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꼽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글릿 레터를 오랫동안 받아보신 분들은 위 사진이 악보라는 사실에 놀라지 않으실 거예요. 서양 고전음악에서의 악보는 정해진 기보 체제를 철저히 따랐지만, 현존하는 기보법으로는 도저히 표현할 수 없는 음악이 등장하고부터는 악보의 형태가 달라지기 시작했어요✍🏻 위 사진의 정체는 바로 백남준의 “20개의 방을 위한 교향곡” 악보인데요. 제목에서 유추할 수 있듯, 사진에서 가장 먼저 보이는 네모는 방을 의미해요. 오른쪽에는 곡 연주를 위한 지시문들이 적혀있습니다. 

1961년 작곡된 이 곡은 지난해인 2022년 초연되었어요. '20개의 방'이 명시된 제목과 달리 이 곡에는 총 16개의 방이 등장하는데요. 그중에서도 14번 방에는 관객이 연주할 수 있는 두 대의 피아노가 놓여 있다고 해요. 어떤 관객이 들어와서 연주할지 모른다는 무한한 가능성과 우연성, 누군가가 떠오르지 않나요?🤔 오늘은 백남준과 실제로 애틋한 관계였던 존 케이지의 음악을 소개하고자 합니다. 이 둘이 어떤 영향을 주고받았는지 함께 볼까요?

Main Act

👏🏻👏🏻 오늘의 메인 연주는 존 케이지의 "Winter Music" 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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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hommage a john cage

위에서 말했듯, 존 케이지와 백남준은 아주 각별한 사제 간이었어요. 백남준 연구자 이용우는 존 케이지에 대해 “백남준은 외국인 중에서 존 케이지를 유일하게 스승의 대열에 위치시켰다” 라고 언급했는데요. 1958년 다름슈타트 음악제에서 존 케이지를 처음 만난 백남준은 “내 삶은 1958년 다름슈타트에서 시작됐다.”고 말했을 만큼 이를 예술 인생에서 중요한 기점으로 생각했습니다😮

그전에 백남준이라는 사람에 대해서 잠깐 이야기를 해볼게요. 많은 분들이 그를 '예술가'라고 알고 있을 텐데요. 개별 작품에 대한 인지는 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예술을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르고 있죠. 학부에서 미술을 전공한 백남준은 독일로 건너가 철학과 음악학을 전공합니다. '아~ 그럼 미술을 하다가 음악으로 바꿨나보다.' 이렇게 생각하셨다면 오산! 백남준은 예술을 분리하지 않았어요. 미술가와 음악가이기 보다는 예술가이고자 했죠. 그래서 우리가 흔히 아는 비디오 아트 작품도 다수 남겼지만, Opening Act 에서 소개했던 교향곡도 작곡할 수 있었던 것이에요.

다시 존 케이지와의 일화로 돌아오자면, 존 케이지를 보기 전, 백남준은 그에 대해 좋은 인상보다는 의심을 가지고 있었다고 해요. 존 케이지는 동양의 선불교를 공부하여 이를 음악에 반영한 음악가이기도 한데요🪷 이 배경을 알았던 백남준은 동양인으로서 ‘과연 외국인이 선(禪)을 어떻게 풀어낼 것인가’하며 냉소적인 태도로 음악회에 참석했다고 하죠. 하지만 그는 곧 존 케이지의 음악과 사상에 빠져들었고, 이는 그의 인생 전체에도 영향을 주었습니다. 어쩌면 둘의 공통 관심사는 ‘변하기 때문에 아름답다.’라는 말로 대변할 수 있는 불확정성이 아닐까 싶은데요. 이들이 함께 만든 작품들을 몇 개 소개하며 오늘의 뉴스레터를 끝마쳐 볼게요.

벌써 몇 주 앞으로 다가온 2024년, 시간의 흐름에 따라 모든 것은 변하기 마련입니다🙂 아래 작품들에서 이 변화를 어떻게 받아들일지에 대한 힌트를 얻었으면 좋겠네요!

📩 같이 읽으면 좋은 뉴스레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