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ly newsletter no.177 | 2024.11.21
벗은 다니던 대학교 이름이 갑자기 바뀐다면 어떨 것 같아? 여대에서 남녀공학이 된다면? 2호😎는 당황스러울 것 같아. 아예 다른 학교가 되는 거니까. 어떤 모습이 될지 불안하기도 하고. 

동덕여대 학생에겐 당장 닥친 현실이야. 학교가 발전 계획 중 하나로 공학 전환을 논의하고 있었단 사실이 뒤늦게,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알려진 거지. 학교에 대한 배신감에 ‘명예롭게 폐교하라’, ‘여자들이 만만하냐’는 현수막과 피켓도 등장했어. 

동덕여대 학생들은 ‘공학 전환 완전 철회’를 요구하며 10일 넘게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수업도 거부하는 중. 학교는 시위로 인한 피해 금액을 알리며, 학생들을 압박하고 있고. 학교와 학생 사이 갈등이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아. 

학생들이 이토록 강하게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이유는 뭘까? 공학으로 바꾸면 여대가 직면한 문제들이 해결될까? 현시점에서 여대는 왜 필요한 걸까? 여대 교수님을 불러 궁금한 것들을 물어봤어. 준비됐지? 
📂 오늘의 휘클리
  1. 한 번 알아봤다: 여대생들이 뿔난 이유
  2. 한 번 물어봤다: 공학되면 나아질까요?
  3. 휘클리 심화반: 한강을 읽다(with 책기자)
  4. 모르고리즘: 알고리즘 프리! 경제 뉴스픽
  5. 휘클러 say!: 독자피드백 + 이벤트 알림
📂여대생들이 뿔난 이유

동덕여대엔 무슨 일이
  • 동덕여자대학교(동덕여대) 사태는 11월7일, 온라인 커뮤니티 에브리타임💡에서 시작됐어. 동덕여대 교직원이 대학발전계획(VISION 2040) 논의 과정에서 남녀공학(공학) 전환 의견을 냈단 사실을 알리는 글이 올라왔거든.
  • 이튿날인 8일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공학 전환 철회’를 요구하는 내용이 담긴 대자보💡를 학교에 붙였고, 이를 지지하는 시위가 불붙기 시작했어.
  • 학교로부터 명확한 답을 듣지 못한 동덕여대 학생들은 11일 학교 본관을 점거, 수업 거부 시위에 들어갔어. 항의 의미로 본관 앞 바닥에 학과 점퍼를 깔기도. 숙명·한양·서울여대 등 다른 여대 학생회도 입장문을 내 힘을 보태고 있어. 
  • 12일 총학생회와 학내 동아리 대표들은 ‘총력대응위원회’를 구성. 학교 쪽에 ‘공학 전환 완전 철회’, ‘총장 직선제💡 도입’, ‘올해부터 입학한 남성 외국인 유학생의 추가 수용 협의’를 요구하고 있어.

“아이디어일 뿐”
  • 학교쪽에선 공학 전환은 ‘아이디어지, 공식 안건은 아니다’란 입장이야. 디자인대학·공연예술대학 발전방안에 공학 전환 내용이 포함됐는데, 의겸수렴을 거쳐 교무위원회에서 논의할 계획이었단 거지. 하지만 대학쪽이 2~3년 전부터 남녀공학 추진 계획을 세우고 있었다는 사실이 언론 보도로 알려지기도 했어.
  • 학교는 시위에 강경 대응을 예고하기도 했어. 학교 기물 파손, 수업방해, 행정업무 마비 같은 피해에 책임을 져야 한다고 말야. 시위로 인한 손실액54억원이라는 내용을 학교 홈페이지에 알리기도 했고. 그중 취업박람회 취소분인 3억3천만원의 피해액을 학생회쪽에 전달했다고 해.  
  • 20일 동덕여대 총학생회는 학생총회를 열어 공학 전환 투표를 진행했는데, 재학생 6500명 중 1973명이 참여해 기권 2표를 제외한 나머지가 모두 반대표를 던졌어. 수업이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와중에도 학생들은 교내 운동장에 모였는데, 추운 날씨에도 방한용품까지 준비하며 자리를 지켰다고 해. 학교는 전체 학생 의견은 아니라며, 별도로 의견을 모으겠단 입장. 

불통이 부른 시위 
  • 학생들이 이토록 분노한 이유는 뭘까? 학교의 불통이 주원인으로 꼽혀. 학생들이 공학 전환 소식을 처음 접한 게 에브리타임이었으니까. 비민주적인 방식으로 공학 전환을 논의했단 거지. 일부 교수들이 ‘학교가 공학이 될 거다’, ‘남학생들이 내년부터 입학할 거다’란 얘기를 지속적으로 해왔단 거야. 이런 말들이 계속 나오자 학생들의 불안감과 분노가 커졌다고 해. 
  • 2018년 한 용역업체 남성 직원이 동덕여대에 알몸으로 난입하거나, 지난해 동덕여대생이 교내 쓰레기 수거 차량에 치여 숨지는 사고가 있을 때 학생들의 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다고 하고. 올해 경영대학 신설을 결정하거나, 한국어문화전공학과를 만들어 외국인 남학생의 입학을 허용하는 과정에서도 학생들 입장이 배제됐고.
  • 여성을 타깃으로 한 차별이나 혐오범죄가 많이 발생하잖아. 학생들은 여대를 이런 것들로부터 자유로운 ②“안전한 울타리이자 생존의 공간”이라고 말해. 1908년 학교 설립 당시 ‘여성 교육을 통한 교육입국💡’이란 이념에도 반하고. 

협박에 무단침입까지  
  • 문제는 동덕여대 사태가 젠더갈등💡, 범죄로까지 번지고 있단 점이야. 본격적인 시위가 진행되던 12일 SNS에 “흉기로 찔러 죽인다” “이런 시위 저승에서나 해라”란 협박 글이 올라 왔어. 흉기 사진과 함께.
  • 14일과 17일엔 20대 남성들이 동덕여대에 몰래 들어오려다 경찰에 붙잡혔어. 반여성주의를 내세운 ‘신남성연대’💡는 12월14일까지 한 달간 동덕여대 앞에서 집회하겠다며 신고했고. 
  • 이준석 개혁신당 의원은 14일 본인 SNS에서 이번 사태를 “비문명이라고 말해, 젠더 갈등을 부추겼단 비판을 받았어. 
  💡  Hi-light
에브리타임: 한국 대학생을 대상으로 운영되는 대학별 익명 온라인 커뮤니티 
총장 직선제: 대학교 총장을 교직원과 학생들이 직접 뽑는 제도 
교육입국: 교육을 통하여 나라를 튼튼하게 세움
젠더갈등: 젠더(성) 격차를 주제로 일어나는 남녀간의 갈등 
신남성연대: 2021년에 만들어진 우파 성향의 반여성주의 단체. 
다른 곳도 진통중
  • 여대의 공학 전환은 과거에도 있었어. 1978년 수도여대가 세종대로 전환한 것을 시작으로 1990년대 성심여대는 가톨릭대와, 효성여대는 대구가톨릭대와 통합했어. 상명여대도 상명대로 바뀌었고. 1987년 졸업정원제💡가 폐지되고 1995년 대학 설립기준이 완화되면서 4년제 대학이 많아졌거든.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여대 간판을 뗀 거지. 
  • 현재 전국 4년제 여대는 이화·숙명·성신·동덕·덕성·서울·광주여대 7곳. 이곳들도 공학으로 전환하려는 시도가 있었어. 덕성여대는 2015년 공학 전환을 추진했다 학생들 반발로 중단. 같은 해 숙명여대는 대학원을 공학으로 바꾸려다 마찬가지 반발로 추진을 보류했지. 
  • 여대가 아예 남학생을 받지 않는 건 아냐. 성신여대는 내년부턴 국제학부에 외국인 남학생을 받기로 했어. 덕성여대와 서울여대는 대학원에 한정해 남학생을 받고 있고. 이화여대와 숙명여대는 외국인 교환학생💡과 국내 대학 중 학점교류생💡의 경우 남학생을 허용해. 

여대가 꼭 필요해? 
  • 여대 입장에서 공학 전환을 추진하는 이유가 있어. 출산율이 떨어지고 학령인구💡가 줄었잖아. 과거보단 여대를 선호하는 학생도 줄어드는 추세고. 남학생을 받아 입학 인원과 취업률을 올려야 한단 거지. 물가는 오르는데, 2009년 이후 등록금이 15년째 유지되면서 재정상황도 어렵고. 
  • 여대가 시대적 사명을 다했단 주장도 있어. 이화여대(1886년), 숙명여대(1906년), 성신여대(1936년) 등 여성이 남성과의 차별로 대학에 가지 못했던 때 여대가 만들어졌거든. 2005년 여성 대학 진학률이 남성을 넘어섰고, 차이가 벌어지고 있으니 더는 여대의 존재 의미가 없단 거지. 
  • 여대가 남성 역차별💡이란 의견도 있어. 2009년엔 이화여대 법학전문대학원💡 입학을 준비하던 남학생들이, 여자만 입학하는 건 위헌이라며 헌법소원💡을 냈어. 2018년엔 여대 4곳에 약대 정원을 정한 교육부가 남성의 평등권을 침해했단 헌법소원이 올라왔고. 헌법재판소는 모두 합헌💡, 남녀차별이 아니라고 봤어.

공학 전환보다 중요한 것
  • 공학으로 전환하면 앞선 문제들이 해결될까? 학령인구는 여대만의 문제가 아냐. 수도권 여대보단 지방 대학, 특히 사립 대학💡들이 타격을 받고 있으니까. 
  • 여대가 경쟁력을 갖기 위해선 변화가 필요하단 제언도 나와. 여성을 넘어 소수자 인권을 개선하는 역할을 해야 한단 거지. 미국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가 나온 흑인대학(HBCU)💡, 하워드대학💡이 좋은 예야. 여기선 흑인 여성을 리더로 양성하는 것뿐만 아니라 소수자에 대해 연구하거든. 
  • 미얀마 집단학살💡을 피해 탈출한 난민 여성을 교육하는 방글라데시국립여자대학(AUW)도 참고할 사례로 꼽혀. 
      💡  Hi-light
    졸업정원제: 대학 정원보다 많은 신입생을 선발한 후 초과 인원을 중도에 탈락시켜 졸업시 정원을 맞추는 교육정책. 1980년대 전두환 정부가 도입
    교환학생: 국내 대학이 국외 대학과 학생을 일정기간 교환해 수강한 학점을 인정하는 제도
    학점교류생: 교류수학 협정을 맺은 국내 대학에서 수업을 수강한 후 학점을 인정받는 제도 
    학령인구: 초등학교부터 대학교에 다닐 수 있는 연령대의 인구 
    법학전문대학원(Law School): 변호사를 양성하기 위해 3년간 법학을 가르치는 전문대학원
    역차별: 인종·젠더 등에서 유리한 위치라고 간주되는 다수 그룹에 속한 이유로 이뤄지는 차별
    헌법소원: 국민이 국가 권력에 의해 기본권을 침해당했다고 느낄 때 헌법재판소에 이를 구제해 달라고 요청하는 제도 
    합헌: 위헌의 반대말. 헌법에 부합한다는 뜻 
    사립대학: 국가나 정부가 아닌 민간인이나 법인이 만들어 운영하는 대학
    HBCU(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유서 깊은 흑인대학들을 통칭한 말
    하워드대학(Howord University): 워싱턴 DC에 있는 대표적인 HBCU
    미얀마 집단학살: 2017년 미얀마 군부가 이슬람계 소수민족, 로힝야족을 집단 학살한 사건 
    카멀라 해리스. AFP 연합뉴스

    🎙️️동덕여대 학생들이 공학전환에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뭘까? 

    💬최근에 여성 혐오 범죄라고 통칭되는 사건이 많았잖아. '서울대 n번방' 사건이나 텔레그램 불법 합성방 사건처럼 말야. 또 여성가족부 폐지 논란에 대통령까지 나서서 “더 이상 구조적 성차별은 없다”는 발언도 했고. 


    🎙️️이런 사건들이 영향을 줬다?

    💬여성을 대상으로 한 공격이 전반적으로 격화되고 있는데, 성평등이 진전되고 있단 눈에 띄는 변화는 없잖아. 백래시(페미니즘에 대한 반발·반격)에 대한 우려도 있고. 이런 것들이 누적된 상태에서 공학 전환 문제가 터지니까 격렬하게 반응하지 않았나 싶어. 


    🎙️️동덕여대 학생들은 학교의 불통에 분노한 것 같아. 어떤 점이 문제였다고 봐?

    💬여대 공학 전환은 특정 학과를 없애거나 합치는 차원을 넘어 대학의 정체성을 논하는 중요한 문제잖아. 공식 의제로 확정되기 전이라고 해도 관련 내용이 발표되기 전 더 신중했어야 했다고 봐. 


    🎙️️어떻게?

    💬학생들이 처음 공학 전환 소식을 접한 게 에브리타임이잖아. 공학 전환이 대학 발전방안으로 발표됐고. 공학 전환이 정말 학교 위기 타개책이라고 생각했다면, 최소한 학내 토론은 물론 외부 자문이나 연구 용역 같은 충분한 공론화 과정을 거쳤어야 하지 않을까? 비전도 없었고. 


    🎙️️어떤 비전?

    💬학교쪽에서 충분히 고민을 해봤고, 그 결과 남녀 공학으로 전환되면 학교가 이렇게 발전할 거다라고 하는 계획이 말이야. 구체적 계획이 있었다면, 학생들이 이렇게 반발했을까?


    🎙️️학생들 요구사항에 총장 직선제도 있잖아. 직선제를 하면 뭐가 좋아? 

    💬대학 총장을 직접 뽑는 거잖아. 물론 학생과 교수, 교직원의 표가 동일하게 반영되지는 않지만 말야. 학생들이 총장 후보를 미리 검증할 수 있지. 행정 운영을 투명하게 하고, 이번 공학 전환과 관련된 학교 운영에 대한 책임도 물을 수 있지.  


    🎙️️총장 직선제를 하는 대학이 많아? 

    💬국립대는 대부분 직선제야. 학교마다 학생의 투표 반영 비율은 다르지만 사립대인 숙명여대, 한국외대, 성신여대, 덕성여대도 직선제로 총장을 뽑고 있어. 주위 다른 여대들이 직선제를 택하고 있기 때문에, 동덕여대 입장에선 직선제가 아닌 점이 불만이 됐을 거라고 봐.


    🎙️️근데 학령인구가 줄고 있는 건 사실이잖아. 여대가 입학 정원을 걱정할 정도야? 

    💬같은 여대라고 해도 학교마다 사정이 다르기 때문에 일률적으로 얘기하긴 어렵지만, 여대라서 특별히 어렵다고 볼 순 없을 것 같아.


    🎙️️왜? 

    💬전국 대학으로 보면, 수도권 집중 현상이 심해지고 있잖아. 실제로 지방 사립대들은 신입생 정원을 못 채우기 시작했고. 지방 주요 국립대를 제외한 사립대가 다 죽어야 서울 사립대로 영향이 오니까.


    🎙️️서울에 있는 여대들이 신입생 미달을 걱정할 정도는 아니다? 

    💬지원자는 넘친다고 알고 있어. 다만, 여대가 대부분 인문계 위주다 보니, 취업률에선 좀 더 어려움을 겪고 있는 건 사실이지.  


    🎙️️이공계가 취업이 잘되니까?

    💬아무래도 그렇지. 근데 그건 여대라서 발생하는 문제가 아니라 인문계 위주의 중소형 대학들이 겪는 공통적인 문제거든. 그 말인즉슨, 취업률을 높이기 위한 개선 없이 남학생만 받는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란 거지. 


    🎙️️그럼 왜 여대에선 공학으로 바꾸려고 하는 건데?

    💬학교의 체질을 개선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잖아. 학교의 총 정원은 정해져 있으니, 결국 이공계 학과를 늘리려면 다른 학과 정원을 줄여야 하거든. 그 과정에서 갈등도 많고. 근데 공학은 어떻게 보면 남학생을 받는다고 선언하면 되는 거잖아. 다른 개혁에 비해서 쉽다고 생각할 수 있지.


    🎙️️여대 주머니 사정이 어렵다는 건, 맞는 말이야? 

    💬대학 재정이 어려운 건 사실이야. 이명박 정부였던 2009년 반값 등록금 시위가 대대적으로 있었잖아. 


    🎙️️기억나. 나도 그 시위에 참여했었거든.

    💬그 이후로 지금까지 대학 등록금이 15년째 그대로야. 그동안 물가가 오른 점을 고려하면, 대학 등록금이 낮아졌다고 봐도 무방하지. 그렇다고 국가의 지원이 늘어난 건 아니거든. 근데 이것도 전체 대학의 문제지, 여대만의 문제라고 볼 수 없지. 남학생이 등록금을 더 내는 건 아니잖아. 

    연합뉴스

    🎙️️공학 전환 시위가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잖아. 일부 남성들이 이렇게까지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남성들에게 여대는 역차별의 상징적인 장소거든. 중요한 전쟁터인 셈이지. 그러니 여기서 밀리면 안 되겠다, 승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적극 공격하는 것 같아. 공격이 거세질수록 지금 동덕여대 학생들이 주장하는 여대의 필요성을 입증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지. 


    🎙️️여대 때문에 남성이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헌법 소원을 낸 남성도 있잖아. 일리가 있어?

    💬2009년에 이대 로스쿨 관련해 헌법소원을 낸 사례가 있었지. 이대는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이란 특수대학원에 선발된 거거든. 그 과정에서 여대라는 가산점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동안 학교를 잘 운영한 평가를 공정하게 받은 거지. 이대 로스쿨 정원이 100명 정돈데, 전체 로스쿨 정원은 2천명이거든. 남성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기엔 숫자도 적고. 


    🎙️️2018년 여대 약대 정원을 문제 삼은 사건은? 

    💬그것도 마찬가지야. 여대 4곳에 약대가 있는데, 정원을 다 더해봐야 전체 약대 정원의 19%거든. 여대 약대 때문에 남자가 약사가 될 기회를 차단당한다고 보기엔 어렵지. 반대로 여대는 약대를 운영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봐, 여대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불이익이잖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헌법재판소는 남학생이 갖는 불이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두 사건 모두 차별이 아니다,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어.


    🎙️️상명여대나 성심여대, 효성여대가 공학으로 전환될 땐 반대가 없었어?

    💬그때도 있었지만 지금 만큼 이슈가 되진 못했던 것 같아. 전환한 게 1990년대 중반쯤이거든. 당시 졸업정원제가 폐지되면서 대학들이 많이 늘어났어. 그러면서 여대가 생존의 위협을 받은 건 사실이야. 그 해결책으로 공학을 택했던 거고. 중요한 건 이 대학들이 전환 후 상황이 나아졌는지, 공학 덕분인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 


    🎙️️요즘 여대를 선호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고 하던데, 맞아? 

    💬응. 왜 여대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 여대가 충분히 어필하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거든. 기업에서 여대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고. 이런 것들이 여대를 덜 선호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백래시가 심해진 것도 영향을 줬을까? 

    💬이건 반대로 봐야 할 것 같아.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여성 혐오 관련 이슈들이 계속 나오면서 여성을 타깃으로 공격하는 흐름이 생겨났잖아. 그렇다 보니, 페미니즘을 공부한다거나 젠더 관점을 말하기가 어려워졌거든. 여대보단 공학에서 더 드러내기 힘들고. 


    🎙️️왜? 

    💬학생뿐 아니라, 공학 대학교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젠더 관련 논의를 꺼내면 수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수업을 안 듣는 학생이 생기거나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얘기를 꺼리게 된대. 


    🎙️️그렇구나. 오히려 여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 

    💬그렇지. 공학과 비교해서 여자 대학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공론화하는 게 훨씬 자유롭고 적합한 공간인 건 사실이니까. 일부 남성들이 동덕여대 앞에서 시위하는 것처럼 여성 혐오가 심해지는 현실이 여대가 왜 필요한지 오히려 정당화해주고 있는 셈이지. 


    🎙️️앞으로 여대가 경쟁력을 더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해? 

    💬여대가 왜 필요한지 과거와는 다르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 처음 여대가 만들어졌을 때와 달리 지금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으니까. 여대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받았을 때 공학 대학과는 뭐가 다른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동덕여대 시위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어. 


    🎙️️어떤 점이? 

    💬숙대에 붙은 대자보도 그렇고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내용을 보면, 안전한 공간 확보란 점을 내세우는 것 같아. 물론 충분히 공감하지만, 여대의 가치를 안전한 공간 확보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여대가 아무리 안전해도, 여대 밖은 안전하지 않으면 여대의 의미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잖아.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해? 

    💬사회에서 여성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여대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말해야 한다고 봐.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건 물론 나아가 이런 문제들을 연구해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하는 공간이 돼야 하는 거지. 


    🎙️️그런 것들이 여대에서 잘 되고 있어? 

    💬글쎄. 석사 과정 중에 여성학 협동과정이라고 있어. 사회과학, 인문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 관련 주제를 다루는 교수들이 모여서 여성학을 연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야. 서울여대는 2004년, 숙명여대는 2008년 이 과정을 없앴어.  


    🎙️️여성학과가 있는 곳은 그래도 좀 있지 않아?

    💬여대 중에 여성학과를 유지하는 곳은 이화여대밖에 없어. 여대들이 적극적으로 여대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냐고 했을 때 아쉬운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 

    💬1980~90년대 형식적인 성차별이 구조적인 차별 문제로 전환됐을 때부터 여대가 어떤 역할을 할지 질문을 계속 던졌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게 지금 여대의 위기를 불러온 이유기도 하고.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책임은 지지 않고, 공학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거기도 하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해. 


    🎙️다른 나라들은 어때? 

    💬미국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가 나온 흑인대학(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중 하워드대학이 있어. 흑인대학에 왜 히스토리컬리가 붙냐면, 전엔 흑인만 학생으로 받았거든. 근데 지금은 다양한 인종이 다니고 있어. 70%는 흑인이고, 20% 정도가 아시안과 히스패닉이야.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데? 

    💬흑인에 대한 연구에서 소수자 연구로 확장됐거든. 흑인과 비슷한 사회 취약 집단을 연구하는 것이 대학의 정체성이 된 거지. 이 연구에 흥미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고. 트랜스젠더를 수용하는 여대도 있어.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전환한 트렌스젠더를 모두 포용해. 여대가 생물학적 여성만 뜻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하는 곳으로 의미를 확장해 나간 거지. 소수자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게 여대의 운명이자 의미인 것 같아.


    🎙️️당장 여대에선 뭘 해야 할까? 

    💬여성학과를 다시 만들어야지. 그게 어려우면 교양 강의라도 젠더 관련 수업을 늘리고. 전공마다 젠더를 연구하는 교수를 적어도 한두명은 둬야 하지 않을까? 늦었지만 현시점에서 여대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연구도 하고, 학생들에게 여대에 다녀서 뭐가 좋은지 묻고 자료를 모으면서 정당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  Hi-five
    1. 동덕여대에서 남녀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시위가 10여일째 이어지고 있어.
    2. 학교의 비민주적인 논의 방식이 학생들의 분노를 키운 주원인으로 꼽혀.
    3. 여대 무용론자는 학령인구가 줄고 여대의 위상이 달라진 점을 근거로 들어.
    4. 남녀공학으로 전환해도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순 없다는 목소리도 높아. 
    5. 여대가 왜 필요한지,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는 노력이 필요해. 
    벗은 한강 작가 책 본 적 있어? 읽어봤는데, 다시 읽어보고 싶다고? 아직 안 읽어봤지만 궁금하다고? 그러면 만나서 같이 읽어볼래? 팀 휘클리가 11월엔 한강의 작품을 읽는 독서모임을 준비했거든. 지난 2일과 16일, 두번의 모임을 했고 다음주 토요일(30일)에 마지막 모임이 남아있어. 

    한겨레 문화부 책지성팀 기자들과 같이 공부하면 한강 작가의 작품 세계를 더 풍요롭게 이해하게 될 거야. 우리 함께 책을 읽어보자! 질문 있으면 휘클리 인스타로 DM 보내줘!

    휘클리 심화반_10강

    📘최재봉 선임기자(11월30일)
    • 1교시: ‘노벨문학상과 번역 이야기’ 강연(40분)
    • 2교시: 소설 ‘소년이 온다’ 밑줄 긋기(80분)
    연합뉴스
    💰삼성 임원도 물렸다 얼마 전 삼성전자 주가가 4만원 대로 떨어졌잖아. 삼성전자 임원들도 올해 회사주식을 대량 매입했다가 주가 폭락으로 큰 손실을 보고 있대.

    💰“하방 위험 크다” 국제통화기금(IMF)이 한국의 올해와 내년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2%와 2.0%로 각각 하향 조정했어. 그런데, 여기서 더 안 좋아질 가능성도 있어.

    💰폼클렌저의 성능 차이 벗은 폼클렌저 뭐 써? 제품마다 자외선 차단제를 씻는 성능이 제각각이래. 소비자원이 10개의 성능 평가를 공개했으니 읽어봐!
    연합뉴스
    💰올해 김장 비용, 얼마? 김장철이 돌아왔어. 배추 20포기로 담그면 얼마가 들까? aT는 20만6747원, 한국물가정보는 최대 39만9430원이래. 왜 이리 차이가 크냐고?

    💰확 바뀌는 청약제도 청약예금·부금이나 청약저축을 보유한 벗은 이 기사를 봐줘. 주택청약종합저축으로 바꿀 수 있대. 단, 장단점을 따져봐야 해. 또 뭐가 바뀌냐면….

    💰‘위장전입’에 ‘위장이혼’까지 이러한 청약에 당첨되려고 위장전입이나 위장이혼을 한 사례들이 적발됐어. 걸리면? 형사처벌 대상이 되고, 10년간 청약 신청을 못 해.
    한겨레에 자주 놀러오는 코봉이
    지난주 Vol.176: ‘지팔지꼰’ 지구인들의 긴급회의를 읽고 휘클러들이 다양한 의견을 보내줬어. 기후위기 심각성에 공감하고 국제사회 움직임에 관심을 갖는 휘클러들이 많더라고. 휘클리도 환경 이슈🌏를 더 자주 다뤄야겠다고 다짐했어. 고마워!

    😊기후위기 대책회의에 이렇게 많은 정치적인 사항이 숨어있다니 놀랐어. 단순하게 기후위기를 줄이고 같은 방향으로 나아가길 바랐는데 마음처럼 쉽지 않은 모습이 느껴졌어. 특히 지난번에 이어 이번에도 미국이 “자국우선주의”를 주장할 모습에 안타까워. 자국우선주의가 결코 자국의 이익이 될 수 없다는 장기적인 안목을 가질 수 있다면 좋겠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아. 일단 우리는 우리의 생활 속에서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해가야겠지. 작은 발걸음이라도 모아 큰 발자국을 남길 수 있기를 바라.


    😁이번 기후변화협약의 의의와 주요 논제를 알 수 있어서 좋았어. 돈이 문제이며 한국도 공여국으로 넣자는 논의가 있다는 것, 영국이 온실가스 배출에 대해 모범을 보인 것도 알게 되었어. 공여국을 조금 더 늘리면서 공여액은 나라별로 차등적으로 적용하여 좀 더 재원을 확보하는 것은 어떨까 생각해 보았어.


    😃평소에 기후이슈에 정말 관심을 많이 두고 있었는데, 이번 주부터 COP29가 열린다는 이야기를 듣고 여러 감정이 들었어. 점점 갈수록 기후위기는 가속화되는데, 트럼프가 당선되고 이번 주최국은 산유국이라니 말이야. 또한 기후 회의 자체가 오프라인으로 열려 수많은 비행기를 띄우게 한다는 거에도 회의감을 느꼈어. 그래도 이번에 중요한 논의가 잘 되었으면 좋겠어. 휘클리에서 여러 관점을 잘 정리해줘서 재밌게 읽었어!


    🤔근래 지구 곳곳에 나타나는 기후변화에 따른 재앙과 앞으로 심화될 재난상태와 예방책 등을 심도있게 다루어 주었으면 해.


    😁이번 폭염을 통해 기후위기가 오고 있다는 건 알았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는 몰랐던 것 같아. 이번 대책회의가 내 생각보다 크고 중요한 회의였고, 우리나라가 공여국이 아닌 대신 자발적으로 노력하고 있다는 것도 새로 알게 됐어! 


    🙂비영리단체에서 일하고 있는 만큼 기후위기 소식이나 AI의 활용 기사가 정말 반가웠어! 많은 사람들이 체감하고는 있지만 기후민감도가 더 높아지기를 바라. 한편으로 위기 가정에서의 기후위기는 더 취약하거든. 에너지 취약계층에 대한 이야기를 함께 다뤄주면 더욱 좋았을 것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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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크리스마스가 한 달 앞으로 다가왔어. 2호😎는 트리를 좋아하지만, 관리가 쉽지 않더라고. 그래서 작은 공간에도 손쉽게 설치가 가능한 패브릭 트리🎄를 가져왔어. 천이지만, 전구를 켜니 크리스마스 느낌 물씬 나지? 2명에게 선물할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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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 레터는 팀 휘클리 서보미(4호) | 송경화(도넛몬) | 권지담(2호) 기자가 제작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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