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계 "신중히 바라봐야"
20일 오전, 국내에 있는 여러 양자컴퓨터 연구자분께 관련 내용을 물었습니다. 모두 조심스러운 반응이었어요. 익명을 요구한 한 연구자는 “논문은 과학적으로 가치가 높아 보입니다. 하지만 이것이 상용화와 바로 연결된다고 보기는 어려워요”라는 말을 해주셨어요.
또 다른 분도 “좋은 논문으로 보여요. 과학적 성과는 분명히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과를 곧바로 양자컴퓨터와 연관 짓는 것은 어려워 보여요. MS가 아직 밝히지 않은 좋은 기술, 연구 결과가 있겠죠?"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MS의 이번 발표가 과학적으로 새로운 가치가 있는 것에 대해 대부분 동의했습니다. 하지만 이번 성과를 바로 상용화와 연결 지어 “우리 기술 때문에 상용화가 빨라질 것이다”라고 단정하기에는 아직 넘어야 할 산이 너무 많다는 의견이 다수였습니다.
이유는 다음과 같습니다. 네이처에 실린 MS의 논문 제목은 ‘InAs-Al 하이브리드 장치에서의 간섭 기반 단일샷 패리티 측정’입니다. 상당히 어려운데요, 지금부터는 전문가분들의 설명을 토대로 해석해 볼게요(설명에 오류가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독특한 구조를 가진 초전도체에서는 ‘마요라나 입자’가 만들어지고, 양자상태가 구현된다고 말씀드렸는데요. MS 연구진은 인듐(Is)과 비소(As)를 이용해 이러한 독특한 초전도체를 만들어 냅니다. 그랬더니 마요라나 입자가 만들어졌고, 여기서 양자상태가 만들어짐을 확인하는 장치를 개발합니다.
즉 “우리가 새로운 장치를 만들어 봤더니 안정적인 양자상태가 만들어졌어!”라는 걸 보인 거죠. 이제껏 이론적으로 알려졌던 것을 구현한 것입니다. 그런데 한가지가 빠져 있어요. 바로 '연산'입니다. 양자컴퓨터로 활용하려면 연산이 있어야 하는데 그게 빠진거죠.
MS연구진이 뉴욕타임스에 이야기한 “아직 계산을 수행할 수 없었다(they were not yet able to perform calculations)”가 바로 이 의미인데요. 즉, 새로운 양자컴퓨터, 오류율이 낮고 큐비트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았는데, 아직 큐비트가 제대로 작동하는지를 보여주지는 못한 거에요.
이 논문을 본 전문가들이 “논문에서 큐비트가 구현됐다고 보기 힘들다”라는 말을 하는 이유입니다. 비단 국내 연구진만의 반응은 아닙니다. 제이슨 앨리시아 칼텍 교수는
뉴욕타임스와의 인터뷰에서 “위상적 큐비트는 원칙적으로 가능하다. 그러나 장치가 이론적으로 예상되는 모든 마법 같은 방식으로 작동하는지 검증해야 한다(즉 연산을 해봐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양자컴퓨터의 현실은 기대만큼 장밋빛이 아닐 수도 있다. 다행히 마이크로소프트는 이를 검증할 수 있는 환경을 갖췄다(장치를 만들었으니 이제 검증해보자)”라고 말합니다.
네이처 역시 이를 소개하는 기사 제목에
"일부 학자들은 회의적"이라면서 관련 내용을 보도합니다. 네이처에 인터뷰한 전문가들은 “큐비트 작동에 대한 추가적인 데이터 없이 특별히 논평할 내용이 많지 않다(양자컴퓨터 얘기하기 전에 연산이 가능함을 보여라)”와 같은 말로 지적합니다.
이에 MS 연구원은 “우리는 연구 결과를 적시에 공개적으로 발표하는 동시에 회사의 지식재산권도 보호하는 데 전념하고 있다”라고 말해요. 즉 “너희가 어떤 지적을 하는지 알아. 하지만 다 공개할 수는 없어. 기다려볼래?”라는 느낌이랄까요(개인적으로는 뭔가 있지만 아직 발표하지 못한게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재미있는 반응이 하나 있습니다. 양자이론 물리학자인 존 프레스킬 칼텍 교수는 위
뉴욕타임스 기사를 링크드인에 올렸어요. 양자물리학계에서 또다른 세계적 대가로 알려진 빅터 갈리츠키 메릴랜드래 교수가 이 글에 댓글을 남겨요.
“가끔은, 내가 물리학자인 게 부끄러울 때가 있어요. 오늘이 그런 날이에요(Sometimes, I am ashamed to be a physicist. It‘s one of those days.)” 이를 두고 국내 한 양자컴퓨터 연구자는 “MS의 연구 성과를 비난하려는 게 아니에요. 갈리츠키 교수는 상당히 냉정하고 또 객관적으로 과학을 바라보는 사람입니다. 양자컴퓨터 자체에 부정적인 사람도 아니고요. MS의 홍보 방식이 자신이 보기에 과하다는 것을 지적한 게 아닌가 싶어요.”
"대단한 성과" VS "더 지켜봐야"
프레스킬 교수는
이러한 글도 남깁니다. “MS는 위상적으로 보호된 큐비트를 시연하는 프로토콜을 설명했습니다. 그러나 이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되었다는 공개적인 증거는 없습니다. 조만간 더 많은 소식을 듣게 되기를 바랍니다(앞서 말씀드린 연산 내용이 없다는 의미).”
MS는 이번 성과를 두 개의 논문으로 나눠 발표했습니다. 하나는 동료 평가를 거친
‘네이처’에, 하나는 동료 평가를 거치지 않고
누구나 논문을 올릴 수 있는 아카이브에요. 아카이브에는 ‘위상적 큐비트 배열을 이용한 내결함성 양자컴퓨팅을 위한 로드맵’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올립니다. 즉 네이처에 있는 내용을 기반으로 양자 연산을 가능케 하는 방법을 제안합니다. 하지만 앞서 프레스킬 교수가 말한 것처럼 “테스트가 성공적으로 수행됐다는 증거”는 없다고 해요.
학계에서는 MS가 했었던 아찔했던 '과거'도 언급됩니다. 2018년 있었던 일입니다.
MS는 학술지 ‘네이처’에 한 편의 논문을 발표합니다. MS가 이끄는 연구진은 마요나라 입자를 만드는 데 성공했다고 발표하는데요. 외신 등을 통해 구글, IBM 등과는 다른 방식으로 양자컴퓨터 상용화에 도전하고 있는
MS 연구진의 노력을 볼 수 있었습니다.
기사를 살펴보면 MS 관계자가 이런 말을 하는 것을 볼 수 있어요. “우리는 5년 안에 실제 문제를 해결하는 상업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양자컴퓨터를 개발할 것입니다(당시 기준 2023년이네요).”
하지만 3년 뒤인 2021년. 이
논문은 철회됩니다. 과학자들이 해당 논문에 대한 오류를 제기했고, 이를 근거로 “마요나라 입자가 없다"고 주장합니다. 저자들은 자신들의 실수를 인정하고 논문을 철회합니다.