텀블벅에서도 10월은 프로젝트와 후원이 많아지는 달입니다. 가을 하늘에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창작자들의 시월
얼마 전 SNS에서 본 글에 따르면 추석은 선풍기 넣는 날이요, 개천절은 발열 속옷 꺼내는 날, 수능일은 전기장판 켜는 날이라고 합니다. 어쩌면 농경사회 시절의 24절기를 대체하는 '현대인 절기 달력'이 필요한 시대인지도 모르겠네요. 그런 달력이 있다면 일 년 중 며칠 안 되는 '트렌치코트 입는 날'도 꼭 표시되어 있으면 좋겠습니다. 기후 위기 때문인지 점점 짧아지는 선선하고 청명한 가을 날씨. 다들 마음에 여유가 생기고 주변 창작자들의 활동에 대한 관심도 늘어나는 걸까요? 텀블벅에서도 전통적으로 10월은 프로젝트와 후원이 많아지는 달입니다. 가을 하늘에 어울리는 음악과 함께 창작자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세요.
용기내어 녹음한 첫 곡부터 무대의 스포트라이트를 받기까지, 음악의 여정은 다양한 형태로 이어집니다. <믹스테잎> 시리즈는 뮤지션의 진심을 음악과 함께 담는 기획입니다.
전진희 싱어송라이터, 피아노 연주가. 밴드 하비누아주 리더로 활발한 활동을 이어왔으며 정규 두장과 EP 네 장의 앨범을 발매, 제13회 한국 대중음악상 최우수 팝음반 부분을 수상했다. 2017년부터 솔로 활동을 시작하여 싱어송라이터로서 두 장의 정규 앨범을 발매하고, 다양한 아티스트들의 녹음과 라이브 세션, 작곡 및 편곡자로서 참여하고 있다. MBC 다큐멘터리 〈너를 만났다〉 음악감독을 맡았으며, 2021년 피아노 즉흥 프로젝트 앨범인 《Breathing》과 싱글 《낮달》에 이어 EP 《summer,night》을 선보였다.
가을과 나의 노래들
전진희 1집 피아노와 목소리 Piano and Voice (2017) <한숨 Sigh> 혼자 이곳에 앉아 얘길 해 모든 슬픔은 내게서 비롯된 거라고 잘 사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걸까 알고 싶지만 아무도 알지 못하네 스쳐가는 바람에 후 한숨을 상처를 날려 보내면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후 한숨을 미련을 날려 보내면 다시 스쳐가는 바람에 후 한숨을 상처를 날려 보내면 다시 불어오는 바람에 후 한숨을 미련을 날려 보내면 다시 Track 1.
바람이 불어오면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의 결을 좋아한다. 여름의 끝이기도 한 바람의 결은 마치 끝과 시작이 결국 같은 모양으로 이어지는 듯한 삶의 모양과도 닮아있기 때문이다. 돌이켜보니 내 곡의 대부분이 가을에 만들어졌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몸과 마음이 소란했던 여름이 끝나고 가을의 시작을 알리는 바람이 불어오면 유독 고요해지는 생각을 발견한다. 고요해질수록 더 선명해지는 마음속의 말들은 대부분 스스로를 아프게 하곤 하는데, 이 곡을 만들었던 날이 그랬던 것 같다. 잘 사는 건 어떻게 살아야 하는 것인지 여전히 알 수 없고 몇 해가 지난 지금의 가을도 비슷한 마음으로 살아가고 있다. 전진희 2집 왜 울어 달이 저렇게 밝은데 왜 울어 별빛은 널 향해 반짝이고 있어 끝이 보이지 않는 이 길은 널 다시 주저앉게 하고 외로운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네 슬픔 알지 못해도 괜찮아 오늘 밤은 달빛 아래서 별빛의 노랠 들으며 꿈꾸게 될 거야 괴롭고 무거운 짐은 내려놓고 숨겨둔 너의 미소를 만나는 오늘 밤 괜찮아 Track 2. 너의 마음도 빛이 드리워지길 사랑하는 이가 가장 가까운 데서 아파하는 모습을 지켜본다는 건 내가 아픔을 경험하는 것만큼 힘겨운 일이었다. 이유를 생각해보니 결국 스스로 감당해야 하는 아픔과 슬픔이기 때문에 곁에서 아무것도 해주지 못하면서 느끼는 절망감 때문인 듯했다. 나는 너에게 아무것도 해줄 수 없지만 이 가을의 밤을 동그란 달과 흩어진 별들이 밝게 비춰주듯 어두워진 너의 마음도 빛이 드리워지길 바라며 만든 노래다. 하비누아주 앨범 청춘 (2015) <바람부는 날> 불어오는 바람에 그대가 생각나 차가운 손끝으로 바람을 만지네 그대 떠난 그 날도 바람이 불었지 맑은 하늘 한 켠에 슬픈 빛을 보았지 우우 시간은 흐르고 우우 내게서 더 멀어지는 널 우두커니 난 바라만 본다 이 바람 속에서 두려워 상처 받을까 두려워 버림 받을까 나는 매일 너의 눈빛을 읽어 내려 했지 후회 섞인 흐린 숨을 고르며 그 날을 기억해 우우 시간은 흐르고 우우 내게서 더 멀어지는 널 우두커니 난 바라만 본다 이 바람 속에서 그리운 그대여 우우 바람결에 노래해 난 널 영원히 잊지 않을 거라고 기억할 거라고 Track 3.
함께 흩어지는 듯한 기분 제목 그대로 바람 부는 날을 담아낸 곡. 인트로에서 들리는 피아노 패턴은 가녀리게 시작되는 가을 바람을 연상하며 만들었고, 인터루드의 편곡은 가을이 짙어지며 살을 붙여가는 바람의 모양에 내 마음도 함께 흩어지는 듯한 기분을 연상하며 만들었다. 불어오는 바람결에 후회도, 미련도, 그리움도 다 뱉어버리고 싶은 마음이었고, 결국 그 마음들은 영원히 당신을 기억하고 싶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다. 이어지는 전진희만의 이야기는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계절이 지나가는 하늘에는 가을로 가득 차 있습니다.
나는 아무 걱정도 없이 가을 속의 별들을 다 헤일 듯합니다.❞ — 윤동주 시인 일상과 문학이 맞닿은 순간을 만드는 글입다 공방이 '문학의 색을 읽다' 프로젝트의 첫 시작으로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시인이자 그의 가장 사랑받는 시로 손꼽히는 윤동주 시인의 〈별 헤는 밤〉의 색을 잉크로 담았어요. 저마다 느끼는 시의 색은 다를 수 있겠지만, 시에서 느껴지는 색감, 시어의 분위기를 담아 별에서 집중한 색, 그리고 밤에 집중한 색 등 두 가지 잉크를 딥펜 캘리그라피 작가가 직접 쓰면서 조색을 완성했답니다.
사각 프레임에 담긴 무궁무진한 시각과 상상력. 창작자들의 비전(Vison)을 프레임을 통해 만나 보세요.
문정인 낭만의 테라스
'프랑스인'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가 있는가. 프랑스에 오기 전 나에게 그건 카페 테라스였다. 흑백 영화와 사진 속 테라스에 앉아 베레모를 쓰고 무심하게 담배를 문 사람들. 신문을 펼쳐 읽고 가끔 글이나 그림을 끼적이다 해가 나오면 멋진 선글라스를 꺼내 쓰는 시크한 파리지앵. 게다가 테라스는 그야말로 수많은 사상과 예술의 산실, 영감의 장이자 만남의 광장이 아닌가. 영화 〈미드나잇 인 파리〉에도 나오지 않는가. 커피잔을 두고 담배를 태우며 테라스를 거쳐 간 수많은 예술가와 지성인들! 오죽 그곳이 좋았으면 반 고흐는 〈밤의 카페 테라스〉를 그리기까지 했겠는가. 프랑스의 카페는 우리나라와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편안한 소파나 최신식 예쁜 인테리어는 고사하고 일단 실내에 있는 사람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모두가 낡은 테이블과 의자를 다닥다닥 붙여놓은 야외 테라스에 자리를 잡고 앉는다. 아주 좁은 골목길에 있는 카페도 굳이 굳이 테이블과 의자를 길가에 꺼내어 놓는다. 파리에 있는 조금 큰 카페들은 겨울에 히터까지 놓으며 테라스를 열어둔다. 그러다 날씨라도 좋으면 테라스에 자리를 잡기 힘들 정도로 프랑스 사람들은 밖에 앉아있기를 좋아한다. 하긴 프랑스에 산 지 몇 년이 지난 지금, 왠지 모르게 같은 커피라도 테라스에 앉아 마시면 훨씬 맛있게 느껴지긴 한다. 거기다 볕까지 잘 드는 자리라면 금상첨화. 그렇지만 뭐니 뭐니 해도 가장 다른 점은 바로 테라스의 모든 테이블에 재떨이가 있다는 것이다. 모든 야외 공간이 금연이요, 흡연실이 실내인 우리나라와는 반대로 프랑스는 실내를 제외한 모든 공간이 흡연 가능 구역이다. 그러니 테이블과 의자가 있고, 맛있는 커피까지 주는 테라스는 그야말로 최적의 흡연 공간일 수밖에! 괜히 수많은 영화와 사진 속 테라스에 담배를 든 사람들이 나오는 것이 아니다. 흡연자들에게는 신나는 일일 테지만 비흡연자들은 테라스에 앉아있다 보면 사방에서 날아오는 뽀얀 담배 연기를 커피와 함께 마실 수 있다. 낭만은 사진과 영화 속에서만. 그래도 테라스에서 마시는 커피는 포기할 수 없다! 다음 화에 이어집니다. 텀블벅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가는 코너, <초이스>는 다양한 주제의 설문을 진행해 흥미로운 이야기를 수집하고 나눕니다.
"(...) 모든 인간은 한 권의 책을 쓰기 위해 이 세상에 태어났다는 걸, 그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는 걸. 독창적인 책이건, 보잘것없는 책이건, 그야 무슨 상관이 있겠어. 하지만 아무것도 쓰지 않는 사람은 영원히 잊혀질 걸세." 아고타 크리스토프,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어린 시절 제2차 세계대전을 겪고 1956년 헝가리 혁명의 여파를 피해 스위스로 이주, 시계 공장에서 5년 동안 일하며 틈틈이 글을 썼던 헝가리인 소설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소설 속 한 문장입니다. 전 세계의 40여 개 언어로 번역되어 큰 성공을 이룬 책이기도 해요. 이후에 그는 수필집 〈문맹⟩에서 말합니다. "어떻게 작가가 되는가 하는 질문에 대한 답은 이것이다. 우리는 작가가 된다. 우리가 쓰는 것에 대한 믿음을 결코 잃지 않은 채, 끈질기고 고집스럽게 쓰면서." 작가의 입장에서 책을 쓰는 일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고 정체성을 간직하는 것임을 위 소설가를 보고 알게 되었어요. 텀블벅 커뮤니티가 들려준 '내가 만들고 싶은 책'을 보면서 내 안에 숨어있는 이야기의 실마리를 찾아보는 건 어떨까요? 에세이/사진집
소설/만화
시집
실용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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