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eronymus Bosch, Tuin der lusten ©️Wikimedia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역대 최고의 SF 걸작으로 평가받는 스탠리 큐브릭의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1960년대에 제작되었다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의 과학적 고증과, 뛰어난 연출로 오늘날까지 전설적인 영화로 남아있는데요. 이 영화의 전반적인 분위기를 차지하는 음악 역시 주목할 만합니다🪐 대표적으로, 죄르지 리게티의 “Atmospheres”와 “Requiem”은 영화 전반에 걸친 장엄하고 아득한 느낌에 힘을 실어주죠.

하지만 영화 제작 과정에서 이 음악이 무단으로 사용되었다는 사실을 아시나요?😯 스탠리 큐브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제작 당시 리게티에게 음악 사용에 관한 허가를 받지 않았고, 리게티는 이에 분노하여 저작권 소송을 걸었다고 해요. 이후 무사히 화해한 둘은 서로 상생하는 관계로 발전했는데요. 스탠리 큐브릭은 <2001 스페이스 오디세이> 음악에 대한 저작권료를 내지 않는 대신 다른 작품에서도 종종 리게티의 음악을 활용하여 그의 음악을 알렸습니다. 아마 스탠리 큐브릭의 영화를 아는 분들이라면, 작품 분위기 상 리게티의 철학적이고, 사유하는 듯한 음악이 매우 잘 어울림을 짐작할 수 있을 거예요👩🏻‍🚀 오늘은 리게티가 제2차 세계대전의 피해자를 기리기 위해 쓴 진혼곡, "Requiem"으로 레터를 시작해 볼게요!

Main Act

"위대한 죽음"이라는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 '죽음'을 주제로 한 이 오페라는 쓰레기가 가득한 대도시에서 성적 욕구를 해소하기 위해 장소를 찾는 한 커플로 시작합니다. 그때 가까운 무덤에서 네크트로짜르라는 인물이 솟아오르며 오늘 자정에 종말이 다가올 것이며, 본인이 종말을 일으킬 것이라며 소리칩니다💀 커플은 그의 말을 믿지 않고 무덤에 들어가 쾌락을 즐기죠.

네크트로짜르는 종말을 일으킬 지역 브로이겔란트의 통치자를 찾아 파멸을 예고합니다. 하지만 통치자들은 자신의 이익과 쾌락에 정신이 팔려있었고, 이에 분개한 백성들은 봉기를 준비합니다. 한편, 종말 전날 밤엔 술 파티를 벌이는 것이 브로이겔란트의 관례였기 때문에 백성들은 술 파티를 벌이고, 네크트로짜르도 여기에 참여합니다. 그리고 그는 너무 취한 나머지 세상에 종말을 일으키지 못해요😵 다음날, 사람들은 세상이 끝나지 않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며 계속 술을 마시고 자축파티를 지속합니다. 물론 쾌락을 위해 무덤에 들어갔던 커플은 그간 무슨 일이 있었는지도 모른 채 그 파티에 참여하죠. 

결국 종말이 오지 않은 채 마무리되는 극, 굉장히 허무하지 않나요? 리게티는 이 작품에 대해 “모든 것이 모호하다"라는 말을 남겼다고 합니다. 그리고 “두려움 없이 즐거움만 있는 생활은 정말 슬픈 것이다.”라고 했다고도 하죠. 사실 이건 당대 사회상을 반영하기도 합니다👀 크고 작은 전쟁들이 뒤덮인 19세기를 살아가며 사람들은 2000년에 세상이 끝날 것이라는 혼돈을 느끼며 큰 두려움을 느꼈어요. 리게티는 1970년대 초연된 이 작품을 통해 이러한 우울한 분위기와 죽음을 앞둔 인간의 자아 소외를 익살스럽게 풀어냈습니다. 그래서 아래 설명할 '부조리극'의 특성을 일부 가지고 있기도 하죠.

💡 하나 더! 한국어 제목인 "위대한 죽음"은 원제 “Le grand macabre (르 그랑 마카브르)”를 직역한 것으로, '큰', '거대한' 이라는 뜻을 가진 Grand와 Macabre, 즉 '죽음'을 더했습니다. 하지만 오페라의 내용을 고려하면 "대종말'이라고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럽지 않을까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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