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학 전환 시위가 젠더 갈등으로 번지고 있잖아. 일부 남성들이 이렇게까지 과격한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그 남성들에게 여대는 역차별의 상징적인 장소거든. 중요한 전쟁터인 셈이지. 그러니 여기서 밀리면 안 되겠다, 승기를 잡아야겠다고 생각해서 적극 공격하는 것 같아. 공격이 거세질수록 지금 동덕여대 학생들이 주장하는 여대의 필요성을 입증해주는 아이러니한 상황인 거지.
🎙️️여대 때문에 남성이 불이익을 받는다면서 헌법 소원을 낸 남성도 있잖아. 일리가 있어?
💬2009년에 이대 로스쿨 관련해 헌법소원을 낸 사례가 있었지. 이대는 다른 대학과 마찬가지로 로스쿨이란 특수대학원에 선발된 거거든. 그 과정에서 여대라는 가산점을 받은 것도 아니고. 그동안 학교를 잘 운영한 평가를 공정하게 받은 거지. 이대 로스쿨 정원이 100명 정돈데, 전체 로스쿨 정원은 2천명이거든. 남성들이 불이익을 받는다고 하기엔 숫자도 적고.
🎙️️2018년 여대 약대 정원을 문제 삼은 사건은?
💬그것도 마찬가지야. 여대 4곳에 약대가 있는데, 정원을 다 더해봐야 전체 약대 정원의 19%거든. 여대 약대 때문에 남자가 약사가 될 기회를 차단당한다고 보기엔 어렵지. 반대로 여대는 약대를 운영하지 말라고 한다고 해봐, 여대 입장에선 굉장히 큰 불이익이잖아.
🎙️️그래서 어떻게 됐는데?
💬헌법재판소는 남학생이 갖는 불이익보다 공익이 더 크다고 판단해서 두 사건 모두 차별이 아니다, 위헌이 아니라고 판단했어.
🎙️️상명여대나 성심여대, 효성여대가 공학으로 전환될 땐 반대가 없었어?
💬그때도 있었지만 지금 만큼 이슈가 되진 못했던 것 같아. 전환한 게 1990년대 중반쯤이거든. 당시 졸업정원제가 폐지되면서 대학들이 많이 늘어났어. 그러면서 여대가 생존의 위협을 받은 건 사실이야. 그 해결책으로 공학을 택했던 거고. 중요한 건 이 대학들이 전환 후 상황이 나아졌는지, 공학 덕분인지 충분히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해.
🎙️️요즘 여대를 선호하는 비중이 줄고 있다고 하던데, 맞아?
💬응. 왜 여대를 가야 하는지에 대해 여대가 충분히 어필하고 있지 못한 게 사실이거든. 기업에서 여대 출신을 선호하지 않는다는 루머도 나오고 있고. 이런 것들이 여대를 덜 선호하는 원인이 아닐까 생각해.
🎙️️여대생을 대상으로 한 백래시가 심해진 것도 영향을 줬을까?
💬이건 반대로 봐야 할 것 같아. 2010년대 중반 이후로 여성 혐오 관련 이슈들이 계속 나오면서 여성을 타깃으로 공격하는 흐름이 생겨났잖아. 그렇다 보니, 페미니즘을 공부한다거나 젠더 관점을 말하기가 어려워졌거든. 여대보단 공학에서 더 드러내기 힘들고.
🎙️️왜?
💬학생뿐 아니라, 공학 대학교수들 얘기를 들어보면 젠더 관련 논의를 꺼내면 수업 평가에서 불이익을 받거나 수업을 안 듣는 학생이 생기거나 그런 어려움이 있다고 하더라고. 그래서 얘기를 꺼리게 된대.
🎙️️그렇구나. 오히려 여대가 존재해야 하는 이유가 될 수도 있겠네.
💬그렇지. 공학과 비교해서 여자 대학은 그런 이야기를 하고 공론화하는 게 훨씬 자유롭고 적합한 공간인 건 사실이니까. 일부 남성들이 동덕여대 앞에서 시위하는 것처럼 여성 혐오가 심해지는 현실이 여대가 왜 필요한지 오히려 정당화해주고 있는 셈이지.
🎙️️앞으로 여대가 경쟁력을 더 갖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해?
💬여대가 왜 필요한지 과거와는 다르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봐. 처음 여대가 만들어졌을 때와 달리 지금은 여성의 대학 진학률이 높아졌으니까. 여대라는 공간에서 교육을 받았을 때 공학 대학과는 뭐가 다른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그런 점에서 동덕여대 시위에서 조금 아쉬운 부분은 있어.
🎙️️어떤 점이?
💬숙대에 붙은 대자보도 그렇고 공학 전환에 반대하는 내용을 보면, 안전한 공간 확보란 점을 내세우는 것 같아. 물론 충분히 공감하지만, 여대의 가치를 안전한 공간 확보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고 생각해. 여대가 아무리 안전해도, 여대 밖은 안전하지 않으면 여대의 의미가 굉장히 제한적일 수밖에 없잖아.
🎙️️그럼 뭐라고 말해야 해?
💬사회에서 여성이 안전해질 수 있도록, 여대에서 기여할 수 있는 게 뭐가 있는지 말해야 한다고 봐. 성폭력, 성차별 문제를 자유롭게 논의하는 건 물론 나아가 이런 문제들을 연구해 정책에 반영하는 노력을 하는 공간이 돼야 하는 거지.
🎙️️그런 것들이 여대에서 잘 되고 있어?
💬글쎄. 석사 과정 중에 여성학 협동과정이라고 있어. 사회과학, 인문학, 자연과학 등 여러 분야에서 여성 관련 주제를 다루는 교수들이 모여서 여성학을 연구하는 교육 프로그램이야. 서울여대는 2004년, 숙명여대는 2008년 이 과정을 없앴어.
🎙️️여성학과가 있는 곳은 그래도 좀 있지 않아?
💬여대 중에 여성학과를 유지하는 곳은 이화여대밖에 없어. 여대들이 적극적으로 여대의 정체성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냐고 했을 때 아쉬운 부분도 있고.
🎙️️어떤 부분?
💬1980~90년대 형식적인 성차별이 구조적인 차별 문제로 전환됐을 때부터 여대가 어떤 역할을 할지 질문을 계속 던졌어야 된다고 생각하거든. 그게 지금 여대의 위기를 불러온 이유기도 하고. 이런 노력을 하지 않은 책임은 지지 않고, 공학으로 전환해 문제를 해결하겠다는 건 본말이 전도된 거기도 하고, 무책임한 태도라고 생각해.
🎙️다른 나라들은 어때?
💬미국 대선 후보였던 카멀라 해리스가 나온 흑인대학(Historically black colleges and universities) 중 하워드대학이 있어. 흑인대학에 왜 히스토리컬리가 붙냐면, 전엔 흑인만 학생으로 받았거든. 근데 지금은 다양한 인종이 다니고 있어. 70%는 흑인이고, 20% 정도가 아시안과 히스패닉이야.
🎙️️그게 어떤 의미가 있는데?
💬흑인에 대한 연구에서 소수자 연구로 확장됐거든. 흑인과 비슷한 사회 취약 집단을 연구하는 것이 대학의 정체성이 된 거지. 이 연구에 흥미 있는 학생들이 들어오고. 트랜스젠더를 수용하는 여대도 있어.
🎙️️여성으로 성전환한 트랜스젠더?
💬남성이든 여성이든 성전환한 트렌스젠더를 모두 포용해. 여대가 생물학적 여성만 뜻하는 게 아니라,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포함하는 곳으로 의미를 확장해 나간 거지. 소수자에 대한 질문을 지속적으로 던지는 게 여대의 운명이자 의미인 것 같아.
🎙️️당장 여대에선 뭘 해야 할까?
💬여성학과를 다시 만들어야지. 그게 어려우면 교양 강의라도 젠더 관련 수업을 늘리고. 전공마다 젠더를 연구하는 교수를 적어도 한두명은 둬야 하지 않을까? 늦었지만 현시점에서 여대란 무엇인가란 주제로 연구도 하고, 학생들에게 여대에 다녀서 뭐가 좋은지 묻고 자료를 모으면서 정당성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생각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