면 21세기에 한국인이 성능 좋은 컴퓨터로 설계한 아파트는 올리는 중에 무너졌습니다. 장기적으로 보면 기계의 정량보다 사람의 정성이 합리적인 것 같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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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주말, 김치찌개를 먹으며 영화 채널 OCN를 봤어요. (물론 티셔츠에 국물 세 방울이 묻어 있었습니다.) <록키>가 상영 중이었지요. 이 영화의 훈련 시퀀스는 유명해요. 록키가 챔피언과의 결전을 위해 몸을 키우는 부분. 미라클 모닝을 감행한 록키는 날달걀을 정확히 5개 원샷해요. 그리고 필라델피아 미술관을 향해 힘찬 러닝을 시작해요. 전설적인 장면입니다. (영상 참조.) (영상 참조 2.)
이 장면을 본 뒤 그만 달걀후라이가 먹고싶었어요. 주방에 가 팬에 올리브유를 둘렀지요. 맛있었어요. 서현 작가님의 『호라이』 그리고 『호라이 호라이』. 계란프라이가 많이 나옵니다. 귀엽고 재미있는 책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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멧돼지, 고라니, 들개. 그들을 동물 친구라고 부를 수 없는 이유가 달리 있나요. 사람은 친구를 그렇게 대하지 않으니까요. 친구에게 윽박지르고, 친구의 집을 엉망으로 만들고, 친구의 음식을 빼앗는 짓은 하지 않아요. 백번 양보해도 친구를 쏴 죽이지 않아요. 뺑소니치지도 않고요.
만약 독자님이 박상기 선생님의 『도야의 초록 리본』에 나오는 의인화된 동물들을 친구라고 부른다면, 실제 야생 동물들 또한 사람 친구와 똑같이 대해야 할 거예요. 저는 아직 그들을 친구라고 부를 자격이 없는 것 같아요. 사회성. 사람에 국한해 쓸 말이 아닐지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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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당을 나온 암탉』 | 황선미 글, 윤예지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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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현이 맞나 모르겠지만 잎싹의 여정은 치열해요. 잎싹이 삶에 관해 배우는 모든 것들에 진실함을 느꼈다면 그건 잎싹의 깨우침이 모두 생존투쟁에서 비롯했기 때문일 거예요. 어느 것 하나 목숨을 빚지지 않은 게 없어요. 생명의 순환에 얽힌 최후의 깨달음은 잎싹의 목숨과 등가교환돼요.
어린이들이 읽기에 이런 이야기가 조금 잔혹할 수도 있지만 이야기의 모든 과정이 자연스럽기에, 그러니까, 설득력이 있으므로, 아이들을 비롯한 전 연령의 독자는 이 책에서 각자의 의미를 얻어 갈 수 있을 거예요. 고전이라기보다는, 좋은 책일 뿐이에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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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 | 김원아 글, 김소희 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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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이 싫으면 중이 떠나면 된다는 말이 있지만 쉬운 일은 아니에요. 이직이 흔한 세상임에도 퇴사는 중대한 결정이에요. 전학은 말할 것도 없지요. 이 책의 제목이 '예의 없는 사람들을'이 아니라 '예의 없는 친구들을'인 이유는 아마도 우리가 '절이 싫다고 가볍게 떠날 수 있는 중'이 아니기 때문일 거예요. 사람은 깃털보다 무거워요. 친구와 동료를 쉽게 떠날 수 없어요.
맞아요. 상종하기 싫은 사람이 있더라도 어쨌든 우리는 그들을 친구 혹은 동료라고 불러야 하는 세상에 살고 있어요. 이 막돼먹은 세상을 그래도 살만한 곳으로 만들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예의 없는 친구들을 대하는 슬기로운 말하기 사전』을 참조해 유연하게 극복해 나가는 자세를 키워야죠.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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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마케팅이 유일한 마케팅이라는 말을 자주 듣습니다. 그렇다면 디마케팅은 대관절 무엇인가. 난제입니다. 마케팅 부서에서 일을 하면 콘텐츠 제작 외에도 회사 유지를 위한 여러 일을 하기 마련이지만 새로운 소통법에 관한 갈증(혹은 요구)은 끝이 없습니다. SNS 자체가 하나의 언어라고 한다면 잊힌 사어가 얼마나 많은지. 여러분이 책을 썼다면 저는 독서로써 그 심중을 이해할 수 있겠지만 그런 일은 흔치 않으므로 이렇게나마 이야기를 나눠 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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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언제나 그렇듯 책을 소개받는다는 것은 지금 당장 읽지 않더라도 행복한 일이에요. 이거 해라 저거 해라. 학창시절 권장 도서 목록과는 다른 소소한 목록 잘 보고 있어요. 추가로 독자들의 피드백에 응답까지 해 주시니 그 노고 얼마나 고마운지. 항상 감사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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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인정받지 못하면 평가한다고 합니다. 일을 할 뿐이지만 인정을 못 받아 거꾸로 평가하는 꼴처럼 보일 것 같아 북뉴스를 꾸리는 일은 때론 곤욕입니다. 물론 이건 출판사의 홍보 레터이기 때문에 혹평을 실은 적은 없지만 무슨 사이버 황희 정승이라도 된 것마냥 이 책 저 책 가치를 평가하는 게 못내 민망할 때가 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하는 와중에 독자님의 피드백을 봤네요. 고마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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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입문이 좋았어요. 아이들이 없는 교실은 밝지 않다는 것. 새삼 깨닫게 해주셔서 고맙습니다. 물론 인터뷰도 좋았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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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습니다. 맞아요. 이경주 선생님 인터뷰는 좋았습니다. 아이들 없는 교실. 어둡죠. 최근에 사계절출판사는 여느 회사나 마찬가지로 홍역을 치렀습니다. 사무실이 텅텅 비었었어요. 밀도가 낮아 쾌적했지만 낯선 느낌이 끝내 익숙해지진 않았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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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궁금하던 작가님의 인터뷰가 가득이었고, 👀의 시작을 은근히 지지하는 🎱의 응원 멘트에 가슴이 샬~~ 했거든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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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운 책에 관한 새로운 독자의 관심. 출판사 입장에선 그 어떤 것보다 중요한 가치입니다. 앞으로도 종종 피드백 남겨 주세요. 나를 돕는 마음으로 독자님을 응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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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꽃은 다 좋다. 그 자리에 있는 채 그 모습이 좋다. 꺾지 않고 땅에 심어져 있는 꽃.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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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미나리>를 보고, 미나리도 꽃이 있나 검색해 봤는데 있더라고요. 너무 당연한가. 그 생각이 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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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이 서른이 넘었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도 길가에 민들레 씨앗이 있으면 주저없이 꺾어 같이 걷던 친구나 가족들에게 후 하고 부는 장난을 치거든요. 물론 그들은 짜증을 내지만 그 짜증내는 순간에 어린 시절의 웃음이 조금 묻어나오는걸 볼 수 있어요. 그걸 즐기는 저는 괴짜 소리를 듣죠. 뭐 어때요. 잠시나마 웃을 수 있으면 그걸로 됐죠. 남들이 웃을 수 있게 해 주는 꽃. 그래서 민들레를 좋아해요.
봄에 어디서든 볼 수 있거든요. 길가에도, 보도블럭 틈에도. 남의 집 화단에도. 튤립같이 화려해 보이지도 않지만 바람에 날리는 씨앗은 그 어떤 꽃들의 씨앗보다 화려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 그리고 먹을 수도 있어요~ 물론 뿌리나 잎, 꽃잎만요!
담당자님이 좋아하는 봄꽃! 그 이유에 대해서 다음 북뉴스에서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3월 넷째주 한 주도 파이팅 하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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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들레처럼 재밌는 꽃이 있나. 피자 프랜차이즈 알볼로에는 '웃음꽃피자'라는 메뉴가 있어요. 그 피자가 민들레 맛은 아니지만, 민들레는 '웃음꽃피자'에 가까운 꽃같아요. 저는 산수유가 좋아요. 왜 좋은가? 맛있게 들리잖아요. 산수유. 유산슬.
ps. '어깨피자'라는 메뉴도 있습니다. 맛있어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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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옛날엔 목련을 가장 좋아했어요. 어릴 적 저희 집 옆집이 단독주택이었는데 그 집에 목련나무가 있었어요. 그 나무에 꽃이 피면, 봄이 시작됐다는 걸 알 수 있었죠. 지금은 그 집도, 나무도 없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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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전에 있었는데 지금은 없는 건, 없어진 게 아니라 모습을 바꾼 것입니다. 질량보존의 법칙. 집도 나무도 그럴 겁니다. (목련의 꽃말은 고귀함이라 하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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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님의 피드백은 북뉴스 쓰는 일에 큰 도움이 됩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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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생각하는 '사계절출판사의 책 BEST 3'를 묻는 질문이 있습니다.
40주년을 맞아 독자 여러분의 생각이 궁금했습니다.
여러분 마음속 사계절 책을 공유해 주세요.
(다섯 분을 선정해 책 한 권을 보내 드립니다.)
* 질문의 답은 재편집되어 인스타그램 등 SNS에 공유될 수 있음을 미리 밝힙니다.
* 당첨된 분들에 한해 도서 선택 리스트를 보내드립니다. 신간 구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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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을 내 주셔서 감사합니다.
(주)사계절출판사
파주시 회동길 252
031 955 85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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