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들, 한 주간 무탈하셨습니까?

댕기자는 지난 토요일(1월14일) 강원도 화천에서 열리고 있는 ‘얼음나라화천 산천어축제’에 다녀왔습니닷. 지난주 산천어 선생님의 사연를 들으니, 정말 인간 친구들에게 산천어 이야기를 전해야겠다 싶었기 때문입죠.

가는 날이 장날이라고 토요일은 진눈깨비가 흩날렸는뎁쇼. 그럼에도 불구하고 얼음낚시 행사장🎣엔 얼음 반, 사람 반이라 할 정도 많은 참가자들이 나와 있었습니당. 여행을 온 친구, 연인, 어린이를 동반한 가족들까지 참 다양하고 행복해 보였습니돠. 그러나 모두 한 동작으로 얼음구멍에 낚싯대를 집어넣고 위아래로 흔드는 모습은 조금 기괴해 보이기도 했는뎁쇼.

마침 예닐곱살로 보이는 한 어린이와 가족이 산천어 한 마리를 얼음 아래서 끄집어 냈습니닷. 조심히 가 물었습죠. ‘산천어를 잡으니 좋아요?’ 어린이는 부끄러운듯 짧게 ‘네’라고 답했습니당. 이어 ‘산천어의 어떤 점이 좋은데요?’라고 물었더니 상상도 못한 답변이 나왔습니돠. ‘귀여워요!’

무표정한 물살이를 단 한 번도 귀엽다고 생각해보지 않은 댕기자는 약간 충격을 받았습죠. ‘물고기의 약점으로 소문난 것 중 하나는 얼굴이다. 얼굴을 찡그리거나 웃는 시늉을 해봤자 아무런 소용이 없다’(브라이언 커티스, <물고기 삶의 이야기>)라는 문장처럼 물살이의 감정은 얼굴에 드러나지 않고 공감하기도 어렵기 때문입니돠.

어린이가 정확히 어떤 뜻으로 ‘귀엽다’고 말한 것인지는 알 수 없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이 어린이는 산천어를 ‘생명’으로 생각하고 있구나 싶었습죠. 음식이나 식재료를 두고 귀엽다고 하진 않을테니까요.🤔

책 <물고기는 알고 있다>(조너선 캠밸)는 물살이가 얼음 위에서 죽어가는 것은 실온에서 죽는 것보다 더 고통스럽다고 적고 있습니닷. 실온의 연어는 의식을 잃는데 2분 30초, 움직임을 완전히 멈추는 데 11분이 걸렸지만 0도에서는 의식을 잃는데 9분, 움직임을 멈추는데 3시간 이상 걸린다고 함돠. 얼음판 위에 던져진 산천어는 천천히 고통스럽게 죽어간단 뜻이죠.

우리가 대화를 나누는 사이에도 물 밖으로 나온 산천어는 팔딱팔딱 몸을 뒤집고, 입을 연신 뻐금거렸습니다. 이 어린이에게 지금 ‘귀여운 산천어’는 고통을 느끼는 중이라고 알려주는 건 잔인한 일일까요. 그렇다면 어른들이 이 사실을 알고, 다른 방법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애피는 이번 주와 다음 주 더 상세한 기사와 영상으로 ‘산천어축제의 이면’을 이야기 합니돠. 레터에는 발행 일정 탓에 기사를 담지 못해 친구들께 죄송합니당. 애피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을 통해 산천어 뉴스 챙겨봐주십셔!

💡알림: 다음 주(1월24일) 애피레터는 설 연휴로 한 주 쉬어갑니다!

👨 조기자가 답합니다

아이들이 그림책에서 코끼리와 사자 다음으로 배우는 동물이 캥거루🦘 아닐까? 그래서 익숙한 동물이지만 실은 잘못 알려진 것도 많아.

먼저 캥거루란 이름의 유래. 유럽인이 저 동물이 뭐냐고 물으니까 원주민이 ‘몰라’라고 했던 데서 기원했다고 알려져 있잖아. 1770년 호주를 처음 탐험한 쿡 선장이 그렇게 물은 건 사실이야.

하지만 아무리 낯선 말로 묻는다 해도 손가락으로 동물을 가리키며 신기한 표정으로 뭐라 뭐라 하면 무슨 동물이냐고 묻는 거잖아. 그럴 때 ‘몰라’라고 답하는 멍청이가 세상에 어딨어. 원주민은 그 동물 이름인 ‘갱구루’라고 정확하게 말했대. 요즘 이름은 동부회색캥거루야.

두 번째 신화는 유대류인 캥거루가 포유류보다 원시적인 동물이라는 착각. 실은 포유류 일부가 유대류로 진화한 거야. 캥거루는 태아를 미숙아 상태로 낳아 주머니에 넣어 키워. 수정된 지 한 달쯤 지난 태아(사람으로 치면 7주 만에 낳는 셈)가 자궁에서 나와 어미가 핥아 낸 길을 따라 주머니로 꾸물거리며 이동해.

눈도 뜨지 못하고 털도 나지 못한 젤리빈 크기의 새끼야. 단지 앞발만 발달해 발톱까지 나 있어. 주머니로 가 젖꼭지를 물지. 주머니에서 9달쯤 지낸 뒤 다시 몇 달을 들락거리며 살아. 쉽게 말해 주머니가 포유류의 자궁 노릇을 하는 거야.

왜 이런 방식의 번식방법이 출현했냐고? 좋은 질문이야. 대개 좋은 질문의 답은 아직 안 나와 있는 경우가 많지만, 유력한 가설은 임신을 손쉽게 중단할 수 있기 때문이래. 환경이 나쁘면 주머니 속 새끼를 그냥 내버려. 심지어 포식자에게 쫓길 때 주머니 속 미숙아를 던져주고 위험을 모면하기도 해.

마지막으로 캥거루는 호주가 기원지라는 신화야. 유대류가 처음 나타난 건 1억 2500만 년 전 북미와 아시아야. 공룡시대지. 다른 곳의 유대류는 다 멸종하고 남미에서만 번성해. 5000만 년 전 호주에 도착했어. 포유류가 없는 호주에서 약 250종으로 분화했지. 남미에도 120종 있고.

참, 뒷다리가 왜 기냐고 물었나? 배경 설명이 좀 길었네. 큰 캥거루는 수컷이 키 2m 무게 90㎏까지 나가는데 강력한 뒷다리를 이용해 껑충껑충 뛰는 모습이 볼 만하지. 대형 동물 가운데 이런 식으로 달리는 종은 캥거루가 유일해.

보통 시속 25~30㎞로 달리는데 전속력을 내면 70㎞까지 나가고 2㎞까지는 시속 40㎞를 유지할 수 있다고 해. 꽤 빠른 속력이지. 뒷다리의 크고 탄력 있는 힘줄을 이용해 뛰는데 스프링처럼 힘을 비축해 뛰기 때문에 아주 효율이 좋대.

캥거루는 대개 메마르고 황량한 곳에 살아. 먹이를 찾아 먼 거리를 중간 정도의 속도로 이동해야하거든. 그럴 때 큰 뒷다리와 껑충 뛰는 방식이 최적이라는 거야. 그거 알아? 캥거루는 다리가 다섯 개라는 거. 걸어갈 때 자세히 보면 앞다리와 꼬리로 몸무게를 지탱하고 맨 마지막에 뒷다리를 옮겨.

꼬리는 달릴 때 균형을 잡을 뿐 아니라 실제 중요한 다리 구실을 해. 뒷다리는 또 중요한 싸움 무기이기도 해. 짝짓기 때 말고도 물 마실 자리 차지하기 등 싸울 일은 많은데, 이때 앞발로 상대를 움켜쥐거나 밀면서 강력한 뒷다리로 상대의 배를 걷어차. 킥복싱 비슷해.

오늘도 퀴즈로 마무리해 볼까. 아기 캥거루는 어미 주머니 속에서 9달 동안 젖을 먹고 제법 자란 뒤에도 주머니를 들락거리며 몇 달 더 지내. 그러면 새끼는 배설물💩을 어떻게 처리할까.

정답은 주머니 속에 그냥 싸. 밖에 나갔다 묻혀온 진흙도 주머니 안에 고스란히 떨어지지. 어미는 수시로 이런 지저분한 것들을 핥아서 청소해. 포유류가 수세식이라면 유대류는 푸세식인 셈이지.

🐶댕기자: 와우! ‘5다리’ 캥거루, 괴상하게 뛰는 줄만 알았는데 댕기자보다 빠르네요!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