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iet Mondrian, New York City I ©️Wikimedia

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과 음악을 소개합니다.

님은 이탈리아에 가본 적이 있나요? 에디터 W는 아직 가보지 못한 터라 아주 막연한 상상만으로 이탈리아를 그려내곤 하는데🍕 그곳을 상상하면 각종 유적지와 가면무도회, 그리고 베르디, 푸치니와 같은 대작곡가들의 오페라가 떠오릅니다. 오늘 글릿은 에디터가, 어쩌면 여러분이 떠올렸을 이탈리아 음악과는 조금 다른 이곳의 현대 음악을 소개하려고 해요. 흔히 이탈리아의 현대 음악이 있는지조차 의문스러워하지만, 사실 뛰어난 현대음악 작곡가가 몇 있어요💁🏻‍♀️

먼저 오프닝에서 가볍게 소개할 베리오도 그중 하나입니다. 20세기 이탈리아 현대음악을 대표하는 그는 작은 마을에서 자라 한정적인 음악을 접해왔는데요. 1951년, 베리오는 현대음악의 한가운데에 있는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메시앙의 “음가와 강세의 모드"를 듣고 신선한 충격을 경험했습니다😮 이를 기점으로 12음 기법에 깊게 빠져들었고, 이후에는 같은 길을 걷고 있던 이탈리아 출신의 현대 작곡가 달라피콜라를 롤모델 삼아 작업을 지속했어요. 이후 베리오는 전자음악으로 관심사를 전환했지만, 그가 이 시기 12 음렬을 기반으로 작곡한 곡 “실내음악"을 소개하며 오늘의 레터를 시작할게요!

Main Act

베리오의 롤모델이었던 달라피콜라. 그는 1904년, 당시에는 오스트리아 영토였던 이탈리아 국경지 피시노에서 태어났습니다. 피시노는 굉장히 다사다난한 역사를 가진 곳이에요🌍 100여 년의 시간 동안 오스트리아 영토에서 이탈리아의 영토로, 현재는 유고슬라비아에 속한 곳이죠. 이곳에서 나고 자란 그는 어릴 적부터 정치 갈등을 경험했습니다. 1917년에는 이탈리아 독립운동을 한 혐의로 그의 가족 모두가 유배당했고, 그 이듬해가 되어서야 고향에 돌아올 수 있었어요. 이 시기에 만들어진 자유와 독립을 향한 갈망은 그의 일생 내내 영향을 주었고, 이는 그의 음악에서 잘 드러납니다.

당연하게도 이러한 혼돈의 시기를 거치는 바람에 달라피콜라는 어릴 적 체계적인 음악교육을 받지는 못했어요. 하지만 그는 8살부터 스스로 음악을 경험해 갔고, 이후 바그너의 “방황하는 네덜란드인"을 보고 작곡을 공부하리라 결심합니다. 달라피콜라는 이후 드뷔시, 비발디를 비롯한 바로크 이탈리아 작곡가 등 다양한 작곡가의 음악에 매료되며 음악적 자양분을 쌓아갔죠👀 이후 피렌체 음악원에 입학하여 작곡을 공부하던 그에게 1924년, 인생을 바꿀만한 사건이 일어납니다. 바로 쇤베르크의 대표작 “달에 홀린 피에로"를 관람한 것이었어요. 이후 12음 기법에 깊게 빠져들었고, 1940년 이후로는 음렬음악을 발전시키는 데 시간을 쏟습니다.

오늘의 곡 “Quaderno musicale di Annalibera”는 그가 엄격하게 음렬주의를 작품에 적용하던 시기에 작곡된 곡입니다. 위 베리오가 작곡한 "실내음악"에 꼭 1년 앞서 쓰인 곡이죠(1962). 피츠버그 국제 현대 음악제의 위촉을 받아 작곡된 이 곡은 11개의 소곡으로 구성되어 있지만, 달라피콜라는 이 곡을 꼭 하나의 곡으로 연주해달라고 강조했다고 합니다. 얼마나 ‘소'곡이냐면, 한 곡이 8마디로 구성된 곡도 있답니다...!🧐 곡의 제목을 번역하면 "From Annalibera's little musical notebook", 즉 '안나리베라의 작은 음악 노트로부터'라는 뜻인데요. 여기서 안나리베라는 바로 달라피콜라의 딸이에요. 어찌 보면 딸을 위해 작곡했다고 볼 수 있겠지만, 아무래도 당시 어린아이였던 안나리베라가 연주하긴 다소 어려웠겠죠?😅

💡하나 더! 간혹 '바흐 음형'을 활용한 곡을 만날 때가 있습니다. '바흐 음형'이란 바흐가 본인의 이름을 딴 음형을 B♭-A-C-B(H)를 푸가에 쓰면서부터 생겨났는데요. 이후 후대 작곡가들은 바흐에 대한 존경의 의미로 이 음형을 작품에 활용했어요. 오늘의 곡에서도 바로 이 바흐 음형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실제로 달라피콜라는 바흐를 굉장히 존경했다고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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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nold Schoenberg: Pierrot Lunaire, Op. 21

글릿이 현대음악을 다룰 때마다 12 음렬에 대한 이야기를 하곤 했는데요. 얕은 설명들로 12 음렬이 뭔지는 알겠으나, 이를 대체 어떻게 활용해서 음악을 만든다는 건지 모르겠다는 피드백이 종종 있었어요. 오늘 'More'에서는 작곡가들이 12 음렬을 어떻게 활용했는지, 그 기본 원리를 간략하게 설명하려고 해요. 다소 어려울 수 있지만 천천히 따라와 보세요!✍🏻

우리가 흔히 서양 클래식 음악이라고 부르는 음악은 겉 듣기에 아름답지만, 이를 구성하는 음들에는 엄격한 상하관계가 존재해요. 예를 들어 우리가 흔히 C Major, 다장조라고 부르는 음에서는 으뜸음인 “도"가 가장 큰 권위를 가지고 있고, 딸림음인 “솔"이 그다음입니다. 으뜸음과 딸림음이라는 명칭만 봐도 알 수 있죠. 한번 어릴 적 불렀던 노래를 떠올려보세요. “000자로 끝나는 말은~”이 노래를 생각해 볼게요. 이 음악의 음을 적어 보자면, “도 도 도레미↗️~ 미↘️레↗️미파솔~ ↗️도도도 ↘️솔솔솔 ↘️미미미 ↘️도도도 ↗️솔~↘️파미레도” 이렇게 되겠네요. 곡의 시작은 물론, 마지막 역시 긴 딸림음(솔)과 으뜸음(도)이 장식하죠? 이때 마지막 음을 ‘도'가 아닌, ‘레'에서 끝낸다면 우리는 아주 불편함을 느끼게 될 거예요. 이렇게 음의 ‘권위'를 이용하면 우리 귀에 좋은, 익숙한 음악처럼 들립니다. 이를 ‘조성감'이라고 해요.

12음 기법은 도부터 옥타브 도까지, 12음(도, 도#, 레 레#, 미 - etc.)이 모두 평등하다는 원칙에서 출발했어요. 그러기 위해서는 ‘조성감'을 고의로 없애야 했고, 각 곡에서 12음 기법을 위해 활용하는 12음렬을 4가지 방법으로 활용하고자 했습니다🤓 원본/전위/역행/역행전위, 이 네 가지를 활용하면 조성감을 없애고 음악에 랜덤함을 추가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12음 기법을 활용한 현대음악을 작곡할 때 혹은 분석할 때는 악보보다는 '메트릭스(Matrix)'라는 것을 활용하는데요.

보기만 해도 어지러운 이 메트릭스는 실상 간단한 표입니다. 여기서 P는 primary의 약자(원본), I는 Inversion (전위, 음악 자체를 위-아래로 뒤집는 것. 도레도 -> 도시도), R은 Retrograde(역행, 음악 자체를 앞-뒤로 뒤집는 것. 거꾸로 -> 로꾸거), RI는 Retrograde Inversion (역행전위, 음악을 앞-뒤, 위-아래 모두 뒤집는 것)의 약자예요. 12음 기법을 활용한 곡들은 기본적으로 위 네 가지 방법을 활용하여 자유자재로 12 음렬을 변경한 것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