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러시아 대중음악계에 전설적인 발자취를 남긴 가수 박토르 최. 그가 사망한 지 올해로 34년이 되었지만, 러시아에서는 매년 그를 추모하고 있습니다. 고려인 3세대 출신의 그는 러시아 록 음악의 선구자로 불리는데요. 빅토르 최와 밴드 키노의 이야기를 담은 영화 “레토”에는 음악을 자유롭게 만들지도, 즐기지도 못하던 1980년대 소련의 시대상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당시 소련에서 록 음악은 서구의 프로파간다이자 자본주의적 타락의 상징이었기에, 록 음악가들은 음반 발매와 같은 공식적인 활동이 불가한 채 영원히 언더그라운드로 남아야 했는데요. 키노는 이에 반하여 체제를 비판한 것은 물론, 사회주의 미학에서는 금기시되었던 속세의 사랑을 노래하기도 했습니다.

인류사 최초의 사회주의 국가인 소련은 음악사에서 여러모로 살펴볼 점이 많은 흥미로운 공동체입니다. 반세기 넘게 지속된 국가의 통제로 음악계 전반이 얼어붙었지만, 우리는 그 속에서 끊임없는 저항의 흔적을 찾아볼 수 있어요❤️‍🩹 오늘은 그중 알렉산더 츠파스만의 유쾌한 재즈 모음곡으로 사회주의 리얼리즘 시대의 재즈 음악과 해빙기(解氷期)의 음악을 다뤄보려고 합니다.

Main Act
Alexander Naumovich Tsfasman - Jazz Suite for Piano and Orchestra

2024년의 첫 곡입니다. 절로 몸이 흔들어지는 신나는 곡이라 선택해 보았는데, 어떤가요? 1906년, 현재 우크라이나 지역인 알렉산드롭스크에서 태어나 츠파스만은 7살에 바이올린과 피아노로 처음 음악을 시작했습니다. 이후 모스크바 음악원에서 공부하게 된 츠파스만은 림스키코르사코프의 제자이자 호로비츠의 스승이었던 음악가 펠릭스 블루멘펠트에게 배우며 재즈에 깊은 관심을 두게 되는데요👀 이는 1926년에 모스크바의 첫 재즈 오케스트라 “AMA-jazz” 를 설립하는 것으로 이어졌고, AMA-jazz는 소련 최초로 라디오에서 재즈 음악을 연주하며 소련 재즈의 대표 격이 됩니다.

하나 더! 재즈와 소련, 참 낯선 조합이죠? 비록 소련이 서구의 문화를 배척하긴 했지만, 교통과 통신의 발전으로 인한 서구 문물의 인입을 모두 막을 수는 없었어요. 이에 스탈린의 허락하에 일부 음악 활동을 국가 차원에서 관리하였고, 흔히 USSR이라고 불리는 소련 재즈 오케스트라 역시 이러한 배경 속에서 탄생하였습니다😮 그리고 이 오케스트라의 유력한 지휘자 후보는 바로 츠파스만이었죠. 하지만 정부 관계자들은 지나치게 '미국적'이라고 생각되는 츠파스만 대신, 빅토르 크누셰비스키(Victor Knushevitsky)를 지휘자로 임명했어요. 그는 유능했지만, 재즈에는 큰 관심도, 이렇다 할 이력도 없었죠. USSR은 이후 츠파스만에게 피아니스트로서 함께 연주하자는 제안을 했지만, 이미 지휘자 자격을 얻지 못한 그는 이를 거절했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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