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매주 에디터들이 뽑은 주목할만한 앨범을 소개합니다.

Handel: Suite in B-Flat Major, HWV 434 - IV. Minuet (Arr. Kempff for Piano)

Main Act

Philippe Gaubert, Madrigal for flute and piano

👏🏻👏🏻 오늘의 메인 곡은 필립 고베르의 <플루트와 피아노를 위한 마드리갈>입니다.

오늘의 연주자이자 곡의 작곡가이기도 한 필립 고베르는 1879년, 프랑스 남쪽에 위치한 카오스에서 태어났어요. 고베르는 사실 작곡보다는 플루티스트로서 음악계에 먼저 발을 들였습니다(연주를 들어보면 그가 얼마나 뛰어난 연주자인지 알 수 있어요. 그러나 신에게서 놀라운 음악적 재능을 선물 받은 그는 작곡과 지휘를 병행하였고, 결국 로마대상 1위를 거머쥐게 되죠🫡

고베르는 선배 작곡가인 프랑크, 드뷔시 등에 큰 영향을 받아 다양한 장르의 곡을 작곡했는데요.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바로 플루트 음악입니다. 악기에 대한 이해도가 높기에 그는 플루트 음악에서 재능을 훨씬 다양한 방면으로 뽐낼 수 있었어요. 

1908년에 작곡된 오늘의 곡 역시 피아노와 플루트를 위한 것으로, 제목에 있는 '마드리갈'은 14세기경부터 존재했던 양식입니다. 종교 곡이 아닌 세속 곡을 뜻하는 마드리갈을 통해 음악가들은 보통 사랑이나 증오, 열애 같은 ‘감정’을 다루어왔어요💗 아마 손에 잡히지 않는 감정을 다루는 마드리갈은 '특별하게 몽환적인' 음악을 작곡하고 싶었던 고베르에게 와닿았던 것 같습니다.

그렇게 쓰인 이 곡이 몽환적인 감상을 주는 이유는 아마 '플루트'와 '선법' 덕분일 거예요.

플루트;

뻥 뚫린 관을 불어 소리를 내는 행위는 고대부터 존재했어요.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반인반수 목동 '판'의 악기 역시 플루트 여러 개를 엮어 만든 '팬플루트'죠. 그래서인지 플루트는 지금은 닿을 수 없는 아주 먼 과거를 회상하게 만드는 것 같아요🌬️

선법;

선법이란, 우리가 흔히 아는 장/단조가 아닌 고대-중세까지 사용된 일종의 음계입니다. 한동안 사용되지 않다가 19세기부터 20세기 초반에 활동한 낭만주의 - 초현실주의 - 신고전주의 작곡가들에 의해 재조명되었죠🌟 이 두 장치는 고베르의 음악을 더욱 신비롭게 만들어주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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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vette Giraud, Le Pont Mirabeau

국가의 색이 짙게 느껴지는 음악들이 있어요. 그중 프랑스 음악은 유독 몽환적이고 신비로운 감상을 주는 것 같습니다. 이 몽환성의 계보를 따라가면 프랑스의 음유시인, 트루바두르(Troubadour)가 있습니다. 자신들의 시에 선율을 붙여 사랑과 환상, 그리고 전설에 대해 부른 노래가 바로 샹송의 시초가 되었죠🎵

시를 가사로 하는 샹송은 프랑스의 사회적인 변화를 함께해온 민속음악 중 하나입니다. 그래서 이브 몽땅, 조르주 브라센스과 같은 수많은 샹송 가수가 부른 음악의 가사는 주로 신비로운 초현실주의 문학에 기초하고 있어요. 방금 들으신 곡은 샹송 가수 이베트 지로가 부른 <미라보 다리>라는 곡으로, 시인 기욤 아폴리네르의 시를 가사로 하고 있어요. 그리고 바로 이 아폴리네르가 '초현실주의'라는 말을 처음 사용했답니다🪁 오늘날에도 샹송은 세계적으로 매니아층이 두꺼운 장르죠. 이를 통해 여전히 유효한 프랑스 몽환성의 계보를 확인할 수 있지 않을까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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