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ning Act:

별과 음악이 된 비극의 아이콘

Kaija Saariaho: Orion

그리스 로마신화에 등장하는 ‘오리온’. 바다의 신 포세이돈🧜🏻의 아들이었기에 바다를 걷을 수 있는 것은 물론, 사냥 능력도 출중했다는데요. 아폴론의 이간질로 인해 연인이었던 아르테미스의 활을 맞아 죽은 그는 별자리가 되어 오랜 시간 뱃사람들의 길잡이가 되어 주고 있습니다. 이런 비극적인 이야기 때문인지 오리온을 소재로 하는 음악 작품들이 몇 있어요🏹

예전에 글릿 레터에서 소개한 카이아 사리아호의 “오리온”도 그중 하나입니다. 사리아호의 작품은 1악장 “네가 죽는다는 것을 기억해라”, 2악장 “겨울 하늘”, 3악장 “사냥”으로 구성되어 음악을 감상하는 것만으로 오리온의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느낌을 주죠!🤓

오늘은 오리온을 소재로 하는 또 다른 곡을 소개하려고 합니다. 아테네 올림픽 문화 축전을 위한 행사곡으로 위촉된 이 곡의 작곡가는 바로! 글릿 에디터들이 아주 사랑하는 미니멀리즘 작곡가 필립 글래스입니다. 오늘은 그의 “오리온”을 주제로, 다름을 수용하고자 하는 음악가들의 노력을 소개할게요. 그럼 얼른 따라오세요!🌹

Main Act:

세계를 잇는 별자리, 오리온

Philip Glass: Orion

2004년 아테네 올림픽을 위해 작곡된 필립 글래스의 “오리온”은 특이하게도 그 악장 명으로 각 국가의 이름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스트레일리아, 중국, 감비아, 브라질 그리고 인도 등이 있지요. 별자리와 여러 국가라니, 직관적으로 연결되지는 않아 보이는 둘 사이에는 생각보다 과학적인 배경이 숨어 있습니다. 오리온자리는 동양과 서양, 그리고 북반구와 남반구에서 모두 관측되는 대표적인 별자리라고 해요🌌 계절만 잘 맞춘다면 전 세계 어디서든 볼 수 있는 별자리인 거죠! 필립 글래스는 전세계의 다양한 문화가 서로를 인식하고 연결된다는 의미로 이 제목을 지었다고 합니다.

악장 명에 국가 이름들을 단 만큼, 이 곡을 작곡할 당시 각 나라의 음악가들과 긴밀하게 협업하였는데요. 실황으로 연주될 당시에는 각 나라에서 초청된 음악가들이 해당 악장을 연주했고, 피날레에서는 다 같이 무대에 올라 그리스의 전통 음악을 연주했다고 하죠🫢

💡 하나 더! "오리온"은 최근 명상음악으로 주목받고 있는 프로그레시브 일렉트로닉 장르 중 하나인 “앰비언트 음악”같이 들리기도 하는데요. 최소한의 음악 요소를 자연의 소리와 융합하는 앰비언트 음악 특성상 확실히 미니멀리즘과 연결되는 지점이 있는 것 같아요. 벌써 20년이 훌쩍 지나버린 2004년에 이렇게 트렌디한 음향이 등장했다니, 역시 유행은 돌고 도는 걸까요?👀

More...:

락 페스티벌에 시타르의 등장이라...

Shankar: Concerto for Sitar and Orchestra No. 1

필립 글래스의 "오리온"에 참여한 음악가 중에는 세계적인 연주자가 다수 포함되어 있었습니다. 여기에는 시타르 연주자인 '라비 샹카르'도 있는데요. 라비 샹카르는 인도의 전통 현악기인 '시타르'를 세계에 소개하고, 서구 사회에 큰 영향력을 행사한 인물입니다. '월드뮤직의 대부' 혹은 '모차르트에 견줄만한 천재'라고 불리곤 했죠💁🏻‍♀️ 하여 음악학 역사에서 오리엔탈리즘이나 월드뮤직을 논할 때 빠지지 않는 인물이기도 합니다.

시타르라는 악기가 서구에 본격적으로 소개된 것은 19세기였으나, 1960년 히피 문화에 대한 관심이 커짐에 따라 다시금 주목받기 시작했습니다. 라비 샹카르는 시대의 흐름을 타고 조지 해리슨과 협업하는 등 시타르를 세계에 알렸어요. 몬터레이 락 페스티벌에서는 수만 명의 관중 앞에 서기도 했죠👏🏻 그리고 1971년, 그의 첫 번째 시타르 협주곡은 피아니스트이자 지휘자였던 앙드레 프레빈과 런던 심포니 오케스트라에 의해 바비칸 센터에서 초연되었습니다. 이후 몇 개의 시타르 협주곡이 추가로 작곡되었을 뿐 아니라 2008년에는 조슈아 벨, 뉴욕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와 함께 라비 샹카르가 직접 시타르와 바이올린을 위한 곡을 연주하기도 했어요.

라비 샹카르의 딸 아누시카 샹카르 역시 아버지의 뒤를 이어 시타르 연주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재미있게도 우리나라에도 아주 잘 알려진 세계적인 재즈 싱어 '노라 존스' 역시 샹카르의 딸인데요. 🔗이복 자매 사이인 아누시카와 노라는 자주 함께 협업한다고 하네요. 알면 알수록 재미있는 음악가들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